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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부법안발의로 양심에따른 병역거부자 거듭재판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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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시, 서울지법 526호에서 유호근씨의 재판이 있었습니다.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바로 재판이 진행되었는데요.
공소사실에 대해서 검찰측에서 아주 간단한 발언을 한 뒤에, 변호인 발언이 있었습니다. 검찰측 발언 이후에는, 검사님께서 편안히 눈을 감으시고 휴식을 취하시더군요 ^^;;
변호인 발언에서는, 유호근씨의 경력와 활동을 중심으로 반전평화의 신념을 이야기했구요.
이 후에는, 병역법 개정안 관련 참고자료를 제출했습니다. 그와 더불어 12월 중으로 국회에서 대체복무제도 입법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때까지 선고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대체복무제도 입법안 부칙에 보면, 입법 이전의 사건도 소급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요청이 받아들여져서, 판사는 입법상황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기다려주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현재 판례로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는군요)
아마도 다음 재판은, 12월말이나 1월초에 잡힐 예정입니다.
그리고, 현재 수감되어 있는 병역거부자에게 면회를 가시는 분들은 위의 사실들을 수감자들에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9월23일목요일 병역거부자모임 전쟁없는세상 withoutwar.org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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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재판 연기
“대체복무 입법안 논의 진행중”
대체복무 입법안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재판기일을 무기한 뒤로 미루는 ‘추정’ 결정을 내렸다. 추정이란 재판기일을 정하지 않고 무기한 뒤로 미뤄 기일을 추후 지정하겠다는 뜻으로,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유죄판결과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해 기일추정 결정이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김병룡 판사는 22일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염창근(28)씨의 속행공판에서 “국회에서 발의된 양심적 병역거부의 대체입법안 통과 여부를 지켜본 뒤 재판을 다시 열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잇따라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서울북부지법, 기일 무기한 미룬 ‘추정’ 결정
김 판사는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늘 변호인 쪽에서 제출한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의 ‘병역법 개정안’에는 ‘법안이 통과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형을 면제하거나 형집행을 정지한다’고 돼 있다”며 “대체입법안에 대한 국회의 논의결과를 지켜본 뒤 오는 11월쯤 재판을 다시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라크평화네트워크 사무국장 등 평화운동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염씨는 지난해 11월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뒤 지난 1월 구속됐다가 두달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한편,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이날 여야 의원 22명의 서명을 받아, 병무청에 ‘양심적 병역거부 판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심사를 통과한 사람에 대해서는 육군 현역병 복무기간의 1.5배를 사회복지요원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자동 사면도 추진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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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양님에게
안녕하십니까?
님이 구속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과거 청산의 목소리도 높은데,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자는 이들은 제국주의가 남긴 가장 흉악한 유산이 일체 남성은 병사가, 일체 여성은 현모양처가 돼야 된다는 강제적 성별 정체성이라는 사실을 어찌 깨닫지 못하겠습니까?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현모양처가 되어 나라를 위해서 아이를 낳아 훌륭하게 키워라” 같은 소리들은 이제 지상명령으로 들리지는 않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일부 남성들에게는 일제말기 조선의 ‘황민화’를 주도했던 ‘반도의 히틀러’ 시오바라 토키자부로(총독부의 학무국장)의 “가장 빛나는 국민의 영예는 바로 국가의 위대성으로 살며 국운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는 신성한 병역”이란 말이 진리로 들릴지도 모릅니다. 일제의 ‘전통’을 이은 세뇌 체제의 탓도 있지만, ‘신성한’ 의무를 다했기에 여성·장애인 등 ‘나라에 충성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을 만만한 존재로 대해도 된다는 왜곡된 특권 의식도 문제일 것입니다. 한국적 파시즘의 기본 구조가 유교적 가부장주의와 일제의 남성 우월주의적 국가주의의 결합인 만큼, 파시즘의 해체 작업에 있어서 우리 남성들의 집단의식이야말로 큰 문제로 부상되는 것입니다.
