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안의 다양한 삶의 맥락 – 절대강좌 4강 후기

원미혜님의 강의는 10년 묵은 체증을 풀어주기도,,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했지요~
여성주의자들도 넘어서기 꽤나 힘들 수밖에 없는 성매매에 대한 이분법의 세계를 종으로 횡으로 넘나드셨다지요^^

강의를 들은 남쌩님이 후기를  보내오셨어요~

4강 6/10(월)은
이원화된 법제화 논의를 넘어서 : 경계를 두드리는 소수자의 질문들
막달레나-용감한여성연구소 원미혜님의 강의였습니다.

이제 남쌩님의 후기 시작합니다~

 

예전에 성매매/성노동과 관련한 세미나를 진행할 당시, 원미혜 선생님의 글을 처음 접했습니다. 선생님의 몇몇 글만 접해본 저는 이번에 듣게 될 강좌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인상적으로 읽은 글의 필자를 보는 일은 언제나 두근두근한 일이니까요.

 

원미혜 선생님의 강의는 용산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이 찍은 사진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저에게 용산집결지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유리방뿐이었습니다. 사진들에는 장독대, 냄비 등 각종 살림살이들이 사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유리방의 모습은 냄비 뒤에 언뜻 비칠 뿐이었습니다. 용산이라는 공간은 여성들의 일터일 뿐만 아니라 삶의 공간이기도 하다는 것, 제가 가지고 있는 성매매에 대한 이미지는 정말 ‘이미지’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진을 본 이후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강의시간 내내 성매매 여성 내부의 다양성과 여성들의 행위성, 성매매에 대한 이미지와 현실의 괴리를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페미니즘에서 성매매란 ‘성 상품화’의 극단으로만 여겨졌다면서 이러한 관점의 함정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성매매 여성을 성 상품화에 부응하는, ‘인식 없는’ 여성으로 보아 또 다른 낙인을 찍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성매매 여성을 소수자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즉, 비공식적인 남성문화, 남성 질서에 편입된 여성을 소수자라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막연히 성매매 여성을 소수자로 생각해왔던 저는 이 질문에 조금 당황했습니다. 성매매여성은 성적 위계질서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소수자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뒤이었습니다. 이러한 질문들은 성매매 여성의 이중적이고 갈등적인 위치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중적이고 갈등적인 위치는 ‘여성성’에 대한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가정동네’ 여성으로 표현되는 규범적인 여성에 대한 무시가 드러났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을 ‘성적인 오점’이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여성적인 특정 행위를 통해 만회하려는 시도도 강의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강의시간 내내 성매매를 단순화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의에서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집결지’라는 공간의 의미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강의에 따르면 많은 여성들이 집결지를 들락날락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집결지는 떠나고 싶은 공간이면서도 그나마 인적인 네트워크와 자원이 있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가정동네’와 비교하여 집결지를 “나를 가장 알아주는 곳”이라고 한다는 점에서 낙인으로부터 더 자유로운 곳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원미혜 선생님은 주거권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 역시 주거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보통 주거권이라고 하면 경제적인 요소만을 생각했습니다. 오르는 땅/집값과 그것을 살 수 없는 보조금, 외곽으로 내몰리는 사람들 등. 이런 이미지만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원미혜님 강의를 듣고 나서는 과연 경제적 보상의 문제란 무엇일까? 기존의 인적 네트워크가 모두 파괴되고, ‘낙인’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상황에서 산다는 것은 주거권과 상관이 없는 문제인가 등 여러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기존의 주거권이 매우 경제적인 요소만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와 함께 강의에 앞서 보여주신 사진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사진들에는 용산 철거민들의 사진도 상당수 있었는데 용산의 여성들에게 철거민들의 투쟁은 어떻게 인식되었을까 역시 궁금해졌습니다.

 

이번 강의는 ‘성노동’과 ‘반성매매’로 이분법적으로 나뉘어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던지며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 강의를 통해 조금 더 구체적인 현실에 기반한 대안의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성매매’ 내부의 다양한 삶의 맥락들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좋은 강의를 준비해주신 원미혜 선생님께도, 기획해주신 이룸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