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이룸공부방 기획간담회 두번째 : 재생산X커먼즈 후기

올해 이룸공부방에서 기획한 두번째이자 마지막 간담회, 백영경 선생님과 함께하는 재생산 그리고 커먼즈 간담회가 8월 23일 금요일 이룸 사무실에서 열렸습니다.

 

공부방이 이 두 키워드로 간담회를 하게 만든 사건 그로 인해 궁금했던 것들은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되는 듯 합니다.

첫번째는 청량리 집결지 재개발/폐쇄 국면에서 불량언니 작업장으로 이어지는 활동 속 고민의 활로를 주거·금융·기본소득·공동체 등 커머닝 운동의 시야를 빌려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커먼즈 자체의 정의를 여성주의적으로 전환해보고 싶다는 욕구도 있었구요.

두번째는  2019년 낙태죄 위헌 판결 이후의 시간 그리고 대리모를 둘러싼 논쟁을 경험하며 빈곤한 여성의 재생산 경험을 앞으로 재생산권 운동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이룸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던 것 같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연구자 백영경 선생님이 와주셨지요!

선생님은 재생산과 커먼즈 알못이었던 우리가 두고두고 꼭꼭 씹어먹을 수 있을 잡곡밥 같은 명강의를 들려주셨어요.

두 이론을 성매매 현장과 연결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예감이 좀 더 뚜렷한 확신이 된 듯 합니다. 아직은 고민 단계이지만, 더 고민해봐도 좋다는 그런?

“이렇게 상식적인 고민을 이렇게 진지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두 차례의 간담회 준비모임 속기록을 받아보신 선생님의 한줄 평인데요 ㅎㅎㅎ

공부방의, 이룸의 현장에 몸으로 함께 울고 웃으러 달려와주실 분들이 어디에 계신지 그저 만나고 싶어서 이런 모임을 했던걸까 싶어지며 벅찼어요. (여기에는 쌓아놓은 귀한 관계들을 아낌없이 연결해준 공부방 현미의 조력이 있었던!)

하반기의 공부방은 이룸의 토론회, 북토크, 영화제 등 곳곳에서 살뜰히 함께하며 올해를 잘 마무리해보겠습니다. 내년도에도 성매매 현장과 연결할 수 있는 키워드의 확장과 네트워킹의 지속, 더 다양한 사람들과 폭넓게 만날 수 있는 강의 개최 등 공부방의 활동을 계속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오늘은 8월의 간담회를 참여자 후기 조각모음으로 알려봅니다. 첫번째로, 성실히 준비모임 발제를 하고 간담회 질문을 만들며 우리를 단단히 이끌어준 소윤의 꼼꼼한 메모를 공유합니다!

 


 

190823 이룸공부방 백영경선생님 간담회 조각후기/메모
작성: 소윤

 

[질문1] 재생산 신기술과 여성신체?
[질문2] 재생산이라는 개념이 지시하는 것이 무엇인가?
[질문3] 재생산을 임신-출산을 초과하는 넓은의미로, 그리고 권리개념으로 이해할 때, 권리의 주체가 반드시 대문자 여성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기억에 남는 부분들 요약

*재생산권리의 주체? 재생산을 권리개념으로 이해한다고한들….애초에 그것의 주체는 자유주의적인 의미의 근대적 주체로서 ‘개인’을 넘어서는 측면이 있다. 재생산이라는 문제는 개인에게 귀속되는 종류의 권리(ex: 소유권?)로 이해할 수 없음. 재생산이라는 것 자체가 (단지 한명의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뜻이 아니라) 한 사회의 ‘문화’를 생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에 개인 한명의 행위나 노동으로 환원될 수가 없고, 사회규범과 제도를 재조합하고 체현하는 신체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연루된 모든 행위자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접근가능함. → 재생산을 이야기할때 빼놓을 수 없는 특징 중 첫번째는 ‘감정’에 대한 것. 재생산이 뭐냐고 물을때 그것은 반드시 감정을 돌보는 일을 포함하게 된다는 점. (출산, 섹스, 임신, 양육, 간병 등의 행위…..) 그리고 두번째로는 ‘시간성’의 문제. 재생산의 과정은 굉장히 연속적이고 누적적인 시간 속에서 가능한 행위들이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최초의 순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발생하기도 하고, 통제할 수 없는 우연적인 변수들의 영향도 많이 받기 때문에.

