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 때문에… 의사들에 반기 든 여성들

[기사원문]

2012.4.4. 서울경제 송대웅 기자

"부작용이 우려되는 모든 피임약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응급 피임약은 구입 편의를 위해 일반약으로 전환해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1,400여 품목 의약품의 전문약(처방약), 일반약 재분류를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피임약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피임약은 크게 평소에 복용하는 경구피임약과 성관계 직후에 먹는 사후(응급)피임약 등 2종류로 나뉜다. 경구피임약은 현재 의사 처방 없이 구입 가능한 일반약으로, 사후피임약은 처방이 필요한 전문약으로 분류돼 있다.

시민단체는 그간 성관계 직후 최대한 빨리 먹어야 피임 효과가 높아지는 사후피임약을 일반약으로 분류할 것을 거듭 주장해왔다. 의료계는 평상시 먹는 경구피임약도 부작용 우려가 많은 만큼 오히려 전문약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최근 대학병원에 '응급피임약 응급실 비치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병원이 문닫는 주말이나 야간 등에 응급피임약을 처방 받을 수 없어 문제가 많은 만큼 일반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묵살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측은 "사후피임약은 고농도의 호르몬제로 제한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만큼 환자의 편의성만 고려해 일반약으로 전환할 경우 오남용 우려가 크다"며 "성관계 후 즉시 복용해야 효과가 크고 심야 또는 주말에 약 구입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각 병원에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는 한발 더 나아가 최근 '경구피임약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의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경구피임약의 전문약 전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대한산부인과학회의 한 관계자는 "경구피임약은 임신부가 복용하면 태아나 임신부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고위험군 여성에게는 혈전증 또는 뇌졸중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전문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ㆍ시민단체들은 "의사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막고 경구피임약까지 전문약으로 가져오기 위한 술책을 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미국 산부인과학회 등도 안전성과 효과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사후피임약의 약국 판매를 지지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낙태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성관계 직후 최대한 빨리 복용해야 하는 약의 특성상 구입 편의를 위해 일반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자 식약청은 당초 지난달에 발표하려던 의약품 재분류 전환 대상을 좀 더 신중히 검토해 이달 안에 발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청의 한 관계자는 "사후 피임약 등 일부 논란이 있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각계의 의견을 좀 더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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