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대중강좌] ‘성매매에 대한 여성주의 개입이란?’ <2강 - 집결지의 가시성과 재개발의 정치>_푸르매

2023년 10월 18일은 ‘성매매에 대한 여성주의적 개입이란?’의 두 번째 강좌가 진행되는 날이었어요.

 

 

불처벌 필진 최별 님의 ‘집결지의 가시성과 재개발의 정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주셨답니다.

성매매 집결지의 ‘폐쇄’는 언제나 성매매 여성의 ‘생존권’ 문제와 나열되고, 대치된 채 출구없는 딜레마를 봉착하게 합니다.

이 딜레마를 타개하고 성산업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 정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무려 4주동안 수요일마다 진행되는 이룸의 대중강좌 일정이 고되셨을텐데도,

꾸준히 참석해주시고, 뒤풀이까지 빠지지 않고 참석해주신 

이룸의 열혈 회원! 푸르매님의 후기를 공유드립니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대중강좌> 성매매에 대한 여성주의적 개입이란?

2강 집결지의 가시성과 재개발의 정치 강의 후기

 

 

푸르매

  

 

선선한 공기가 느껴지는, 점점 귀해지는 가을 어느 날, 멀리서 마음으로나마 응원하던 이룸의 강연회에 수강신청하고 참여하게 되었다.

네 번의 강연회에서 첫째 주 강연이었던 정희진님의 강의를 기쁨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들었다. 그리고 또 한껏 설레이는 두 번째 주 강연은 최별님의 강의였다.

 

나는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려고 나름 노력하면서도 반성매매 이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었다. 부끄럽지만.. 하지만 반성매매 관련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고,

책 불처벌을 읽으면서 이전과는 다른 앎과 깨달음을 조금이라도 갖고 달라진 생각, 고민,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미약하나마 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좀 더 공부하고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최별님은 책 불처벌에서 <‘성매매는 성폭력이다’ 그러나 그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를 쓰셨다.

내가 단순하게 알고 생각하던 것들의 문제점과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알고 고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크게 위로와 시원함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래서 이번 강의가 더욱 기대되었다.

 

최별님의 강의 주제는 <성매매 집결지의 가시성과 재개발의 정치>였다.

70년대 후반 도시 주변부에서 나고 자라온 나로서는 집결지와 다양한 유흥업소를 보아왔었다.

지금도 많은 업소가 있지만 최별님이 강의에서 말씀한 것처럼 성산업의 형태가 점점 교묘해지고 단속을 피하고자 주택가, 상가, 오피등에 숨는 방식(또한 빠르게 이동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거리에서 바로 보이던 집결지는 재개발의 논리로 사라져가고 도로변과 골목에 있던 다양한 형태의 유흥업소들도 유명한 프랜차이즈 자영업이나 다른 가게들로 점차 바뀌어갔다.

 

강의에서 들었듯이 성매매를 반대하고 성판매여성들의 인권을 생각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의식이 발전해서 집결지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비정상으로 높은 서울 땅값과 한국사회 자본주의, 재개발, 이윤, 이권에 따라 성판매 여성들의 생존권은 고려하지 않고 집결지가 폐쇄되었던 것이어서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한편 성매매가 생존권이 되는 현실은 성별화된 빈곤과 젠더폭력이 교차하는 부정의하고 안타까운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집결지는 가시성은 높지만, 겉에서 보이던 집결지가 없어졌다고 해서 성산업의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강의록에 ’집결지가 한국 성산업 전체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십 프로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고 쓰여있다.)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한 여성들은 자신의 구체적인 삶의 시간과 노동이 담겨있던 터전을 떠나 또 다른 곳으로

혹은 더 안전하지 못한 곳으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고, 신변종 성매매영업과 인터넷 등 온라인으로 활성화하는 성산업(알선자, 업주, 구매자)은 불처벌 책에서 보았듯이

가부장제 한국남성들의 욕망을 기획하고 만들어내고 부추기며 커져간다.

 

이런 한국사회 현실에서 반성매매 운동을 해온 이룸의 역사를 또한 들을 수 있었다.

청량리 집결지 재개발과 폐쇄의 시간, 그에 맞선 저항의 과정에서 집결지에서 생계를 꾸려가던 여성들과 2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대하며

다양한 세력들과 투쟁하고 고민해온 이룸의 활동들이 치열하고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다양한 사건들과 문제상황과 선과 악이 뒤얽히고 판단하기 쉽지 않은, 어떤 선택과 방향이 옳은 것인가를 나와 너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우리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계속 고민하고 함께 움직이고 찾아가야 하는 모순투성이의 어려운 여정에서

이룸이 여성들과 함께 얼마나 많은 것을 실천하고 바깥에 알리고 기록하고 변화를 모색해왔는지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재개발로 인한 폐쇄의 유예기간이 성판매 여성의 생존권이기도 하지만 업주의 이해관계이기도 하는 상황..)

 

최별님의 강의를 들으며 알게 되고 더욱 뚜렷해진 생각은

성판매 여성의 인권을 지키고 성산업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자발적/비자발적으로 나누는 남성중심적이고 편협하며 틀린 개념을 해체하고 변화시키면서 성판매여성에 대한 불처벌이 시급하고

한국사회의 미흡하고 조건적인 생산적 복지를 넘어서서 여성들이 기본적인 인권을 누릴 수 있는 복지가 당장 필요하며

여성과 빈곤한 자들, 사회적 약자인 소수자들에게는 과도하게 인색하고 검열적, 통제적인 관과 민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의 종반부에 들었던 “반성매매는 탈성매매와 같은 말이 아니다”라는 말이 크고 울림이 있게 내 머릿속에 남는다.

그 말을 되새기며 나의 일상에서도 생각의 방향을 어디로 향할지 점차 알게 될 것이라고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