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이룸 수다회 <루머 종결자들> : 성매매에 대한 스피크 아웃

2011 이룸 수다회 <루머 종결자들> : 성매매에 대한 스피크 아웃

 

깔대기 같은 성매매 논쟁

2011년 초봄, 이룸 활동을 이제 막 시작한 이루머가 보기에, 성매매 관련한 담론은 깔대기를 가졌나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룸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여성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차이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성들의 노동도 드러내야 하지만 피해 경험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성매매로 이야기가 이어지면 무엇이든 하나의 논쟁이 되어버리더라. “그래서 반대야, 찬성이야?” 뭐 이런~

사람들은 이룸 활동가에게 성매매에 대한 입장을 물어보지만, 오히려 본인들이 성매매에 대해 이야기하고픈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역시 사람들은 성매매를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모르는 것 같고, 알아도 어디부터 이야기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하고 싶어도 내 삶과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고 신청서를 통해 말해주었다.

 

루머루머루머

뿐만 아니라 세상에는 성매매에 대한 뜬소문이 사실인양 돌아다니고, 검색창에 성매매/창녀만 치면 성매매 여성에 대한 차별과 비하 발언이 넘쳐났다. 심지어 진보적이라는 신문사 칼럼란에까지 성매매 여성에 대한 낙인으로 범벅된 글이 올라온 적도 있으니 말 다했다.

 

본격 수다회 : 참새들의 방앗간으로 제압 하겠소

어려운 글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격앙된 루머들의 미세한 틈을 비집고 싶었다. 그러려면 방앗간에 모여 재잘거리는 것이 그 시작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수다회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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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수다회

2차 수다회

3차 수다회

4차 수다회

책자 기획

책자 발간

여성주의자/시민

현장 활동가

당사자 여성

이루머

 

 

수다회의 결과물을 온라인 게시와 더불어 트윗으로 방출한 것은 효과적이었다. 수다회 기록에 대한 게시물의 조회수가 늘었고, 리트윗과 RT를 통한 피드백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사적인 만남의 자리에서도 트윗을 통해 게시글을 읽었다는 반응들이 있었다. 또한 SNS로 확인할 수 없는 다른 많은 사람들도 접해볼 수 있도록 이 모든 과정을 담아 책자로 발간했다

 

󰡔성매매를 말하는 서른 개의 목소리, 루머종결자들󰡕, 2012.

여기에 수다회에 오고 갔던 살아있는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남겨본다.

 

 루머종결자들 1 여성주의자 및 시민 20, 2011년 6월 

생계 때문에 혹은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매매하는 여성들만 있는 것은 아닐텐데그렇지 않고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여성들은 비난할 건가요?”

아무리 내가 성노동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지금 굉장히 열악한 상황에 있는 성매매여성과 동일시할 순 없을 거 같아요성노동자의 파워가 완전 세져서 콘돔 안쓰면 바로 아웃안 하기로 한 거 하면 바로 아웃그렇게 되면 모르겠지만최소한 산업화된 성매매에는 개입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요.”

저는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에 성매매를 반대하기도 하는데밀폐된 공간에서 과연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까공개된 장소에서 성매매하면 해결되나하는 생각을 해요.”

도덕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윤리가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성매매 공간에서도 제각각의 윤리가 경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현실적으로 지금 성매매는 남성성구매자의 윤리가 지배하는 공간이잖아요.”

그 전까지 성매매/성노동은 너무 심각한 주제였어요언니들을 만날 때는 슬프기만 했는데왜 나는 이 사람들을 늘 비극적으로 만나야 하는가 고민했어요막연한 상상 때문에 끔찍하게만 생각했던 거를 나는 성매매를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를 상상하면서 거리감을 좁히는 효과를 주는 것 같아요.”

 

 

 

 루머종결자들 2 성매매피해지원 활동가 12, 2011년 8

 

 성매매를 내가 왜 반대하지지금도 여전히 고민스러워요어떤 피해사실폭력적인 상황이나 인권문제 차원에서 볼 때는 명확하게 피해로 보고 문제해결을 찾는데성매매 그 자체가 모든 여성에게 다 피해라고 인식되진 않아요자기가 선택했다고 해서 자발적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요.”

