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제4구역 철거민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를 보면서.. – 고진달래

청량리 제 4구역 철거민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를  보면서.. -고진달래

  

2016년 12월 8일 동대문구청 앞에서 청량리 철거민 생존권 쟁취 결의 대회가 있었다. 
 
청량리 제 4구역 재개발이 확정 된 곳은 '588'이라고 불리는 성매매집결지가 포함되어있다.  현재 집결지 안 많은 업소들이 철거되었지만, 중간중간 몇 업소들이 남아서 영업을 하고 있다. 집결지에 남아있는 여성들은 마지막 철거가 되는 날까지 남아서 일을 해야하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남아있는 빚을 갚아야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길 때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곳에 남아 영업을 하는 것이 여성들에게는 유리하다고 한다. 그녀들은 강제 집행없이, 용역들의 위협없이 예전처럼 일을 할수 있기를 바랬다. 용산 집결지도 그랬듯이 재개발의 바람을 타고 집결지는 묵은 때를 없애듯이, 진작에 없어져야할 것들이 없어진다는 이유를 내걸고 이곳은 그렇게 잊혀진다. 여성들에게는 삶을 살아내야하는 공간일진대, 재개발로 자신들의 공간이 없어지는 경험을 여성들은 어떻게 겪어내고 있는 것일까. 그녀들을 바라보는 이룸 활동가들은  용역이 들어온다는 날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게 예의주시하면서 몇 단체들에게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문의했었다. 
 
업주에게 300만원이 넘는 월세를 내면서, 번 돈의 반 이상을 업주에게 내고 있는 여성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고, 업주들에게 돌아가는 보상만큼 보상을 받고, 몸이 다치지 않을 수 있는 그 방법이 무엇일까? 현재 재개발은 진행되고 있고, 이런 방식의 재개발에 동의하지 않지만 우린 이 안에서 할수 있는 최소한의 일들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청량리 집결지 업주들은 최대한 많은 보상을 원하고 있다. 성매매는 현재 불법이다. 불법으로 얻은 이익도 한달에 억을 넘어간다든데 재개발 보상금까지 최대한으로 챙기겠다는게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여성들과 업주들은 상황이 다르다.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해서 같은 이익으로 묶일수 없다. 우린 업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여성에게 돌려줘야된다고 본다. 여성들은 대부분이 지역을 옮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소지가 청량리 집결지로 안 되어있는 경우가 많고, 사회적 낙인으로 업소에 주소지를 옮기기를 꺼려한다. 설혹 주소지가 되어 있다 하더라도 월세를 내는 사람들에게는 재개발 보상금을 받는게 아주 어렵다고 한다. 
 
업주들은 그동안 여성들이 받는 댓가를 이용해서 돈을 축적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과 정신적/육체적 학대를 나는 직접 목격했다.  재개발 과정에서 업주들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이 집회에 많은 회의감과 복잡한 마음이 든다. 
 
 
청량리 철거민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깃발과 동지들을 보았다.  그러나 내게 동지로 묶일수 없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결의대회가 있는 날 바로 내 앞에서, 청량리 집결지 아웃리치를 하러 들어가면 만나던 업주와 깡패_삼촌들이 투쟁조끼를 입고 투쟁가를 들으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아웃리치 때 눈을 흘기던 업주나 깐죽깐죽 대며 뒤쫓아오던 깡패_삼촌들이 이 공간에 있었다. 또한 여성들도 있었다. 그들은 여성들에게 용역들이 쳐들어오면 용역들은 여자들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앞에 나와서 그들과 대치하라고 했다. 그리고 함께 싸우자고 하면서 투쟁하는 이 기간에도 여성들은 업주들에게 깔세를 내고 있다. 이중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 12월 8일의 결의대회는 이 이중구조를 보지 않으면서 재개발 싸움에서 여성-업주- 깡패_삼촌 이들을 한데 묶어 내고 있다.

너무 나이브한 발상 아닌가. 
 


