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06 이룸공부방 1기 4회차 후기 by.소윤

180906 이룸공부방 1기 4회차 후기 by.소윤


이룸 공부방 네번째 모임의 주제는 ‘소수자 성매매’였다. 나는 이번 주제가 굉장히 기다려졌는데, 그 이유는 지난 7월 서울퀴어문화축제 부스참가 준비를 하며 시작된 고민 때문이었다. 당시 부스참가를 앞두고 주변 친구들한테 “나 이룸 부스 참여하니까 놀러와!”라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긴했으나, ‘성매매문제’와 ‘성소수자인권’이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지 설명하려니 어딘가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참고할만한 자료를 찾아보던 중 오마이뉴스에 이룸이 연속기고했던 기획기사(‘새로고침 F5: 성매매 다시 생각하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총 다섯편의 연재글 중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기사는 MTF 트랜스젠더의 성판매 경험을 중심으로 성판매자이면서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복합차별’의 현실을 다루는 글이었다.

MTF트랜스젠더 성판매여성들이 경험하는 복합차별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었다. 기사에 의하면, “MTF 트랜스젠더의 다수는 주민등록 변경이 되지 않으면 취직 활동이 어렵다. 성전환 수술비 마련과 생계를 위해 대다수의 MTF트랜스젠더가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트랜스젠더바에 취직하는 것도 경쟁이 심하고 취직한다 하더라도 나이가 들면 젊은 MTF에게 밀려나기도 한다.” 실제로 2001년-2006년 사이 성전환수술을 완료한 105명을 대상으로 직업현황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MTF트랜스젠더의 90프로가 유흥업에 종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MTF 트랜스젠더의 경우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매우 제한되어있으며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선택지가 성산업-성매매라는, 강요된 현실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이번에 이룸공부방에서 함께 읽은 자료집(‘소수자 성매매 포럼 자료집(2014)’과 후기)에는 위와 같은 현실의 문제점을 좀더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는 연구결과가 포함되어 있었다. 자료집은 “‘성적소수 자이면서 성판매자인 사람들에게 성매매는 무엇인지, 어떤 맥락과 어떤 감정을 경험하게 하는 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성판매자로서 게이, 레즈비언 그리고 트랜스젠더의 삶에 대한 질적연구결과’를 소개한다. 우리의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제기되었던 쟁점과 질문을 기억나는대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성구매자의 비율 중 ‘여성의 성을 구매하고자하는 시스젠더 이성애자 남성’이 압도적이고, 여성의 몸을 교환-거래대상으로 만들어온 남성중심적 경제 시스템이 뿌리깊게 자리잡은 한국사회에서, ‘소수자 성매매’를 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성구매자가 시스젠더-이성애자 남성이 아닐때, 그들이 구매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의 내용(남성간 성매매에서 삽입이 아닌 사정이 중심이 된다거나, 남성간 성매매에서 판매자는 ‘성적 대상’이 될뿐 대상화 되지는 않는다는 점, 여성간 성매매에서 펨/부치관계가 판매/구매관계와 대응되지 않는다거나, 트랜스젠더 성구매가 여성성을 체현하는 외모+남성 외성기를 동시에 성적 욕망/판타지/페티쉬로 구성한다거나 하는 지점)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한편으로, 성판매자의 성별정체성, 성적지향성에 따라서 ‘일반 성매매/소수자 성매매’라는 경계를 구분짓는 것이라면, 이러한 경계 구분은 은연중에 성판매자로서 성소수자의 삶을 ‘예외적인 것’, ‘특수한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성판매자로서 성소수자 내부에서 발견되는 경험의 차이와 이질성(폭력과 위험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방식,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의미화 하는 방식 등)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일반 성매매/소수자 성매매’라는 이분법으로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는, 복잡하고 모순적인 현실의 어떤 순간들을 우리는 어떻게 기록하고, 또한 ‘정치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토론이 끝나고 나누었던 대화들도 기억에 남는다. 대부분 이론과 삶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중요한건 구체적인 ‘현장’에서 ‘지금, 여기’를 살만한 삶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이론의 권위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실을 이론에 끼워맞추려는 시도야말로 인식론적 폭력이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룸 공부방에 참여할때마다 느끼는 사실이지만, 정말이지 ‘답도 없는 질문’들은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렇게 한 가지 방향으로 결론나지 않는 답변과 불확실한 의문들이 오고가는 상황이 불편하지가 않다.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왜냐하면, 이룸 공부방에는 누구 한명 나서서 논쟁을 ‘종결’하려고 하거나 질문이 벌려놓은 틈을 ‘봉합’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너는 왜 나만큼 이해하지 못했냐’며 답답해하는 사람도 없고, ‘너는 뭐 그런걸 물어봐?’라며 눈치주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마음이 편하다. ‘다음달에 만나요’라는 인사가 ‘말뿐인 말’이 아닐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인 이유다.

ps. 발제문 쓰느라 고생한 혜진님과 토론내용 정리해준 별님, 모두 감사해요!

이룸공부방

[활동한꼭지] 반성매매 여성단체가 왜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할까요? _별

0.

올해는 이룸이 퀴퍼에 부스를 차리고야 말았습니다.

이룸 총회로부터, 3.8 여성대회-노동절-경의선공유지-국민대학교-여성영화제-인권영화제-여성학회를 지나 대망의 서울퀴퍼까지

청량리 언니들이 이룸을 어디까지 데려갈지 모르겠네요.

 

1.

성매매 현장을 거점으로 삼는 여성주의 활동 단체가 왜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할까요.

한국사회의 성별이분법적, 이성애중심적, 가부장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이 퀴어 공동체의 정의인 한

전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만한 규모의, 모두의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국 성산업 구조에 대한 퀴어 나름의 관점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봅니다.

그 여정에서 한국의 상징적인 성산업 공간인 ‘청량리 집결지’, 그중에서도 쪽방의 성매매 여성 8인과 퀴어간 연대를 모색하는 건 꽤 멋진 일이죠?

폭염에도 불구, 집에서 빈혈약을 챙겨먹었다는 갱상도  언니가 든든하게도 부스를 응원하러 방문해주셨습니다.

언니의 존재는 참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지요.

 

“여기 있으니까네~ 내가 젊어지는 것 같다아~”

– 드랙퀸 보리의 무대를 본 뒤 돌아오면서 외친 갱상도 언니의 한마디

“안에(서울광장 내) 있는 사람들(퀴어문화축제 참여자들)이 짠하드마~

일년에 한번하는데. 밖에서 훼방을 하고… 하루정도는 봐주지~ 거 눈에 안보이니 살~벌한거 있지.

그렇게까지 헐 필요가 있나 싶다. 저 사람들은 자식이 안에 있는 사람이라면 저렇지 않았을 거라고.”

– 부스 뒷풀이에서 나눈 갱상도 언니의 소감

 

 

 

저어기 이룸 깃발이 보인다
레모네이드 한잔 하세요~!
레모네이드 최고!!
넘나 예쁜 후원 리워드
포토 바이 김터울 1
포토 바이 김터울 2
홍보 1등 공신 예지

2.

지난 수년간 청량리 집결지는 공권력과 토건자본, 토착 조폭/업주 세력의 트라이앵글이 만들어내는 지형속에서 역동했습니다.

