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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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6일,
이번달에도 이룸은 이태원 아웃리치에 나섰습니다.

이태원 아웃리치에 나선 이루머들의 뒷모습

기지촌으로 형성되어, 미군(/관광객/내국인/이주남성노동자 등등을 위한)클럽과 트랜스젠더 바, 게이바가 공존하는 이태원 후커힐. 미군기지 이전 그리고 유흥의 혼종성이 동반하는 재개발 논리 속에 놓인 이곳. 그 안에서 여성들이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는 이곳.

이태원 아웃리치 역사상, 아니 성매매 방지법 제정 이래 업소 밀집지역 아웃리치 역사상  전무후무할 물품을 들고 나섰습니다.

그건 바로……

레몬청 한마리 들여가세욥    

레몬청!!!

별별신문 38호라든가 (“들어는 봤나 “불량언니 작업장””)
별별신문 41호라든가 (“이룸X불량언니작업장이 퀴어문화축제로 간다!”) (→링크를 클릭하시면 별별신문을 바로보실수 있는 최첨단 이룸 홈페이지)
에서 이태원 언니들께 불량언니 작업장의 소식을 전해왔었지만요,
레몬청은 처음이셨을 거에요.
지난달 8월에 작업장 손뜨개 수세미가 예상과 달리 인기가 좋았고, (이건 뭐예요? 샤워타올인가? 와 같은 참신한 사용법도 등장)
이번달에는 레몬청을 가져간 것이지요. 다년간의 아웃리치로 단련된 이루머들에게 레몬청 147병 정도는 거뜬했습니다. (휘청휘청)

이룸과 얼굴 익힌 언니들께서는 레몬차를 타서 한발 앞서 골목을 돌며 빨리 저집 갖다주라고 홍보해주시고,
“어머 이거 살빠지는 거잖아, 건강한 거잖아. 좋은거야 좋은거~” 하시며 뗀뗀한 대기실 분위기를 풀어주시기도 하고
“요새는 타로 안하나요?” 아는척도 해주시고 (자연스럽게 이룸 어필)
짐을 이렇게 바리바리 싸서 왔다며 갸륵하게 여겨주셨지요.

개중에는 “어디 개업했나요?” 물으시는 분도…^^
이룸 카페 개업했습니다. 쌀쌀한 10월엔 따뜻한 레몬차지요.

“근데 이거 어디서 쏘는거에요?” 물으시는 분께는 “상담소구요, 나라에서 하는거에요~” 잽싸게 알려드렸고요.
많은 언니들이 “좋은일 하시네요” “수고 많으시네요” 감사 인사를 해주시는데 환대에 안심하면서도 미묘한 불편함은 있지요. “아유 월급받고 하는거에요” 말하고 싶어진달까? 자선이 아닌, 공간을 목격하고 관계맺는 시간을  쌓는  페미니스트 활동으로, 꼭 필요한 상담 연결로 이어지기 위해 저희는 그곳에 가니까요. 하지만 각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만남을 받아들이고 다음의 만남을 준비할 따름입니다.

별별신문에 대한 반응도 빼놓을 수 없죠. 최근에는 건강보험체납가이드, 이주 성산업 종사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한 언론의 차별적 보도행태, 페미시국광장 이야기, 잊을만하면 다시 상기시켜드리는 이룸 소개 등을 기사로 다뤘고 9월에는 늘 화제에 오르는 부정의한 ‘단속’을 주제로 했어요. (하단 엮인글에 링크가 있습니다) 언니들 체감에는 버닝썬 이후로 단속, 여기서 단속이라 함은 함정단속 (샵샤발) 이 늘어났다고 하시는데.. 뉴스가 시끌했다 보니 그렇게 받아들이시나 싶기도 하긴 한데요, 아니 경검찰-연예기획사-클럽/유흥업소-성매매/성폭력 가해자를 조져야지 왜 이태원 언니들을 괴롭힙니까? (울분)

하아. 아무튼 “매번 잘 읽고 있어요” “나 이거 열심히 읽잖아~” 해주시는 언니들이 계셔서 이번달도 별별신문은 순항입니다. (내용을 말씀 안하시는건 굳이 언급하지 않을게요..^^)
한 언니께서는 별별신문을 꼼꼼 읽으시고 포털 기사며 이룸 홈페이지까지 보셨대요!  레몬청 받으시더니 “나 봤어 레몬청 만드는거. 너네 네이버에 떴더라?” 바로 알아보시더라고요. 홈페이지상 상담안내 (병원, 변호사 등등) 를 보시고 건강보험 체납 관련 상담을 의뢰해주셨어요. 최근 이태원 상담이 늘고 있는데 아웃리치의 이유와 상담소의 존재를 이태원 언니들에게 번역해주시는 많은 조력자 언니들이 계시기 때문이리라 짐작하며 감사의 인사를 올려봅니다.

이번달은 강유가람 감독님이 자원활동가로 함께해주신 달이었습니다. 감독님은 이제 개봉할 다큐 <이태원>의 언니들을 꼭꼭 찾아뵈세요- 이번에도 나키언니께 전화드리고 얼굴을 뵈었는데요. 스크린을 매개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간과 사람의 역사를 증언하시는 나키언니가 이태원에 서계신 모습, 그곁에 함께 서있는 감독님과 이루머들의 모습은 또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었네요.

