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性매매 구분해 달라”

“우리 입장부터 들어보고 단속하는 게 순서 아닌가요?”

성매매특별법에 따라 경찰이 특별단속에 나선 지 한 달이 돼 가자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의 주 성토대상은 여성단체와 여성부다.

전국의 집창촌 여성 대표 20여명은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껏 성매매 당사자인 우리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며 “여성단체는 우리와 진솔하고 합리적인 대화의 장을 갖자”고 요구했다. 이들 주장은 자유의사를 가진 ‘생계형 성매매자’에 대한 법집행 예외 조치와 함께 생계 유지를 위한 효율적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것으로 집약된다.

성매매 여성들은 이날 “실제 휴대폰 추적이나 감금 등 강제적인 방법에 의해 성매매를 하는 피해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생계를 위해 자유의사를 가지고 직업을 선택한 여성들과는 분명 구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피해여성들을 위한 보호시설은 생활환경이 열악하고 재활프로그램은 꽃꽂이, 미용, 요리 등에만 한정돼 있다”면서 “창업지원금 3000만원도 3년 내 상환하도록 돼 있어 결국 빚쟁이가 되라는 말과 뭐가 다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법시행 한달 만에 암초를 만난 여성부로선 이들의 반발이 부담스럽다는 눈치다. 여론이 이들의 생계형 성매매 주장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흘러갈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성단체에선 자유의사로 성매매하는 여성이 있다는 주장에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으며, 성매매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단속하는 것인데 당사자들이 반발하는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성부에선 “이번 특별법 마련과 단속은 성매매 금지가 기본적인 목표”라면서 자유의사를 가진 성매매를 구분해 달라는 성매매 여성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는 “회견장에 나온 여성들이 업주들과 관계된 사람들인지에 대한 파악도 필요하다”며 강제동원 의혹을 내비치기도 했다.

재활프로그램이 빈약하다는 주장에 대해 여성부는 현재 마련돼 있는 재활 프로그램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날 현재 전국 38개 쉼터에는 정원(757명)의 63% 정도인 475명만이 입소해 있다는 것이다. 여성부 관계자는 “성매매특별법 마련의 기조는 알선행위자들에 대한 처벌 강화와 함께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재활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현재 마련된 기반으로도 단순한 직업훈련뿐 아니라 심리치료, 각종 교육, 법률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성매매 종사자들은 “생계를 위해 죽을 각오로 싸울 것”이라며 특별단속 기간이 끝나면 영업장으로 돌아갈 것이라 공언하고 있어 일선에서 단속업무를 하고 있는 경찰의 입장도 곤혹스럽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법에 따라 철저단속을 해야겠지만 성매매 여성들이 집단시위를 통해 반발하고 진압과정에서 여성들이 다치거나 하면 사회문제화 되면서 이 문제는 엉뚱한 방향으로 번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창덕·김보은기자/drake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