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20. (성매매여성들이) 나이 들었을 때, 혹은 그만두고 싶을 때 자유롭게 (성매매를) 그만둘 수 있나요?

그것을 알려주마/이룸에게 물어봐/성매매 Q&A
성매매에 대해서 궁금한 것, 차마 딴 사람한테는 물어보지 못했던 왠지 민망한 궁금증.
이룸에게 물어보세요.
 
Q. (성매매여성들이) 나이 들었을 때, 혹은 그만두고 싶을 때 자유롭게 (성매매를) 그만둘 수 있나요?

A. Q&A에 답변하기위해서 신조어를 하나 만들까봐요. “네뇨” 어떻습니까!
“네 + 아니오 = 네뇨”입니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뜻의 합성어로, 성매매 관련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단어 인거 같아요 ^__^
 
‘자유롭게’는 말은 쉬운데 실현하기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직장을 그만둘 때, (혹은 새로운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 일텐데요) 사직서를 낼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자유를 ‘자유롭게’ 실천하는 사람은 별로 없죠. 따져봐야 할 것도, 두려운 것도 많아서 사직서를 몇 년째 서랍에 넣어놓고 써먹지 못하기도 하고요. 직장에서 매일 반복되는 비인간적 일상에 어느 날은 “내, 당장 여길 때려치겠다!” 결심을 해보기도 하지만, 그러다 보면 월급날 되고, 월급 들어오자 마자 카드값 내고, 세금 내고 어쩌고 하다보면 잔고 바닥이고, 여기저기 돈 들어가야 할 곳은 많은데 당장 그만 두고 난 다음에 뭘 해서 먹고 살지도 막막하고, 한 10년 같은 일만 하다보니, 이제 와서 완전 새로운 일을 하게 되리란 보장도 없고요.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내다 보면, 한달이 후딱지나고 1년이 후딱 지나고, 5년~ 10년~ 후딱 흐릅니다. 공감 하시는 분들 많을 텐데…후후후~
 
성매매피해상담소에 내담자(성매매여성)의 전업실적(?)을 요구하는 공무원들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십니다.
“억지로 붙들려 있는 것도 아니라면서 왜 직업을 바꾸지 않는가?”
진심으로 되묻고 싶습니다.
“그렇게 질문하는 당신은 오늘 당장 하던 일을 그만두고, 내일부터 (예를 들자면) 치킨집을 차릴 수 있는가?”
모두에게 어렵고 두려운 선택이 왜 성매매여성에게는 자유롭고 쉬울 것이라 생각하는 건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성매매여성이 성매매를 그만둘 수 있기 위해서도, 여타 다른 직장인들이 그러하듯이, 그만둘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가장 많은 경우에 발목을 잡게 되는 ‘빚’문제가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이 되어야 하고, 다른 직종에서 일할 수 있는 재능이나 기술도 필요하고, 전업을 준비하는 동안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이 되어야 하고, 현재의 경제 규모나, 생활방식등을 모두 바꿀 결심과 적응할 시간도 필요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극복해야 합니다. 한 가지 경력으로 오래 일해 왔던 사람이 뜬금없이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는 것이 어렵듯이 성매매일을 했던 기간이 길면 길수록, 일을 그만두는 것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전업을 해내는 여성들도 많이 있습니다.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안 나올듯한 엄청난 의지의 소유자도 있고, 너무나 엄청난 피해를 경험하여 전업 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도 있고, 결혼/임신/출산으로 인해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고요. 다른 사회적 자원(돈, 인맥, 학력, 경력 등)을 가진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전업을 하기도 합니다.
 
실패해도 괜찮은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경력과 상관없이 이직을 해서 말단에서 일을 시작해도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알바시급 1만원,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들이 구호를 넘어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약탈적 대출이 규제되고 개인 파산/면책이 더 활성화 돼서 줄지도 않는 빚을 끝도 없이 갚아야 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모든 사람의 전업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성매매여성도 ‘자유롭게’ 직업을 바꿀 수 있을 껍니다. 그런 세상이 아니라면, 누구에게나 ‘전업’을 위해선 큰 용기와 결심, 희생이 따르는데, 그걸 ‘자유롭게’ 하지 않는 다고 해서 비난할 수는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