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사채 척결 시작했으면 끝을 봐라

[기사원문]

2012.4.18 매일경제 사설

정부가 불법 사금융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한다. 살인적인 고금리의 덫에 빠진 취약계층을 구하기 위해서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합동회의에서는 대검찰청에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고 16개 지방경찰청에 전담수사팀을 꾸려 금융감독원,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1만1500명을 투입해 불법 사금융 특별단속을 실시하기로 했다. 불법 고금리와 불법 채권추심 피해자에 대해서는 일제신고를 받은 후 저금리 대출 전환과 신용회복 지원을 통해 구제하기로 했다.

흔히 상어(loan shark)에 비유되는 가혹한 불법 사채업자들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궁지로 내몰다 파멸에 이르게 한다. 등록금이 없어 300만원을 빌린 여대생을 유흥업소에 강제로 취업시켜 1800만원을 갈취하고 결국 피해자 부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불법 사채업자도 있었다. 일주일간 50만원을 빌리려는 이에게 선이자와 연장이자로 연 3500% 가까운 고리를 요구한 업자도 있고, 임신중인 산모가 빚 350만원을 못 갚자 강제로 낙태시키고 노래방 도우미로 취업시킨 인면수심도 있었다.

이런 불법 사채업자들은 진작 척결했어야 할 암적 존재들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총력전으로 대응하겠다고 하니 다행이다. 하지만 불법 사금융은 아무리 밟아도 끊질기게 되살아나는 잡초와 같다. 아무리 대대적인 행정력을 동원하더라도 그 뿌리까지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 때려잡기식 단속을 강화할수록 더 음성적이고 위험한 고리 사채업자들이 나타날 수 있다.

법정 상한(미등록 대부업자와 사채업자는 연 30%, 등록 대부업자는 39%)을 넘는 이자를 챙기면 초과이익을 환수하고, 대부업 단속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주며 금감원 직권검사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시간을 끌지 말고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 이런 제도 개선도 시급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불법 사채라는 독버섯이 아예 뿌리를 내릴 수 없게 토양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지금 같은 저금리에도 제도금융권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금융소외계층이 많다면 정책당국과 금융업계가 무엇이 잘못됐는지 심각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 30조원에 이른다는 불법 사금융을 때려잡겠다면서 그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서민금융 지원방안을 내놓는 것은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 더 치열하게 고민해 소득과 금융의 양극화 문제를 풀 근원처방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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