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피해여성 돕는 활동가 지원 나선 강지원 이사장

성매매 피해여성 돕는 활동가 지원 나선 강지원 이사장
“한국 남성들 연애하는 법부터 배워야”

2005-11-24 한겨레
이유진 기자

“성매매 피해여성을 돕는 활동가들은 지금까지 외롭게 싸워왔습니다. 언제나 새로운 문화가 형성될 때는 기존의 부패한 세력들의 저항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거든요. 지친 성매매 활동가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재충전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합니다.”
25일 문을 여는 ‘여성인권 중앙지원센터 종이학’ 개소 준비에 바쁜 강지원 ‘(사)여성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여인지사) 이사장을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운동 에스케이허브빌딩 사무실에서 만났다. ‘종이학’은 성매매 피해여성을 돕는 시설이나 개인을 지원하는 단체로 지난달 출범한 ‘여인지사’의 첫 사업이다.

“성매매 피해자에 균질적인 서비스가 이뤄지고, 활동가들 사이의 소통이 원활해지도록 돕고자 합니다.”

강 이사장은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성매매 피해여성을 돕는 시설들 사이의 종합 연계망 구축, 성매매피해 상담원 양성교육, 활동가 교육매뉴얼 작성, 탈 성매매여성 자활프로그램 개발·보급 등이 ‘종이학’의 사업 내용들이다.

그는 성매매나 성폭력 문제의 원인을 “우리나라 남성들이 빠져 있는 힘의 논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남성들은 여성을 ‘사귐의 대상’으로 접근하지 않거든요. 힘으로 여성과 관계 맺으려고 하죠. 힘에는 주먹과 돈이 있는데 주먹의 힘은 성폭력을 의미하고, 돈의 힘은 성산업이나 성매매로 나타납니다. 남녀 관계를 맺는 데 훈련이 필요한 겁니다.”

지난 97년부터 이른바 ‘원조교제 사범 신상공개법’으로 잘 알려진 청소년성매매에관한법률 제정에 힘을 쏟는 등 청소년 문제와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반발과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는 긴 호흡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어차피 근절되기 힘들고, 서서히 변화시키고 축소시켜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뒤에도 기소율이 여전히 낮은 점에 대해선 할 말이 있는 듯했다.

“판·검사들이 성매매업소 업주들에 대한 처벌을 관대하게 했다고 봅니다. 업주는 성착취의 주범입니다. 법조인이라면 피해자의 고통과 눈물에 눈길을 더 줘야 해요. 법과 제도를 다루는 사람들도 인권감수성 훈련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센터의 상징을 ‘종이학’으로 한 것은 성매매를 여성 인권의 측면에서 접근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지난 2000년 군산시 대명동 성매매업소 집결지 화재참사 현장을 비롯해 성매매업소 화재현장에선 어김 없이 종이학이 발견되곤 했다. 현실에 대한 불안이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아 종이학을 접었을 그런 여성들이 사라질 때까지 강 이사장은 늘 그들곁에 머물 ‘종이학’을 접겠다고 한다.

“종이학, 근사하지 않아요? 벌써 많이 접어놨어요. 이제 이 학을 여성인권의 상징, 도약의 상징이 되도록 만들 겁니다.”

이 센터는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전 사무총장이 소장을, 정미례 전 전북성매매여성인권지원센터소장이 팀장을 맡았으며 14명의 현장 활동가가 함께 일한다.(02)3210-1060.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