늘 그렇듯 아웃리치의 마무리는 평가회의 입니다.  강유가람 님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라며 트랜스젠더 바 들의 분위기 변화를 짚어주셨어요. 초반 문전박대 분위기에서 지금은 이전에 들어갈 수 없었던 곳들까지 방문하고 있으니까요. 그 배경에는 아이샵과의 합동 아웃리치가 있었습니다. 트랜스젠더 성판매 여성들이 경계심을 확실히 누그러뜨린 순간은 이룸과 아이샵이 연결되어 있다는 확인이었어요. 여성들이 성판매 그리고 트랜스젠더 차별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역동속에 서 있음을 명확히 체감할 수 있었지요.

이룸의 이태원 아웃리치, 군사주의 식민 질서를 정당화하는 성산업, 빈곤한 여성들 – 당연히 노년/트랜스/이주여성들을 끌어들이는 기지촌의 논리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죽음들, 패닉방어나 피해자유발론 등이 대표하는, 사건을 왜곡하는 가해자들의 논리까지 촘촘히 짚어낸 2019 이룸 영화제 <혐오의 시대> 프로그램 원고와 후기도 온라인에서 보실 수 있답니다. (후기는 조만간 업로드 예정이고 SNS 공지드릴거에요)

마찬가지로 기지촌에서 재개발, 빈곤과 노년까지 복합적인 시간성을 살고있는 여성들의 삶에서 출발해 이 도시의 사회적 관계와 공간을 재구성하고자 염두했던 2019 이룸 영화제 <이태원> 프로그램의 기록도 온라인에서 보실 수 있어요. 귀한 글들이 귀한 분들께 읽히기를 바라요.

이번달도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읽어주시고 같이 호흡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활동이야기

다큐 <이태원>을 함께 보았습니다 & 청량리 집결지 반상회 사진전

지난 2017년 12월 20일에 이룸과 강유가람 감독이 함께 주최한 영화 ‘이태원’ 상영회가 이룸의 이웃단체인 역사문제연구소에서 있었습니다.

또한 이날은 이태원과 청량리에서 찍은 사진들의 전시도 있었는데요, 영화 시작 전에 마련된 전시에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감독x활동가와의 대화시간도 30분을 훌쩍 넘겼는데도 자리를 뜨지 않으시고 진지한 눈빛과 질문으로 하나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상영을 먼저 제안해주신 강유가람 감독님께 깊이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많은 분들과 함께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이룸 활동가의 영화 이태원을 보고 드는 생각과 고민입니다.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영화 이태원을 보고.

 

작성 : 성지윤(기용)

 

청량리588과 후커힐은

나키 언니를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병원 앞에서 만나기로 한 날 70대시라는 얘길 들었고 나는 한 할머니에게 다가가 혹시?…라고 물었다. 그분은 아니었고, 멀리서 걸어오는 나키언니를 보자마자 한 눈에 알아보면서도 그전에 다른 분께 아는척 한게 괜히 머쓱해졌다. 난 너무 전형적인 70대 노인을 생각한거다. 영화에도 나오는, 공들여 손질한 앞머리와 쏟아질 것같이 빽빽한 속눈썹, 열손가락 파란 매니큐어까지. 청량리 언니들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나키 언니가 워낙에 특별한 사람인 것도 있지만, 괜히 ‘역시 이태원인가!’ 그랬다. 칙칙한 청량리와는 다르게 힙하고 화려한 곳이었다. 이룸에서 처음 이태원 아웃리치를 가던 날도 조금은 그랬던 것 같다. 후커힐을 나와서 화려한 불빛을 보자 괜히 기분이 흥청망청해지는 것이 왠지 술을 마셔야할 것만 같은.

 

다양한 성매매 업종에 따른 여성들 사이에 선긋기, 혹은 위계가 존재한다. 룸살롱 여성들은 집결지 여성들에 대해 ‘거긴 진짜 막장’이라거나 반대로 집결지 여성들은 룸살롱 여성들에게 ‘나는 깔끔하게 연애만 하지 지저분하게 술 먹는 거 안 한다’라는 식이다. 이것의 이태원 버전이 ‘나는 드런 한국 놈들 상대 안 한다’ ‘미국은 한번 가봐야한다’일테다.

 

청량리588은 성매매를하는 것이 확실한 곳이고 이태원은 노골적으로 하는 곳은 아니라는 점이 차이가 있는데 그것이 어떤 분위기가 된다. 이태원이 덜 성매매적인 곳이라는 듯, 청량리의 청소년통행금지 푯말은 24시간인데 이태원의 통행금지는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다. 이태원에 처음에 콘돔을 갖고 들어갔을 때, 마치 콘돔을 보며 키득거리는 중학생처럼 ‘어머 콘돔이야~’ 라며 웃으시는 통에 당황스러웠다. 왜 이런 걸 우리에게 주냐는 거다.