‘불량언니’ 들이 있던, (물리적 공간의 ‘폐쇄’ 이후에도) 여전히 있는 장소가 바로 그곳이지요.

이 장소를 거칠게 포착하는 몇개의 단어들만을 실마리 삼아 이 미궁 속을 응시하고 환대해준 퀴퍼의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

이 접촉과 지각이 제스스로 살아 움직여 언젠가 예기치 못할 결과를 낳으리라 생각합니다.

 

청량리 지도를 따라 각각의 장소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붙였어요

 

3.

우리는 전쟁에, 학벌에, 원자력 발전소에, 살인적인 노동과, 출신 국가 및 인종에 의한 차별, 젠더에 기반한 모든 폭력에 반대합니다.

저에게 퀴어문화축제는 각자의 정체성과 함께 늘 이런 종류의 지향과 가치, 신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기억합니다.

그중 성산업에 반대하는 움직임은 곧잘 성판매를 하고 있는 사람들-특히 퀴어들-에 대한 낙인과 등치되며 공론장에 입장할 지위를 잃고 무마되어버립니다.

퀴어의 이름으로 ‘당연히 반대해야할 것들의 목록’에서 성산업은 쉽게 제외되죠.

그건 그만큼 성산업이 복잡한 해석을 요구하는 현장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해석을 함께 써나갈 퀴어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 역시 이룸이 축제로 간 동력이었던 듯 해요.

이룸의 신념은 성판매를 하고 있는 퀴어들의 삶에 대한 지지가 성산업에 반대하는 것과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 (혹은 모순되어도 좋다는 것, 모순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것)

모든 종류의 성산업에 대한 비판적 성찰적 활동 없이는 퀴어들을 소모하고 구조화하는 성적 착취와 폭력, 억압의 시스템에 복무하게 되어 버린다는 현장의 앎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캠페인에 기꺼이 참여해준 퀴퍼의 아름다운 얼굴들을 벗삼아 이룸은 더 풍부하고 날카로운 활동을 꿈꿔보렵니다. (기왕이면 야근없이 ㅎ)

 

 

4.

부스일을 하느라 계속 광장의 한 자리에서 머물러보니, 혐오세력의 소음공해는 정말 심각한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더라구요.

이 소음에 맞서 ‘성산업 다망해라’ ‘불량언니작업장 흥해라’ 강강술래를 했어요. 카타르시스가 뿜뿜!!

‘조이스와 친구들’ 이 와서 하얗고 멋진 옷과 악기들로 강강술래를 가능케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담당자가 가사를 어찌나 잘썼는지 ㅎ 한번으로는 아쉬워서 청량리에서도 하고, 하반기 방문해보고픈 평택 미군기지에서도 하고, 여기저기서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5.

행진도 했고요.

가자 용사들이여
얼쑤덜쑤

 

6.

부스에서 자원활동을 해준 은별, 의정, 소윤, 유결, 예지에게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예지님과 소윤님은 축제 참여를 앞두고 퀴어 그리고 성매매를 고민하는 글을 써주시기도 했어요. 읽어보시라고 붙입니다. (어쩜 이리 다들 글을 잘쓰는지요. 행보케~)

○ 예지, 2018년 5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 소윤, 트랜스젠더 성판매에 대한 이룸의 글을 읽고

 

부스를 응원하러 들렀다가 어느새 일하고 있던 (응?) “피아노학원”의 멤버들과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자들, 또 많은 이룸의 친구들에게 감사합니다.

불량언니 그리고 이룸을 기꺼이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레몬청이 맛이 있기를, 수세미와 텀블러 파우치와 비누들이 생활 속에서 잘 사용되기를 바랍니다.

 

이토록 멋진 축제를 만들어준 서울퀴어문화축제 기획단에게 또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아직 후원이 종료되기 전이라고 하니까요, 축제에 기여할 기회를 놓치지 말고 후원해보아요.

 

그럼, 내년 퀴퍼때는 이태원과 트랜스젠더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해보면 어떨까 하는 기획을 벌써 하면서 ㅋㅋㅋ (진짜 하겠다는 말은 아..아닙니다) (뽑아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

또 만나요! 하하하!

 

불량언니 작업장

[번역모임] 4회차 ‘단순히 일한다.’ 는 수사를 붙들어보았습니다.

[on the game 읽기] ‘단순히 일한다.’는 수사를 붙들어보았습니다.

 

유나

 

 

2장 simply work를 읽었습니다.

 

저자 소피데이는 성노동자들이 나는 그저 ‘단순히 일하는 것’이라 말할 때 이 ‘단순히 일한다(simply work)’는 수사의 맥락을 탐색한다. 연구 참여자인 성노동자들은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여 이것은 ‘일’에 불과하므로 ‘일’로서 보호받아야 할 영역, 저 ‘사생활’은 ‘사생활’대로 보호받아야 할 영역이라 ‘주장’한다. 다른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우리도 출퇴근을 하고 공과 사가 분리되며 이 일(성매매)은 단순히 공적인 일일 뿐이라는 설명은 성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오히려 무시하고 혐오하는 낙인에 대항하는 전략이다. 그리고 소피 데이는 이러한 성노동자들의 이분법 전략이 인간을 두 부분(밖과 안, 몸과 정신, 중심과 주변, 공과 사… 남성과 여성까지)으로 구분해 온 전통적인 관념과 상통하며 이에 기대어 있고, 이를 강화하는 데에 일조한다는 분석으로 나아간다.

 

성노동자는 공사분리 전략으로 이 일을 설명함과 더불어 이 전략을 스스로에게도 엄격하게 적용한다. 공과 사는 어떻게든 차이가 있어야 하기에 대조점들은 필수적이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사고하고 행동하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공과 사의 이분법은 ‘자연스럽고’ ‘당연’하니까. 직장에서의 일을 집으로 끌고 오면 안 되고, 집안일을 시끄럽게 떠들면 안 된다. 일로 만나는 관계와 사적 관계를 섞어버리면 미성숙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책에는 사회의 낙인을 피하고 ‘인정’받기 위한 성노동자들의 대조점 만들기 전략이 길게 서술된다. 손님과는 콘돔을 끼기 때문에 사적 관계에서는 절대 콘돔을 끼지 않는다거나, 심할 정도로 씻는다거나, 끊임없이 세탁을 하고 냄새를 제거하는 등 소독행위에 집중한다거나…. 낯설지 않다. 이룸의 내담자들에게 자주 들어 온 전략들이다.