 
 
활동이야기

[후기] 우리가 이태원에 빚진 것_영화 <이태원> 을 보고

우리가 이태원에 빚진 것
– 영화<이태원>을 보고

완두

 
 
   이태원, 참 심플한 제목이다. 그만큼 이태원에는 굳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전달 가능한 그 곳만의 풍경과 역사가 있다. 하지만 그것 그대로 영화 제목이 될 때는 이제까지 알았던 혹은 알고 있다고 믿었던 풍경에 균열을 예고한다. 누군가의 증언과 기록은 각자의 풍경이 서로의 경험과 기억에 빚지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내 존재 안팎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구체적인 소리와, 냄새와, 맛과, 온기로 실감한다. 내게 이 영화가 그랬다.

   이태원은 여러 인종과 종교, 문화, 정체성이 뒤섞여 있는 동시에 이태원하면 살인을 먼저 떠올릴 만큼 위험한 지역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엔 뉴타운으로 지정된 후 10년 넘게 재개발이 늦춰져 방치되면서 저렴한 임대료를 보고 모인 청년, 예술가들에 의해 활기를 띠더니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맛집, 서점이 들어서면서 하루가 다르게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야말로 ‘핫’해진 이곳을 [이룸]은 2015년 5월부터 <이태원>의 강유가람 감독과 함께 성매매를 경험하는 트랜스젠더/외국인/이주/여성을 만나기 위해 소방서 뒤편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우사단길 일대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이태원은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용산을 비롯한 전국 요지에 설치된 미군기지를 상대로 유흥업이 팽창한 지역 중 하나다. 지금은 당시 역사에 관심 있는 언론과 기지촌 여성들의 증언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려졌듯 기지촌은 미군의 원조가 절대적이었던 시기 여성을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했던 정부의 적극적인 기획에서 설치‧운영되었다.
 


▲ 이태원 우사단로14길 일명 '후커힐'

 

   현재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로 평가받는다. “이태원에 있는 클럽에서 일한 여자들은 이 나라의 국보로 생각해야 돼. 쌍말로 말해 ‘엉덩이 국보’라고. 여자들이 보면 가족들이 셋 넷이 딸려있어. 안 딸려 있는 사람이 없어.” 라고 말하는 영화 속 나키의 증언은 이태원 클럽에서 일한 여성들이 성장에 동원되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그 여성들과 이태원은 ‘성장’에 어울리는 모습을 하고 있을까?
 

   주인공 삼숙, 영화, 나키는 40년 넘게 이태원에 뿌리내리고 사는 노년여성이다. 세 여성은 세간의 편견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생계를 위해 유흥업소에서 일했던 당시를 회고한다. 반백년 넘게 살아온 이들의 삶은 실상 폭력, 빈곤, 외로움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태원은 그 세월을 함께 겪어낸 이웃과 김치를 나눠먹고, 가장 익숙하고 잘할 수 있는 일로 가족을 부양하고 또 잃어버린 형제를 기다리며 남은 인생을 살아내는 공간이다. 카메라는 세 여성이 이태원에서 일하고, 먹고, 관계 맺고, 노후한 주택으로 불편을 겪는 일상들을 쫓으며 관객에게 ‘지금-여기’의 이태원을 목격하길 청한다.
 

   성매매 경험 여성들은 주로 언론과 유흥업소 후기 사이트에서 오직 ‘몸’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남대문을 가도 다시 이태원 입구에 들어오면 마음이 편안하다” 는 이곳에 대한 나키의 애착과, 손수 준비한 음식들로 운영하던 업소의 40주년 파티를 열며 5년 더 장사를 하고 싶다는 속내를 비치는 삼숙의 바람은 그들을 이태원 지역 주민으로서 인식하게 한다.
 

