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세미나 첫번째 후기 – 불처벌 (현빈)

 

활동가 세미나의 첫번째 후기를 쓴다. 전체 이름은 ‘2026 성매매/성산업 활동가 세미나’다. 시작은 이룸과 법률지원으로 연이 닿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소윤 활동가의 제안이었다. “법률사건 대응하다보니 여러 분야에서 성매매를 마주하게 되는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지혜를 통해 성매매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세미나 공동 담당자가 되고 기획서를 써서 n개의 단체에 제안 메일과 전화를 돌렸다. 감사하게도 많은 단체의 활동가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고, 답장 하나하나가 올 때마다 뛸 듯이 기뻤다. 그리하여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이하 이여인터), 장애여성공감, 트랜스젠더인권단체조각보,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사무국, 그리고 공동으로 세미나를 주최하는 이룸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20여명의 활동가가 세미나에 함께하게 되었다. 이여인터에서 세미나 공간을 대여해주었고, 세미나 일정과 커리큘럼도 확정되어 4월 16일 첫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주최한 세미나가 꽤나 인기있는 것 같아서 흥분됐지만 날짜가 다가올수록 점점 긴장되었다.

대망의 세미나 첫날이 되었다. 첫 번째 세미나의 읽을거리는 <불처벌> 책과 성매매처벌법 관련 판례 및 개정안이다. 첫날부터 내가 사회자라니. 저녁을 먹으면 배탈날 것 같아서 물만 연신 마셨다. 어떻게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 속에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골몰했다. 세미나를 준비하러 조금 일찍 이여인터에 갔는데, 활동가 세미나 공동 담당자인 소윤도 긴장해서 저녁을 못 먹었다고 한다. 저녁 7시가 되자 총 17명이 모여 세미나방이 꽉 찼다. 이루머들끼리 하하호호 농담따먹기하며 세미나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떨림! ‘아무도 할 말이 없어서 정적이 흐르면 어쩌지? 토론이 재미 없어서 누군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면 어떡하지??’ 온갖 걱정이 마음 속에서 올라왔지만 긴장한 티를 최대한 감췄다. 대신 토론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는데, 사회자의 강력한 권한으로(!) 소감을 미리 적어오게 하고 한명도 빠짐없이 자신의 의견을 세미나에서 말하도록 강제했다. (이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으나 끝까지 관철시켰다. 정적의 세미나가 되지 않기 위한 사회자의 노력이라고 이해해주실거라 믿는다.)

걱정이 무색하게 첫 세미나는 웃음과 열띤 토론의 연속이었다. 이루머 혜진은 <불처벌>을 발제하며 ‘개인의 선택이라는 세계관을 깨고 성매매가 젠더권력관계의 문제라는 것을 법제도적으로 기입하기’라는 핵심 질문을 던졌고, 이어서 소윤이 성매매관련 법제의 변화와 판례를 요약하며 성매매처벌법 전면 개정안의 일부를 설명했다. 참여자들은 <불처벌>의 내용에 깊은 공감을 표하며, 한국 사회의 반성매매를 위한 제도적 설계에 대한 고민, 성매매 여성의 ‘자발성’과 장애 여성의 동의가 맞닿는 지점, 디지털 성산업과 성매매산업의 연결, 이주여성의 맥락에서 불처벌 생각하기 등의 소감을 서로 나눴다. 토론에서는 성매매처벌법 전면개정안 일부 조항 중 ‘심신의 온전성 침해’의 의미에 대한 해석, 성매매로 생계를 잇는 당사자들과 함께할 방법, 젠더폭력 개념을 확립했으나 성평등 실현에서 가로막힌 현실, 성차별적 남성문화와 자본주의의 성별분업에 대한 지적, 성매매특별법 제정 당시 변화된 사회적 분위기를 참고해보자는 의견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서 나도 참여자로서 재밌게 끼어들 수 있었다. 

사회자의 토론시간 조절 실패 이슈로 밤 10시에 뒤풀이를 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함께해준 활동가분들께 감사하다. 특히 이여인터의 남지, 나랑토야 활동가가 공간 관리를 위해 밤늦게까지 남아있어서 덕분에 뒤풀이를 잘 마칠 수 있었다. (그래서 뒤풀이를 황급히 끝냈는데 정작 이들은 사회운동 잼얘(재밌는 얘기의 줄임말)를 하느라 새벽 3시까지 남아있다가 찜질방에 가서 잤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성공적(?) 세미나를 자축하며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갔다. 2회차 세미나의 주제는 <레이디 크레딧>이다. 다음 세미나 후기에서 투비컨티뉴…. 

댓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