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대중강좌] ‘성매매에 대한 여성주의 개입이란?’ <3강 유흥산업 비즈니스 전략과 성매매 연결성 후기 첫 번째>_이은심

2023년 10월 25일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세 번째 대중강좌가 진행되는 날이었습니다. 😆

이 날의 강좌는 10여년의 세월동안 이룸의 활동가로 동고동락을 했던 황유나 님의 강의가 있었던 날이었어요.

 

 

한국사회에서 술과 접대 그리고 남성문화와 연결되는 ‘유흥’업소는 미디어에서, 길거리에서 즉 우리의 일상에서 ‘정상화’되어 있습니다. 이는 바로 유흥업소가 합법적 지위로 위치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우리의 일상에 만연한 ‘합법적’ 유흥업소는 여성의 성이 상품화되는 장치들을  어떻게 구축하였고, 시장성을 마련할 수 있었을까요? 이미 한국사회에 합법의 영역으로 들어와 시장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정상화되어 ‘거래’되고 있는 유흥업소의 영업전략과 시장장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질문함으로써 한국사회의 ‘유흥’에 대해 문제를 삼고자 이 강좌를 기획하게 되었답니다.

세 번째 강좌 황유나 님의 강좌를 수강해주신 후, 세심한 고민과 질문들을 남겨주신 이은심 님의 후기를 공유드립니다.  👏

 

 

여성주의적으로 성매매를 고민하기 제3강 후기 – 유흥산업 비즈니스 전략과 성매매 연결성

 

이은심

 

최근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신규 폭력예방통합교육 전문강사 교육을 들으면서 성매매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젠더기반폭력이라는 점에서 성희롱,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는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으나, 각각의 특성이나 유형은 다르게 느껴졌다. 특히 성매매 관련 이슈는 매우 어렵게 느껴졌는데, 반성매매 정책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에 대해 여성운동 내부에서도 입장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불처벌』 중에서 “‘성매매는 성폭력이다’ 그러나 그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에 크게 공감하면서, 이룸의 ‘여성주의적으로 성매매를 고민하기’ 강좌를 듣게 되었다. 성매매도 젠더기반폭력이라는 점에서는 문제적이지만, 성폭력과는 다른 특성이 있는데, 성매매를 성폭력이나 성착취로만 명명하는 것은 성매매를 보다 정치하게 분석하지 못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흥주점’이 어떻게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비즈니스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가, ‘1차 유흥주점 술자리 접대’와 ‘2차 성매매’로 이어지는 연결지점은 어떻게 구축되는가? ‘위스키’의 ‘고급’, ‘서구’의 이미지를 룸살롱으로 가져와서 비즈니스 전략으로 삼으며, 더 나아가 위스키의 높은 가격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는가, 최근 중년남성들이 즐기는 술이라는 ‘위스키’의 이미지를 ‘MZ’의 이미지와 연결하여 새롭게 고객층을 유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 흥미롭게 들었다.

 

황유나님의 강의에 따르면, ‘초이스’와 ‘테이블비 시스템’이 여성들을 ‘아가씨’로서 만들어내며, 테이블비가 지급되는 시간 동안 여성의 시간, 몸 가짐, 감정노동, 심지어는 신체에 대한 접근권까지도 남성 고객의 통제 아래에 두며, 여성의 ‘접대’를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강의를 들으면서 든 생각은 유흥주점은 본격적으로 ‘성관계’를 거래하지는 않지만, 여성의 신체에 대한 접근이나 성적 침범이 포괄적으로 ‘접대’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기존의 성폭력의 개념으로 이를 해석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으나, ‘접대’의 한계를 넘는 성적 침범에 대해서 어떻게 문제제기할 것인가가 고민이 되었다.

또한 유흥주점이 철저히 ‘남자들의 공간’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최근 모 연예인의 마약 사건과 함께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운동선수, 재계 고위층 인사가 주고객이라는 ‘상위 1% 룸살롱’이 회자되고 있다. 여성의 접대를 받는 고객들의 대부분이 남성이겠지만, 이는 남성연대로서 다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VIP만 출입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재력을 과시하고 부러움을 조장하는 ‘고오급 룸살롱’으로 기사화된다. 여성 고객들이 이용하는 호스트바가 ‘비즈니스 공간’이라고 여겨지지 않지만, 남성 고객들이 이용하는 룸살롱이 이를 사치와 향락의 장소만이 아니라 ‘비즈니스 공간’으로 의미 부여되는 점, 이 ‘비즈니스 공간’을 완성하는 것이 ‘여성의 접대’라는 역설이 존재한다.

성매매가 무엇을 사고 파는 것인지에 대한 오래된 질문이 쉽게 해소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성매매 이슈를 다룬다는 것이 한국 사회의 무엇을 상대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성매매 여성을 불처벌하지만 성산업 구조의 축소를 주장하는 모순의 정치학이 어떻게 전개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