 

청량리든 이태원이든 집결지라는 공간의 특징 중 하나는 동네 밖을 나가지 않고 모든 일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정말 말 그대로 그 곳에 일하는 공간인 가게에서 숙식까지 모두 해결하거나 매우 가까운 곳에 주거를 두고 있다. 사는 동네와 직장이 구분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이것은 분명 특별한 상황이다. 집에서 자고 나와서 일하는 내내 가게에 있다가 지척거리의 집으로 돌아가고. 멀리 나가는 일 없이 안에서만 맴맴 도는 까닭에 여성들에게 이 동네가 주는 의미가 훨씬 더 특별해진다. ‘가정 동네’가 아닌, 일반적이지 않은 동네 안에서 살면서 ‘이태원이라면 택시기사도 드러운 소리만 하는’ 외부의 시선 때문에 이 동네 사람이 아닌 척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입구에만 들어오면 마음이 편안한’ 공간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어떤 착취를 견뎌야하는 곳이다. 이룸이 이태원 아웃리치를 3년째 나가면서 개별적으로 상담하는 여성이 있어도 가서도 여성들에게 아는 척을 할 수가 없다. 사장의 눈치와 다른 아가씨들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처음 상담이 연결될 때 절대 이태원 와서도 아는 척 하지 말 것을 몇 번이나 당부한다. 그리고 이태원에서 연결된 여성들의 많은 수가 정신과 약을 복용중이다. 그녀들의 일과 이 높은 유병률은 어떻게 설명이 될까.

 

 

부동산을 가진 자와 아닌 자

영화를 보고 나서 참 부적절하게도 ‘역시 한국에서는 집을 사야하나..’라는 생각을 한건 나뿐이었나. 나는 세 여성들의 공통점보다는 차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삼숙은 ‘웨이츄레스’가 아닌 사장님이고, ‘내가 양갈보가 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오해해도 ‘내가 아니면 그만’이다. 그리고 다만 외로울 뿐, 가게를 사두었던 덕에 가난하지는 않다. 하지만 나머지 두 여성은 상황이 좀 다르다. 인터뷰의 배경이 되는 그녀들이 살고 있는 집은 각자의 경제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 정부는 미군을 대상으로 하는 기지촌을 적극적으로 관리·운영한 바 있다. 미군들에게 ‘깨끗한’ 여성들을 제공하기 위해 여성들에 대해 주기적으로 성병검진을 실시했고 여성들에게는 당신들이 외화벌이의 주역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에 대해 나키언니는 ‘엉덩이 국보’라는 단어로 정리한다. 또한 그 동안 당신이 이 나라에 외화를 벌어다 준 공로가 있기 때문에 본인이 받는 복지 지원에 대해서도 이것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신다.

 

다양한 이방인들이 드나드는, 왠지 좀 무섭고 위험한 우범지역이던 이태원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 이제는 그 다양성 때문에 매력적인 곳이 되었고 그 매력은 예술가들, 트렌디한 가게들을 끌어들였다. ‘나키’가 낮게 읊조렸듯 이미 이태원은 땅이 꺼질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그리고 영화 속 젊은 예술가들은 이 동네가 더 유명해지질 않기를 바라고 있다. ‘영화’는 재개발 안 된다는 소문이 돈다고, 재개발되면 갈데없는 못 사는 사람은 어딜 가냐고 말한다. 하지만 아마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그건 그녀의 바람이고 당위일 뿐 개발은 사람의 사정을 보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에게 더 가혹할 뿐이다.

 

청량리도 그랬다. 이미 십수년 전부터 헐린다는 소문만 있고 그대로 유지되어 왔지만 어느 순간 정말로 다 헐려지는 때가 왔다. 업주들은 보상금의 액수를 두고 서로 싸우고 등을 돌렸고 여성들은 오늘 당장이라도 나가라면 나가야되는 상황을 하루하루 버텼다. 아마 얼마나 빨리 진행되느냐의 문제일 뿐 갈 곳도 없는데 밀려나야하는 때가 올 것이다. 안타깝고 억울한 마음 외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영화가 그 고민의 단초가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왜인지 ‘영화’님은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고 했다. 이룸에서 노년 성매매 인터뷰를 했을 때가 떠올랐다. 순자 언니는 인터뷰가 끝나고 ‘그거 들춰보면 쓸만한 게 없을거다’라면서 자신의 인생이 한심하다 하셨다. 언니의 낮은 한탄에 내가 좋은 대답을 찾지 못했던 그 순간이, 나에게 너무나 인상적이고 복잡한 마음이 들었던 순간으로 남아있다. 정확한 이유야 알 수 없지만 혹시 ‘영화’님도 순자언니와 비슷한 마음은 아니었을까. 이태원에 사는 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가 나온다고 했을 때 참 놀랐던 것이 모자이크가 없을 거라는 점이었다. 참 소중한 이 영화를 탄생하게 해준, 영화에 출연할 용기를 내준 여성 세분께 감사드린다.

불량언니 작업장

2016년 12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지난 12월 13일 밤에 이태원으로 아웃리치를 다녀왔습니다.
연말 따뜻하게 보내시라고 담요와 칫솔치약 세트를 준비했어요.