제가 병역거부를 논할 때마다 듣는 질문은 “아무나 다 거부할 수 있으면 나라를 누가 지키겠는가?”라는 말입니다. 그러한 질문을 하시는 분들께 저는, 평화주의의 전통이 깊고 대체복무 경력자에 대한 차별이 없는 북유럽에서조차 대체 복무 신청자의 수가 전체 징집대상자의 10~15% 정도밖에 안된다, 한국과 전통이 가까운 대만에서는 대체복무를 선택하는 사람의 수가 수천 명을 넘지 않는다, 한국처럼 군사주의가 강하고 예비역들을 선호하는 사회분위기에서라면 개인적 신념이 강한 극소수만이 ‘평화주의자’의 낙인을 감수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만 제 말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사실, 그들의 질문 속에는 “한 사람이라도 병역을 합법적으로 거부하면 징병제의 신성함이 없어져 나라를 보전할 수 없다”, 즉 “모두들 몸과 마음을 국가에 바치는” 국가가 아니면 결코 그 국가가 지켜질 수 없으리라는 두려움이 있는 것입니다. 예외를 모르는 국가적 전체성은, 그들에게는 국가의 ‘신성성’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가시적인 ‘다름’을 ‘망국병’으로 생각하고 인권이 아닌 국가와 무력을 신성 불가침한 존재로 여기는 황국신민 수준의 사고야말로 청산해야 할 과거 유산이 아니겠습니까?
이 왜곡된 ‘상식’에 앞장서서 반기를 들어야 할 집단은 다름 아닌 종교계입니다. 특히 일제 말기에 군국주의적 굴절이 태심했던 한국 종교계의 경우에는 자기 반성의 의미로라도 군사주의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무가 있습니다. 예컨대 불교계의 경우 “미·영 귀신들을 죽이면 죄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보살도를 실천하게 된다”고 시국 강연하는 등 일제 말기의 전쟁 협력이나 베트남 파병 때의 박 정권에의 협력도 커다란 오점으로 남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종교 단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있어서 일제시절을 방불케 하는 논리로 반대하거나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속에서 살면서도 미래를 대표해야 할 종교계마저 과거의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한다면 과거 청산이 쉽겠습니까?
지금 수감 중인 병역거부자들은 인간이 국가·자본의 부품이 돼버린 사회에서 인간을 결코 부속품으로 만들 수 없다는 진리를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초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시겠지만 용기를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해방이 오고 나서 ‘불령선인’들이 독립운동가인 줄 밝혀졌듯이, 파시즘의 주술이 풀린 뒤에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역사의 평가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구름 낀 하늘을 바라보며 박노자 드림
한겨레신문 9월 20일자에 실린 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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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양심적 병역 거부자 선고 연기
[오마이뉴스 2004-09-08 17:14]
[오마이뉴스 김재현 기자]대구지방법원 8단독 김각연 판사는 8일 오전 10시 병역법위반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양심적 병역 거부자 이대일, 박재현, 최창혁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대체복무법이 입법 준비 중이니 입법이 될 때까지 선고를 연기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잇따라 유죄 및 합헌 판결을 내린 가운데 내려진 판결이어서 이례적이다.
지난 8월 26일 헌법 재판소는 병역법 88조에 대한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의 선고에서 합헌 판결을 내려 ‘유죄’를 확인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대법원도 7월 15일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하여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인하기는 했지만, 대법원의 경우 판사 1명은 무죄를 주장했고 10명의 판사는 입법을 촉구했다. 헌법재판소의 경우도 위헌 주장 2명 포함, 총 7명의 판사가 입법을 권고하는 등 해결책으로서 입법을 강하게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더하여 국회 내에서도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도 개선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는 등 사회 각계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이번 판결은 더 이상 양심적 병역 거부자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지난 3년간 뜨거운 이슈였던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문제는 무조건적인 처벌을 판결한 사법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소수자 인권에 대한 보호와 관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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