 

영국과 한국의 성산업의 형태, 법 제도의 차이를 넘어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별의 차이와 무관하게 성판매자들은 자신의 일에서 구분하기 전략을 사용한다. 소피데이는 위생, 청결에 집중하는 전략 이외에도 상업적이고 공적인 성노동에 감정‧쾌락을 전혀 섞지 않기, 상업적인 섹스 상대와 개인 섹스 상대의 인종, 성별 등을 분리하기, 오럴‧키스‧삽입‧애널 중 상업적인 섹스에서 하는 행위는 개인적인 섹스에서 하지 않기 등을 나열한다. 이 역시 성판매경험여성들로부터 흔히 들을 수 있는 구분하기 전략들이다. ‘성적소수자 성매매 연구보고서’에서 남성으로서 남성을 상대로 성판매를 했던 인터뷰 참여자 중 1인은 성매매를 지속하는 과정 중에는 절대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를 이 공간과 행위로부터 구분하는 온갖 전략과 애씀은 성판매자들의 ‘해리’현상과 중첩된다. ‘여기서 20년 넘게 있었지만 우리 사이는 여기서 나가면 끝이야.’라고 단언했던 청량리 집결지 여성의 목소리가 겹쳐진다. 공사 구분이 명확할수록 사회적 가면을 많이 자주 쓰게 되고 그럴수록 심리적 불균형이 따라온다. 실상 명확할 수 없는 영역을 의도적으로 구분하려할수록 인간은 아프다.

 

공/사는 무얼까? 집은 사적인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집, 가족이라는 공간은 공적 영역과 또렷이 구분되지 않는다. 공적인 영역을 창출하기 위해 사적인 영역을 만들어낸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에서 마리아미즈는 자본주의는 ‘자유’임금노동자와 자본과의 관계만으로 유지되지 않고 언제나 ‘식민지’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한다. 소피 데이 역시 마르크스의 생산/재생산 구분이 공/사 구분의 유구한 전통에 기대고 있다 말한다. 이 유구한 전통의 이분법을 깨는 존재 중 하나가 성판매자이다. 사적인 ‘성’을 파는 행위는 공적인 경제와 사적인 사회관계의 구분을 당황스럽게 한다. 그 구분을 오염시키고 교란시키는 자. 성노동자는 성노동을 향한 사회적 낙인과 혐오, 몰인정을 돌파하고자 ‘이것은 단순한 일’이라고 말하지만 이분법 자체를 돌파하지 않고 이 두 구분을 답습하는 한 절대 ‘단순한 일’은 없다. ‘단순한 일’의 영토를 구축하기 위한 공/사 구분하기 전략이 성노동자 스스로를 겨누는 창이 되어 버린다. 물론 이는 성노동자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공사구분을 요구받고 역할로 살아가기를 권유받는 현대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 허황된 투 트랙에 갇혀있기는 매 한가지이고, 매 순간 대조점을 기준으로 공과 사를 구분하기는 불가능한 과제이다.

 

직접적인 신체 간의 대면행위로서 성매매가 성판매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염려가 있다. 소피 데이 말처럼 몸은 단순히 고정된 장소가 아니다. 몸이 중성적인 멸균 상태의 죽어있는 공간이라면 연구 참여자들은 그렇게까지 자신의 몸을 소독하고 청결하게 유지하고 정액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콘돔을 이중으로 착용하고, 그러고 나서도 불안하여 필요 이상으로 세척해야 할 이유가 없다. ‘몸’은 끊임없는 순환과 교환을 통해 매 순간 새롭게 만들어지고 그런 ‘몸’이기에 ‘몸’이 교환되는 성매매 현장에서 성노동자들의 불안은 계속 된다.

 

몸이 그렇다면 ‘감정’은 또 어떠한가? [친밀성의 거래]에서 비비아나 A. 젤라이저는 감정 중 하나인 친밀성이 경제활동에서 혼합되어 온, 그러나 그 둘을 자의적이고 주관적으로 구분하려 애쓴 역사를 훑으며 친밀함과 경제는 서로를 훼손하기 보단 서로를 촉진하고 상호보완이 가능하다 분석한다. 비비아나 A. 젤라이저의 적대적인, 그러나 허구에 기반한 돈과 친밀감 두 영역의 구분과 유지해야 하는 사회의 의도로부터 만들어진 화폐화 된 사회관계에 대한 비난과 두려움에 대한 지적은 소피 데이의 공사구분에 대한 지적과 통한다.

 

나는 두 사람의 공통된 지적에 동의한다. 그리고 간병/가사노동/결혼/돌봄노동/성노동 등 자본의 끊임없는 확장과 상품화, 삶이 임금자본관계에 포섭되는 흐름을 경계하고 날 세워 비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피데이는 공/사구분에 기댄 성노동자들의 ‘단순히 일하기’ 맥락을 밝힘으로써 어느 방향으로 나아갔을까?

 

‘simply work’를 붙들어보았듯 ‘여기서 계속 일하게 하라.’를 붙들어보고 싶다. [on the game] 읽기는 이룸이 2018년 상반기를 청량리 재개발 토론회, 청량리 여성들과 함께 하는 작업장 구축, 청량리 집결지 기록화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잠시 중단될 예정이다. [on the game]을 읽을 때면 재차 다짐하게 되는 사건의 역사적인 맥락 살피기, 당연히 여겼던 이분법 경계하기, 내 안의 ‘자연스러움’ 의심하기라는 태도를 벗 삼아 청량리 재개발 관련된 사업들에 임해야지. 그 이후 하반기에 다시 시작 될 on the game 읽기가 더 기대된다.

활동

[번역모임] 3회 후기

Sophie day 의 ‘On the game : Woman and Sex Work'(2007) 번역 모임 3회 후기

 

저자 소피데이는 이번 파트에서 자신이 클리닉에서 만난 성판매 여성 2명의 서사를 간단히 소개합니다. 대개 사회적 낙인으로 인하여 성매매경험을 생애 초기 외상사건으로 인한 자학심리로 인하여 나쁜 길로 유입된 개인적인 문제로 이야기 된다는 점(청량리 반상회에서 한 언니가 ‘우리 팔자’라고 했던 여러 버전의 말들이 스치네요.), 여성들이 성매매를 일상에서 계속 분리시키는 전략, 구매자와 마주치면서 생긴 두려움을 이야기하며 성매매 경험은 극복되어야 할 ‘개인의 과거’ 문제로 인식되는 패턴, 그로 인하여 오히려 저자는 여성들과 성매매 경험과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하지 못하였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여성들의 극복이나 성공서사로는 ‘종속된 부분’에 대한 정치적인 해석이 어려워지는 문제를 언급합니다.

 

그러면서 의료인류학 연구자로서 개별 서사, 일화, 사례에 ‘다양한 문맥적 장치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연구에서 개인적 서사/진술이 과잉 일반화되는 문제를 경계하는 연구 논의들을 언급하며, 민속지학에서 개인 서사와 참여한 사람들의 상호작용, 문제의 변화 등을 재현하기 위하여 사회적 해석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개인 진술에 대한 복합적인 해석의 가능성과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해석은 말하는 자와 듣는 자의 상호작용의 결과(데이터)이며, 해석에는 듣는 자의 존재 그 자체와 이차적인 개입, 작용, 반응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소피데이는 여성들의 서사에 대한 역사를 조사하거나 반복하여 만나 신뢰를 쌓고, 클리닉 외의 공간에서 여성들을 만나오지 못했던 과정으로 인하여, 연구에 서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없었던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를 하게 됩니다.

