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때려잡는 호랑이 여성 경찰관 ...내일신문

성매매 때려잡는 호랑이 여성 경찰관

[내일신문 2005-10-04 15:09]

울산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 변지희 대장

“처음에는 낮 부끄러워 수사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생각하니 힘이 나더군요.”

울산 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 변지희 (사진·27)경위는 4년차 경찰 간부다. 시집도 가지 않은 처녀 경찰관이 성매매 현장을 덮치고, 성매수자를 조사하고, 성매매 여성을 상담하는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다.

변 경위가 성매매 전문수사 요원이 된 것은 지난해 성매매 특별법이 실시되고 나면서다. 공단이 밀집해 있는 울산은 왜곡된 접대문화와 결부된 성매매가 빈번했다.

집창촌이 형성돼 있지 않지만 룸살롱이나 유흥주점을 비롯해 노래방 등에서도 은밀히 성매매가 이루어져 단속이 어렵다.

변 경위는 특별법 시행 이후 팀원들과 함께 밤을 새며 룸살롱 여종업원들이 퇴근하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일대일로 만나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성매매 특별법에 대한 취지를 설명하고 선불금의 불법성에 대해서도 이해를 시켰다. 이런 노력 덕분에 성매매 여성들이 업주의 불법성을 고발해 오기 시작했고 상담이 줄을 이었다.

이런 분위기에 힘을 얻어 조직폭력과 연계된 ‘보도협회’를 적발했다. 15개 보도방과 성매매 알선업소 15곳 등에서 34명을 검거하고 성매매 여성 360여명을 귀가시켰다.

단순한 검거를 넘어 상담자 역할에도 충실했다. 여종업원의 나이가 변 경위 또래나 동생과 비슷해 마음 터놓고 이야기하기 편했다. 변 경위도 성매매 여성들이 처해진 상황에 대해 슬퍼하기도 하고 때론 단호하게 꾸짓기도 했다.

변 경위는 성매수 혐의로 잡혀온 남성들에 대해 집요한 심문을 하기로 유명하다. 물론 처음에는 변 경위도 수사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았다. 성매매 현장을 급습했을 때 민망한 경우도 여러번 있었다.

성매수 남성을 붙잡아 수사해 보면 흔히 보는 멀쩡한 남성들이 대부분이었다. 대기업의 임직원을 비롯해 가정에선 문제없는 가장들이 붙잡혀 오는 것이다.

변 경위는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성에 대한 가치관에 혼란이 왔다”며 “남성들의 왜곡된 성인식이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군사문화 시절부터 이어져 온 사회분위기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변 경위는 “험한 수사이기도 하지만 성매매에서 탈출한 여성들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진다”며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수사전문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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