매달 갈때마다 언니들의 태도와 표정이 계속 변하는걸 느낍니다.
이태원 방문 초기 떨떠름해 하던 언니도 이제는 환하게 웃으며
아직 출근 안한 건너집 언니 물품까지 꼭꼭 챙겨놓으십니다.

예전에는 막달레나를 많이 기억하셨다면
이제 점점 이룸이란 이름에 좀 더 익숙해지는듯 해요.

이렇게 올해의 이태원 방문은 끝이 났습니다.
내년에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모두들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0^

 

<이번달에는 레몬주스를 꺼내주신 a집 언니와 귤 하나씩을 챙겨주신 c집 언니>

활동이야기

2016년 11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11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여느 때처럼 자원활동가 강유가람님이 동행해주신 이번 이태원 아웃리치는 수건과 별별신문을 가지고 방문했습니다.

<유흥업소종사자를 위한 별별신문>은 이제까지 하나의 내용으로 분기별 발행을 했는데요, 10월부터는 이태원과 청량리집결지 각각 대상의 욕구와 지역의 이슈를 고려한 내용으로 구성하여 매달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이태원 별별신문은 요통을 호소하시는 분들을 위해 디스크 손상을 예방, 치료하는 자세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이제는 언니들이 저희에게 차와 음식을 권하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게 느껴질 만큼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희를 알아보고 반겨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는 만큼, 업소이동이 잦은 특성상 늘 만나던 언니가 갑작스레 보이지 않으면 아쉬움이 큽니다. ‘한 마디라도 더 나눌걸’ 하는 아쉬움, ‘어디로 가셨을까’ 하는 궁금함, ‘어디에서든 건강하게 잘 사셨으면’ 하는 바람들이 순간, 그리고 자주… 마음에 스칩니다.
 
언니들과 동고동락하는 반려견은 언니와 저희를 연결해주는 아주 좋은 대화주제입니다. 이날은 가게 문 옆에 길 잃은 개의 주인을 찾는 벽보가 눈에 띄였습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언니와 함께 사는 개와 주인을 기다리는 개가 서로 거리를 두고 앉아있었습니다. 또 다른 가게의 개는 교통사고를 당해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었고, 또 다른 개는 자궁축농증으로 병원에 입원 중이었습니다. 개들에게도 다사다난한 11월입니다.
 

본격화된 재개발, 미대통령 트럼프 당선으로 이태원의 공기도 어지럽습니다.
모두에게 다사다난한 2016년, 
올 겨울도 기록적인 추위가 온다고 하는데 각자의 이유로 거리에서 밤을 보내는 날들이 많습니다. 
자기 위치에서 일상을 유지하고 살아내는 것 자체가 투쟁인 우리이기에 다가오는 겨울에는 서로의 이유로 뭉치는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투쟁하는 언니들!
12월에는 따뜻한 물품 가지고 돌아올게요.
활동이야기

2016년 10월 청량리와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with 윤정원, 강유가람)

10월에도 어김없이 청량리와 이태원 아웃리치를 다녀왔습니다.
청량리는 10월 5일, 이태원은 10월 6일에 다녀왔는데요.
이번에는 특별히 윤정원(a.k.a 모름)님과 강유가람(a.k.a 고래)님이 아웃리치 후기를 써주셨습니다. 예~
윤정원 님은 청량리 아웃리치에, 강유가람 님은 이태원 아웃리치에 함께하고 계십니다. 

 

 

청량리 아웃리치 후기 (글쓴이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
 

이룸 후원회원이 된지 반 년이 넘어갑니다. 지역사회에서 산부인과의사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과, 그러던 중 학생때의 친분이 있던 유나와의 인연으로 이룸에 처음 발을 들여놨습니다. 진료연계? 의료상담? 정말 아무 밑그림도 없이 막연하게 이것저것 던져보는 저에게, 이루머들은 아웃리치를 같이 가볼것을 제안했습니다. 
 
아웃리치 구역은 크게 유리방 구역과 쪽방구역, 여인숙 구역으로 나뉩니다. 유리방은 흔히 많은 사람들이 정육점 불빛으로 알고있는 그 이미지이고,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들이 있습니다. 여인숙은 펨푸(pimp, 집결지 골목에 나와 있으면서 성판매여성과 손님을 연결해주는 포주. 주로 중장년여성) 들이 운영하고 수명의 여성들이 고용된 형태이고, 쪽방은 생애주기 가장 말년의 단계 언니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청량리에서도 한쪽 구석에 위치해 있습니다.