 

이러한 1990년대 초반 경험 이후 소피데이는 1997년에 다시 클리닉에 와 에이즈가 이전에 비하여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성판매 여성에 대한 낙인이 여전한 사회, 이주여성으로 성산업이 재편된 현실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소피데이는 과거에 만난 여성들에게 관심을 두고 다시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상호 이해와 역사를 공유한 감각을 ‘시간성’이라는 개념으로 소개하며, 이것이 자신의 연구에서 본질적인 부분이라 언급합니다.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로의 관계와 더불어 동시대의 정치경제적 장 속에서 어떻게 서로 상호간 연루되어 왔는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또한 저자는 연구자로 타인의 삶에 참여하기 위하여 친밀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루머들은 이와 같은 내용을 읽으면서 소수성을 가진 타자에 대한 연구, 타자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과정에서의 성찰과 윤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겼던 것 같습니다. 이룸의 상담현장에서 성매매 경험 당사자를 지속하여 만나면서, 지원활동 외에도 상호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나 사업 등 다양한 일종의 사회적 해석/가시화하는 작업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제도적인 지원에 국한되기보다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가령 청량리 반상회를 하면서 오랜 시간 언니들과 지속하여 만나며 이야기를 나눌 때나 이태원 아웃리치를 나갈 때, 청량리 재개발이 한창 일 때 별별신문을 기획할 때 순간순간 무엇으로 어떻게 당사자와 소통할 것인지 고민하게 되기도 하고요.

 

언니들을 타자화하지 않는 방식으로 잘 관계 맺고 신뢰를 구축하며 만날 수 있을까는 일상적인 이루머들의 고민이자 무게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루머 유나의 말대로 ‘남의 밭에서 몸을 조심’하게 되거나 ‘마음이 쫄리는 순간’을 계속 품을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하나 싶습니다.

 

이렇게 개별적인 관계를 잘 구축함과 동시에 언니들의 서사 속에서 정치와 구조적 힘을 읽어내고, 성매매에 대한 다양한 의제들을 발굴하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성매매에 대한 관심과 소통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이루머들의 바람을 전하며 후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다음 번역 모임 후기에서 만나요~~~~

 

 

활동이야기

[번역모임] 2회기 후기

on the game 번역모임 2회기 후기_유나

on the game 중 1장 A London Clinic: Anthropology and health 중 일부를 함께 읽었습니다. 날아가 버린 기억력을 붙들고 최대한 적어보려 노력했는데.. 글이 한 번 날아갔어요.. 다음 모임부터는 꼭 처음부터 속기를 하고 이루머들 같이 읽으며 쌓인 고민과 의견을 제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엉엉…..

서문에서 보았듯이 영국 런던은 1984-5년부터 성판매여성은 등록되어야만 하고, 검진을 받아야만 했다고 합니다. 저자 소피데이는 에이즈의 주위험군으로 간주되어 위험한 통제의 대상이 되어버린 런던 성노동자들이 정말 hiv를 갖고 있고 전염시키는 위험군인 것인지 그 전제 자체에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사생활을 보호한다고 하면서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클리닉의 기록을 요청할 수 있고 감염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여성들을 따로 분류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에 따라 은연중에 진료 받으러 온 이들 중 성판매자임이 드러나는 상황, 감염이 될 경우 환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파트너에게 알리게 되어 있는 규칙… 들의 모순을 지적합니다. 왜 감염되지 않은 여성들도 성판매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그 검사의 과정이 과연 이 여성들의 건강을 위한 것인지 여성들을 관리함으로써 타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를 질문하지요. 소피 데이가 묘사한 클리닉의 모습들은 검사와 관리의 목적이 전적으로 후자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담당 의료진의 퇴사 후 진료 받는 환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다른 의사에게 인계되는 과정에서도 소피데이는 질문합니다. 만일 이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자였다면? 그래도 이런 조치가 취해졌을까?

정말 여성들의 건강을 염려한 조치라면 오랫동안 진료 받아온 의사의 퇴사를 미리 알리고 해당 의사에게 계속 진료를 받거나 다른 의료진을 택할 권한을 여성에게 주어야 했겠죠. 그러나 클리닉은 그러한 과정을 생략합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유흥업소 종사 여성의 성병검사는 그 자체로 모순덩어리지만 (한국은 영국 런던과 달리 모든 성매매가 불법이고 유흥업소는 그 불법인 성매매가 없다는 이유로 합법인 공간이죠. 성매매 단속하겠다고 함정단속 유지하는 그런 나라 한국에서 성매매 안 하는 유흥업소 종사자의 성병을 관리한다니.. 모순!!) 모든 걸 차치하고 나서라도 유흥업소 종사자들에게 필수인 3개월마다의 성병검진은 여성들의 건강을 위한 조치가 아닙니다. 성매개 전염병의 매개로서 이들을 국가가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조치이지요. 건강을 위한 조치라면 업소 대기실 한 켠에 보건증 이모가 와서 검사를 한다거나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성병검사만 하는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됩니다. 20세기 런던의 정책과 21세기 한국의 정책이 겹쳐지네요.

한편 소피데이의 중요한 질문, ‘정말 런던 성노동자들은 위험군인가?’에 이루머들은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최근 보도된 기사들의 잘못된 방향과 별개로 정말 이룸에서는 질문이 생겼거든요. 진짜 유난히 한국의 성매매 현장에 HIV/AIDS감염이 빗발치는가? 정말 성산업은 HIV/AIDS감염의 위험공간인가? 이러한 기사들을 접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남성들, 그리고 성판매 여성들의 감각은 현실적인 감각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 이유는 이룸의 상담지원내용 중 매독, HPV바이러스 감염, 자궁관련 질환 등 각종 다양한 성매개 질환은 찾아볼 수 있어도 HIV/AIDS감염은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룸의 상담이 전체 성매매피해지원상담의 일부이고 실제로 감염되더라도 여성들이 성매매상담소를 찾아오기 보다는 다른 공간을 찾아갈 확률이 높을 수도 있겠지만.. 성매매과정에서 발생한 질병에 대해 치료비를 지원한다는 말이 실질적으로 잘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인지 실제로 ‘의료지원’을 첫째 지원욕구로 안고 오는 여성들은 많지는 않긴 한데…. 이러한 조건들을 고려해본다 해도 어떻게 이렇게 지원사례가 적을 수 있나…. 흠… 기사가 난 뒤 에이즈 검사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긴 하는데 이건 기사의 영향인 것 같고요… 그래서 한국 성산업과 에이즈 관련된 정확한 데이터들을 찾아보고 더 공부해야겠다는 의지도 나눴습니다. 이룸 내담자 한 분은 괜히 만만한 성매매 여성 건드리는 거라고 말씀하셨지요. 정말 그런 건지 앞으로 알아보겠어요.

HIV/AIDS 공부하라는 계시인지 늦춰진 번역모임 덕에 에이즈에 대한 혐오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들을 읽었던 터라 좀 더 풍부한 논의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다음 번역모임까지 안녕~~

 

 

활동이야기

[번역모임] 1회 후기

이룸의 세미나 번역모임 오늘 재개하였습니다 ^×^

Sophie day 의 <On the game : Woman and Sex Work> (2007) 서문 “public woman” 을 읽었어요.
이루머들의 짧은 영어로 ㅋㅋ 읽었습니다 두둥

서문에서는… 19~20세기 영국에서 “public woman” 의 구성에 관여한 의료와 법정책을 중심으로 이 용어에 함축된 공과 사의 구분이 다루어졌어요. 저희는 또 공적인 성매매는 모고 사적인 성매매는 모냐… 에서부터 각종 토론을 했지요. 활동력 수혈.