   그러나 곧, “여기 재개발 안 될 거야. 말만 그러지 안 돼. 여기 못사는 사람들 많은데 어디로 가라고 갈 데 없는데 씨발 돈 있는 사람이야 팍팍 사서 가겠지만” 이라는 영화의 말이 무색하게도 보류됐던 재개발이 재개 된다는 소식과 함께 이웃의 건물이 팔리고 철거된다. 나키는 낯선 인파속을 걸으며 “사람이 너무 많아 이태원이 꺼지겠다” 며 자본의 필요가 재촉하는 변화에 조용히 시름한다.
 

   근래 이태원에 정착한 청년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초기 값싼 월세로 흘러들어와 공방과 가게를 오픈한 청년들은 이태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사랑방 공간을 꾸미거나 ‘계단장’, ‘마을투어’를 기획했다. 이들은 이곳만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면서 쇠퇴한 이태원에 애정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꿈꿨다. 하지만 도리어 이들의 활동으로 이태원에 사람들의 발길이 늘자 투자자들의 욕망으로 상권이 형성되면서 부동산과 월세가 폭등해 청년들이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이태원은 현재 대표적인 유흥, 소비 공간으로 부상했다. 그 사이 이곳을 아끼고 지켜야 하는 이유가 있는 사람들의 주거와 생계는 개발과 성장으로 위장된 자본권력에 의해 내몰리게 됐다. 세대는 다르지만 기지촌 출신 노년여성들과 청년의 상황은 ‘지금-여기’ 공통의 위기를 공유한다. 그들의 상황은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삶과 공간이 이처럼 반복적으로 지워졌고 또 그것이 어떤 이름으로 정당화 됐는지 짐작하게 한다.

   2010년 한국 사회의 ‘화대’는 7조원. 같은 해 영화 산업 매출 1조2천억의 5배를 넘는다(<은밀한 호황>, 김기태, 하어영, p.58). 하지만 여성에게 성매매를 시작하고, 지속하고, 중단하는 과정에서 빈곤은 떼놓을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은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이제까지 성매매집결지 폐쇄는 재개발, 도시정화, 성산업축소 등의 다양한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그 과정에서 정부, 기업, 땅주인, 업주, 주변 상권과 지역주민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 서로의 이익을 셈하는 목소리가 뒤섞였다. 누구의 손에 더 큰 이익이 떨어지는지 관심이 집중되는 동안 그곳에 왜 성매매집결지가 형성됐고 누구의 필요에 의해 지금까지 유지되었는지는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곳을 생계유지의 공간이자 '창녀'라는 편견어린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으로 의미화 해온 여성들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보상과 계획, 이를 위한 다각적인 논의는 공론화 되지 못했다. 지금 사회는 이유가 뭐였든 성매매여성의 존재와 공간이 없어져야 한다는 데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어떤 공간의 변화를 이야기 할 땐 그 공간에 누가 사는지를 비롯해 그 공간이기 때문에 알아야 하는 역사와 그것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태원과 더불어 [이룸]이 10년 넘게 아웃리치를 가고 있는 청량리 역시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빈곤, 건강, 주거 등의 생존 문제를 오직 자본의 흐름에 의지해 스스로를 전시해온, 그렇게 거주해온 이들의 공간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던진다.
 

   최근 서울에 거주하는 친구가 지역에서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자 친구의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게 네가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일까?” 언제든 내쫓길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영화는 ‘지금-여기’에서 우리 역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활동이야기

[여성주의저널일다 기고] ‘청량리588’ 재개발… 여성들은 어디로든 떠나야한다

‘청량리588’ 재개발…여성들은 어디로든 떠나야한다

청량리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앞둔 거리에서

고진달래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일하다 가려고요’

 

재개발을 앞둔 청량리 성매매집결지 거리에서 ⓒ 이룸

청량리 역사 바로 앞, 여자를 사려는 남자들이 넘쳐나고 성매매 일을 하는 여성들에게는 호황의 시기로 기억되는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그 곳.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 588이 재개발 바람으로 시끄럽다.

