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를 넘어선 언어로 이태원 속 트랜스젠더의 삶을 만나다 – 절대강좌 5강 후기

루인님의 강의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백만불짜리 강의^^
성매매 논의에서 보다 확장해서 생각할 것들을 확실히 보여주셨어요,,

강의를 들은 차차님이 후기를  보내오셨어요~

5강 6/17(월)은
특정하게 소비되는 젠더의 지위 : TG 여성의 성판매 경험에서 드러나는 성매매의 공통된 함의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 루인님의 강의였습니다.

이제 차차님의 후기 시작합니다~

<젠더를 넘어선 언어로 이태원 속 트랜스젠더의 삶을 만나다>
 
 
후기를 쓰기 까지 많이 머뭇거리게 됐던 것 같다.
‘특정한 상황’이 내 몸에 체화되지 않은 만큼 몸이 반응하기 까지(후기를 쓰기까지)생각을 한다고 누군가가 그러던데,
내 상태가 딱 그랬던 가보다. 강의를 들을 때마다, 내 몸 안의 기억들과 언어들은 뒤죽박죽 재배치되고 경합하기 일쑤였으니.
 
내가 요즘 주로 몸담고 있는 공간이 성폭력 상담 기관인데,
오히려 성별화된 구도의 서사들(주로 여성피해자, 남성가해자)을 접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그 안에서 젠더 그 자체에 대해 질문을 던지거나 활동으로 풀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저 젠더 그 자체가 비대칭적이라는 것을 무수히 확인하고,
피해/가해자 가운데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있고,
피해자 중에 성판매 여성이 있는 경우 이런 식으로 상담소로 접수된 사건 중 하나로 인식하기도 했었다.
성별화된 피해/가해자 구도와 그 역할이 오히려 성폭력 통념이나 국가의 성폭력 안보정치에 공모하며
성역할을 강화하는데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가 항상 내 화두지만
고민만 무성히 쌓아가고 있는 요즘이었다.
또한 우연한 기회에 섹슈얼리티 교육을 하기도 했는데,
한국에서 ‘트랜스젠더=하리수’라고 인식되는 것을 깨뜨리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생각할 때에도,
그저 하리수씨와 같은 MTF 트랜스여성이나 FTM 트랜스 남성 등 특정 존재의 가시화나 자신의 젠더 표현이나 실천을
어느 정도 상대화해보는 작업을 해도 항상 트랜스젠더는 수술이라는 의료조치와 연결된 설명이 잘 안되면서
타자화 된다는 점에 답답함도 있었다.
 
이외에도 내 나름대로 트랜스젠더라는 명명과 관련한 다양한 혼란과 답답함이 있었는데,
루인님의 강의는 트랜스젠더라는 개념-구체적인 특정 사건과 함께 작동하는-을 통해
젠더 그 자체에 대한 고민의 축을 다양하고 섬세하게 세우기에 좋은 자극이 되었다.
트랜스젠더나 성판매/성매매라고 명확하게 눈에 보이는 언어 개념은 개념을 발화하는 사람에 따라
이를 명명하는 과정 속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누구도 그 개념의 담지자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나 또한 루인님이 강의 초반에 언급하셨던 것처럼 ‘트랜스젠더, 성매매에 대해서 모른다’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는 전에 이태원의 한 클럽에 우연히 갈 일이 있었고, 그곳에서 일하는 트랜스젠더 언니들을 만났다.
(“호르몬이나 맞아. 이년아”라고 서로 농담을 던지며 공연 준비를 하는 언니들의 모습을 보며 함께 웃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이태원에 처음 갔었고, 거리 곳곳 검은색 바탕에 트랜스젠더라는 글씨만 새겨진 간판이 눈에 들어왔는데,
이태원이니까 가능했을 것 이라는 어렴풋한 추측을 했지만 그런데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영업이,
그 안에서 트랜스젠더 언니들의 삶이 이어져왔는지 궁금증만 가지고 있던터였다.
 
이 경험을 먼저 언급한 이유는 루인님의 강의에서 이태원이라는 지역/공간을 중심으로
과거부터 트랜스젠더 여성에 초점을 맞춰 ‘특정하게 인식, 기록, 소비된’ 긴 역사적 재현물을 통하여
‘고민의 초석’을 마련해주셨다는 생각 때문이다.
루인님은 이에 앞서 '트랜스젠더라는 명명이 미국에서는 젠더 규범에 맞지 않는 사람으로 해석되는데에 비해
한국에서는 의료조치를 하는 사람으로 유통되어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젠더 자체, 여성 범주 자체를 재사유할 토대로 성매매를 논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의 이미지는 이태원이라는 공간의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존재라고 인식된다는 점,
가장 많은 트랜스젠더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떠올리는 지역이 이태원의 트랜스젠더 업소라는 점’
그럼에도 ‘성매매 논의에서 트랜스젠더는 사실상 없다’는 현실을 지적해주셨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루인님은 이태원에서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트랜스젠더의 어떤 삶의흔적이 있는지 다양한 재현물을 통해서 추적한 결과를 전달해주셨다.
 

이 외에도 루인님은 소중한 고민지점들을 많이 던져주셨는데,
이 지면에 담아내지 못한 데에 아쉬움과 강의 내용을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자신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며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다 싶었다.
루인님의 강의 자체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태원이라는 공간 속 국가/정부의 젠더 관리 기획,
그 안의 트랜스젠더/비트랜스젠더의 삶, 그들의 성판매/성노동에서 읽히는 사회적 구조와 다양한 의미 등
다양한 길을 통해 누군가의 삶을 복잡하고 섬세하게 푹 빠져들어 만나는 여행을 하고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 강의는 성매매 안에서 트랜스젠더의 삶과 언어가 부재했던 그간의 이유에 대하여,
소위 한국적 의미에서 트랜스젠더라고 인식되는 존재의 삶과 물리적 거리보다
내 스스로 인식적인 심적인 거리가 있는 이유에 대해 조금 더 숙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젠더를 넘어선 언어로 이태원 속 트랜스젠더의 삶을 만나게해주신
루인님의 훌륭한 강의에 비해 허접한 후기라 모두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