다양한 자료들을 비판적 성찰적으로 읽으며, 가부장제 자본주의 구조와 결탁한 성산업의 실체와 그속에서 성판매여성이 감당해야하는 딜레마들을 드러낼수있는 운동의 언어를 모색중입니다. 쭉~~~

2주 후에는 1장을 읽을거에요. (다짐)
경험당사자 레이첼 모랜의 저서 등도 읽을 계획!
그외 이룸이 읽어줬으면 하는 책 추천 환영합니다 

이미지: 사람 1명, 앉아 있는 중, 테이블,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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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이야기

<일탈> 첫번째 후기

<일탈> 세미나 첫번째 후기_별

"현재에 관해 사유할 수 있다면 우리가 가진 지적인 도구를 모두 사용해야 한다."

 
현재를 사유하기 위하여 게일 루빈의 <일탈> 서문부터 2장까지를 함께 읽었습니다.
 
2016년 한국의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이 책은 왜 이렇게 핫한걸까요. 이 책을 출처로 한 말들로 성매매를 논할 때, 그 말들 사이에 감추어진 행간과 의도는 무엇일까요. 페미니즘, 성매매, 퀴어,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현재의 지형 속에서 이러한 질문들을 끌어 안고 일단 읽기를 시작하였습니다.
 
1, 2장의 내용상, 저자가 '가부장제'의 상정 및 이에 기반한 '반포르노그라피 정치'를 비판함으로서 펼치고자 했던 저자의 정치는 과연 무엇이었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졌습니다. 서문부터 2장까지의 내용만으로는 쉽사리 감이 잡히지 않았고 의구심이 더해갔습니다. 에마 골드먼이 <여성거래>에서 "매춘의 인과론", "여성이 거래되는 진짜 원인", "여성의 경제적 기회와 사회적 영향력을 제약하는 (일상적) 조건들을 고심"하자고 했던 이야기는 저자에게서 "반성매매, 반포르노그라피 여성 운동은 보수주의 우파 정치이다, 십자군이다"라는 단언으로 비약 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구조적인 성적 억압과 착취를 법과 제도라는 수단을 포함하여 공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시도를 국가의 성에 대한 낙인 및 불법화와 완전히 동질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자에게 성에 있어서 '노예제와 인신매매의 수사'를 배척하는 것은 곧 국가 통제에 대항하는 성전쟁의 첨단으로 내세워지게 됩니다.

이런 방식의 프레임이 만들어지게 된 역사적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동안 저자의 삶에는 무슨 일들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상업적인 성'과 '인신매매'는 각기 다른 장에 놓여있으며 반드시 서로를 동반하지는 않는다, 성서비스의 거래와 성거래에 의한 이주 현상 자체를 젠더를 비롯한 권력 위계에 의한 폭력과 차별로 진단할 수 없다는 이해는 실제로는 현장의 경험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으며 어떤 사회적 효과를 낳을까요. 섹스/젠더체계를 해체해서 나타날 새로운 문화현상과 인격은 누구의, 무엇을 위한 해방인걸까요. 이를 읽어내기 위하여 앞으로 계속 읽어나갈 예정입니다.

 
지금으로선 포르노그라피 및 젠더폭력에 관한 운동과 국가폭력을 한데 묶어 내던져버리는 일로 "여성을 여성으로 순치하는 체제"를 무너트리는 일이 막 한층 더 가능해질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처벌과 폐기에 그치며 구조 자체를 냅두는 것을 경계하는 정치는 필요할 것입니다. 그렇담 이 정치를 위해서 남성, 남성성, 가부장제 등에 관한 논쟁을 보다 깊이있게, 폭넓게, 다양하게 해나가자는 제안을 하는 걸로는 안되었을까요. 안된다고 보았던 근거와 의도가 무엇이었을까요.
 
이런 책읽기로 이룸이 경계하고자 하는 것은 구조와 체제, 존재와 가치에 대한 인식의 계보와 변별점을 상실한채로 신자유주의적 개인들의 서사, 정서, 소비의 흐름에 휩쓸리는 일인 것 같습니다. '성 공황'과 '도덕적 구원' 이후의 모색은 아무도 구원조차 할 수 없을 무결함이 아닌 더 많은 관계와 돌봄과 평등, 더 많은 실패와 상처로 가닿을수 있을 거니까요. 그러기 위하여 이룸이라는 작고 구체적인 공간과 얼굴들에 단단하게 발을 디디고 이룸의 시선과 방식으로 공동의 삶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일탈>의 왜곡과 달리, 2016년 한국에서는 '일탈'한 비규범적 존재들의 긍정과 '여성'의 침해, 착취, 억압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가 연결되며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 것처럼 얘기되지 않았음 합니다. 우리들의 목소리들에서 모아낼 수 있는 이야기가, 공통의 의제가 개별적인 권리로 한정되는데 그치지 않고 더 멀리 갔으면 좋겠습니다. 낙태죄 폐지의 움직임이 여성의, 모든 약자들의 삶의 보장을 위해서인 것처럼, #000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이 성 자체에 내재한 폭력을 사유해야 하는 것처럼 성매매에 대한 담론 역시도 마찬가지의 궤도에 올라야 할 것입니다.

 한 해, 우리는 강남역 10번 출구와 올란도를, 세월호를,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였습니다. 인간의 몸을 지닌 유한한 자유, 사랑과 애도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복원하는 일이 활동이 되기를. 지배와 거래를 비껴나가는, 이윤을 내기를 어려워하는 몸, 포섭되지 못하고 남아있는 한줌의 쾌락, 그것이 '우리'의 정의이기를. 오늘 또 내일 우리가 각자의 장소들에서 바라고 있는 세계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연대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활동이야기

2016 여성 성소수자 떠들기 대회에 부치는 이룸의 해명문·문제제기와 퀴어여성네트워크의 답변 및 사과를 게재합니다.

지난 10월 8일에 있었던 '2016 여성 성소수자 떠들기대회' 에 대한 이룸의 해명문과 문제제기, 그리고 기획단의 답변 및 사과문을 게재합니다.

이룸은 기획단의 답변 및 사과문이 문제제기에 대한 충분한 답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당사자의 경험을 물위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그 경험과 해석 뒤에 무엇이 작동하는지 그 내용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트랜스젠더/여성을 성산업으로 유입하고 '다양성' 자체를 상품으로 삼아 이윤을 창출하는 자본, 구매행위를 통해 남성문화를 공고히하고 여성을 구분하여 통제하는 가부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이야기들은 개개인의 경험담을 넘어 사회적 경험으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위와 같이 이룸의 입장을 밝히며, 앞으로 퀴어와 여성, 성매매 문제를 엮어 고민할 수 있는 정치를 함께 논의해 나갔으면 합니다. 

#첨부1.

여성성소수자 떠들기 대회에 부치는 이룸의 해명문

 

지난 108일에 있었던 퀴어여성네트워크주최의 2회 여성성소수자 떠들기 대회에 대해 한 말씀 드리려 합니다. 대회 참여 이후, 여러 가지 복잡한 심경이지만 다만 우리의 상황을 전하려 합니다.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이 공동주최로 들어가 있는 것에 대해 의아한 분들이 있으셨을 겁니다. 이룸은 퀴어여성네트워크에 회의에는 들어가지 않으면서 공동주최 및 분담금을 납부하는 수준으로 연대하였습니다. 떠들기 연사의 섭외에 관여하거나 동의한 적이 없습니다.