 

유독 긴장이 가득한 날이다. <이룸> 활동가들이 성매매 집결지 아웃리치(out-reach, 거리상담)를 하는 날이면 구매남성과 업주, 삐끼, 성매매 여성, 그리고 지나가는 행인들이 섞여 있는 틈에서 이방인인 우리가 행여나 여성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비춰지지는 않을까, 하루 일당을 방해하는 재수 없는 여자들로 보이지는 않을까, 혹여나 우리 때문에 업주에게 구박을 받지나 않을까 등의 부담으로 몸이 굳어있다. 우리 뒤를 졸졸 쫓아오며 갖은 욕을 해대는 업주들이 어디선가 지켜보는 것은 아닌지 촉이 곤두서있다.

 

집결지 재개발로 어쩜 이번 아웃리치가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긴장과는 달리, 음산하고 조용할 것 같은 청량리 집결지는 여전히 유리관 안에 있는 여성들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이가 있고, 흥정을 하는 이가 있고, 일본어로 “가와이 가와이”(귀여워)를 연발하며 슬렁슬렁 지나가는 이가 있었다.

 

 

 

한 집 건너 한 집 빨간 스프레이 라카로 X가 그려져있다. ⓒ이룸

한 집 건너 한 집 빨간 스프레이 라카로 ‘X’가 그려져 있다. 그런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여전히 남자들의 눈은 재빠르게 움직이며 흥정할 여성들을 스캔하고 있었고, 여성들은 높은 의자에 앉아 영업 준비 중에 있었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있다가 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다가 가려고요.’

 

청량리 유리방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A씨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그녀는 예전만큼의 돈 벌이는 안 되지만 다른 곳으로 옮겨가도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도 아는 사람이 있는 청량리에서 일을 하는 게 낫다고 했다.

 

그렇다. 이곳 성매매 집결지는 남자들에겐, 업주들에겐, 뒷일을 봐주는 깡패들에겐 성을 파는 여자들이 모여 있는 곳일 뿐이겠지만, 성을 파는 여성들에게 이곳은 하루라도 돈을 벌어야 먹고 살 수 있는 절박함이 배어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쪽방 뒤 켠에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곳은 밥을 해먹고,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빨래를 널고, 강아지를 기르고, 수다를 떠는 일상을 살아가는 터전이기도 하다.

 

 

 

 

 

 

 

재개발 얘기로 술렁거리는 집결지

 

청량리 집결지 지역 재개발 시공사가 정해지고 실질적인 보상금 이야기가 오고 가면서, 여성들에게 돌아가는 보상금과 이주비용이 본래 받아야하는 금액의 절반도 못 미친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가진 자들에게 재개발은 돈을 버는 일이지만, 그 사이에 껴있는 세입자들에겐 집 잃고 갈 곳을 찾아 이주해야하는 현실적인 일들이 막막하다. 특히나 불법 공간이란 딱지를 달고 그 곳에서 성매매를 해오던 여성들은 세입자도 아니고, 이주민도 아니다. 그저 불법을 저지른, 가시화되지 않은 존재일 뿐이다. 아무도 앞으로 그녀들이 어떻게 살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여성들 스스로도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자신의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딘가에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굳건히 믿고 있다. 이것은 세상에서 지금까지 배운 ‘상처받지 않기 위한 삶의 노하우’이기도 하다.

 

 

가진 자들에게 재개발은 돈버는 일이다. 이곳에서 먹고자고 살아온 여성들은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묻는다. ⓒ 이룸

청량리 집결지에서만 20년 넘게 성매매 일을 하던 여성들의 경우는 더욱 억울하다. 쪽방에서 일하던 40대 후반의 B씨가 이곳에서 먹고 자고 일한다는 사실은 동네 사람이면 모두 알고 있다. 갓 스무 살도 안 된 나이에 청량리에 발을 들여놓고, 이곳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고, 다시 들어온 청량리 집결지는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고 받아주는 ‘편안한’ 곳이다. 한때 그녀는 이곳을 떠날 계획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한껏 자랑스러워했었다. 그 후 다시 만난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눈물을 터뜨리며 ‘미안해요, 미안해요, 다시 돌아왔어요’ 라며 흐느꼈었다.

