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된 모습?
‘성노동자의 날’ 행사 열려
윤정은 기자
2005-07-04 23:43:26
6월 29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앞에서 한터여성종사자연맹(한여연) 소속 성매매집결지 여성들과 업주들 약 2천여 명이 모여 ‘성 노동자의 날’ 행사를 가졌다. 이 날 한여연 측은 스스로를 “성노동자”로 선언하고, 업주들은 스스로를 “성산업인”으로 규정했다.
사회를 맡은 이는 한터성산업인연대 강현준 사무국장이었으며, 그는 성매매 여성들을 향해 “여성부와 여성계 여자들은 우리의 아군이 아니고, 그들은 기회주의자”고 강력히 비난한 뒤, “우리 성노동자는 그런 여성계 여자들과는 달리 예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는 하나 된 모습으로 사랑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이들은 행사를 시작하면서, “여성부, 여성계가 그간 한여연 활동이 업주의 사주에 의해 이뤄졌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하면서, 이를 부인했다. 이어 각 지역 성노동자준비위 여성 대표를 공식적으로 밝힘으로써 업주-여성들의 관계에 대한 비난을 불식시키고자 했다. 강현준 사무국장이 평택, 청량리, 천호동, 미아리, 대구, 성매매집결지 대표들을 호명했고, 이름이 불려진 여성들은 앞으로 나가 행사 끝까지 서 있었다.
한여연 대표로서 전국성노동자위원회 출범 선언문을 낭독한 정희주씨는 “성산업인(업주)은 우리의 다정한 이웃이고, 우리들은 그들의 보호 아래서 안전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성매매여성들의 권익 옹호를 위한 5개의 요구안을 밝히면서, “성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 노동권 보장, 인권 보장, 건강권 보장”과 마지막으로 “성노동자와 성산업인과의 관계를 인정하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성노동자위원회 출범식을 지지하기 위해 소위 진보진영이라 불리는 단체들 중 사회진보연대, 진보네트워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등에 소속된 사람들이 참석했다. 진보네트워크 성노동민중연대 조효범씨는 그간 여성운동이 자유주의에 의해 주도되었다며 “문화주의, 사회주의, 맑스주의를 받아들일 것”을 충고했다. 또, 그는 이 행사를 두고 “소중한 성노동자 동지들을 하나둘 얻는 소중한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 집회는 정부의 성매매 집결지 단속 정책과 함께 실질적인 생계대책 및 자활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때에, 성매매 여성들이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는 점에선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를 향해 ‘생계대책과 지원책’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공식 석상에서 들을 수 없었고, 집회에선 계속해서 업주와 성매매 여성의 “하나 됨”이 강조됐으며, “성노동자” 관련한 외부의 정치적인 목소리가 더욱 컸다.
당사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집회에 참가한 이유를 묻자 한 성매매여성은 “당장 어디로 갈 데도 없고, 사는 것 자체가 막막해서 이 집회에 나왔다”고 답했다. 천호동 성매매집결지에 왔다는 그녀는 ‘노동자 인정’과 ‘생계 대책 마련’의 차이에 대해선 “모르겠고, 그저 여기 있는 언니들은 모두 나처럼 살아갈 것이 막막해서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선 이제 성매매 이슈에 대해,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정부가 무엇을 지원해야 하느냐의 논의를 떠나 ‘성노동자냐 아니냐’를 두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 www.ilda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