이룸은 주최측이 떠들기 연사의 섭외와 배치를 통하여 성매매 의제에 관해 전달하고 있는 정치적 메시지에 유감을 표명합니다. 또한 청중들이 이 메시지를 이룸의 입장으로 오인해서는 안될 것이기에 이 해명글을 냅니다.

이룸은 퀴어여성성판매자에 대한 낙인은 없어져야 하되 그 방법이 성산업의 무조건적 수용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성의 처벌과 낙인에 반대하는 것과 여성을 억압하는 성산업에 반대하는 것이 함께 이뤄져야하고 그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이룸의 입장에 대해 재확인드리는 바입니다.

이러한 입장에 기반하여 퀴어여성네트워크에 연대했던 단체로서 주최측에 문제제기를 하려고 합니다.

 

 2016. 10. 10​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드림
 

#첨부2.
 

퀴어여성네트워크 주최 제2회 여성성소수자 떠들기 대회에 대한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의 문제제기

 

1.진행과정에서 주최 측과 연대단체와의 의사소통의 부재로 인한 이룸의 곤란
 

이룸이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성노동자 당사자 이류시연 씨의 연사 섭외를 알게 된 것은 10월 4일 행사 4일 전, 주최측이 보내온 이메일에 첨부된 회의록을 통해서입니다. 10월 5일 공개된 웹자보에서는 발언의 제목이 “국가권력은 여성의 몸에 대한 억압을 중단하라”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10월 8일 행사 당일 발언에서 이류시연 씨는 스스로를 성구매자이자 성노동자라고 소개하였고 성구매자 처벌과 성판매자 처벌을 동일하게 해석하면서 반성매매 운동을 성판매자를 처벌하고 낙인찍기 위한 운동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이룸의 이름이 찍힌 행사에서 이러한 발언을 접한 퀴어 페미니스트 반성매매주의자들, 이룸의 후원회원들과 지지자들, 이룸과 반성매매 운동을 함께 해온 반성매매 운동 단체들에서는 매우 당황해하며 이룸으로 문의를 해왔습니다. 이룸에서는 ①연사가 신청을 한 것인지 섭외가 된 것인지 ②섭외가 되었다면 어떤 이유로 섭외가 된 것인지 ③섭외 이후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주최 측과 얼마만큼 논의를 한 것인지 ④주최 측은 연사의 발언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등의 중요한 내용들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갖지 못한 채로 청중들의 문의에 답변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동주최자인 이룸이 겪어야 했던 곤란에 대하여 주최 측의 책임 있는 해명을 듣고 싶습니다.
 

2. 연사의 섭외와 배치에서 드러나는 주최 측의 입장에 대한 문제제기
 

이룸은 퀴어여성네트워크가 퀴어 여성들이 각자의 현장에서 펼치고 있는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비혼, 청소년 등의 운동을 대표할 만한 연사를 섭외하여, 여성 운동의 의제들을 퀴어 여성의 시각에서 두루 다루어보려고 했다고 짐작합니다. 그런 만큼 어떤 의제를 누가,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선택하는 문제는 주최 측의 핵심적인 기획이자 의제에 대한 주최 측의 입장을 드러내는 중요한 정치적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공동 주최 단체 중에 해당 의제를 다루고 있는 단체가 있다면 함께 논의하여 기획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실제로 성매매를 제외한 다른 의제들은 연대 단체와 협의하여 연사를 섭외한 것으로 보여 집니다. 그러나 이룸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하였습니다. 이룸과의 논의를 피했던 주최 측의 연유를 알고자 합니다.

퀴어여성네트워크는 이미 “제1회 여성성소수자 궐기대회: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와 “대토론회”를 진행하며 성매매 의제에서 반성매매와 성노동간의 긴장을 경험하였기에 이러한 성매매 담론의 흐름을 알고 있었고 알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에 기반 하여 연대 단체인 이룸과 충분히 대화하면서 메시지를 던졌어야 합니다.

주최 측의 입장과 이룸의 활동 방향은 다릅니다. 이룸은 성소수자-낙태-성매매 처벌을 옹호하는 종교적이고 보수적인 단체들과, 젠더와 계급문제로서 성산업에 반대하는 여성/반성매매 운동 단체들은 분명히 다르다고 여기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성별이분법적인 교육, 의료, 고용 등의 법제도를 향한 문제제기, ‘여성’이 아닌 존재들에 대한 낙인과 처벌 반대, 성산업에 대한 반대는 함께 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에 주최 측에 이룸의 입장을 다시 설명하고 주최 측의 입장을 다시 물을 필요를 느낍니다.

 

본 질의서와 답변은 이룸의 온라인 계정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충분한 내부 논의와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2016.10.10.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첨부3.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문제제기에 대한
<2016 여성성소수자 떠들기대회 기획단> 의 답변 및 사과

 

지난 10월 11일 주신, “퀴어여성네트워크 주최 제2회 여성성소수자 떠들기 대회에 대한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문제제기”에 대한 답변을 드립니다.
 
공동주최 단체와의 소통이 충분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며, 이룸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공동주최 단체에 대회 준비 과정을 공유하는 것은 기획단의 기본적인 임무입니다. 이 대회의 개최를 제안한 <퀴어여성네트워크>는 「이룸」을 포함한 여러 단체에 공동주최를 제안하였습니다. 공동주최 제안과 수락이 이루어진 이후 구성된 <2016 여성성소수자 떠들기대회 기획단>(이하 ‘기획단’)은 8월 26일 이후부터, 대회일인 10월 8일까지 다섯 차례의 회의를 진행했고, 공동주최 단위에는 회의록을 두 차례(9/7, 10/4)만 공유했습니다. 기획단이 공동주최 단체에 진행 상황을 공유해야 할 기본적인 임무를 소홀히 했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이룸」을 포함하여 여타 공동주최 단체에도 더불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획단은 10월 5일에 본 대회의 발언자 및 발언 제목이 공개된 홍보물을 온라인상에 게재했습니다. 대회일을 불과 4일 앞두고 있었던 10월 4일 공동주최 단위에 회람한 회의록에는 확정된 발언자의 목록이 기재되어있을 뿐, 공동주최 단체들은 발언 제목이나 발언자를 섭외한 취지 등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상 공동주최 단체들은 바로 다음날 온라인 홍보물을 통해 확정된 발언자와 발언 제목을 알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공동주최 단체들에, 대회의 발언자 및 발언내용에 대한 문의에 답변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 또한 여러 단체들에 곤란을 초래했습니다.
 
본 대회에서는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성노동자’로 소개된 발언자의 "국가권력은 여성의 몸에 대한 억압을 중단하라"라는 제목의 발언이 진행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뒤늦게나마, 기획단이 해당 발언자를 섭외한 취지와 과정을 공개적으로 밝히고자 합니다.
 