*재생산신기술의 발전의 결과로서, 섹스와 출산 사이의 필연적인 연속성이 점점 더 해체되고 분절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러한 분절과 해체의 결과는 이중적이다. ‘자연적인 질서로서 모성성’의 판타지가 얼마나 허구적인 것인지 폭로함과 동시에 성별분업을 더욱 잘게잘게 단계별로 분업화(난자공여자-자궁대리인-아이를 양육하는 역할….)하기 쉬워지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 재생산이슈를 어떻게 명명하든지 간에(재생산’권리’?, 재생산’정치’?, 재생산’정의’?, 재생산’노동’?) ‘인간과 자연의 관계의 재구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즉, 앞서 말했던 ‘연루된 모든 행위자들과의 관계’에서 고려할 대상의 범위는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을 포함한다는 것임. → 농사를 짓는 일을 떠올려보기. 농부의 일이라는 것은, 농부 개개인이 혼자하는 일이 아니라 자연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연에 빚을 지며 이어나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임. → 여성의 노동에 지불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문제제기 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생산노동의 파괴성’에 대한 반성이 함께 가야하는 이유.

*자본주의적 시초축적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부불노동으로서 재생산은 “그건 여자들의 일이 잖아”라는 말로 정당화되었던 역사가 분명히 존재함. → 사적영역에서 “그건 여자들의 일이잖아”라는 말로 정당화되던 일들(집안일, 밥하기, 섹스, 출산 등…..)이 시장에서 ‘상품화’되고 그러한 상품화 과정이 자본주의적 ‘산업’의 형태로 자리잡았다고 할때, 이것이 ‘착취냐-노동이냐’라는 논쟁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왜냐하면, 여성에 대한 착취인 것이 맞지만, 여성에 대해서’만’ 착취인 것이 아니고, 여성들의 노동인 것도 맞지만 시장에서의 교환가치로 완전하게 환산될 수 없는(환산불가능성) 노동이기도 하기 때문. 예컨대 ‘대리모’의 노동의 교환가치를 어떻게 완전하게 환산한다는게 어떻게 가능한지?…. 성매매여성의 노동도 마찬가지로…..

*다시 말해, 생산은 좋은 것-창조적인 것이고, 재생산은 그렇지 않은 것이라는 이분법(서양철학사의 오랜전통?)에 질문을 던질때, 재생산도 생산만큼 긍정적이고 가치있는 노동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기존의 생산개념 자체의 인간중심주의적인 파괴성과 착취적 성격에 대한 반성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함. → 그 동안 인간개념의 기준이 보편자로서 남성을 전제하고 있었음을 비판하는 작업과 동시에 ‘여자도 사람이다’라는 말조차 넘어서야 하는 이중의 과제 → 신체와 과학기술의 관계에 대해서 앞으로 어떻게 사유할 수 있나? 자연을 단순히 ‘비-인간(인간 아님)’으로 정의하는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관계맺을 수 있는 방식은 없는지?

 

풀리지 않는 질문들??

cf) 대리모논쟁이나 성매매이슈에 대해 이야기할때 느껴지는 기시감? 성/착취다→ 그것은 폭력에 대한 피해다 vs. 노동이다 → 행위자의 행위성을 봐야한다 ……. → 착취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해서 그것이 곧바로 행위성 없음을 의미하는 것인가? ….. 생산노동에 대해서는 ‘노동착취’라는 말을 붙여서, 동시에, 한꺼번에, 하나의 단어처럼 말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도 뭐라고 안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현장이 생산노동이 아니라 재생산이슈(주로 ‘여자들의 일-성역할’로 정당화되던 일들)로 이동할 경우에, ‘노동/착취’는 동시에 말할 수 없는 문제가 되는 느낌?…… 왜때문에??….. 생산노동을 얘기할때는 아무도 ‘노동착취’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라고 말하지 않지 않나??……대리모의 일에 대해서 그것은 노동착취다-라고 말하면 안되고, 노동이다-라고 말할것인지, 착취다-라고 말할 것인지 하나만 선택해야 할것 같은 느낌??…. 어디서부터 꼬인걸까??….뭐가 잘못된걸까???…… >> 요약하자면, ‘노동과 착취’라는 개념이 왜 어떨때는 하나의 단어처럼 인용되다가 또 어떨때는 반댓말-절대 같이 쓸 수 없는-양자택일의 말처럼 인식되고 해석되나??…..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생산노동/재생산노동이라는 구분 자체를 전복한다는건 어떻게 가능한건지??

