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성매매 여성 설문‥여성단체 “면죄부성 설문“ 뭇매

대구시 성매매 여성 설문‥여성단체 “면죄부성 설문“ 뭇매

업주 보는 데서 조사 왜곡된 결과
대구시 “재조사 하겠다”

대구시가 성매매 여성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잘 못해 여성단체한테 혼쭐이 났다.

대구시 소속인 여성회관 태평상담실(실장 박윤자 사무관)이 지난 6일∼8일 대구시내 성매매 밀집지역인 속칭 ‘자갈마당’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 14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대구시는 13일 “성매매 관련법 시행 이후 자갈마당에 있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대책을 세우기위해 나이, 학력, 가족관계, 한달 수입, 빚, 업주한테 맞은 적이 있는가 등 20개 항목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된 뒤 대구여성회는 “포주의 감시 아래 설문이 이뤄져 설문 결과가 사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관련 공무원들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대구여성회는 ‘조사대상 성매매 여성 가운데 96%가 빚이 한 푼도 없다는 내용과 99%가 업주한테 맞은 적이 없다는 설문 결과는 도저히 믿기 어렵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2월까지 자갈마당에서 성매매를 해왔다는 한 여성(34살)은 “적게 잡아도 60%는 두들겨 맞은 적이 있으며, 전체 80%가 1500만원∼2000만원씩의 빚을 지고 있는 실정이다”고 털어놨다.

또 “성매매 여성 85%가 ‘성을 파는 여자라는 사회적인 비난’에 대해 부끄럽지 않다고 응답했다”는 내용을 놓고 대구여성회는 “여성들이 성매매를 즐겁게 하는 것 처럼 사실을 왜곡해 성매매를 당연시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대구시가 조사한 설문에는 ‘성매매 여성 56%가 업소의 포주가 손님을 데려다 주고 우리를 보호해주는 사람들로 생각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포주에 대해 면죄부를 주려한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말썽이 나자 대구시는 “설문지를 업소에 나눠 준 뒤 1∼2일 후에 거뒀기 때문에 업주들의 입김이 들어가 설문 내용이 신뢰도가 떨어지고, 성매매 여성들의 의사가 왜곡된 것으로 보인다”고 시인한 뒤 “성매매 여성을 개별적으로 만나 설문 조사를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