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여성에 관심 '여성부만 외면'
[ 2004.12.13 15:04 일요시사 ]
성매매특별법 시행에 반발, 지난 달 3일부터 시작한 집창촌 여성들의 단식 농성이 한 달을 넘
기면서 시민의 관심이 농성장에 집중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국회 앞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여성들의 단골손님. 일부 손님
들이 단식농성 소식을 전해 듣고 소시지와 과자 빵 등 간식거리를 택배로 보내고 있다.
단식 농성중인 나영(27·가명)씨는 “가깝게 지내던 손님은 물론이고 한 번 봤던 손님들까지 물이나 간식거리를 보내고 있다. 또 각 지역 집창촌 정화위원회에 용돈을 쪼개 후원금을 보내주는 분도 있다”며 “단식 중이어서 먹지는 못하지만 예상치 못한 반응에 고마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미정(24·가명)씨도 “3일 전에는 텔레비전을 보고 새벽에 한 남성이 농성장에 찾아오기도 했
다. 성매매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굶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안 됐다며 딱히 도움을 주지 못해미
안하다는 얘기를 전하고가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단식농성 한 달째에 접어들면서 여성들이 모두 탈진해 최근 구성원이 전원 교체됐다. 현재 단식농성 중인 여성은 모두 7명이다.
단식 중인 유미(25·가명)씨는 “배고픔을 견딘다는 것의 고통을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 만큼의 고통도 대수롭지 않을 만큼 우리가 처한 상황이 더욱 괴롭다”면서 “말 한마디 나눈 적 없는 행인조차 굶고 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해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는데 하물며 한 달이 넘도록 여성부와 단체는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우리는 여성도 아니고 인권도 없단 말이냐”고 반문했다.
여진(26)씨는 “함께 일하던 친구들 4명 가운데 3명이 일본으로 건너갔다. 다른 업소의 아가씨들은 안마시술소나 티켓 다방에서 일을 시작했다. 없던 선불금까지 생겼다며 울면서 전화가 왔다. 지금처럼 다른 업소로 모두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법의 취지가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달 29일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시민사회특별위원회 김강자 위원장이 단식농성장을 방문, 성매매 여성들에게 격려와 지원을 약속했다.
한 대표는 “대책 없는 밀어 붙이기식 성매매 근절 정책은 우리도 원치 않는다”며 “민주당에서
성매매 여성을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농성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찾아와 미안하다”며 “건강해야 싸움에서이길 수 있으니 일단 몸부터 돌보라”고 격려했다. 한 대표와 김 위원장은 이날 미리 마련해온 생수를 단식 농성 중인 여성들에게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