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아웃리치 후기
작성자: 소윤(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이태원 ‘답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여기가 한국인지 어디 낯선 나라의 밤 거리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어깨를 부딫히며 지나다닐 정도로 인파가 넘치는 거리.
굽이굽이 언덕을 올라 조용한 골목길부터 인사를 다녔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오는 이룸이에요”
요술같은 말머리로 시작하며 익숙한 문들을 두들기면
문을 열어주시거나 인사를 건네 주십니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인사도 반갑고
활짝 열린 문으로 들어오라는 손짓도 반갑고
나서는 길에 손에 쥐어 주시는 음료수도 반갑습니다.
이 날은 추석을 앞둬서 인지 유독 음료 선물을 많이 주셔서
돌아오는 차에서 가방 두둑히 채워진 두유, 실론티, 콜라를 세어보기 까지 했어요.
한 달 동안 있었던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지난 별별신문 퀴즈에 응모했다는 이야기,
요즘 쓰는 글, 뉴스에서 본 사건, 병원에 다녀온 일, 옆 건물 재건축 소식까지
문앞이나 복도에 서서
테이블에 앉아서
계단을 지나는 길에
파랗거나 빨간 조명 아래서 때론 미러볼에 반사된 불빛과 함께
들었어요.
요즘 유행하는 레이저 바닥 광고(빔 간판)으로 정신없는 길
순식간에 사라지는 건물과 불이 꺼졌다 새로 연 상점
매일이 새 길 같고 매일이 새 사람 같이 보이는 거리
이태원 ‘답다’는 이런 것일까요?
이태원 ‘답다’는 말에 어울리는
변치않는 어떤 장면, 어떤 사람, 어떤 공간도 있지 않을까 물어봅니다.
늘 변하는 것 같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도 생각보다 많겠지 생각했습니다.
잠시라도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 당신의 하루에 함께 등장할 수 있다면
마음 속에 영화의 한 장면 처럼 담아두고 싶은 밤이었습니다.
추석 달이 차고, 또 달이 기울고, 다시 차면
다음 달에도 변함없이 “한 달에 한 번 오는 이룸”이에요, 인사 할 수 있기를
지난 달에 인사드린 분들을 또 만나뵙기를
이룸을 기다리는 분들이 계시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