 

 

 

 

 

[성명]  “여성의 자기 의사에 따른 모든 임신중지에 대해 수사와 기소를 중단하라!” : 대검찰청의 임신 기간 12주 이내 임신중지 여성 기소유예 처분 처리기준에 대한 입장

[성명] 
“여성의 자기 의사에 따른 모든 임신중지에 대해 수사와 기소를 중단하라!”
: 대검찰청의 임신 기간 12주 이내 임신중지 여성 기소유예 처분 처리기준에 대한 입장

지난 6월 21일, 대검찰청은 임신 기간 12주 이내에 임신중지를 한 피의자에 한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기로 한 ‘낙태 사건 처리기준’을 마련하여 일선 검찰청에 내려 보냈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 기준에 따라 임신기간 12주~22주 이내이거나 ‘헌재가 낙태 허용 사유로 예시한 범위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있는 사례’에 대해서는 국회가 새로운 입법을 할 때까지 기소중지를 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이와 같은 처리기준을 마련한 근거로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언급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낙태 당시 임신 기간이 12주 이내이고, 헌재가 허용 사유로 예시한 범위에 명확히 해당하는 사례일 경우”를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헌재가 낙태 허용 사유의 유무를 묻지 않고 낙태를 허용할 것인지는 국회에 입법재량이 있다고 한 점, 해외 입법례 중 12주 이내는 사유를 묻지 않고 낙태를 허용하는 국가가 있는 점 등을 참고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이와 같은 처리기준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마땅히 이루어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이다. 그러나 대검찰청이 ‘임신 12주 이내’, ‘헌재가 허용 사유로 예시한 범위에 명확히 해당하는 사례일 경우’와 같은 기준을 둔 것은 검찰이 임의로 허용 가능한 시기와 사유를 설정하는 것으로써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어긋나는 조치이다. 또한 기소유예나 기소중지 역시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이미 헌법불합치 결정이 이루어진 ‘낙태죄’ 조항의 영향력을 존속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이에 우리는 대검찰청이 임의로 제시한 처리기준의 한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임신 당사자의 자기 의사에 따른 임신중지의 경우 향후 새로운 입법안이 마련될 때까지 임신 전 기간에 걸쳐 사유를 불문하고 전면 수사 중지, 불기소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헌법재판소는 임신 12주 이내의 임신중지만을 허용할 수 있다거나, 특정한 허용 사유를 향후 입법 기준으로 결정한 바가 없다. 오히려 헌법재판소는 임신중지의 결정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경제적 조건들과 불평등한 현실을 언급하고 있으며, 현행 형법상의 ‘낙태죄’로 인해 여성들이 얼마나 다양한 어려움과 삶의 위험에 봉착하고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임신중지의 결정이 진공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여성 개인의 일시적 판단이 아니라 임신을 유지할 경우 태어나게 될 아이와 자신의 삶의 조건들을 고려하여 이루어지는 결정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따라서 처벌은 임신중지 예방에 실효성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임신의 유지 여부에 대한 결정권이 자신의 “존엄한 인격권을 바탕으로 하여 자율적으로 자신의 생활영역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권리”에 해당되며 국가는 이를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는 점을 언급하고, 그에 따라 “원치 않은 임신을 예방하고 임신중지를 감소시킬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등 사전적·사후적 조치를 종합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이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무시하고 임의로 허용 가능한 기간이나 사유를 설정하여서는 안 되며, 현행 형법상의 ‘낙태죄’ 조항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여성의 기본권을 명백히 침해한다는 결정이 이루어진 만큼 새로운 입법안이 마련될 때까지 현행법을 작동시켜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미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즉시 수사 및 기소 중단을 선언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다시 한 번 다음과 같은 우리의 요구를 정부와 검찰, 사법부에 촉구한다.

-검찰은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기까지 임신 당사자의 자기 의사에 따른 모든 임신중지에 대해 수사와 기소를 중단하라.
-법원은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판결을 중단하고 재판을 연기하라.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현행 형법상의 ‘낙태죄’ 조항이 더 이상 작동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공표하고 검찰, 경찰과 사법부에 모든 수사와 기소, 사법적 조치를 중단할 것을 지시하라.

