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등가 안 상담행렬‘불 켠 희망’

홍등가 안 상담행렬‘불 켠 희망’ (2005-03-21)

옐로우하우스 작지만 큰 변화

탈성매매 시범구역 60명중 40명 상담소에
20명은 정기방문 생계·의료지원도 점증

“탈성매매를 위한 ‘100년 전쟁’을 이제 막 시작했을 뿐입니다.”

지난 18일 밤, 인천 숭의동 성매매업소 밀집지역인 속칭 ‘옐로하우스’는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불 꺼진 10여개의 성매매업소가 성매매 특별법 시행 뒤 위축된 상황을 짐작하게 할 뿐, 네온사인이 현란한 20곳의 성매매업소 앞에서는 여전히 성매매 여성들과 그들을 사려는 남성들이 휘청대고 있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부산 완월동 지역과 함께 ‘탈성매매 프로젝트 시범지역’으로 선정한 이곳은 겉으로 보기에 다른 성매매업소 밀집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밀집지역 안에 자리잡은 현장상담소 안에서는 ‘작지만 큰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여성부가 지난해 12월 설립한 이곳에서는 인천 여성의 전화 소속 활동가 5명이 상담, 긴급생계비 지원, 의료·법률 지원은 물론 직업교육과 창업자금 대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활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배임숙일 인천 여성의 전화 회장은 “이 지역 성매매 여성들에게 탈성매매가 가능하고, 이를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1차적 목표”라며 “60여명의 여성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현장상담소에 들른 적이 있고, 3분의 1 정도는 정기적으로 상담 등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탈성매매 의지가 확인된 여성들은 한달에 4차례 이상 상담 받는 것을 조건으로, 6개월 동안 한달에 40만원씩 긴급생계비를 지원받는다. 또 이 가운데 성병, 위염 등 지병을 앓고 있는 여성들은 최대 300만원까지 의료비를 지원받고 있으며, 빚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들은 350만원까지 법률지원을 받고 있다. 미용, 애견미용, 애견관리 등 직업훈련도 이뤄진다.

하지만 배임숙일 회장은 탈성매매 여성 수 등 구체적인 성과를 거론하는 것은 “아직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탈성매매 사례와 성과들이 공개되면 업주들이 현장상담소를 찾는 여성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수 있고,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 성매매 여성들이 자칫 현장상담소를 향한 발길을 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옐로하우스 현장상담소의 한 상담가는 “탈성매매를 위한 ‘100년 전쟁’이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며, 벌써부터 큰 성과를 기대하다가는 자칫 전쟁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며 성급한 성과주의를 경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범사업의 성과는 여성부 통계 등을 통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연인원으로 집계했을 때 지난해 11월26일부터 올해 2월28일까지 부산과 인천 두개의 시범사업 지역에서 2259명이 탈성매매를 위한 상담을 받았다. 이 가운데 탈성매매 의지가 확인돼 긴급생계비를 지원받은 여성은 516명이었으며, 의료 및 법률 지원을 받은 여성은 각각 402명과 9명이었다. 직업훈련을 받은 여성도 60명이나 됐다.

인천/전정윤 기자 ggu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