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성접대 받는 경찰들

여전히 성접대 받는 경찰들
일다|기사입력 2008-01-08 03:49

성매매 시스템으로 인해 피해를 겪는 여성들을 구제하고 도와야 할 경찰들이 성 구매를 하거나, 조사과정에서 여성들의 인권을 오히려 침해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서울 H경찰서 여성청소년계 형사 J씨가 성매매 사건 피의자인 여성을 자신의 술자리에 도우미로 부른 사건이 알려졌다. J형사는 피의자에게 ‘주위에 성매매 사실을 알리겠다’, ‘사건을 잘 해결해 주겠다’는 식으로 회유와 협박을 일삼으며 ‘친구들과 미팅을 주선해달라’, ‘함께 밤낚시 가자’는 등의 요구를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센터 ‘성매매없는 세상 이룸’이 지난 달 발간한 <성매매 관련 수사과정에서의 2차 피해 보고서>에 따르면, J형사 사건 외에도 경찰이 성매매 여성으로부터 술시중과 성 접대를 받은 사례들이 더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형사, 업주와 ‘형님 아우’하며 접대받아

성매매 여성 K씨는 ‘선불금을 갚지 않은 채 일을 그만두었다’는 이유로 업주로부터 사기로 고소당해 유치장에 갇혔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 H경찰서 형사는 K씨를 조사하며 ‘업주와 합의를 보고 다시 가게로 돌아가 일하지 않으면 가중 처벌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K씨는 ‘가중 처벌된다’는 말 때문에 ‘다시 업소로 돌아가 일하겠다’는 각서를 썼고, 업주는 고소를 취하했다. K씨가 다시 업소에 출근했을 때, 사건을 맡았던 형사가 들어와 업주와 ‘형님’, ‘아우’하는 관계로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업주의 지시로 K씨는 형사의 술시중을 들다가 2차까지 나가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런가 하면, 룸살롱에서 일하다 성매매 강요 등으로 업주를 고소한 한 여성은 수사과정에서 예전에 자신이 술 시중을 들었던 경찰이 담당형사가 될까봐 몹시 불안해했다고 한다. 이 여성에 따르면, 하루는 업주가 야유회를 가자고 하면서 여성들을 데리고 나가더니 K경찰서 소속 경찰들과 만나 접대를 하도록 시켰다는 것이다.

‘이룸’의 신동원 활동가는 “실제로 (성매매) 여성들이 경찰과 업주의 유착관계를 본다든가, 경찰을 성 구매자로 맞기도 해” 성매매 여성들 사이에서는 경찰에 대한 불신감이 깊다고 말했다.

신동원 활동가는 이런 이유로 인해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경찰을 신뢰하지 못해 고소 자체를 꺼리고, 또 업주나 경찰을 힘들게 고소해도 지역관할 경찰이 수사를 맡으면 (성매매 여성들은) 불이익을 당할까 봐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경찰 내부에 대한 감사 강화돼야

‘관할 경찰서 수사 원칙’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 이옥선 경장은 ‘(이미) 고소고발 후에는 관할 경찰서가 최우선 수사권을 가지기 때문에, 다른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싶다고 해도 옮길 수 없다’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 지원단체들은 경찰의 성구매 행위와 업주와의 유착비리를 근절할 대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성매매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김고연주 책임연구원은 “경찰 내부 감사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경찰과) 업주의 유착관계를 단절하고, 성매매 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한 경찰 내부의 여성 대책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깽(bouquins)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