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조 깨뜨려 한강 전체 오염시키는 격"

작성자 [뉴스메이커 10-15] 작성일 2004 - 10 - 15 조회수 6

인터뷰/ 김강자 전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매춘과의 전쟁'을 통해 혁혁한 공로를 세운 김강자(58) 전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40년 만에 첫 여성총경으로 탄생해 2000년 종암경찰서장 재임 당시 '미아리 포청천'으로 불리며 미아리를 중심으로 전국 윤락가 정화에 나선 그는, 특히 미성년 성매매를 근절한 일등 공신이다. 또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성매매 여성들을 위해 포주의 각종 횡포를 없애는 데도 앞장섰다. 하지만 2001년 '집창촌 필요성'을 제기, 성매매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온 여성계와 깊은 갈등의 골이 생겼다. 여성계의 안(案)대로 9월 23일 0시를 기해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데 대해 김강자씨는 깊은 우려를 표했다. 김씨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치밀한 준비 없이 시행된 이 법이 결과적으로 인권문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문제를 파생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매매 특별법'이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는가.

"일시적으로 성매매를 위축시키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 법으로 인해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 박탈과 인권유린이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우리나라 매춘은 유형별로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공개형으로 집창촌을 말하고, 나머지 하나는 술집이나 다방, 인터넷이나 보도방 등을 통해 몰래 하는 음성형이다. 집창촌의 공급자(여성종사자)는 대개 생계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수요자(성을 사는 남성)는 결혼 못한 사람, 밀입국자, 홀아비, 장애인 등 대부분 성(性)으로부터 소외되고 돈도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반면 음성형은 여대생, 주부 등 성매매를 안해도 되는 여성이 더 많은 용돈을 위해 그 일을 하는 경우와 집창촌에서 나온 여성이 생계를 위해 일하는 경우가 혼합돼 있다. 원조교제, 출장도우미, 매미부대, 다람쥐부대, 박카스부대 등 음성형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음성적으로 매춘을 하고 수요자는 사회지도층, 상류층도 있다.

문제는 이번에 시행된 성매매 특별법이 가장 먼저 가격하는 것이 공개형인 집창촌이라는 점이다. 집창촌이 깨지면 어떻게 되겠나. 한강의 정화조를 깨뜨려 한강 전체를 오염시키는 것과 같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하는 성매매 여성 대다수가 주택가 등으로 숨어들 것이다.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104개였던 집창촌이 35개로 줄어들면서 나타난 게 바로 전국적인 음성형 성매매 확산이었다. 그 결과는 건전하게 살아야 할 국민의 공간이 오염되는 것인 동시에 인권유린의 확산이다. 얼마 전 경찰에 접수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 신고도 집창촌에서 접수된 것은 9%에 불과했고, 91%가 음성형에서 접수된 것이다. 살인마 유영철에 의해 죽임을 당한 피해여성들 중 상당수도 보도방 여성들 아니었나. 포주뿐만 아니라 이용자에 의한 인권유린도 심각하다. 음성형은 경찰의 단속이 어렵다.

'집창촌은 필요하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는가.

음성형은 뿌리뽑되, 통제가 가능한 집창촌은 한시적으로 놔두면서 차츰 성매매 인구를 줄이자는 얘기다. 여성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은 여성들이 돈을 '쉽게' 벌려고 성매매를 한다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 첫째는 일자리가 없다. 초등학교, 중학교밖에 안 나온 여성이 우리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나. 집창촌 여성은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기본적으로 배운 것이 없고 자기보호능력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린 나이에 아이가 주렁주렁 달린 여성이 벽돌공, 식당종업원 등을 전전하다가 도저히 생계유지가 안돼 이곳으로 흘러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이는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다. 이번 법을 둘러싼 성매매 종사자들의 반대시위가 포주에 의한 것이라고? 천만에다. 사회는 이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지금 성매매특별법은 어떤가. 당장 생계가 막막한 집창촌 여성들에게 건전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나. 그런 대안이 없이 법이 시행됐기 때문에 이 여성들은 음성적인 성매매에 나서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결과적으로 자발적 성매매가 되기 때문에 처벌대상이 되므로, 인권유린이 횡행해도 신고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또한 성으로부터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의 성욕도 인정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한시적 규제주의가 필요하다.