여기 오는 사람들마다 다른것들을 보겠죠. 깊이 파인 언니들의 가슴골이 보일수도, 빨간 불빛으로 기억할수도, 차창을 조금 내린채 천천히 지나가는 차들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제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건 평균 15cm 가 넘는 높은 힐, 담배를 물고 다리를 꼬고 걸터앉아있는 바 의자였습니다. 틀림없이 신체활동이 적은 직업이고, 햇빛을 적게 보기 때문에 비타민D 가 부족하여 뼈와 치아가 약할 것이고, 거기에 잘못된 자세와 허리에 무리가 가는 힐까지. 유리방 언니들의 자세에서 든 생각은, 쪽방 언니들과의 만남에서 명확해졌습니다. 중장년으로 갈수록, 이룸이 지원하는 부분은 의료지원부분이 점점 커지는데요, 디스크와 골다공증, 치아문제 같은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첫 아웃리치의 마지막 루트정도에서 눈길을 끈건 어느 한 유리방이었습니다. 쇼윈도 유리창 공간 뒤로, 방으로 추정되는 공간이 그야말로 1m 정도 남짓밖에 안되는 겁니다. 고시원과 비교가 될까요. 고공농성 진료지원을 자주 다니는 친구가 이야기해준 농성장 모습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하늘 위, 바람이 세게 불어 첨탑 주위로 60cm 남짓하게 밖에 공간을 만들지 못해, 몸을 구겨 가둔 잠을 자고 떨어질까 공포심이 계속 든다는 이야기. 서울시내 한복판 가장 번화가지만, 몸을 가둘 공간은 겨우 1m. 저기서 섹스가 가능해 라는 말이 입밖에 나오려다가 쑥 들어갔습니다. 열악한 노동의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겁니다.
 
어쨌든 이 언니들은 존재하고, 열악한 상황에서 노동하고 있으며,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성병과 피임 인공임신중절 정도 생각하고 시작한 이룸 후원이었지만, 아웃리치를 통해 이들의 삶과 노동을 조금은 가까이 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세번정도의 아웃리치를 함께 했지만, 제가 눈썰미나 친화력이 안 좋아서인지, 언니들이 자주 들고나서인지. 아직도 항상 서먹서먹하고 어색합니다. 그래도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요. 라고 썼는데 11월에 청량리를 완전히 철거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또 어떤 공간에서 어떤 노동을 하게 될까요.
 
 10월 6일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글쓴이 강유가람, 다큐멘터리 <이태원> 감독)

 

이번 아웃리치는 언니들과 유난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1년 넘게 만나면서도 한 번도 가게 안에 들어와서 앉으라고 이야기 해주시지 않았던 

F언니도 들어와서 커피를 타주시면서 정치이야기, 추워져서 그런지 밖에 눈이온다며 

농담을 계속 하시기도 했습니다. 

 

S언니는 애지중지하는 반려견이 뺑소니에 치여서 다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경찰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치료비도 많이 나왔을 텐데 

꼭 뺑소니범이 잡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갈 때마다 차를 대접해 주시던 A언니는 이번에는 신기한 미숫가루라떼를 주셨네요. 

진상 ‘손님’들에 대한 불만, 술을 많이 먹어야해서 숙취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런 일 하는 사람은 오래 살면 뭐하냐는 한탄까지.. 

그동안 들을 수 없었던 속내를 털어놓아주셨습니다.

 

한 언니는 자기 업소에 있던 언니가 쉘터에 갔는데 적응하기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했구요, 

다른 업소에서는 이태원 업소 초입에 있는 가게 두 곳에 팻말이 쳐진 곳은 곳 이제 철거되고, 

재개발이 될 거라는 정보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언니들의 환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이룸로고가 새겨진 이번 아웃리치 물품 보온병의 인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지속적으로 방문해온 이룸에게 언니들의 신뢰가 쌓였다고 믿고 싶네요. ^^ 

물론 이름은 아직도 잘 기억 못하시지만 ;;; 

 

아무튼 공간의 변화에 따라 언니들의 삶의 맥락에도 변화들이 많이 생겨날 텐데요.

다음 달에도 이태원 언덕배기 언니들의 이야기를 좀더 많이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후기를 닫겠습니다.

 

활동이야기

[후기] 우리가 이태원에 빚진 것_영화 <이태원> 을 보고

우리가 이태원에 빚진 것
– 영화<이태원>을 보고

완두

 
 
   이태원, 참 심플한 제목이다. 그만큼 이태원에는 굳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전달 가능한 그 곳만의 풍경과 역사가 있다. 하지만 그것 그대로 영화 제목이 될 때는 이제까지 알았던 혹은 알고 있다고 믿었던 풍경에 균열을 예고한다. 누군가의 증언과 기록은 각자의 풍경이 서로의 경험과 기억에 빚지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내 존재 안팎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구체적인 소리와, 냄새와, 맛과, 온기로 실감한다. 내게 이 영화가 그랬다.

   이태원은 여러 인종과 종교, 문화, 정체성이 뒤섞여 있는 동시에 이태원하면 살인을 먼저 떠올릴 만큼 위험한 지역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엔 뉴타운으로 지정된 후 10년 넘게 재개발이 늦춰져 방치되면서 저렴한 임대료를 보고 모인 청년, 예술가들에 의해 활기를 띠더니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맛집, 서점이 들어서면서 하루가 다르게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야말로 ‘핫’해진 이곳을 [이룸]은 2015년 5월부터 <이태원>의 강유가람 감독과 함께 성매매를 경험하는 트랜스젠더/외국인/이주/여성을 만나기 위해 소방서 뒤편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우사단길 일대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이태원은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용산을 비롯한 전국 요지에 설치된 미군기지를 상대로 유흥업이 팽창한 지역 중 하나다. 지금은 당시 역사에 관심 있는 언론과 기지촌 여성들의 증언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려졌듯 기지촌은 미군의 원조가 절대적이었던 시기 여성을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했던 정부의 적극적인 기획에서 설치‧운영되었다.
 