2019년 6월 25일
모두를 위한 낙태죄폐지 공동행동
(건강과대안, 노동당, 녹색당, 민주노총,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불꽃페미액션,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성과재생산포럼, 여성환경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장애여성공감, 전국학생행진,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탁틴내일, 페미당당, 페미몬스터즈,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논평성명서

[입장문]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18년)에 대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의 입장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18년)에 대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의 입장

“형법 개정 요구 75.4%! 낙태죄 폐지는 시대의 요구이다”

 

낙태죄 폐지와 미프진 도입을 요구하는 23만 명의 청와대 청원 요청으로 시작된 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 조사(2018년)가 오늘 발표되었다. 해당 연구는 인공임신중절 경험 및 인식과 관련하여 1만명에 대한 온라인 조사로 진행되었으며, 연구결과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756명, 2017년 인공임신중절률은 4.8%(약 5만 건)으로 추정되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 행동은 연구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여성들의 요구에 따라 성인지적 관점을 갖춘 연구진의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기를 계속해서 촉구해왔다. 연구의 과정에 그것이 충분히 반영되었는지를 연구의 결과에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태죄 폐지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드러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해당 연구의 결과는 앞으로 범 정부 부처가 어떤 정책과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지 다양한 과제를 보여주고 있다.

해당 연구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부분은 인공임신중절을 범죄화하고 있는 형법 개정에 대한 요구가 75.4%로 매우 높다는 점과, 인공임신중절의 범죄화가 여성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형법상 낙태죄의 존치로 인해 여성들이 의료기관에 접근하거나, 의료적 정보를 제공받는 데에 있어 심각한 어려움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낙태죄 폐지 요구는 임신을 중지하고자 하는 여성의 판단을 그 누구도 심판하거나 처벌할 수 없다는 선언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인공임신중절의 합법화가 궁극적으로 인공임신중절률이 낮아지는 방향에 기여하며,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방법이라는 세계적인 연구 결과에 기반한다.

해당 연구 결과에 대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 행동>의 입장은 아래와 같다.

 

1) 형법 개정 요구 75.4%! 낙태죄 폐지는 시대의 요구이다

해당 연구 결과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성은 조사 완료 여성(10,000명)의 75.4%이며, 모자보건법에 대해서도 「모자보건법」제14조 및 시행령 제15조 개정에 대해서는 조사 완료 여성(10,000명) 중 48.9%는 ‘개정 필요’, 40.4%는 ‘잘 모름’, 10.7%는 ‘개정 불필요’ 순으로 응답하였다.

75.4%의 여성이 형법상 낙태죄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하였으며, 이는 낙태죄 폐지가 시대의 요구임을 드러낸다. 사실 한국은 형법상 낙태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국가가 주도하여 낙태 버스를 운영하고, 장애인에 대한 강제 단종을 시행하는 등 국가가 여성의 재생산에 개입해온 역사를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53년에 만들어진 낙태죄는 여전히 형법에 남아 여성의 판단을 범죄화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 행동은 수차례 형법상 낙태죄가 오히려 악용되고 있는 현실과 여성의 판단을 국가가 범죄로 지정하고, 처벌할 수 없음을 이야기해왔으며, 이러한 입장의 타당성은 23만명의 청와대 청원, 그리고 본 연구에서의 결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조사에서는 시사점으로 여전히 임신중지 합법화를 통한 예방과 안전 보장이 아니라 현재의 법적 조건 하에서 ‘남녀 공동의 책임의식 강화’ 등 실체가 불분명한 대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무책임한 결론은 정부에 정책 방안을 제시하는 데에 있어 실질적 근거로 활용될 수 없다.

여전히 게다가 정부 정책에 대한 시사점으로서는 여전히 ‘출산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두고 있어 “저출산”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는 여성에게 인구가 많을 때는 ‘낳지 말라’며 가족계획을 실시하였고, 이제와 인구가 부족해지자 ‘낳으라’며 낙태를 더욱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며 나선다. 이러한 기만적인 프레임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한편, 조사 항목 중 ‘모자보건법상 인공임신중절 허용 사유 개선에 대한 인식’ 부분에서는 현행 모자보건법에서 우생학적 관점을 담고 있는 제14조 1항과 2항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어 현행 모자보건법이 장애여성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부재함을 드러내었다.

