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칼럼]다시 상담활동을 시작하며…_허허


다시 상담활동을 시작하며..

 
3년간 회계를 주업무로 했던 것을 올해부터는 상담활동으로 바꿨다. 회계의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개인평가를 스스로 했을 때, 그 회의문서 마저도 회계 부분 숫자가 안맞았던 것을 빗대서 이루머들은 진정한 매너리즘에 도달한 뒤 회계를 그만두라고 농담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진정한 매너리즘에 빠지고야 말겠다는 신념으로 업무에 임했으나, 완벽한 숫자의 고지는 멀고도 험하였다. 더군다나 올해 초 이월을 앞두고 회계 업무의 실수가 포텐 터지자 차라리 경질로 처리해달라고 민망함을 모면했다.

그리하여 성매매피해지원을 위한 상담을 다시, 주업무로 하게 되었다. 회계를 선택했던 것은 상담이 싫어서였는데, 다시 상담을 선택하는 이유는? 회계에서 경질되어서? ㅋㅋㅋ
 
3년전 상담을 그만하고 싶었던 것은 상담 자체가 너무 벅찼기 때문이다. 내 삶도 벅찬데다가 나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벅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힘들었다. 니 문제 내문제가 구분이 안가고, 듣고 있노라니 몸이 아플 정도로 속이 상하며, 무기력해졌었다. 이를 전문용어로 2차 트라우마라고 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모든 상담원이 나와 같지는 않다. 개인차가 있기 마련. 상담원들에게 2차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면, 그 상담원이 얼마나 건강한가, 또 같은 상황에서 타인의 고통을 자신에게 얼마나 반영시키는가, 또 몇 명의 사례, 얼마 동안의 시간을 경험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상담을 멀리 했던 그동안 나의 2차 트라우마는 치유되었을까?
 
다시 상담을 하려고 하니 걱정부터 앞선다. 잘할 수 있을까. 모르는 일도 아니고 안해봤던 일도 아닌데, 처음 이 일을, 상담을 시작했던 때의 꼭같은 크긴 아닐지라도 긴장이 되었다.
 
다시 상담을 시작하는 첫 날, 언니 앞에서…. 떨렸다. 머리와 몸은 초심 때와 같을 수 없어도, 다시 언니들을 만나는 것은 초심과 같은 깊이일 수는 없을지라도, 그 잔잔한 떨림이 어색하나 그닥 싫지 않았다. 걱정도 되지만, 소소한 떨림과 잔잔한 다짐 같은 것도 해보게 된다. (일부러 계속 작게 표현해.ㅋㅋㅋ)
 
다시 시작하는 상담활동, 기분이 싫지만은 않다.

_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