▲ 이태원 우사단로14길 일명 '후커힐'

 

   현재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로 평가받는다. “이태원에 있는 클럽에서 일한 여자들은 이 나라의 국보로 생각해야 돼. 쌍말로 말해 ‘엉덩이 국보’라고. 여자들이 보면 가족들이 셋 넷이 딸려있어. 안 딸려 있는 사람이 없어.” 라고 말하는 영화 속 나키의 증언은 이태원 클럽에서 일한 여성들이 성장에 동원되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그 여성들과 이태원은 ‘성장’에 어울리는 모습을 하고 있을까?
 

   주인공 삼숙, 영화, 나키는 40년 넘게 이태원에 뿌리내리고 사는 노년여성이다. 세 여성은 세간의 편견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생계를 위해 유흥업소에서 일했던 당시를 회고한다. 반백년 넘게 살아온 이들의 삶은 실상 폭력, 빈곤, 외로움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태원은 그 세월을 함께 겪어낸 이웃과 김치를 나눠먹고, 가장 익숙하고 잘할 수 있는 일로 가족을 부양하고 또 잃어버린 형제를 기다리며 남은 인생을 살아내는 공간이다. 카메라는 세 여성이 이태원에서 일하고, 먹고, 관계 맺고, 노후한 주택으로 불편을 겪는 일상들을 쫓으며 관객에게 ‘지금-여기’의 이태원을 목격하길 청한다.
 

   성매매 경험 여성들은 주로 언론과 유흥업소 후기 사이트에서 오직 ‘몸’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남대문을 가도 다시 이태원 입구에 들어오면 마음이 편안하다” 는 이곳에 대한 나키의 애착과, 손수 준비한 음식들로 운영하던 업소의 40주년 파티를 열며 5년 더 장사를 하고 싶다는 속내를 비치는 삼숙의 바람은 그들을 이태원 지역 주민으로서 인식하게 한다.
 

   그러나 곧, “여기 재개발 안 될 거야. 말만 그러지 안 돼. 여기 못사는 사람들 많은데 어디로 가라고 갈 데 없는데 씨발 돈 있는 사람이야 팍팍 사서 가겠지만” 이라는 영화의 말이 무색하게도 보류됐던 재개발이 재개 된다는 소식과 함께 이웃의 건물이 팔리고 철거된다. 나키는 낯선 인파속을 걸으며 “사람이 너무 많아 이태원이 꺼지겠다” 며 자본의 필요가 재촉하는 변화에 조용히 시름한다.
 

   근래 이태원에 정착한 청년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초기 값싼 월세로 흘러들어와 공방과 가게를 오픈한 청년들은 이태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사랑방 공간을 꾸미거나 ‘계단장’, ‘마을투어’를 기획했다. 이들은 이곳만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면서 쇠퇴한 이태원에 애정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꿈꿨다. 하지만 도리어 이들의 활동으로 이태원에 사람들의 발길이 늘자 투자자들의 욕망으로 상권이 형성되면서 부동산과 월세가 폭등해 청년들이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이태원은 현재 대표적인 유흥, 소비 공간으로 부상했다. 그 사이 이곳을 아끼고 지켜야 하는 이유가 있는 사람들의 주거와 생계는 개발과 성장으로 위장된 자본권력에 의해 내몰리게 됐다. 세대는 다르지만 기지촌 출신 노년여성들과 청년의 상황은 ‘지금-여기’ 공통의 위기를 공유한다. 그들의 상황은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삶과 공간이 이처럼 반복적으로 지워졌고 또 그것이 어떤 이름으로 정당화 됐는지 짐작하게 한다.

   2010년 한국 사회의 ‘화대’는 7조원. 같은 해 영화 산업 매출 1조2천억의 5배를 넘는다(<은밀한 호황>, 김기태, 하어영, p.58). 하지만 여성에게 성매매를 시작하고, 지속하고, 중단하는 과정에서 빈곤은 떼놓을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은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이제까지 성매매집결지 폐쇄는 재개발, 도시정화, 성산업축소 등의 다양한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그 과정에서 정부, 기업, 땅주인, 업주, 주변 상권과 지역주민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 서로의 이익을 셈하는 목소리가 뒤섞였다. 누구의 손에 더 큰 이익이 떨어지는지 관심이 집중되는 동안 그곳에 왜 성매매집결지가 형성됐고 누구의 필요에 의해 지금까지 유지되었는지는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곳을 생계유지의 공간이자 '창녀'라는 편견어린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으로 의미화 해온 여성들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보상과 계획, 이를 위한 다각적인 논의는 공론화 되지 못했다. 지금 사회는 이유가 뭐였든 성매매여성의 존재와 공간이 없어져야 한다는 데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어떤 공간의 변화를 이야기 할 땐 그 공간에 누가 사는지를 비롯해 그 공간이기 때문에 알아야 하는 역사와 그것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태원과 더불어 [이룸]이 10년 넘게 아웃리치를 가고 있는 청량리 역시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빈곤, 건강, 주거 등의 생존 문제를 오직 자본의 흐름에 의지해 스스로를 전시해온, 그렇게 거주해온 이들의 공간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던진다.
 

