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론·흥미 위주 접근…대안 모색 미흡

현실론·흥미 위주 접근…대안 모색 미흡

한겨레 2004 20 21
‘성매매특별법 한달’ 보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언론은 단속이 강화한 집창촌 르포, 성매매 종사 여성과 업주들이 법 시행에 반대하며 생존권 투쟁에 나섰다는 내용, 성매매 종사 여성의 자활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획물 등을 쏟아내며 성매매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단체나 여성학자, 일부 독자들은 언론이 성매매 근절에 앞장서기보다는, 업주와 이들의 손안에 있는 성매매 여성들의 주장을 여과 없이 전달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 문제에 가장 공을 들인 신문은 〈동아일보〉다. 동아는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20건에 가까운 기사를 내보내 다른 신문에 비해 2배 정도 보도량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 18일부터는 성매매특별법 한달을 돌아보는 기획연재를 싣고 있다. 동아는 △‘더 은밀해진 현장’ 르포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 △뜨거워지는 찬반논쟁 등 국내 상황 3차례, 외국 사례 소개, 대안 제시 등 모두 5회로 기획을 꾸렸다. 〈한국일보〉 〈경향신문〉 〈서울신문〉 등은 21일부터 상·하 또는 하루치로 기획물을 준비하며 동아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동아의 보도에는 성매매 특별단속으로 벌이가 줄어든 여성들과 업주들 목소리가 지나치게 강조돼 있다. 심지어 19일치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에서는 “사람들이 물건을 파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을 파는 직업인으로 인정해 달라”는 한 여성의 인터뷰 내용을 내보냈다.

동아뿐 아니라 많은 언론들이 선정적 르포성 기사와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숙박업소 경매가 급증했다’는 식의 흥미 위주 보도를 내보냈다. ‘성매매 여성의 ‘블랙리스트’를 업주들이 조직적으로 관리해 왔다’는 사실을 보도해 업주의 실상을 밝히고(경향), 성매매여성 지원센터 르포를 통해 현 자활대책의 문제점과 대안을 깊이있게 모색하는(한겨레) 등의 시도도 있었지만, 성매매는 범죄라는 일관된 관점으로 이 문제를 진지하게 접근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중앙일보〉 최철주 논설고문은 20일치 칼럼에서 “인신매매와 자기결정권에 의한 성매매가 혼동된 채 확대 해석되고 있으며 관련 서비스업도 타격을 입고 있다”며 “직업으로서 성매매를 해온 여성들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편견과 오해에만 매달린다면 그 여성들은 다시 ‘돈 벌기 쉬운 직업’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현실론’을 주장했다.

‘성매매 피해여성 자활지원을 위한 다시함께센터’는 최근 낸 성명서에서 “여성의 몸을 사고파는 것은 인권침해일 뿐 아니라 현행법상 명백한 범죄행위인데도, 언론이 이 문제를 선정적 대립구도로 몰고가는 것은 언론의 공익성에 전면 배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