정부와 의회는 형법 개정을 통한 낙태죄 폐지와 함께 사회경제적 여건의 보장, 보험 적용, 성교육과 피임의 체계적 확대, 상담과 사후관리 등의 의료적 보장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으로서 고려하고,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

 

2) 임신중지 합법화와 의료적, 사회경제적 여건 보장이 필요하다. 성과 재생산 권리, 여성의 건강권 보장하라.

이번 조사를 통해 인공임신중절은 그 연령대와 사유를 특정할 수 없으며, 모든 여성들에게 매우 보편적인 경험이고 그 조건도 다양함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17세에서 44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임신중지 경험이 있고, 비혼 여성과 기혼 여성의 임신중지 비율도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혼여성 46.9%, 사실혼 포함 기혼여성 51.9% / 별거, 이혼, 사별까지 포함한 기혼여성 53.1%) 임신중지 사유 역시 ‘학업·직장 등 사회활동’과 ‘경제상태’, ‘자녀계획’이 비등한 비율을 차지했다.

특히, 연구 결과에서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 라는 응답이 46.9%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인공임신중절이 발생하는 실질적인 근간에는 개인이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다음 세대를 재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회적인 조건이 있으며 따라서 정부가 인공임신중절의 발생을 줄이고 싶다면 모든 이가 자신의 모성과 재생산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인공임신중절은 결코 처벌이나 범죄화, 사유의 제한 등을 통해서 그 발생이 낮아질 수 없다.

오히려 인공임신중절의 범죄화는 여성의 건강권을 침해한다. 인공임신중절이 불법화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에 의해 관리가 되지 않고, 의료인에 대한 보수교육도 이루어지지 않으며, 최선의 의료적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의료적 가이드라인이 없으며, 의료 기관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고, 의료 정보를 얻기 또한 어려워지며, 의료인과 당사자 모두가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여성의 재생산 건강을 실질적으로 위협한다. 조사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 당시 필요했던 정보(복수응답, 2가지)의 경우, 가장 많이 응답한 것은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71.9%가 이며, 인공임신중절 비용, 인공임신중절로 인한 부작용 및 후유증도 각각 57.9%, 40.2% 이다.

한국은 진보된 의료 체계를 가지고 있는 국가로 손꼽힌다. 국가의 의료 시설과 제도, 이를 지탱하는 수많은 보건의료 정책과 시스템 안에서 여성이 경험하는 의료의 질과 수준이 어떠한지, 그리고 이것이 여성의 재생산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가지는지에 대해 정부 부처는 실질적인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지역은 주거지 근처가 64.7%, 주거지와 가까운 타 시·도 25.1%, 주거지와 먼 타 시·도 9.9%, 해외 0.3% 로 상당한 여성이 인공임신중절의 불법화로 인해 의료 기관과의 거리적 접근성에서 제약을 받고 있으며, 이는 잠재적으로 사후관리나 병원 재방문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임신중절 이후 적절한 휴식을 취했다는 응답이 절반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현재의 법적 조건이 여성들의 건강과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응답자의 8.5%가 신체적 증상을 경험하였으나 이 중 43.8%만이 치료를 받았고, 54.6%가 정신적 증상을 경험하였으나 14% 정도만이 치료를 받았다는 것은, 임신중지가 불법인 상황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기가 어렵고, 병원을 다시 방문하기가 어려운 조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보건의료체계는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가? 지리적˙비용적으로 접근성 높은 의료기관을 제공해야 할 의무,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정보와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정부에 있다. 정부는 여성들의 건강을 침해하는 낙태죄 폐지를 통해 임신중지 합법화와 함께 안전한 임신중지와 사후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료접근성의 확대, 정보접근성의 확대, 건강보험 적용, 사회경제적 여건 보장, 성차별 정책의 확대, 사회적 낙인 제거 등을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여야 한다.

 

3) 제대로 된 피임법의 교육과 접근성 확대 시급, 포괄적 성교육 시행하라

연구 결과에서는 인공임신중절 문제와 관련한 정책 수요로(1순위)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공동책임의식 강화(27.1%)”,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 및 피임교육(23.4%)” 등이 나타났다.

