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폐쇄 토론회 후기 3탄 by 장유경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폐쇄 토론회 후기 3탄

by 장유경

 

12일 이룸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나는 정보의 홍수가 터져 나오는 걸 목격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재개발로 인해 청량리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인지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정확하게 어떤 문제인지,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청량리 집결지 안으로 들어가 재개발을 지켜보아 온 이룸은 토론회에서 이때까지 일어났던 상황들을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나는 토론회 날 처음으로 청량리 재개발을 성매매 여성의 입장에서 풀어쓴 이야기로써 접할 수 있었다. 뉴스에서는 5분가량 다루던 얘기는 알고 보니 2시간을 채워도 모자란 얘기였다.

재개발 과정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끊임없이 이용당하고 무시당해왔는데, 여성들의 주변에는 재개발이라는 주제로 복잡하게 얽힌 포주, 조합, 정부가 있었다. 이들의 이해관계는 토론회에서 설명을 들었어도 나중에 다시 책을 읽어봐야 할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런 복잡한 관계 속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얼마나 갈피를 잡기가 어렵고 절망스러웠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당장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위치에 있는 여성들에게 성매매란 일상이고 삶을 꾸리는 큰 비중이라서 쉽게 탈업하기도, 그렇다고 계속 착취당하며 이어가기도 어려운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알아서 싸워라”라고 말하는 것은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었고, “합법화”를 외치는 것은 성매매 착취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나는 토론회에 참석하기 전까지, 성매매가 불법인 이유는 사회가 성매매를 안 좋게 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며 성매매 합법화가 성매매 여성들에게 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토론회를 통해 경찰이 포주를 단속하는 것이 성매매 여성들에게 더 나은 대우를 제공한다는 것을 배웠다. 또한 ‘성매매’를 하게 된 여성이 처한 상황과 성매매를 통해 자신의 인권이 짓밟히는 것을 경험하는 여성들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며 ‘성매매’ 자체가 비인간적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합법이 되면 여성들이 성매매를 탈업하기가 더 어려워질 거라는 것을 깨우치면서 ‘합법화’가 무조건적인 답이 될 수 없다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토론회를 통해 가장 절실하게 느꼈던 것은 내가 정말 성매매 여성들의 얘기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인권이 존중되기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토론회를 듣고 나자, 더 많은 사람이 그들의 얘기를 듣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성매매 여성들의 일은 음지에서 흔히 있는 일, 누군가 선택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치부될 일이 아니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풀어나가야 할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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