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청소년 원조교제 비율 79%...통계조차 두루뭉술 '허점'

가출청소년 원조교제 비율 79%...통계조차 두루뭉술 '허점'
뉴시스|기사입력 2008-01-22 16:17

【전주=뉴시스】

가출 청소년들이 용돈이 궁한 나머지 자발적 성매매(원조교제)에 쉽사리 노출되고 있다.

또 어렵잖게 용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과 인터넷을 통한 익명 만남이라는 조건이 충족되면서 이들 가출 청소년들의 탈선이 방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성매매에 대한 수법과 정보가 일상에서 또래끼리 공유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가출 청소년들이 실제 성매매로 이어진 사례를 묶은 것이다.

▲지난해 11월 말께 전북 전주 인후동에서 중학교 1학년인 진희(가명)와 초등학교 6학년인 주연(가명)이는 가출한 지 며칠 만에 용돈이 떨어지자, ‘돈을 쉽게 벌 수 있다’고 말한 친구가 생각났다. 소년원에 가 있는 그 친구는 원조교제를 하면 하룻밤 새 십여 만원은 충분히 벌 수 있다고 했다. 진희와 주연이는 눈에 띄는 PC방에 들어가 유행하고 있는 채팅 사이트에 접속, 불과 몇 시간 만에 30살의 아저씨로부터 각 각 9만원씩을 받고 모텔에 들어갔다.

▲중학교 2학년인 은선(가명)이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항상 용돈이 궁했던 은선이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따돌림을 받아 늘 채팅을 하며 외로움을 달랬다. 그러던 중 친구들한테서 들은 "채팅을 통해 아저씨를 만나면 용돈도 주고 맛있는 것도 사준다"는 말이 떠올랐다. 은선이는 여기저기 쪽지를 보냈고 곧 한 아저씨로부터 ‘만나자’는 답장이 왔다. 아저씨를 만난 은선이는 8만원을 받았다. 아저씨는 차를 몰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은선이를 데리고 갔다.

22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해 성매매 사범 검거건수는 741건에 인원만 1539명, 구속이 37명에 불구속이 1502명이었다.

이중 청소년 성매매 건 수는 18건에 검거인원이 151명으로 3명이 구속되고 148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특히 성매매 혐의로 붙잡힌 청소년 14명 중 11명, 78.5%가 학교를 그만 두거나, 가출 청소년으로 생활비나 유흥비 마련을 위해 원조교제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이 수치는 경찰의 단속망을 피해 이뤄지는 청소년 성매매 현황으로 실제로는 어느 정도인지 통계조차 없다.

지난 해 가출 청소년이 342명으로 이중 229명이 여자 청소년인 점으로 미뤄 유추하면 대략의 수치가 계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전주 완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안성근 경사는 “가출청소년들이 돈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면서 “또 성매수남을 만나는 방법과 모텔을 지정하는 수법 등이 비슷해 조사해보면 이전에 성매매 건으로 붙잡혀 조사를 받은 아이들의 이름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 문제점은 성매매를 하는 아이들의 ‘성 도덕성’이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는 것이다.

성매매 단속에 걸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듯 웃고 떠드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담배를 가져와 몰래 피우는 경우도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전라북도청소년상담지원센터 현영삼 주임은 “지난해 이뤄진 상담 2225건 중 성매매, 매수 관련 상담이 86건 이었다”면서 “대부분이 친구나 주변 인물을 통해 인터넷으로 원조교제에 접근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청소년 성매매의 근본적 문제 해결 노력보다는 제보와 풍문에 의해 수사를 시작, 성 매수남 검거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지적이 되고 있다.

특히 범죄를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CIMS(범죄정보관리시스템) 프로그램은 ‘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사항에 ‘청소년 성매매’도 통합, 수치 계산을 하고 있어 이 같은 범죄에 대한 적극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한 범죄 예방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학생들과 경찰이 직접 마주칠 일이 없어 청소년 성매매 수사에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면서 “CIMS프로그램은 전국적인 통합관리시스템이기 때문에 본청 차원의 프로그램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 한 지역적으로 독자적 자료 구축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