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월 상담소식

<2023년 8-9월 이룸 상담소식>

8-9월에는 총 164건의 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산부인과, 정형외과, 감염내과, 호흡기내과, 치과, 안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진료과만 해도 다양하게 의료지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성매매 경험으로 인한 질병이 다양하게 나타나면서 우리 몸이 각 부분으로 나뉘어있지 않고 모두 이어져있으며, 연령에 따라 때에 따라 갖가지 증상을 겪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하나의 원인이 하나의 결과만 가져오지 않을 뿐더러, 성매매 현장에서 여성들은 여러 층위의 경험을 하게 되니 통합적인 의료지원이 필요합니다.

간혹 증상이 많이 진행된 채로 상담소를 찾아오는 사례가 있는데요, 치료를 미루고 미루다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이 생긴 시점에 지원을 요청하시는 바람에 지원을 하면서 마음을 많이 졸였습니다. 치료시기를 늦추는 데에는 여러 까닭이 있겠지만 비용에 대한 부담이나 지원 받을 수 있는 자원에 대한 정보 부족이 원인이 되지 않도록 여성들에게 자원을 잘 연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더불어 누구나 정보의 비대칭, 자본의 비대칭으로 건강권을 제 때 누리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사회적 차원의 의료복지 시스템 구축이 시급합니다(무상의료의 그날까지!).

법률지원으로는 성매매 과정에서의 성폭행에 대한 사례, 과거 채무에 대한 불이행 관련 사례, 함정 단속 및 성매매 광고죄로 인한 검찰 송치 사례, 유흥업소에서 출근부를 위장하여 부당 소득 신고를 한 사례 등을 지원하거나 연계하였습니다.

또 장기간 연락이 두절되었다가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다시 상담지원을 요청하는 사례도 있고, 상담을 종결하였으나 불안과 우울 등 일상의 어려움으로 다시 연장을 요청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정해진 상담 회기를 경과하면 상담소의 전체적인 구조지원 현황과 구조비 상황이 종결 및 연장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8-9월의 경우 구조지원비가 많이 집행되다보니 치료회복 지원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고 종결하거나 연계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성매매 이후의 삶을 꾸려가는 데 있어서 적절한 의료지원과 법률지원, 자활의 자원이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사람이 사회 속에서 어울려 살며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 지지 자원이 꼭 필요합니다. 관계를 맺고 정서를 교류하고 우정을 나누며, 위기 상황이 왔을 때 여러 지지기반에 힘입을 수 있도록 말이죠. 상담을 통한 치료지원은 최소한의 지지 자원입니다만, 사회가 그 이상의 관계성을 받쳐주지 않는다면 자유롭고 건강한 삶의 향유가 얼마나 가능할지 의문이 듭니다. 사회 구성원들 간의 관계맺음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빈곤의 정도와 학력과 젠더와 나이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이라는 낙인이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낙인으로 인한 사회적 단절의 효과는 건강 및 삶의 질 문제로 직결되니까요.

날이 선선해지고 찬바람이 부니 여러 상념이 드네요. 추위 또한 모두에게 똑같이 경험되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부디 모두에게 조금은 다정한 가을이기를 바랍니다. 그럼 이만, 다음 상담 보고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