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품,철저한 관리 감독 ‘부작용’ 막아야

철저한 관리 감독 ‘부작용’ 막아야

2006 12/19 뉴스메이커 704호

범람하는 성인용품에 대한 관련법률 전무… ‘문제 제품’ 철저한 퇴치와 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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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성인용품 박람회에서 방문객들이 성인용 인형을 쳐다보고 있다. <김영민 기자>

성인용품 양성화가 사회적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시기상조며, 성을 노리개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음지에서 벌어지는 일을 차라리 양지로 끌어내자”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양성화보다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양성화 찬성자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최근 범람하고 있는 성인용품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며 장애인 등이 불가피하게 사용하는 성인용품에 대해서는 철저한 관리를 전제로 양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불법 수입 유통되는 제품에 대한 명확한 원산지 표기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제는 현재 우리 나라에 성인용품에 관한 법률이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성인용품에 대한 단속과 관리를 전담하는 곳도 없다. 상황과 이해 관계에 따라 당국이 제재 잣대를 들이대는 게 현실이다. ‘함정단속’ ‘표적단속’ 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판매업자 박모씨(35)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인 게 요즘 성인용품에 대한 당국의 단속방법”이라면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정해 선의의 피해자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일부 문제 있는 제품이 모든 성인용품에 대한 선입견으로 굳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문제 제품에 대한 철저한 퇴치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터넷을 통한 무분별한 성인용품 판매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기도 했다. 성폭행에 악용될 수 있는 최음제가 최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급속히 유포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라 적지 않은 파문을 낳기도 했다.

최음제 성폭행에 악용될 소지

‘스패니쉬 플라이’ ‘요힘비’ 등 최음제가 최근 우체국 국제 택배나 이른바 ‘보따리상’을 통해 미국·일본·중국 등에서 국내로 밀수입돼 인터넷에서 팔렸지만, 대부분의 사이트 주소가 미국 등 외국이어서 단속에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자료를 통해 이들 최음제는 성인용품 판매점과 인터넷 사설 쇼핑몰 등에서 주로 유통되며, 최음제 전문 인터넷 쇼핑몰만 국내에 대략 10여 곳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혀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관련 업자들은 포털 사이트에 홍보용 카페를 둔 뒤, 네티즌이 많이 접속하는 교회·병원·민간기업 홈페이지에서도 무차별 광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인터넷 쇼핑몰은 최음제를 이용, 여성을 유인해 성관계에 성공한 ‘약물 이용 성폭행’ 사례를 버젓이 게시판 등에 게재해 놓기까지 했다.

한 사이트의 경우 “나이트에서 ‘투’ 3분의 1병을 맥주에 타서 여자에게 먹였더니 성공했고 다음주에 또 만나기로 했다. 그래서 재구매하려 하니 빨리 보내라”는 한 네티즌의 글에 운영자가 직접 “요즘 게시판에 약효가 없다는 글이 많이 올라왔는데 고객의 글을 보니 정말 기쁘고 기분 좋다”며 사은품까지 배송하겠다는 글을 달아놓았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수요 급증

문제는 이들 제품이 마치 미국 FDA(식품의약국) 공인을 받은 것처럼 광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곤충인 ‘물집청가리’ 등을 주원료로 만들어 혈변이나 혈뇨, 급성신부전 등 다양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사회 일각에서 양성화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성인용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00년 1000여 곳에 불과하던 성인용품업소가 최근 들어 2500여 곳으로 늘었다. 그만큼 수요가 늘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지난 5월에는 연인들을 위한 성용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자판기가 나와 큰 관심을 끌었다. 당시 전자제품생산업체인 미래C&B는 연인들을 위한 엽서나 커플 휴대전화고리 기능성 콘돔 등 다양한 성용품을 판매하는 자판기 ‘늑대의 유혹’을 출시, 대대적으로 판촉행사를 갖기도 했다.

성용품전문가 최찬수씨(41)는”성인용품 수요 급증은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이 촉매제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성문화가 진화하면서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성매매특별법이 전격 시행되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성인용품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는 것이다. 특히 독신자나 정상적인 성행위가 불가능한 경우 자신의 성욕을 자위기구 등 성인용품을 통해 해소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경찰의 강도 높은 단속으로 성매매 집결지와 퇴폐업소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법 시행 이후 처벌을 의식한 성 매수자들이 급감하면서 전국의 집결지가 속속 문을 닫은 데다 성매매를 매개로 한 접대문화가 자취를 감추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성매매 특별법 시행 후 2년이 지나면서 전국 성매매 집결지와 종사자 수는 줄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직전인 2004년 9월 전국 성매매 집결지 업소는 1679곳, 종사자 수는 5567명에 달했지만 지난 5월에는 업소 1097곳, 종사자 2663명으로 줄었다. 업소는 34.6%,종사자는 52.0%가 감소한 수치다. 성매매 집결지만 따로 떼놓고 보면 성매매 특별법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물론 안마소, 대딸방 등 신종 성매매 업소와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가 대신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한편 성인용품이 최근 장애인의 성 재활치료상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재활전문가들은 성적 소외계층에게 성인용품은 필수품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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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국립재활원 성재활상담실 김선홍 실장
“장애인에게 성인용품은 생활도구”

- 최근 성인용품이 선천적인 장애인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재활환자의 치료에도 활용되는 것으로 안다.

“물론이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등 후유증으로 성 생활이 원만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성인용품은 중요한 치료 수단이다. 특히 뇌성마비 등 몸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성인용품은 인생을 사는데 중요한 보조기구가 된다. 당장은 시작 단계지만 앞으로 성인용품과 성재활과 관련한 연구를 많이 할 계획이다.”

- 어떤 연구를 하나.

“세미나를 비롯해 성인용품이 재활환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뇌성마비 장애인의 성문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일반인의 성 못지 않게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도 성은 중요하다. 이번 행사에서 성인용품협회로부터 적지 않은 도움도 받았다.”

- 장애인들의 결혼문제와 부부간 성문제도 사회적으로 심각한데.

“장애인들의 결혼도 중요하지만 결혼한 장애인 부부의 경우 상대 파트너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 대부분 성생활에 문제가 없지만 일부는 결혼 후에도 자연스러운 성생활을 하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에게 성인용품은 생활도구다. 이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김재홍 기자 ato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