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예취급에 몸서리“병원에만 보내줬어도…”
자궁암 말기 판정받은 성매매피해여성 유희경씨
자궁암 말기인 유희경(가명)씨는 하루에 수십 번씩 찾아드는 혈액순환 장애로 손발 저림과 어깨 통증에 시달린다. 그럴 때마다 이씨의 온 몸을 어루만지는 남편 이원호(가명)씨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빨리 나아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소원”이라는 유씨와 이씨는 병마와 싸우며 올해 유난히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성매매피해여성들이 업주를 상대로 성매매로 인해 발생한 자궁질환 등의 책임을 묻는 집단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 날 자궁암 말기(4기) 환자 유희경(31·가명)씨는 “업주가 초기에 치료하게만 해줬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업주에 대해 상실된 근로소득과 치료비, 간호비, 위자료 등을 합산해 총 2억9900여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휠체어에 의지한 유씨는 금세 앰뷸런스에 옮겨져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2005년 새해가 시작되고 본지는 최근 유씨의 근황을 접하게 됐다. 성매매피해여성 지원단체인 다시함께센터로부터 지원되던 병원비가 소진돼 병원에서 퇴원하고, 자택에서 남편과 함께 어렵게 요양중이라는 것. 지난 4일 본지 기자가 수원으로 찾아가 유씨의 건강상태와 심경, 소송제기 배경 등을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병원에서 자세하게 진단을 받아봤더니 배에 혹이 세 개나 있다는 거예요. 이렇게 억울할 때가 있는지, 정말 제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줄 알았어요. 그 놈들(업주)은 진짜 사람도 아니에요. 제가 꼭 살릴 겁니다.”
현재 집에서 요양중인 유희경씨를 간호하고 있는 남편 이원호(가명)씨는 아직도 진단 당시의 기억만 떠올리면 업주들에 대한 분노를 참기 어렵다.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은 유씨의 증상이 악화되면서 대소변을 보기 힘든 상황이 되자 병원에서부터 지금껏 그 뒤처리를 맡아올 만큼 이씨의 병수발은 지극했다. 유씨의 병간호를 위해 고향을 떠나 수도권으로 터를 잡은 이씨는 어렵사리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0만원짜리 방 한 칸을 마련했다.
지난 4일 찾아간 보금자리에는 짧게 머리카락을 자른 유씨가 방광과 연결된 소변 주머니를 차고 이불 속에서 누워 있었다.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어요. 잠든 아저씨(남편) 모습 보면서 그동안 내가 나쁘게는 안 살았는데 하늘도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펑펑 울기도 했어요. 하혈이 그렇게 심할 때 업주가 병원에만 보내줬어도 이렇게는 안 됐을 거예요.”
유씨는 2001년 11월부터 2년여 가량 성매매집결지인 일명 텍사스촌에서 일했다. 유씨는 처음에 아는 사람의 소개로 다방에서 일하는 줄 알고 선불금 300만원을 받고 상경했다.
그러나 이후 성매매집결지라는 것을 알고 일할 수 없다고 하자, 업주는 선불금을 다 갚기 전엔 나갈 수 없다며 협박을 했다.
“업주는 값비싼 옷과 화장품을 강매해 빚은 갈수록 늘어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싫어하는 흑인들과의 강제 성행위를 부추기는가 하면, 생리를 하면 질을 솜으로 틀어막고 사람으로서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병따기쇼, 담배피우기쇼, 나발불기쇼, 과일썰기쇼 등을 시켰습니다.”
유씨에게 자궁암에 걸린 원인을 묻자, 그는 “(질을) 맥주에 담그는 걸 소독이라고 생각하는 ‘변태쇼’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언제부턴가 배가 아프면서 감각이 사라져 생리가 시작되는지조차 몰랐다는 유씨는 감당하기 힘든 하혈을 겪기 시작했다.
그러나 업주의 태도는 고작 진통제 몇 알 던져주는 게 전부였다. 유씨는 “항상 감시하며 따라다녀 병원은커녕 약국에도 못 가게 했다”며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일만 했고, 심지어 업주가 노는 날에는 바깥에서 문을 잠그고 나가버렸다”고 말했다.
게다가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게 돼 있는 보건소에 가서 하혈 증상을 얘기하면 “피곤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게 담당의사의 소견이었다고 한다. 몸이 아파서 일을 도저히 못하겠다고 울며 매달리는 날조차 벌금 50만원을 내고 추운 날 ‘삐끼(호객행위 하는 자)’로 길에 나서야 했다
“이 사람이 날 붙잡아 주기도 했고, 정말 사람 하나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업주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300만원이라던 선불금이 갑자기 900만원이 되고, 장부랑 영수증을 뒤적거리더니 1300만원의 빚이 더 있다는 거예요. 있는 돈 다 털고 카드할부까지 해 2200만원을 다 갚았습니다. 그 일로 저는 이렇게 일도 잃고 신용불량자까지 돼 쫓기게 됐고요. 정말 사람을 노예처럼 부리는 인간들입니다.”
이혼 후 10년 동안 세상과 벽을 쌓고 살았다는 남편 이씨도 2003년 유씨를 알게 되면서 살아야 할 의무감을 찾았다.
하지만 어렵사리 만나 살림을 차린 지 몇 개월도 채 못돼 전해들은 이씨의 자궁암 말기 진단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어릴 때 동네 아주머니들이 크면 현모양처가 되겠다는 소리를 많이 했는데 올해 꼭 병을 이겨서 아저씨한테 못해준 거 다 갚고 살아야죠.”
유씨의 새해 소망은 소박하면서도 간절하다. 이씨는 올해 유씨가 항암치료나 수술을 받아도 될 정도로 몸 상태를 다져놓을 거라며 약을 찾아 수소문하고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이씨는 통장이 바닥난 상황에서 들어갈 병원비며, 약값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성매매로 자궁암 말기에 놓인 유씨의 책임이 단순히 업주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성매매를 인정하며 즐기고, 혹은 방조했던 우리사회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런 뜻으로 다시함께센터는 업주에 대해 손배소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유씨에 대한 도움의 손길도 기다리고 있다. 유씨의 이번 소송은 성매매피해여성은 이 사회의 약자이자 피해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는 셈이다.
유희경씨에게 따뜻한 손길을
※ 자궁암 말기로 투병중인 유희경씨에게 도움을 주실 분들은 유씨 후원 계좌로 성금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작은 정성이 유씨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후원금 계좌번호
예금주:다시함께센터
우리은행 319-292891-13-003
감현주 기자
출처:우먼타임스 www.iwoma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