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한류매춘…집창촌, 日 관광객들 ''북적''

3.1절 한류매춘…집창촌, 日 관광객들 ''북적''

[세계일보 2005-03-02 11:03]

“키레이(예쁘다는 뜻의 일본 말)”
민족 최대의 국경일인 3·1절 밤 늦은 시각. 서울의 대표적인 집창촌인 청량리역 일대와 성북구 하월곡동 속칭 ‘미아리 텍사스’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내뱉는 왜설스런 감탄사들로 시끌벅쩍했다.

최근 일본측의 독도 관련 망언과 망동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이른바 ‘한류 매춘’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서울 지역 대부분의 집창촌은 된서리를 맞았지만 한류를 체험하겠다며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은 대규모로 매춘관광에 나서고 있어 시급한 단속이 요구된다.

이날 청량리역의 경우 전체 140여곳의 업소 가운데 불을 켠 곳은 절반 가량. 일본인 관광객들은 3∼10명씩 무리를 지어 5개 팀 정도가 업소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이 3·1절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성매매 여성들과 연신 웃고 떠들어댔다. 성매매 여성들 역시 일본인들이 앞을 지나면 ‘오빠’ ‘오키상’‘ 곤니상’ 등 어설픈 일본어로 호객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주변에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었지만 단속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어 보였다.

한 여성은 “성매매 단속 이후 한국 손님이 워낙 없기 때문에 일본인이 주요 고객이 됐다”며 “이들은 업소 전체 수입의 절반을 채워주는 주요 고객이 됐기 때문에 일본어를 공부하는 여성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미아리 텍사스 역시 비슷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간간이 업소 앞을 지나는 일본인들을 바라보던 한 업주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한국 사람은 거의 찾지 않지만 일본 손님들은 오히려 많아졌다”며 “일본인들의 경우 집창촌을 관광 코스로 넣어서 주말에는 대로변에 관광버스를 대 놓고 이곳을 찾아오는 진풍경도 연출된다”고 말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전 이곳 미아리 텍사스에는 곳곳에 ‘일본인 관광객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걸렸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생존 위기에 직면한 업주와 여성들은 일본 밤인사인 ‘곤방와’를 스스럼 없이 외칠 정도로 변해버렸다. 특히 일부 여성들은 일본인들이 한류의 영향으로 유명 연애인을 닮은 여성을 선호한다는 말에 거금을 들여 성형수술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은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인근 경찰서 관계자는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야기는 사실무근이다”며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완전히 시장이 죽었는데 누가 한국으로 매춘관광을 오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미아리 텍사스 입구에서 포장마차를 하고 있는 A씨는 “일본 사람들이 제일 많이 오고 대만이나 중국 사람들도 찾는다”며 “최근에는 단속 경찰들도 순찰만 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 씁쓸해했다.

나기천·장인수·김정필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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