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이룸 회원총회 후기_(이룸 총회는 처음인)조이/이정인

이룸 총회에 처음으로 가보았습니다. 사실, 어떤 공간에 아는 사람 없이 홀로 들어갈 때면 왠지 주저하는 마음을 지우기가 어려운 편이에요. 다들 알고 지내는 사이인데 나 홀로 툭 튀는 것 아닐까? 저 사람은 왜 왔을지 궁금해하지 않을까? 그러다가도 ‘에라, 모르겠다’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들어갔어요. 이전에 다른 곳의 총회를 몇 번 가본 적이 있지만, 이룸 총회는 정말 특별했습니다. 잊을 만하면 깜짝 퀴즈를 내고 맞춘 사람에게 사은품을 주는 총회! 제시간에 끝내겠다는 결의를 담아 PPT에 목표한 시간을 굵은, 빨간 글씨로 크게 적어두는 총회! 웃음이 끊이지 않는 총회…!! 정말 그랬답니다. 불량언니작업장의 언니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할 때 구수한 덕담이 끊이지 않았고, 저는 하도 웃어서 주스를 마시다가 사레가 걸릴 뻔했어요.^^
물론, 총회 본연의 목적에도 충실했지요. 사업 보고는 진지하게 그리고 누구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끝내셨거든요. 그러다가도 의견을 받을 때만큼은 여유와 경청을 잃지 않으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의견이나 질문을 던져도 될까? 사소한 것인데 그냥 말까? 괜히 나 때문에 시간이 부족해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제 걱정을 읽은 듯, 이룸 총회는 ‘괜찮아요, 당신의 의견이 궁금해요’라는 메시지를 계속 던져주셨어요. 어느 순간엔 제가 활발하게 말을 꺼내고 있더라고요. 그저 자리를 지키러 온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순간임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리를 빌려 모든 의견을 소중히 경청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어요. 언제나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루머 분들의 노고에 경의를 보냅니다!
총회 ppt
이룸은 5명 정도로 많지 않은 활동가가 꾸려가고 있는 곳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하는 일은 결코 적지 않더라고요. 여성주의와 연대의 마음으로 모인 다른 단체도 비슷한 사정일 테지만요. 그러니 예산이 삭감된 흔적이 더욱 비통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결연하고 비장하게 투쟁을 외치다가도, 너무 긴장하여 쉽게 꺾여버리진 않을지 두려운 마음도 앞섭니다. 욕심만 같아서는 단체도 잘 되고, 단체와 함께하는 모든 구성원들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 답을 알게 될 날이 올까요. 한 가지는 알 것 같아요. 우리를 살아남게 하는 태도가 무엇인지를요. 재치 있는 유머를 잃지 않는 그날의 사람들과 분위기가 선명한 답을 주었습니다.
이룸의 따스함에 스며들다 보니 제 발걸음은 뒤풀이 장소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뒤풀이는 더 말해서 뭐 해요! 오랜 기간 이룸과 함께 한 분들이 많았지만, 저처럼 처음 얼굴을 내밀어본 사람도, 극 내향인인 사람도 쉽게 어우러질 수 있는 분위기여서 따뜻하고 편했습니다. 어찌나 즐거웠는지 덜컥 후기를 쓰겠다고 결의해버렸지 뭐에요? 혹시나 이룸의 총회에 갈까 말까 망설이시는 분이 있다면 꼭! 오셔서 이 환대를 느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오시게 된다면 제가 받았던 환대를 당신께도 베풀어드리고 싶어요. 우리, 더 많이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