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농성장 연대 후기_별

+ “이룸연구자네트워크 구성원이자 이룸 전 활동가인 별님의 SNS에 2월 8일 게재된 글의 수정본입니다. 집결지 재개발/강제폐쇄에 대한 문제의식, 저항의 필요성과 의의, 집결지 안 권력관계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어 별님의 허락을 구해 게재합니다.”

사진촬영: 별
사진촬영: 별

 

지난 2월 8일 파주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농성장에 다녀왔다. 이 장소는 파주시의 성매매 종사자 여성에 대한 이주 대책 없는 집결지 재개발/강제폐쇄 집행에 저항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파주시가 유일한 재개발 대책으로 제시한 지원조례 예산 편성은 겨우 몇 명으로 제한되어 현실적이지 않고, 그마저 탈성매매 조건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80여 분의 종사자 여성들이 소속된 자치조직 ‘자작나무회’ 그리고 성노동자당사자중심단체인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가 함께 농성장을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연대자들이 방문하고 있다. 내가 방문한 날에도 자작나무회 대표 별이님과 차차 활동가들, 여러 지역에서 모인 연대자분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고, 집결지를 걷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유리방 건물을 개방해 농성장 본부와 숙소가 운영되고 있기에 집결지 공간 내부에 직접 들어가 경험하고 그곳의 맥락을 순간 바꿔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현재 현장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상황은 동절기 강제철거 집행을 강행하기 위한, CCTV 설치를 통한 표적단속이다. 이는 ‘도시개발’이라는 욕망을 비호하는 공권력과 빈곤 여성 처벌이 어떻게 맞물려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종사자 여성들과 차차 활동가들, 연대하는 시민들은 공포를 서로 다독이며 동료가 다치지 않는 싸움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절박한 전면전의 순간 누군가는 전신주를, 크레인을 타고 올랐다는 얘기를 들었다. 공권력에 의한 고소도 걸려있는 상황이다. 집결지 대책에 대한 상상력이 성차화 된 빈곤을 둘러싼 투쟁으로 확장되지 못한 채 폐쇄로 제한된 역동의 귀결은 이런 풍경일 수밖에 없다. 용산이, 청량리가 그랬고 영등포가, 용주골이 그러하다. 

직접 가서 마주한 용주골은 여전히 영업 중이었다. 적게 잡아 80여 명이라는 여성 수가 말해주듯 규모가 상당히 컸고, 빈 가게 몇 군데 외에는 아직 강제철거가 진행되지 않았으며 그런 만큼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 입장 차이도 전면화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만큼 차차를 비롯한 시민들의 개입 속에서 업주와 종사자 사이의 권력관계가 어떻게 유지되거나 변화하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사자 여성들과 시민들이 스크럼을 짜는 일이 이러한 권력관계를 지워내지 않으려면 어떠한 방식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들었다. 도심 한복판인 청량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립된 지리적 환경 – 주변 인프라가 부재하며 차량으로만 접근할 수 있다 – 이 여성들의 일이나 거주, 생활과 연관해 어떤 특수성을 만들어왔는지 분석하는 일도 중요해 보였다. 용주골은 크게 구관과 신관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이러한 공간 구성이 분명 여성들의 배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여성들의 건강, 채무, 부양 및 양육 등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고 “터널이 무너진” 이곳을 떠날 수 없게 하는 상황들 역시 매우 다층적일 것이다. 이러한 교차적이고 복합적인 차별과 폭력을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내고 해석하는지 그 언어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일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일상이 멈춘 재난 속에서 여성들은 스스로를, 서로를 돌보는 법을 발견하고 또 실패하기를 반복할 것이다. 용주골은 사라질 것이다. 청량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 틈새의 시간 속에서 분명 어떤 경험들이 움트고 빛을 발하게 될 테고, 어떤 기록들과 사람들이 남을 것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