교육의 필요성은 누구나 절감한다. 제대로 된 성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을 입안하기 위한 관점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이러한 요구는 수많은 시민사회단체가 꾸준하게 요구해왔던 것이다.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공허한 말 말고 “어떤 성교육”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우리는 꾸준히 요구해왔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국제 인권 가이드라인에 기반한 포괄적 성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피임실천율이 2011년 대비 12.4%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임신중지 경험에서 피임하지 않은 비율 40.2%로 매우 높고, 피임실천을 하였더라도 질외사정 등 피임법으로 볼 수 없는 피임방법 사용이 47.1%이며, 콘돔 등을 사용하였더라도 사실상 피임에 실패한 비율이 12.7%로 드러나, 정확하고 안전한 피임실천율을 높이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피임실천율을 높이는 것과 별개로 100%완전한 피임법이 없으므로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피임실천에 있어서 연령에 따른 다양한 차이도 정책 입안 과정에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세 이하와 20대에서는 파트너가 아니라 본인이 피임했다는 비율이 더 높고, 피임 지식과 정보를 대부분 인터넷이나 언론매체에서 습득했다는 응답이 높다. 이는 실질적인 성교육의 부재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지점이다. 정부는 이 점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피임에 대한 접근권과 보험 적용 등 사회적 보장 확대, 정보 확산과 교육, 인식개선 캠페인 등을 강화해야 한다.

 

4) 약물적 유산유도제 도입과 안전한 사용을 보장하라

이번 연구에서 약물적 유산유도제에 대한 연구 접근 방식은 매우 문제가 많다.

현재 인공임신중절이 불법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여성이 적절한 의료기관을 찾기 어렵고, 비용 마련에 어려움이 있거나, 불법화된 의료적 시술에 대한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약물적 유산유도제를 사용한 인공임신중절이 이루어지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연유산유도약이나 유사약 사용자로 지인·구매대행(22.6%), 온라인(15.3%) 등을 통해 구매하거나 위궤양에 사용되는 약물(싸이토텍 등 자궁수축유발) 등을 의사처방(62.1%) 받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현재의 법적 현실 때문에 약을 개인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유통경로를 통해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는 안전하지 못한 약물적 인공임신중절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현실적 조건을 분석하지 않고, 약물적 인공임신중절 자체가 위험성을 강조하는 연구 결과는 타당하지 못하다.

또한 약물적 유산유도제 복용 이후의 상황에 대처하는 의료진 역시도 약물적 유산유도제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나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특히, 임신초기의 인공유산은 병원에서도 수술이 아닌 약물 사용이 더 안전하며 현재 많은 나라에서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WHO가 발간한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을 위한 가이드라인(Safe abortion: technical and policy guidance for health systems)에 따르면 임신 초기(~12주) 까지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약물적 인공임신중절(medication abortion)을 권고하고 있다.

인공임신중절 유도약의 이용 실태는 약물을 이용한 인공유산을 합법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시급히 보장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는 현재의 법적 현실과 제도적인 제약으로 인해 여성들이 가장 안전하고 최선의 의료를 제공받아야 하는 권리가 침해되고 있는 것으로, 임신중지 합법화를 통해 의료기관에서도 약물 사용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개정해야 하며, 의료진 보수 교육을 통해 여성의 건강권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의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형법상 낙태죄 폐지를 통한 인공임신중절의 전면 비범죄화, 그리고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실질적인 재생산권 확보를 위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 행동>의 요구를 덧붙인다.

– 인공임신중절 처벌 강화하는 의료법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안을 철회하라!
– 여성의 몸을 불법화하는 ‘낙태죄’ 폐지하라!
– 장애와 질병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우생학적 모자보건법 조항 전면 개정하라!
– 국가는 성평등 정책과 성교육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모든 여성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피임기술과 의료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
– 결혼유무,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장애와 질병, 경제적 차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섹슈얼리티와 모성을 실천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라!
– 안전하고 건강하게 임신을 중지할 수 있도록 최선의 의료적 선택지를 제공하라!

 

2019년 2월 14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건강과대안, 녹색당, 민주노총, 민중당,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불꽃페미액션,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성과재생산포럼, 인권운동사랑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회, 장애여성공감, 전국학생행진,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탁틴내일, 페미당당, 페미몬스터즈,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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