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방지법 부정적 측면도 검토해야”

“성매매방지법 부정적 측면도 검토해야”

2005-11-15 한겨레 행복한 마을

“인간의 삶은 불평등합니다.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나는 일이 인간의 당연한 욕구인데도, 각국은 자본과 상품의 이동은 장려하면서 노동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은 막고 있죠. 이것이 인신매매를 부추기는 근본 원인입니다.”

인신매매범죄 분야의 국제적인 전문가 앤 겔리거가 여성가족부와 법무부가 14~15일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연 ‘국제 인신매매방지 전문가 회의’ 참석차 13일 한국을 찾았다.

14일 회의 개막을 알리는 기조연설자로 나선 그는 “특히 아시아 국가에서 인신매매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며 “태국은 인신매매의 허브로 송출국, 도착지, 경유지이며 호주는 도착지, 라오스는 송출국”이라고 아시아의 인신매매 실태를 밝혔다.

그는 인신매매가 기소와 처벌이 대단히 힘든 대표적 범죄라고 설명했다. “피해자의 증언이 쉽지 않은 이유는 불법 이주 혐의를 받아 추방될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피해자에 대한 인센티브제가 미리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각국의 허술한 사법체계에 비해 인신매매범 조직은 고도의 상술과 두뇌플레이로 이익을 따라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신매매사범들은 피해자들의 용도를 따지지 않습니다. 전통적으로 인신매매는 성매매에 국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인신매매는 국제결혼 등 피해자를 착취해서 이득이 생기는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인신매매와 관련해 사법 처벌의 범주를 넓히는 실례로 그는 한국의 성매매방지법을 들었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인신매매적 성매매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했고, 성매매 여성의 구제와 더불어 성구매자도 함께 처벌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전향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중요한 건 (한국이) 전쟁의 초반부에 있다는 것”이라며 “혹시나 (성매매방지법의) 부정적인 측면은 없는지, 이 범죄가 다른 나라로 이동하고 있는 건 아닌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겔리거는 7년 전부터 태국에 머물며 인권 및 인신매매범죄 분야의 전문 국제변호사로 일해왔으며 지난 2003년부터는 아시아 지역협력기구인 아세안이 시행하고 있는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아시아지역협력 프로젝트’(ARCPPT)의 총책임을 맡기도 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