한시적 규제주의는 무엇인가.

윤락에 대해 각국은 금지주의와 비범죄주의, 규제주의 중 하나를 선택, 실시하고 있다. 금지주의인 나라는 우리나라와 대만, 태국, 필리핀 등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 나라에 성매매가 극심하다. 비범죄주의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채택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성에 대한 자기 결정권에 국가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쪽이다. 규제주의는 독일 등에서 실시하고 있다. 집창촌을 잘 관리하고 매매춘이 주택가로 스며드는 걸 철저히 차단하며 집창촌의 여성종사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려 한다. 각종 향락산업이 만연한 우리나라는 비범죄주의를 실시하는 것은 너무 이르고, 지금처럼 금지주의도 인권유린의 문제가 심각해 맞지 않는다. 그래서 한시적 규제주의를 택해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세계적으로 성매매가 없는 나라는 없었다. 조선시대에도 목을 잘라 걸어놓는 처벌을 해도 매춘여성은 있었다. 그럴 바에는 공개적인 집창촌을 제대로 관리하되 교육 등을 통해 성매매 인구를 점차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매매 인구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경찰 단속 이전에 여성부에서 할 일은 유관 기관과 시민단체 등과 함께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잡는 운동과 교육을 해야 한다. 이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통해 매매춘 인구를 줄여야 한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해 놓지 않은 상태에서 말만 앞서는 것은 공허하다. 둘째, 가출여성 등 윤락으로 들어설 수 있는 잠재적 여성이 적지 않다. 이들을 위한 건전한 일자리 창출과 복지,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미 매춘녀가 된 여성들은 탈매춘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상담과 여러 가지 복지, 그리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일자리를 알선해 줘야 한다. 한 예로, 스웨덴은 말뫼지역의 260여 명 매춘여성을 탈매춘시키기 위해 국가와 국민이 매달렸다.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생계를 지원했으며 주택과 의료시설을 지원해 그중 70% 가량이 탈매춘에 성공했다. 그들은 그와 같은 실질적 지원을 통해 많은 여성을 매춘으로부터 빠져나오게 했지만 우리나라는 어떤 준비가 돼 있는지 여성부와 여성단체에 되묻고 싶다. 현재 1백만 명 이상인 성매매 종사자들에 대한 대책은 뭔가. 전혀 없다. 설령 준비돼 있다 해도 현재 예산과 경찰인력, 매춘인구로 보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매춘과 전쟁을 하려면 전략을 세워 단계적으로 해야지 무모하게 크게 벌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 이번 법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여성부나 여성단체와 의견 조율을 한 적이 없는가.

말이 통하지 않는다. 2001년 집창촌의 필요성을 주장한 후 나에 대한 여성계의 반감이 거세다. 심지어 내가 서울대에서 강의할 때 조배숙 의원 등 여당 여성의원과 여성단체 인사들이 몰려와 항의한 적도 있다. 매춘과 전쟁을 벌이면서 많은 비리경찰이 옷을 벗게 돼 나는 경찰조직에서도 미운털이 박혔다. 하지만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여성부에, '포주만 욕할 게 아니라 인권침해가 일어나도록 감독을 소홀히 했던 것'을 먼저 반성하라고 말하고 싶다. 여성부가 주관부처 아닌가.

이번 성매매 특별법과 관련해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2002년에 미성년 성매매 근절과 매춘녀들에 대한 인권유린 방지를 위한 비디오를 만들어 학계와 시민단체에 배포하려고 했다. 하지만 여성계의 반발로 좌절됐다. 난 매춘여성들의 실질적인 인권보호를 위해 일할 것이고, 매춘여성들과 연대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것이다. 일차적으로 비디오 작업을 재개할 것이고, 내년에는 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밝힐 수 없다.

글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