이번 대회는 여성성소수자들의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보고자, 다양한 여성성소수자 정체성과 특정한 공간에 얽힌 이야기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발언자에 대한 추천과 섭외는 모두 기획단 참여자들 내에서 이뤄졌습니다. 트랜스젠더 가운데서도 다양한 경험들이 들려지길 바라는 취지로 트랜스젠더이자 성노동자로서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해 활동하고 있는 이류시연님을 후보로 의논하고, ‘여성들 사이에서 또는 트랜스젠더 사이에서 겪었을 수 있는 차별이나 혐오에 대해 이야기해달라’는 취지로 섭외를 진행하였습니다. 발언자들에게 기획단에 발언문을 보내주십사 요청한 시한(10/6) 전인 10월 1일, 기획단은 해당 발언자의 발언문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기획단은 다양한 여성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드러내자는 취지에 따라 발언자의 목소리를 존중하면서, 발언 섭외 의도가 보다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내에서의 배제, 트위터 등 SNS에서 당사자가 겪은 혐오적 언사들에 대해 더 부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언문 보완을 제안하였습니다.
 
발언자의 섭외에 있어 「이룸」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준비 과정, 그리고 대회일까지도 어떤 발언자가 왜 섭외되었으며,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채, 공동주최 단위로서 「이룸」에 의견을 구했어야 했을 여러 순간들을 놓친 것에 대해 기획단은 무거운 책임을 느낍니다.
 
이에 퀴어여성네트워크 및 2016 여성성소수자 떠들기대회 기획단은 「이룸」과 공동주최단체에 공식적인 사과를 드립니다. 이후에도 각 단체의 문의나 의견이 있으시다면 성실히 답변에 응할 것을 약속드리며, 연대에 걸맞는 책임과 숙고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6. 10.14

퀴어여성네트워크
2016여성성소수자떠들기대회 기획단

 
 
 

논평성명서

[후기] 11/27일 [성평등정책/이론/운동의 방향과 미래] 대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성평등 정책, 이론, 운동의 방향과 미래> 대토론회 참여 후기
 
11월 27일 중앙대학교에서 열렸던 토론회 <성평등 정책, 이론, 운동의 방향과 미래> 에 다녀왔습니다.

장소를 가득 채운 참여자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곳은 여성의 교차성을 집대성한 공간이로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법적으로 난도질당한 ‘여성’이라는 개념을 정치적 장으로 가져와 다채로운 ‘여성들’로 다시 채우는 장으로서 의미있는 시간이었어요. 이런 공간을 열어주신 분들께 참 감사했습니다.

 

참고로 이룸은 발제문을 읽지 않은 채로 여성 범주의 확대와 성매매 관련 활동에 대한 사전 토론을 하고 대토론회에 참여했습니다. 상담 및 지원으로 성판매(경험)자 개개인을 만나는 활동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루머들은 그 독특하면서도 연속하는, 교차성 자체인 성판매(경험)자의 경험을 발굴하고, 섬세하게 듣고, 드러내는 활동을 통해 성매매의 ‘여성’이라는 범주를 확장하고 싶다는 마음들을 나눴지요. 범주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여성은 누구냐?’ ‘정말 여성에 맞는 여성은 있는가?’ ‘성매매에서 여성은 어떤 위치를 의미하는가?’ 등의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와 설렘이 있습니다. 실제 성매매 현장에서는 성소수자, 노년, 장애, 빈곤, 국적 등 성판매(경험)자의 교차성을 이미 마주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 정도로(?) 생각하고 대토론회에 갔는데… 대토론회의 발제와 토론을 통해 성평등, 여성운동, 여성주의, 성소수자운동, 정책/이론/운동의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다양한 지점들을 만났습니다. 대토론회가 끝나고 3주가 지났는데도 아직 그 날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여운이 깊게 남았습니다.
 
1부 성평등 정책과 관련한 발제 및 토론은 잘 정리된 기사를 소개하는 것으로 갈음하고
(일다기사 참조_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7302§ion=sc1§ion2=정치/정책)
2부 발제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SOGI법정책연구회 상임연구원이자 여성성소수자궐기대회 기획단인 정현희님은 ‘젠더문제’로서의 여성성소수자 운동역사를 소개하며 성평등과 페미니스트 운동에 관한 대화를 지속하게하는 운동양식으로서의 ‘여성성소수자’운동의 의미를 짚고 여성성소수자의 범주와 성소수자남성을 배제하는 프레임에 대한 고민을 남겼습니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GP네트워크 팀장인 나영님은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라는 소저너트루스의 질문을 지금 우리의 질문으로 가져와 한국에서의 혐오와 성적 백래쉬가 정부 정책과 공공영역으로 파고들어왔으며 이는 성윤리 단속을 국가의 핵심적인 역할로 강조한 미국의 1970~2000년대 상황과 유사하다는 점을 분석하였습니다. 여성운동과 LGBT퀴어운동이 서적주체화와 실천, 성적존재로서의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구체화할 필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중앙대 사회학과의 이나영님은 페미니즘과 퀴어이론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현재의 퀴어연구가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다시금 생각되어지고 지속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서구 페미니스트 논쟁의 역사를 소개했습니다. 또한 혐오를 억압개념으로 재규정하고 인정이 아닌 정의의 문제로 젠더와 섹슈얼리티 이슈를 재고하기를 주장하며 자본주의의 계급갈등구조, 제국주의, 전쟁 등 이에 종속되어가는 사람들의 억압의 경험에 보다 관심을 가졌을 때에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 간의 간극을 극복하고 섹슈얼리티가 정치하게 사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주장했습니다.
 
2부 발제문 뒤 이어진 플로어 토론은 여성의 범주논의가 어떤 효력을 갖는지, 여성으로 다시 개인을 호명하는 것의 한계, 혐오 등의 백래쉬에 연대하기 위한 공통의 언어 필요성 등 다양한 주제들로 채워졌는데요. 여러 조건 상 깊은 토론을 하기 힘들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여성’의 범주에 대한 논의, 여성주의 운동과 성소수자 운동의 연대에 대한 이야기, 권력기구에 개입한 여성운동의 현재와 전망 등을 적극적으로 논하기 시작하는 자리라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제 시작이니 이번 대토론회에서 안아 온 질문들을 앞으로 함께 이야기할 기회들이 자주 있겠지요. 제도 안과 제도 밖, 다양하게 교차하는 여성주의자들의 미래의 논의가 무척 기대됩니다.
 

 
 
 
 
 
 

활동이야기

[후기] 여성성소수자 궐기대회 후기

  하늘도 보기에 언짢았던 모양이여요. 비가 지나간 후 우중충 했던 10월10일 토요일 저녁 6시. 시청역 대한문 앞 <여성성소수자 궐기대회>에 이루머들과 함께 다녀왔어요.