건강하게 나이 드신 언니들 중에 성매매하는 것에 자긍심을 가지는 경우도 있어요우울하게 지내시는 것 보다 좋아 보이지만그렇다고 제가 젊은 친구들에게 성매매를 오래 하라고 자부심을 심어줄 수는 없어요당사자가 선택하는 거죠.”

저는 성판매여성 비범죄화를 주장하면서 성매매를 반대해요이게 모순된 걸까요?”

한국에서는 통념상 합법화가 되지도 않겠지만되더라도 어떤 형태로 가능할까 상상도 안돼요합법화된다고해서 여성들의 인권이 개선되고 낙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거 같진 않은데 말이죠.”

법보다도 진짜 여성들이 힘을 가졌으면 좋겠어요안전하게 성매매하는 것 좋고 노동자 다 좋은데과연 한국사회에서 노동자로 명명되는 게 힘을 가지게 하는가 그것도 회의적이에요.”

엉성한 부분이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성매매방지법이 여성들에게 유리한 도구라고 생각해요.”

 

 

 

 

 

 

 루머종결자들 3차 성매매/경험 당사자 10, 2011년 11

 

우리는 하나의 인격체다손님들이 저희를 돈으로 샀으니까 그 동안은 니가 나한테 비위를 맞춰야 해 무조건 다 맞춰야 돼이런 말 하는 애는 캔슬 놓거든요손님들 개념 자체를 뜯어고쳤으면 좋겠어요소주도 지네가 상표 존중하면서 술 따르면서 어떻게 인간을 대하면서 그런 식으로밖에 대하지 못 하느냐 그거죠.”

고객을 고를 수 있는 권리가 없어모든 언니들이 고차원의 객을 고를 수 있다면 좋겠다.”

건강검진 같은 거 의무로 하게하고 지원도 하잖아요근데 왜 성병 관련해서는 그런 게 안 되는   걸까? 모든 사람에게 의무화하고 콘돔 사용 교육 제대로 시키고 그것만 해도 폭력이 좀 많이 줄어들 거 같아요.”

넘어질 수도 있지다시 일어날 수 있게 손 잡아줄게우리 같이 걸어가자조금 늦어도 괜찮아같이 일하는 언니들 보면 나 지금 뭔가 하고 싶고일반 사람들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형 인간으로 살고 싶은데 방법도 모르겠고 내가 과연 할 수 있을지 그런 의지 같은 거또 나를 누군가가 비난하지 않을까너 그런 일 했는데 이런 거 할 수 있겠어이런 것들도와주는 사람들 있다고 많이 알려줬으면 좋겠어요겁내지 않게.”

 

 

 

 

 루머종결자들 4, ‘이룸은 MOVE’ : 이루머 6, 2011년 11

처음에는 계몽 운동 하듯이 탈업을 권하고 다른 삶을 살길 바라고 했는데일하면서는 그럴 수 없음을 많이 느낀 것 같고언니들 겪으면서 고민하다 보니까우리는 변화하고 있었구나지금은 여성 비범죄화랑 언니들 모임에 관심이 있어.”

나는 이룸이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아활동 방식이 다양하게 넓어지고 계속 일하면서 고민이 깊어지니까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그런 것 같아.”

나는 어떤 운동이든 현장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성노동자 운동도 외면할 수 없고 반성매매라는 구호도 여성들의 입에서 나와야 한다는 게 강해그래서 언니들이 말하는 언어로 억압과 차별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에 천착했던 거 같아지금도 구매자에 대한 이야기도 언니들 입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어.”

어떤 입장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웠는데 또 그거에 얽매였던 거 같아끊임없이 반성매매와 성노동 입장의 문제점을 찾으려고 했어수렁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었던 거 같아.”

 아동 노동 문제랑 비슷한 거 같아아동노동 반대운동하고 노동하는 아이들의 권리에 대한 운동이 같이 가야할 필요가 있고 둘이 싸울 문제가 아니지억압하는 자들은 다른 데에 있다는 거지.”

 

 

 

만나고 이야기 한다는 것

수다회에서 참가자들이 말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자유롭고 시끄럽게 수다를 떨면서 생각을 수정해 갈 수 있을 거란 기대와 안전함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수다회는 작은 규모로도 진정성이 충만했고, 얼굴보고 이야기 하니까 서로에 대한 예의와 믿음도 두텁고, 삶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기에 어떤 담론보다 치열했다. 너무 조심스러워서 어떤 말도 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이야기하고 확인하고 움직이는 것을 허락한 서로가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