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한달..집창촌 초토화>

<성매매특별법 한달..집창촌 초토화>

업주ㆍ성매매여성 반발 속 성병 확산 우려

(전국종합=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지난달 23일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지 한달 동안 전국 대부분의 홍등가에 불이 꺼졌다.

경찰의 강력한 단속으로 집창촌내에서의 공개적인 영업은 자취를 감췄지만 하루 아침에 `생계의 터전'을 잃은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으며 일부 성매매 여성들은 음성적인 성매매에 나서면서 보건당국의 관리를 벗어나 성병 확산 등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지역별 실태 대구의 대표적인 윤락가인 속칭 `자갈마당'은 특별법 시행 이후 개점 휴업 상태 가 계속돼 당국의 집중단속이 일단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제시대인 1910년대 초반부터 형성되기 시작, 90여년을 버텨온 자갈마당은 특 별법 시행 전까지만 해도 50개 업소에 270여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종사하고 있었으나 지 금은 일부 업소가 폐업, 42개 업소로 줄었고 성매매 여성도 180여명으로 감소했다.

또 상당수의 성산업 건물들이 매물로 나온 가운데 주변상가가 영업 위축으로 울 상을 짓고 있다.

이 지역에서 30여년간 성업했던 모은행 달성동지점은 상권 위축으로 문을 닫았 고 미용실, 옷가게, 화장품가게, 약국, 편의점 등 인근 40~50개 관련업소 뿐만 아니 라 산부인과조차 영업중단 위기에 놓였다.

인천의 집창촌인 `옐로 하우스'도 특별법 시행 전까지는 155명의 여종업원이 상 주했던 것으로 집계됐으나 지금은 절반 가량이 다른 직장을 구해 나가거나 출퇴근을 하고 있고 그나마 남은 80여명도 외부활동을 극도로 삼가고 있다.

또 밤에는 가로등도 켜지지 않는데다 모든 업소들이 불마저 꺼버려 밤마다 취객 들로 흥청거리던 거리가 적막하기까지 했다.

대전시 중구 유천동의 속칭 `텍사스촌'도 특별법 이후 70여개 업소 가운데 절반 가량이 영업을 중단했으며 업소를 팔겠다고 내놓은 곳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특히 대전의 경우 경찰이 최근 한 업소에서 300여명의 성매수자 신원이 기재된 단골고객 장부와 신용카드 매출전표를 확보해 200여명을 입건했다는 보도가 나간 이 후 집창촌에는 남성들이 아예 자취를 감춘 상태다.

반면 부산의 `완월동'은 특별법 시행 이후 오히려 성매매 여성의 수가 늘어나는 기현 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 일대에는 특별법 시행 전 고용된 여종업원이 70여개 업소에 500여명이었으나 단속 이후 이달 초 730여명까지 늘어난 뒤 지금도 650여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파 악돼 성매매 여성들이 여전히 집창촌을 떠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성매매 여성들이 늘어난 것은 경찰이 부산시내 전역을 대상으로 저인망식 단 속에 나서자 보도방, 안마시술소, 스포츠 마사지 업소 등에서 일하던 여종업원들이 갈 곳을 잃고 완월동으로 일시적으로 흘려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음지로 파고드는 성매매 이런 가운데 상당수 성매매 여성들이 안마시술소나 퇴폐 이발소 등 비교적 단속이 어려운 업소로 옮겨가거나 역 주변 여관 등에서 `개인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 려져 경찰의 집중단속이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인천의 경우 일부 성매매 여성들은 공개적인 호객 행위 대신 일본 관광객들만을 상대로 하는 일명 '다찌'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춘천 장미촌 업주 임모(37)씨는 "종업원들이 대부분 밤이면 어디론가 나 가서 새벽에 들어오곤 하는데 아무래도 일(?)을 하고 오는 눈치"라고 말했다.

임씨는 "종업원들은 특별법이 어차피 업주들을 처벌하기 위한 법이니까 차라리 자기들이 세금 내고 임대료 내고 장사할테니 업주는 빠지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가 주로 개인적으로 여관에서 이뤄 지다 보니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주 및 성매매 여성들의 반발 전국 17개 집창촌 업주 대표들로 구성된 `한터전국연합회'는 경찰의 집중단속이 끝나는 23일 밤부터 영업을 재개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구 자갈마당의 한 업주는 "영업을 하든 안하든 일단 23일부터 일제히 불은 켜 게 될 것"이라며 "업주나 종사자나 지금으로선 `죽기살기'인 심정"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업주와 윤락녀들은 단속을 일정 기간만이라도 유예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자갈마당 여종업원 이모(34)씨는 "당국이 대대적인 단속에 앞서 성매매 여성들 이 재활교육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기간을 줬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부산 완월동 업주들의 모임인 `충무동.초장동 친목회'의 한 관계자도 "업주들에 게는 업종전환, 종업원들에게는 직업전환의 기회를 준 뒤 단속을 해야 하는데 갑자 기 단속에 나서는 바람에 생계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문제점 경찰의 집중단속으로 업소내 돈벌이가 원천 봉쇄되자 업소 여종업원들이 음성적 인 `개인 영업'에 나서면서 성매매 장소의 주택가와 대학가 침투, 성병 확산 가능성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PC방에서 인터넷 채팅을 통해 성매매를 하는가 하면 호객행위 뒤 가정집 에서 윤락행위를 하고 비록 외국인 강사로 드러나긴 했지만 대전 모대학의 경우처럼 대학가까지 진출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대구 자갈마당을 관할하고 있는 중구보건소는 "특별법 시행전에는 하루 평균 70 ~80명의 윤락녀를 상대로 성병 관련 정기 검진을 실시했으나 지난 한 달동안은 검진 자 수가 모두 20여명에 불과했다"면서 성병 확산을 우려했다.

부산 완월동의 경우 윤락녀들은 단속이 계속될 경우 일본으로 진출하거나 원룸, 오피스텔을 구해 `개인 영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음성적인 성매매가 더 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완월동의 한 업주는 "종업원들 대부분이 단속 유예조치를 기대하며 지금은 이곳 에 모여 있지만 단속이 계속된다면 모두 흩어져 `개인 영업'에 나설 것이 뻔해 청소 년 문제와 보건 문제 등 사회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du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