 
  지난 8월 여가부가 ‘대전시 성평등기본조례(현 양성평등기본조례)’의 성소수자 인권 보호 조항이 '양성평등기본법' 취지에 맞지 않다며(읭?) 삭제를 요청했었더랬죠. 이에 대전시는 늬예늬예… 해당 조항을 삭제(!) 따박따박 세금 내고 살고 있는 대전 시민의 반을 하루아침에 지워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어요. 이에 대전에선 ‘성소수자 배제하는 대전시 성평등기본조례 개악저지 운동본부’가, 서울에선 ‘이룸’을 포함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장애여성공감, 한국여성의전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여성·성소수자 단체들로 구성된 '성평등 바로잡기 대응회의‘가 꾸려져 대응해 왔어요. 허나 그 후로도 여가부는 단체 대표들과의 면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거나 여가부 국정감사에 출석 예정이었던 참고인들에게 출석 거부 통보를 하는 등 여성가족부가 앞장서서 여성을 지우고, 배제하고, 거부하며 손사래를 치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으니. 오호, 통재라… 
 
  그래서! 모였어요. 또 모였습니다. 자꾸 모이게 하네, 정들게… 쨋든, 차별은 이렇게 하는 거라며=_= 낯 뜨거운 역사의 선두에 선 여가부에게 정신 차리라고! 느그가 줬다 뺏은 2번 여기 이렇게 살고 있다고! 어디 이렇게 시끄러운데 계속 안 들린다고 해보라고! 버럭 했죠. 버럭만 했게요? 이 날은 특히 사는 지역·나이·외모만큼이나 다양한 여성 성소수자 여섯 분의 1과 2사이를 넘나드는 발칙하고 아련한 삶의 이야기로 궐기대회가 한껏 무르익었다는 후문:) 여가부, 국립국어원 듣고 있나?(최근, 국립국어원이 신어 수집에서 특정성을 폄하하는 단어나, '낮져밤이‘는 신어로 등재하고('낮이밤져는 탈락했다고…) ‘성소수자’, ‘이주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를 지칭하는 단어는 탈락됐다고 해요;;;) 그뿐이게요. 게이합창단 지보이스, 비혼여성코러스 아는언니들, 요즘 대세래요. 우주최강댄스28의 무대도 전투력 상승에 크게 한 몫 했지요.
 
  음… 모든 발언이 다 주옥같았지만 전, 민주노총에서 가족수당 지급에 있어 성소수자 가족을 인정하면서 혼인신고 하지 않은 이성애 커플이 가족수당을 받게 됐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권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과 함께 우리가 지금 여기 모인 이유를 되새겨준 것 같았거든요. 어떤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없으면 그건 다른 누군가의 삶에도 불가능이 있다는 어떤 외국 어린이의 말도 떠올랐어요. 정부기관 및 공직자의 판단과 결정에 더 큰 책임을 요하는 것은 이 때문이겠죠. 
 
  아직 우린 좋은 일보다 좋지 않은 일로 더 많이 모이지만(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여성성소수자 이슈로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면서 구체적인 사람으로, 경험으로 눈에 띄게 된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당사자라고 불리는 사람들 안에서만 이야기 된다면 변화를 기대할 수 없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에 선언문을 함께 사이좋게 나눠 읽는 모습은 그 내용도 내용이지만 서로가 여기 있음을 확인하는 것 같아 뭉클했어요.
 
 100년이 훨씬 지나 대한민국에서 다시 소환된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라는 외침. “여성은 누구인가?”, “성차별은 무엇인가?”, “성평등은 무엇인가?”라는 보다 구체적인 질문으로 돌아온 이 물음에 각자 답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성소수자 인권 없이는 성평등도 없“으니까요.
*여성성소수자 궐기 선언*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이란 오직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성차별을 없애는 것이라며, 양성평등 정책에서 성소수자를 배제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전시는 여성가족부의 지시에 따라 <대전광역시 성평등기본조례>의 성소수자 인권 보호 조항을 삭제 ‧ 개정하였다.
 
여성가족부는 대한민국에서는 처음으로, 이미 제정된 성소수자 인권 규범을 사라지게 한 주범으로서 역사에 남았다. 성차별 및 성적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할 남성과 여성이 따로 있다고 말하는 여성가족부, ‘양성평등’을 차별과 배제의 근거로 사용하는 이 한심한 여성가족부에 우리는 분노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 우리는 성별 규범에 맞추어 살도록 강요받고, 그렇지 못할 때 비난받아왔다. 머리를 길러라, 예쁘게 미소를 지어라, 여자로 생각하고 말하라, 남성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라…. 우리는 다양한 여성 중의 하나로, 여성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여성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성차별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이를 변화시키는 것이 성평등에 기여하는 것임을 확인한다.
 
2. 성별 임금 격차, 여성차별적 노동 환경, 성희롱, 성폭력, 가정폭력은 성소수자를 비껴가지 않는다.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그러한 차별과 폭력이 증폭된다. 우리는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폭력에 맞서 싸워야만 온전한 우리의 인권을 쟁취할 수 있음을 확인한다.
 
3. 트랜스젠더는 주민등록번호, 남녀화장실, 병역 등 일상적인 성 구별 체계 속에서 고통받는다. 진짜 여성임을 증명하라고 요구받으며, 당장 몸을 깎아내고 훼손할 것을 명령받는다. 건강을 담보로 비전문적인, 높은 비용의 의료조치에 몸을 맡기라고 주문한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으며, 그러한 결정을 편견없이 인정하는 사회를 원한다. 여성의 몸과 표현은 다양하며, 누가 봐도 ‘여자처럼’ 하나의 여성이 되기를 강요할 수 없다. 우리는 트랜스젠더 여성이다.
 
4.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여성 등 여성을 사랑하는 여성들은 ‘남자 맛을 못봐서’ 여성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이성애자 남성들은 남자 맛을 못봐서 여성을 사랑하는가? 이성애를 교정할 수 없듯이 우리의 섹스와 사랑을 교정할 수 없다. 우리의 섹스를 이성 간의 섹스에 비해 더 더럽거나 덜 열정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동의에 의한 섹스를 성폭력이라거나 비도덕적 행동으로 폄하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성과 친밀성으로 가족을 이룰 수도 있다. 우리는 레즈비언이고, 우리는 바이섹슈얼이다.
 
5. 아동과 청소년은 여자답지 않거나 남자답지 않다는 이유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학교와 가정 등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교육받고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긍정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한 성교육과 인권교육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6. 우리는 다양한 여성 중의 하나로서, 우리의 다양성은 사회적 자산이다. 우리는 세금을 내고 투표를 하는 시민이며 가족과 공동체를 돌보는 사회의 일원이다. 우리의 인권은 일개 부처가 자의적으로 배제할 수 없는 헌법적 권리이고 모든 성평등, 차별금지, 인권 규범에서 중요한 가치로 다뤄져야 한다.
 
7. 우리는 여성성소수자이다. 여성이자 성소수자로서 인권을 보장할 책무를 국가에 요구할 수 있다. 우리는 성소수자들을 낙인찍고 차별하고 배제하고 혐오하도록 부추기는 성차별적 의식과 제도들에 맞설 것이다. 성차별에 맞서는 모든 행동들은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행동과 한 편이 될 수 없으며, 성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은 성평등이라 부를 수 없다. 성소수자의 인권 없이는 성평등도 없다.
 
우리는 질문한다. 여성가족부가 말하는 여성은 누구인가? 성차별은 무엇인가? 성평등은 무엇인가? 
나는, 우리는 여성이 아니란 말인가?

 

2015년 10월 10일 
여성가족부의 성소수자 차별에 분노하는 여성․성소수자․인권단체 및 참여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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