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방지 상담원 양성교육에 다녀왔습니다.

노랑조아의 성매매방지 상담원 양성교육 후기 | 2023.8.29-9.15, 9.22-26

안녕하세요. 이룸의 노랑조아입니다. 

2022년 11월 1일에 첫 출근을 했으니 10월 말이면 12개월을 꽉 채우게 되네요. 입사 초기에 저는 회계 업무를 인수인계 받아 담당하게 되었는데요, 선배 활동가가 차근히 알려줄 때에는 좀 할 만 했던 것이, 해가 넘어가며 혼자 감당하게 되자 발 끝이 닿지 않는 파도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생존하는 느낌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하나하나 익혀가고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업무에 적응을 했지요. 상담지원 업무 또한 사례회의를 통해서 실제 운용을 익히고, 비교적 어렵지 않은 지원부터 한 두 개씩 담당해 나갈 수 있었어요. 두렵고 떨리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경험이 쌓이다보면 더 나은 활동가가 되어있겠지 기대하며 지냈습니다(여전히 전화할 때 발음이 씹히고 더듬거리지만). 

그러다 다가온 성매매방지 상담원 양성교육! 100시간 동안 업무와 분리된 환경에서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이었어요. 마지막 3일 간의 대면교육을 제외하면 전부 온라인 교육이었기 때문에, 저는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 교육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인천에서 신설동으로 출퇴근 하는 저에게 그 기간이 얼마나 황금 같이 느껴졌는지요. 그런데 막상 교육을 받아보니, 온라인 교육이란 무척이나 에너지가 많이 들더라고요. 사무실에 있을 때는 일하다가 지치면 공부를 하고(이룸에는 활동가 교육을 위한 내부 세미나가 있답니다), 공부하다 지치면 일을 하거나 동료 활동가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함께 사유를 나눌 수가 있었는데, 집에서 혼자 온라인으로 계속해서 강의를 듣자니 그 밀도가 버거워 꽤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렇지만 교육을 통해 배우는 지식과 선배 활동가들의 경험 공유가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반성매매 운동이 역사적으로, 또 전국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어렴풋이라도 조망하며 감을 잡을 수 있었고, 특히 법률지원의 체계와 실제에 대해 배운 것이 유익했어요. 잘 접해보지 않은 부분이라 어렵게 느껴졌는데,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자세히 배울 수 있었거든요(물론 여전히 어렵긴 합니다ㅠㅠ). 활동가들의 소진예방을 위해 여러모로 마음을 쓴 시간도 있었는데요, 내 몸과 마음을 잘 돌보고 다스려가며 운동해야 서로를 살리고 오래오래 함께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되새겼습니다. 금방 탈진하기 쉬운 운동이니만큼 동료들이 서로를 지켜봐주고 잘 챙겨줘야 하지 않을까 해요. 

마지막 3일 간은 대면교육으로, 충정로에 있는 양성평등진흥원에 모여서 다함께 교육을 받았는데요, 여러 지역에서(무려 제주에서도!!) 온 활동가들과 교류하며 밥도 먹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어요. 동지들이 이렇게 많고, 또 각자의 고민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니, 서로서로 힘을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만 얼마나 가능할른지 알 수 없지요. 그래도 모처럼 동기들의 기운을 받아  저도 으쌰으쌰 동기부여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100시간 교육이 끝난 후에는 20시간 실습이 남아있었는데요, 저는 서울 동작구에 있는 다시함께상담센터에서 동기생 3명과 함께 교육을 받았어요. 센터의 활동가들이 무척 체계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정성스럽게 강의해주어서, 반성매매운동의 실제에 대해 생생하게 배울 수 있었지요. 성매매의 종류와 각각의 양태를 교육 받고, 인터넷에서 성매매 광고물을 찾아 신고해보는 실습도 했는데,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는 성매매산업의 시각에 오래 머무는 경험을 하며 굉장히 괴로워하기도 했습니다. 센터에서 아웃리치 사업을 했던 종묘 부근 고령 여성 성매매 현장에 대해서도 처음 접해서, 마침 기억난 이재용 감독의 영화 <죽여주는 여자>를 찾아 보기도 했어요. 

영등포 집결지 현장사업에 대해서도 배웠는데요, 영등포 지역의 성매매 역사에 대해 배우고, 유리방과 휘파리 골목, 쪽방 골목을 직접 가보았어요. 이룸에서 활동하지만 청량리 집결지에 가 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집결지에 가보는 경험이었습니다. 부천/인천에서 살아온 제게 영등포는 아주 익숙한 장소인데요, 한 공간을 공유하면서도 서로 만나지 않고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아는 만큼 공부하는 만큼 보이고 또 고민하게 되는구나 생각하였어요. 특히나 쪽방 골목은, 빈곤의 렌즈에 젠더를 더할 뿐 아니라 공동체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어요. 쪽방 거주자 중에 사회복지의 지원을 받아 임대주택으로 옮겨간 후에도, 공동체성을 이룬 사람들이 그리워 다시 돌아오곤 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사회적 지지자원이란 집과 최저소득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간적인 삶이란 무엇일까 더 깊게 고민하게 되었고요. 

유익한 교육기간을 보내고, 이제 저는 다시 저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이태원 아웃리치를 나가고, 내부 세미나를 위해 학습 교재를 읽으면서, 성매매 산업이 가능한 자본주의 및 성별권력구조에 대한 분석, 국가의 주도적 공모에 대해 배우고, 반성매매운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계속해서 더듬더듬 공부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잘 소화할 지 장담할 수 없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좀 더 나은, 좀 더 멋진 활동가가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 때까지 이룸과 함께 하는 많은 분들과 더불어 오래 걷고 싶습니다. 

사부작공방에서 만든 양말목 공예 컵받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