   최근 서울에 거주하는 친구가 지역에서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자 친구의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게 네가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일까?” 언제든 내쫓길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영화는 ‘지금-여기’에서 우리 역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활동이야기

2016년 9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9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날이 제법 선선해져서인지 유난히 활기가 넘쳤던 이태원 아웃리치였습니다.

매번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던 언니와는 이날 처음 통성명을 했어요.
언니가 장을 보고 막 가게 문을 열 때 방문했는데,
“난로까지 꺼냈는데 날이 다시 더워졌다”며 연신 부채질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이번에 가져온 물품을 보시곤 마침 사려던 거라며 좋아해주시기도 하셨죠. 

 


 

이날 아웃리치 물품은 이룸 로고와 상담소 번호가 새겨진 보조배터리!
아주 인기 만점이었어요.

한 언니는 저희를 데리고 다니시면서 다른 언니들에게 물품을 챙겨주시기도 했어요.    

 

 

이 사과는 가게 문 앞에 앉아 담배를 피시던 한 언니가 저희와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으며 쥐어주신 거예요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최근 이태원에도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단속이 돌거나 가게 문을 닫는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청량리를 비롯해 이태원에도 더욱 세심한 관심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활동이야기

2016년 8월 2일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2016년 8월 2일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8월2일,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 이태원을 찾았습니다.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의 일환으로 업소형태와 수 등을 파악하는 기초조사를 하기 위해서였어요.
매번 어두울 때 오다가 낮에 오니 기분이 사뭇 묘했습니다.

 

 

해가 진 후 오늘도 어김없이 언니들과 나눌 물품을 들고 업소 문을 두드렸어요.
그런데 문을 닫은 곳이 많더라고요. 언니들의 모습도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단속왔었어”라고 한 언니가 일러주네요.
매번 같이 수다를 떨던 언니도 그때 마침 통화중이라 눈인사만 하고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늙고 병든 몸을 이끌고 길 한가운데로 나와 큰일을 보던 개와 가장 오래 체온을 나눈 하루였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무더운 여름.
언니들은 어떻게 여름을 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8월 말에 만나면 물어봐야겠어요.
활동이야기

2016년 5-6월 청량리/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이번 아웃리치에서는 자원활동가 강유가람님과 함께 여름용 덧신양말에 이룸 스티커를 붙여서 가지고 갔습니다. 작년부터 여러 차례 아웃리치를 나가면서 이제는 얼굴이 익숙해지고 대화도 나눈 분들이 많은데, 보이던 얼굴이 안 보여서 물으면 일을 그만두셨거나 다른 지역으로 가신 분들이 계셔서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해서요. 들고 남이 많은 업종 특성상 어쩔 수 없지만 그 언니는 어디서 어떻게 지내실까 가끔 궁금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이번에도 몇몇 가게에서는 커피를 얻어 마시며 동네 소식도 듣고 언니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지나가던 술 취한 외국인이 저희 길을 막고 방해를 할 땐 한 언니가 나와서 도와주시기도 하구요. 다음 달에는 트렌스젠더 언니들을 위한 특집 기사가 실린 별별신문을 가지고 갑니다. 기대해 주세요!

청량리 아웃리치 후기

6월 7일 화요일 낮에 점점 철거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청량리로 아웃리치를 나갔습니다. 녹색병원의 윤정원 산부인과 과장님이 이번에도 함께 해 주셨어요. 유리방, 여인숙, 쪽방은 각각 철거에 대해 체감하는 정도가 조금 달라보였습니다. 공통적으로 “어찌 할 바가 없으니 계속 버틴다. 시간은 걸릴 거다.”라는 말씀들을 하셨어요. 곳곳에 철거될 공간이라는 노란 스티커를 붙이러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윤정원 쌤은 쪽방 언니들의 의료지원 요청 내용을 들으며 생각이 많아 보이셨어요. 특히 4-50대의 나이에 비해 치아 상태가 많이 안 좋은 이유에는 햇빛을 많이 못보고, 영양이 부족한 것, 술과 담배의 상시복용 등이 있을 수 있다며 영양제 복용을 하시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다음에는 영양제를 들고 갈까봐요!!
(저희는 못보고 지나치는 부분들을 매의 눈으로 잡아내고 이야기해주신 윤정원 쌤~~ 완전 소중해요!!)

