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특정지역 자율관리? 전지역 비범죄화?
참세상 | 기사입력 2007-06-29 12:09
[맑스코뮤날레](영코뮤날레) - '성매매 성노동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코뮤날레취재팀
28일 서강대 다산관에서는 '성매매 성노동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맑스코뮤날레 학술문화제 '영 코뮤날레' 세션으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는 이희영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 위원장, 이황현아 노동자의힘 여성활동가모임 활동가, 박이은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활동가, 국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학생 등이 토론자로 참석해 성매매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성매매-성노동' 논란에서 성매매를 '성노동'의 관점에서 바라봐야한다는 것과 성매매특별법(성특법)에 대한 평가 등 여러 쟁점에 대해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향후 정책적 방향에 대해서는 참석자들 간 견해차를 드러냈다.
"결혼제도 보호 속 이성애 여성들, 과연 거래되지 않는 성인가"
박이은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활동가는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성적 전문 경험과 지식을 가진 '성전문가'로보다는 '함부로 몸을 굴리는' 여자로 재현되는가"라고 되물으며 "이는 남성의 여성에 대한 성적 전유권, 즉 남성이 여성에 대한 성적 권력을 독점하는 문제와 이로 인한 결과로 빚어진 혹은 이와 쌍으로 함께 발생한 성애의 위계화해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의 가부장제도에 대해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성과 인정되지 않는 성을 위계적으로 이분화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성에 대한 전유권을 남성에게 주면서 동시에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성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는 것을 통해 유지되는 제도"라고 전제한 뒤 "그렇다면 가부장제 내부가 아니라 가부장제 밖에서 적극적 거래를 남성을 상대하는 상업적 성노동 여성들은 오히려 가부장제 해체의 전위에 선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결혼제도 속에서 가부장제의 보호와 통제를 받으며 살고 있는 이성애 여성들은 자신들은 성을 팔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순결, 순수, 정조와 같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답습하며 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고, 성노동자들과 연대하기를 꺼려할지도 모른다"며 "그러나 과연 자신들의 성은 거래되지 않는 성인가에 대한 자문을 신중히 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성노련, "자발적 성노동은 국가가 개입할 성격의 사안 아니다"
이희영 민성노련 위원장은 "성노동 여부는 가족제도의 경우처럼 성노동자들의 자율적인 결정에 맡기는 게 형평에 맞다"며 "성인 간 자발적인 성노동은 국가가 개입할 성격의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특법에 대해서는 "성특법을 만든 주체이며 시행에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가진 주류여성계는 이 법을 이용해 정치권력을 확대해나가는 기쁨을 누렸으나, 그 이면에는 빈민인 성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생존권이 몰수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또 "성특법은 '풍선효과'를 불러와 다양한 음성적 성매매를 번지게 해 전국을 사창화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고 주장했다.
'특정지역 자율관리' vs 노동자로서 존재 인정하는 '비합법화'
이 위원장은 향후 성매매여성 관련 정책 방향과 관련해 성매매여성 집결지를 중심으로 한 '특정지역 자율관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정지역 자율관리'는 성노동자와 성산업인 양측 단체가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라며 "그런 점에서 경찰력 등의 관리를 전제하는 이른바 공창제 형태의 합법주의와 차이가 있고, 조직적으로 자율적 관리가 어려운 비범죄주의와도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또 "'특정지역 자율관리'는 기본적으로 집창촌 성노동자들이 자신의 생존권을 공권력이 지배하는 것을 거북하게 여긴다는 점과 사적인 정보 노출을 꺼린다는 사실을 충분히 고려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이황현아 활동가는 "성노동자를 범죄시하는 국가의 통치원리와 사회적 낙인부터 없애는 것이 성특법 아래 성노동자운동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며 "성매매-성노동에 대해 현행 법률로 포괄적인 규정을 두지 않는 비범죄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비범죄화 주장은 자본주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성매매의 합법화에 대해 반대한다"며 "성노동자를 범죄인 취급하지 말고, 노동자로서의 존재를 인정하라는 것이 주장의 요지"라고 설명했다.
'비범죄화', 현실성 없다 vs '특정지역 자율관리', 논리적 모순이자 실리에 기댄 발상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희영 위원장은 "결과적으로 성특법 이후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풍선효과'를 옹호한다는 점에서 공허한 주장이 되기 쉽다"며 "국민들 대다수는 성특법이 '풍선효과'를 불러온 실패작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으므로 성노동자들과 연대세력들의 성특법 반대 투쟁은 이러한 여론의 지지와 함께 할 때 운동의 목표는 효과적으로 관철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황현아 활동가는 "현실성을 판단의 잣대로 해서 성노동자운동의 방향을 잡는 것은 첫 단추를 잘못 끼는 것이 될 수도 있다"며 "모든 성노동자를 주체적 대상으로 하는 비범죄화가 아니라, 특정구역(평택)만 비범죄화하자는 건 성노동자운동의 의의를 훼손하는 논리적 모순이자 실리에 기댄 발상"이라고 재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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