20代 성매매 여성의 하소연

20代 성매매 여성의 하소연

[한국일보 2004-10-21 10:30]

서울 미아리 텍사스촌을 탈출해 서울 강북의 한 성매매 여성 지원센터를 찾은 김민경(23ㆍ가명)씨의 얼굴에는 여전히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휴대폰으로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친구 찾기 서비스’에 가입돼 있어 ‘삼촌’(포주)들이 수시로 전화를 한다.

사고 쳤다가(선불금을 받고 일하다 탈출한 경우) 잡혀와 고생하는 애들을 많이 봤다”며 인터뷰 내내 연신 담배를 피워 물었다.

김씨의 가장 큰 고민은 2,000만원이나 되는 선불금 문제. “삼촌들이 사채 금융회사를 통해 생활자금 대출 형식으로 돈을 주고 차용증서를 작성하는 바람에 개인 채무 관계가 아닌, 신용협동조합에 대한 채무관계가 됐다”는 김씨는 “특별법으로 형사상 사기죄는 무혐의 처리돼도 민사 소송으로 또다시 물고 늘어지기 때문에 그때마다 얼굴을 봐야 할 것 같아 괴롭다”고 말했다.

고2 때 부모의 불화와 이혼으로 가출한 김씨는 지방의 한 티켓다방에 선불금 없이 취업했으나 2개월간 근무하면서 결근비 30만원, 지각비 시간당 5만원 하는 식으로 말도 안 되는 벌금이 불어나 빚이 400만원으로 늘어났다.

이후 2, 3개월 단위로 20여 곳의 다방을 전전하면서 선불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3년 전 선불금 2,000만원에 미아리로 팔려온 김씨는 “지금 마스크에 모자를 눌러 쓰고 시위하러 거리로 나오는 애들도 대부분 선불금 문제 때문에 할 수 없이 참가하는 게 분명하다”며 “성매매 여성들이 업주에게 진 빚이 채무로 인정되지 않자 일부 업주는 이들 명의로 신용카드를 발급 받아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카드깡을 하는 편법으로 옭아매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모두 새 살림을 하고 있어 6개월~1년은 지원시설에서 버틴다고 해도 이후에는 갈 곳이 없는 김씨는 “우선은 손뜨게 공예를 열심히 배워보고 나중 일은 그 때 가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김씨와 대화를 나누던 지원시설 상담원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은 대부분 몸과 마음이 모두 피폐해져 있다”며 “단순히 산부인과 진료로만 끝날 것 같았던 의료서비스를 시작해보면 자궁경부암 등으로 종합병원에 입원해야 하거나 전문적인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김호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