밤의 청량리는 여전히 북적북적했어요. 구매자들도 꽤 많이 봤고요. 문 닫혀있던 가게에 새로 들어오신 언니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고 예전에 알고지내다 한동안 소식이 끊겼던 언니들을 만나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이곳이 없어지면 어떻게 살아갈지, 갈 곳은 마땅치 않은데 생색내기용 이사비만 받아서는 뭘 계획하기도 애매하다는 이야기들, 온몸이 아파서 다른 일을 할 엄두가 안난다는 분…   참말로 답답한 일입니다. 기존 사회복지제도의 틈바구니로 들어가려면 충족해야 하는 조건들이 까다로워서 쉽지가 않지만, 어찌저찌 같이 머리 싸매보자, 남은 긴 이야기들은 사무실 놀러오셔서 같이 밥 먹으며 나누자는 약속을 하곤 아웃리치를 마쳤어요.
활동가들은 이러저러 복잡한 마음에 쉽게 청량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뭐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시도를 해봐야할텐데요. 가슴에 돌덩이가 묵직하네요.

활동이야기

2016년 4월 아웃리치 후기

 

4월 21일 이태원 아웃리치_완두

밤에도 기온이 많이 올라서 아웃리치 하기에 좋은 날이었습니다. 4월 아웃리치는 언니들의 필수품, 팬티스타킹과 상담소에서 지원 가능한 내용과 방법이 적힌 미니리플렛을 가지고 언니들을 만났습니다. 보통 가게가 오픈을 안했거나 안에 손(님)이 있는 경우에는 문이 잠겨있는데요, 오늘따라 닫혀있는 곳이 많아 언니들 얼굴을 많이 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이태원 아웃리치를 통해 만남이 쌓이고 얼굴이 익숙해지면서 요즘 이태원에 계신 언니들이 상담으로 연결되는 기회가 늘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리며… 5월에 다시 만나욧!
4월 27일 청량리 아웃리치_고진달래

 

떠나는 자, 남는 자                                                 
10년전에도 그랬다.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가 곧 없어진다고,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이 곳은 철거가 될거라 그랬다.
그러나 청량리 집결지는 관광객으로, 취객으로, 젊은 남자들로,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는 누군가로 여전히 북적댔고,
떠났던 여성들은 다시 돌아왔고, 새로운 여성들이 들어와 있었고……
변함이 없었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만나는 여성들이 올해  재개발은 진짜라고 할 때도 설마 설마 했다.
건물주, 업주들이 쉽사리 협상을 하겠냐고 버틸 때까지 최대한 버티면서 장사를 하겠지 생각했다.
사뭇 다른 청량리 집결지
 
그러나, 이번 아웃리치 현장의 분위기는 살벌하고 음산했다.
한 집 건너 한 집 붉은색 라카로 그려진 X자 사이로 틈틈히 구매자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고, 여성들은 영업 준비로 한참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떤 여성은 벌써 다른 집결지로 옮겨갔다고 한다.
어떤 여성은 최대한 청량리에 있을수 있을 때까지 있겠다 한다.
어떤 여성은 20년 살아온 이 터전을 어떻게 떠나나 한숨을 쉬고 있었고,
단 돈 몇 푼이나 될지 모르는 보상금이 떨어지지 않으면 어쩌나  동동거리기도 했다.
청량리 집결지가 없어지면
여성들은 어딘가로 뿔뿔히 흩어지겠지.
오랜 시간 이 곳에 터를 잡았던 쪽방 여성들은
익숙한 풍경과 지리, 매일 매일 안부를 묻던 사람들을 두고 떠나려면 얼마나 허전하고 불안할까.
떠나는 자나 남는 자나 서럽긴 마찬가지다
누가 청량리집결지가 있었던 이 장소, 그녀들을 기억해줄까.
*4월 아웃리치에는 이룸 후원회원이자 녹색병원 산부인과장 윤정원님이 동행하였습니다. 앞으로도 별별신문 등에 건강관련 기고글로 함께 해주실 예정이에요. 감사합니다!
4월 28일 신림 아웃리치_별
두 번째 신림. 이날은 지난번보다 조금 늦게 버스오픈 전 회의 때부터 결합을 했다.
지난 신림에서의 경험을 가지고 이룸에서 준비해간 것은 타로 상담과 성매매 관련 교육 자료.천막 테이블에서 지난번과는 또 다른 얼굴들과 함께 성매매 이야기를 했다. “성은 왜 주로 남성이 구매할까?” 와 같은 질문들.
아직 성 전반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나가고 있을 청소년들과 성매매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역시 어렵게 느껴졌다. 반대로 이미 일상에서 가깝게 경험하고 있을 조건, 보도, 룸… 과 같은 일들에 대해 해석하고, 그런 상황에 놓인 자신 혹은 친구들과 연대할 수 있는 힘을 키우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 같이 번져갔지만 무척 어려웠다! 한번으론 되지 않는 것 같고 이루머들 역시 많은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일단 이룸에서는 신림 아웃리치를 접고, 이후 구매자 사업 등과의 연계를 꾀할 수 있을때 다시 시작해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때론 거친 말들을 툭툭 내뱉으면서도 우리의 논리를 따라와 응대해주었던 버스의 방문자들이여, 고마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EXIT 버스 활동가들과의 만남에서 말로 다할 수 없는 것들을 얻어갑니다. 꼭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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