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2년차… '2차' 가는 공무원 2배 증가

3월까지 성매매 적발 95명 예년 두배
관련업체 접대 가능성 커… 부패 징후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경찰은 지난달 경남 합천읍 모 여관 인근에서 잠복근무를 하다 합천군청 8급 공무원 2명을 성매매 혐의로 현장에서 붙잡았다. 이들은 건설업자 1명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여관으로 옮겨 술집 여종업원과 성관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합천경찰서 관계자는 "이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사진까지 촬영했다"며 "업자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군청 감사실에 통보할 방침이다.

올해 들어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공무원 수가 예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의 성매매가 단순 탈선이라기보다 관련 업자들의 성 접대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은 부패 징후다. 청와대와 정부가 지난달부터 대대적인 암행 감찰에 착수한 것도 이 같은 징후를 포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성매매로 적발된 공무원 수는 95명이다. 4월부터 시작된 경찰의 성매매업소 특별단속 건수가 포함되지 않았는데도, 석 달만에 지난해 전체 성매매 적발 건수 229명의 40%를 넘어선 것이다.

2004년(101명), 2005년(98명)과 비교하면 벌써 한 해 적발 건수에 근접한 수치다. 이런 추세라면 2006년 204명, 2007년 223명 등으로 꾸준히 늘어온 성매매 적발 공무원 수가 올해 400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접대 문화가 근절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모텔ㆍ여관ㆍ안마시술소 등에서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공무원의 경우, 1차 술자리에 이어 2차로 성 접대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3월 말 청와대 행정관이 성매매를 하다 단속됐을 당시에도 언론에 보도된 뒤에야 경찰이 수사에 나서 이들이 관련 업자로부터 성 접대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성매매 공무원의 급증세는 현 정부가 집권 2년차에 접어들면서 감지되는 공무원의 기강 해이와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 부처 공무원은 "정부 출범 첫 해에 휴일도 없이 근무하면서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자칫 접대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기업체의 접대비 실명제가 폐지돼 음성적인 접대 문화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2004년부터 실시된 접대비 실명제는 기업들이 50만원 이상 접대비 지출시 금액과 목적, 상대방의 상호 등을 기록해 보관하도록 의무화한 것인데,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올해부터 이를 폐지했다.

모 대기업 홍보실 관계자는 "실명제 시절에도 편법으로 접대가 이뤄졌지만, 실명제 폐지로 부담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총리실이 최근 각 부처에 '골프 및 접대 금지령'을 내리고 600여명의 단속팀을 가동해 암행감찰에 나선 것도, 청와대 행정관 사건이 직접적 계기가 됐지만 이같은 밑바닥 이상 징후를 파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단 공직사회는 납작 엎드린 상태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다들 몸을 사리는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고위직들은 접대를 받아도 적발되지 않을 만한 고급 장소에서 받고, 단속에 걸리는 건 어리숙한 중하위직 아니겠냐"고 말했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은 "기업들의 접대 문화상 제재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접대비 실명제를 폐지해 공무원 성 접대가 언제든 활개칠 가능성이 높다"며 "공무원의 성매매 증가는 정부가 스스로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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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9/05/06 03:16:20
수정시간 : 2009/05/06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