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사람이 살아가는 순간들이 모여 구성되는 ‘삶’을 간명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에요. 사람은 복잡하지만, 흘러가는 삶을 단순히 정의 내리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느끼고 있어요.

 

지난 6월 1일 이룸은 이태원 아웃리치를 다녀왔어요. 이룸에 처음 입사했을 때, 이태원이라는 공간이 마냥 낯설게 느껴졌었는데요. 이제는 이태원이라는 공간의 낯섦이 한풀 꺾인 듯 합니다. 이런 게 바로 흘러가는 시간성이 가진 힘이겠지요.

 

최근에는 이 ‘시간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순간들이 잦았는데요. 이태원 아웃리치를 하게 되면 더욱 이 시간성을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구별에 살아가고 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유일하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것이 흘러가는 시간일 텐데, 이 ‘시간’이 평등한 얼굴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이룸에서는 수 년간 이태원 아웃리치를 통해해. 군사주의 지형의 변화와 재개발의 교차적 상황에 의해 변해가가는 이태원의 모습을 목격하고 있어요. 그만큼 이태원 유흥업소의 상권은 관망할 수 없이 바뀌어 갑니니다. 다만 ‘쇠락’한 건물·업소는 재빨리 상권과 ‘수요’에 맞춰 변화를 이루고 있다는 공통점 정도는 생각해 볼 수 있겠어요. 이태원이 나이드는 시간 동안 그 공간에서 시간을 함께 쌓아온 ‘언니’들은 자신들의 건강 이슈에 대해 이루머들에게 털어놓습니다. 대부분 정상성에 맞게 규정된 제도권 내에서 보장받기 어려운 질병에 대한 얘기들이었어요. 그 대화들을 통해 쇠락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최근에는 어떤 책을 읽었는데요. 책의 내용은 어떤 국가의 사례인데, 이 나라는 나이 듦과 질병에 대해 좌시하지 않고 제도로서의 돌봄을 강화하고, 나이가 들고 아프더라도 더 이상 ‘하찮은’ 존재가 아닌 사회에 소속된 구성원임을 당사자가 느끼도록 하는 제도와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고 해요. 그 책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그리고 국가가 더 이상 ‘생산적이지 않고’, ‘정상성’에 어긋난 존재들을 어떻게 다루어 왔는지를 더욱 실감하게 된 것 같아요.

 

아픈 몸과 나이 듦에 대한 혐오, 정상적인 규범에 들어가려는 끊임없는 개별적 분투의 과정, 우리 사회에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삶의 태도들은 결국 무엇에 의해 만들어졌는가,  개별적인 ‘노력’으로 살아가는 게 당연시되고, 타인에 대한 은근한 혐오가 내재되어 있는 삶, 그것이 ‘정상적’이라고 생각되는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제공됐는가를 생각해보는 요즘입니다. 아웃리치를 하고 난 뒤에는 ‘언니’들과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와 일상을 묻는 시간은 참 소중합니다. 이번 아웃리치 후기는 이만 줄여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희와 느슨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들의 일상이 부디 무탈하시길 바라며, 그럼 다음 달 아웃리치 후기에서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