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성매매나라의 역사 이야기 후기_안화영

1월 14일 성황리에 마친 이상한 성매매 나라의 역사 이야기 두번째 후기는!

뒤풀이 마지막까지 함께하며 열띄게 참여해주신, 안화영님께서 써주셨어요🥳

반짝이는 고민을 나눠주시던 애정 어린 참여와, 마찬가지로 스윗한 후기에 감사드려요💓

 

성매매 나라의 이상한 역사 이야기조용히 왔다가 후기까지 쓰게 된 어떤 대학원생의 후기

안화영

이룸의 행사에 와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실 박사논문 발표회라는 것도 처음이고, 따지고 보면 역사문제연구소에 온 것도 처음이었다. 그냥 조용히 한 명의 청중으로 있다 가야지… 싶었는데 뒤풀이까지 따라갔고 어쩌다 보니, 후기까지 쓰게 되었다.

시작하기 전부터 사람이 와글와글 차 있었던 발표회장. 비건/논비건 김밥이 준비되어 있는 센스까지 돋보였다. 진지한 발표지만 결코 무겁거나 딱딱하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는데 특히 사회자를 맡으신 김주희 선생님의 유머감각이 기억에 남는다. 토론자 분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날카로운 질문에 유머 한 스쿱씩을 더해주셨던 것 같다. 2시간을 넘겼는데도 절대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다.

뒤풀이에서 다들 칭찬했던 것이, 학술대회 같으면서 학술대회는 아닌 발표회의 성격이었다. 김대현 선생님의 발표문에는 ‘연구자이면서 활동가’인 자기정체성에 관한 성찰과 ‘이룸의 행사에서 박사논문을 발표한다는 것’에 관한 고민이 녹아들어 있었다. 또 여러 토론자 선생님들의 글에서도 김대현 선생님과의 인간적, 동지적 신뢰관계라고 할까, ‘학술적 토론문’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무언가를 느꼈다. 이런 것이 가능하구나를 느낀 시간이었다. 어떻게 이런 기획이 가능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도 사회자, 발표자, 토론자로 참여해주신 분들의 그간의 노력과 그리고 이룸의 기획력 덕분?

뒤풀이 자리에서 만난 이룸 분들은 너무나 친절하시고 스윗하셨다. 발표회에서는 자신 없어 보이셨던 김대현 선생님은 마음의 짐을 더신 듯 1차, 2차 뒤풀이를 갈 때마다 점차 목소리가 커지셨다. 아직도 본인보다 큰 종이팻말을 들고 다니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참고로 그 팻말은 놀랍게도 우리가 2차 치킨집 안에서 술을 마시는 1시간 반 사이에 없어지고 말았다. 팻말 가져가신 분, 계십니까.

몰랐는데 이번 발표회는 ‘이룸 연구자 네트워크’의 첫 행사였다고 한다. 노동, 빈곤, 금융, 국가와 제도, 젠더-섹슈얼리티 여러 권력관계들이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서 작동하고 있는 성매매산업을 파헤치고 개입하기 위한, 연구자들의 네트워크. 그래서인지, 대학원에서 한국문학을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도 의미깊은 행사였다. 무엇보다 이룸에서 활동하는 분들, 이룸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연구자들을 만난 게 수확이었다. 이렇게 적었지만 두 그룹이 꼭 분리되지는 않는다. 이룸에서 활동을 하다 대학원에 진학하신 분도 계시고, 활동과 연구를, 연구와 활동을 같이 하시는 분들이 여럿 계시므로.

아무튼 김대현 선생님의 박사논문을 계기로 나 스스로는 어떤 연구와 활동을 해 나가야 할 것인지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행사날에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좋은 행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