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및 행진 연대단위 공동성명

<2023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및 행진 연대단위 공동성명>

 

11월 20일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입니다.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동료를 추모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트랜스젠더와 지지자들이 함께 서로에게 안부를 묻는 날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인원이 오늘 모였습니다.

 

2018년부터 이날을 맞아 이곳 이태원에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와 행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만 죽여라, 우리도 살고싶다”고 외치며 시작된 우리의 행진은 “보통의 트랜스들의 위대한 생존”을 축하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왔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집회가 금지된 2020년, “나로 죽을 권리”라는 슬로건을 통해 내가 바로 내 삶의 주체임을 확고히 명시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1년, 우리는 또 다시 수많은 트랜스젠더 친구, 지인, 가족, 동지를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아직 “나로 죽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이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먼저 떠난 이들의 권리와 서로의 권리를 챙기기 위해 거리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2022년 다시 이 장소에서 만나 <트랜스젠더, 잘 살고 있나요?>라는 슬로건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힘들 땐 서로에게 기대도 된다는 희망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지난해에는 트랜스젠더의 삶의 터전이자 안식처였던 이태원 거리에서 크나큰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성소수자의 삶터에서 축제의 거리로, 축제의 거리에서 재난의 공간으로 변해버린 이 공간에서 지난해 우리는 외쳤습니다. 어디에서나, 누구나 안전한 일상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실 앞을 행진하며, 평등해야 안전하고, 안전해야 평등하다고 외쳤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사회였습니다. 평등해야 안전할 수 있고, 안전해야 평등할 수 있다는 이 당연한 명제가 지켜지는 사회가 되길 바랐습니다.

 

우리 모두의 안전한 일상을 누릴 권리엔 “혐오당하지 않을 권리”가 포함됩니다. 배울 권리, 일할 권리, 원하는 모습 그대로 살아갈 권리, 민원 처리를 할 권리, 카드를 발급할 권리, 불안해하지 않고 비행기를 탈 권리, 원하는 곳에서 살 권리, 원하는 곳에서 식사할 권리, 원하는 치료를 받을 권리 등 너무나도 당연한 이 권리를 우리는 오늘 또 외쳐야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안전하게 집회할 권리에 대해서도 묻고 싶습니다. 단순히 행진 경로가 대통령실 앞을 지난다는 이유로 집회의 진정성을 운운하고, 시행령을 고쳐 시민들이 안전하게 집회할 권리를 침해하는 현 상황이 개탄스럽습니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오기 전부터 우리는 6년째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수십년 전부터 용산은 성소수자들의 마음의 고향같은 공간이자 삶터였습니다. 그런데 누가 누구에게 진정성을 운운합니까.

 

올해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및 행진의 슬로건은 <단결 트젠, 용산은 젠더땅>입니다. 이제는 단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의 삶을 바꾸기 위해 수많은 투쟁의 역사를 지나왔고, 우리는 그 시간 동안에 많은 동료들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삶이 바뀌어야 합니다. 수년째 구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구호들이 삶에 적용될 수 있도록 행동하고자 합니다. 혐오의 벽은 굳건해 보이지만, 우리의 투쟁의 역사를 기반으로 트랜스젠더퀴어를 포함한 성소수자 시민들의 연대가 이 벽을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혐오의 시대를 과거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또 다시 요구합니다.

하나,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차별금지법, 지금 당장 제정하라.

하나, 판사 마음대로,성기수술강요, 인권 침해 막기 위한 성별정정특별법 제정하라.

하나, 다른 숫자는 모두 난수화해도 성별 표기는 끝까지 남겨 놓은 주민등록번호 난수화하라.

하나, 트랜스젠더 시민의 삶을 포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트랜스젠더 인권법 제정하라.

 

이 요구는 트랜스젠더퀴어가 지금 여기에, 그리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시민으로 존중받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입니다. 트랜스젠더가 지금 바로 여기 있고, 당신 곁에 있습니다. 트랜스젠더와 지지자가 함께 숨쉬는 이곳이 사회이고, 우리가 시민입니다. 오늘 행사를 공동주최한 단위들은 여러분과 함께 평등한 사회를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 앞장서겠습니다.

 

2023년 11월 18일

2023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및 행사 공동주최 단위 일동

 

(고려대 소수자인권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교육노동자현장실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기본소득당 여성위원회 베이직페미, 노동·정치·사람, 노동당, 녹색당,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무지개예수,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변혁적 여성운동 네트워크 빵과장미, 부천무지개유니온, 사단법인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서울인권영화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성균관대 성소수자 모임 퀴어홀릭,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소수자부모모임,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숙명여대 공익인권학술동아리 가치, 언니네트워크, 인권운동사랑방, 인천성소수자인권모임,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여성위원회, 전국금속노동조합 여성위원회, 정치하는엄마들, 제주퀴어프라이드 조직위원회, 진보당 인권위원회,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 춘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퀴어노동법률지원네트워크, 큐앤에이,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트랜스해방전선,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성정의위원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홍익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홍대인이반하는사랑 ‘홍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