 

자신의 사연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이곳은 성매매를 했다는 과거가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면서 이질감을 느끼던 사회와 다르게, 마음 편히 밤에 있었던 진상을 욕하면서 속 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B씨는 이곳으로 주소를 이전해놓을 수가 없었다. ‘사회적인 낙인’이라는 굴레 때문에 주소 이전할 수 없었던 현실적인 상황이 지금 재개발을 앞둔 보상 문제에선 발목을 잡는다.

 

억울함을 달래기 위해 술 마시고 답답한 속을 풀려고 해도 풀리지 않는다. 속 시원하게 말도 못하고 자신의 푸념을 들어줄 사람 또한 딱히 없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꼬인 말투에, 술 냄새가 진하게 배어나오고 있었다.

 

‘내가 자랑스럽다는 것은 아닌데요, 내가 여기 있으면서 떳떳하지 못하는 것도 아는데…. 그런데도 억울해요. 억울해요.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요?’

 

 

돈이 움직이는 자리에 배신이 남는다

 

청량리 쪽방 안에서도 여러 소문들이 무성하게 피어오르고 여성들이 불안해질 한창 때, 유독 <이룸>으로 상담 전화가 많이 왔다. 보상금이 반쪽으로 날아갔는데 돈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지, 남편이 이혼을 해주지 않아서 주소 이전을 청량리로 할 수 없었는데 이사 비용은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이사하는 과정에서 계약한 방이 하루 전에 파기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임대주택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불법 성매매를 하는 증거를 잡으려고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위원회가 CCTV를 설치했는데 철거할 수는 없는지…. 다양한 문의가 들어왔지만 실질적으로 어떠한 대안을 줄 수 없어서 우린 허탈한 시간을 보냈다.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위원회에서 붙인 경고. ⓒ 이룸

성매매 집결지는 철저하게 돈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곳이다. 돈이 무섭다는 것을 배운 곳, 그런 곳에 재개발 계획이 세워진 것이다. 업주와 성매매 여성과 뒷일을 봐주는 사람들이 한 배를 탈 때는, 가족처럼 묶인 관계들이었다. 업주는 엄마가 되고, 이모가 되고, 깡패는 삼촌이 되던 그런 때, 여성들은 의리를 지켜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고, 우리와 같이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그래도 내가 아플 때 괜찮냐고 물어봐주는 유일한 사람들이라고, 같은 한 솥 밥을 먹으며 정이 쌓였다고 했다.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인지라 외로운 사람들끼리, 돈이 필요한 사람들끼리 이렇게 의존하면서 한 사회를 이뤄나가는구나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가족과 연을 끊고 이 고립된 곳으로 들어와, 구매남자로부터 협박을 당하거나 위해를 받을 때 피붙이처럼 뒤를 봐주고 걱정해준다고 믿었던 사람들 사이에서,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성매매 산업 안에서 이득을 얻을 때는 여성들의 뒤를 봐주던 사람들은 재개발 사업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아는 순간 성매매 여성들을 과감히 버린다. ‘삼촌’들은 이제 재개발위원회 일원이 되어 여성들을 내쫓는 일을 맡아 한다. 성매매를 하는 증거를 잡기 위해 CCTV를 설치하면서 빨리 이곳을 나가라고 협박한다. 불법 공간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보상금은 줄 수 없다고 외려 큰 소리를 친다.

 

집결지 재개발은 빽도 돈도 없는 사람, 더욱이 자신을 드러낼 방도가 없는 사람을 벼랑으로 떠민다. 같은 성매매 집결지 공간 안에 있어도 이렇듯 여성들이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다. 그녀들은 손에 쥔 것 없이 쫓기듯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집결지 폐쇄…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될까

 

집결지의 그녀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 이룸

청량리 집결지에 있는 ‘그녀들’은 어디로든 떠나야한다. 몇 십 년을 살았던 곳인데 대체 어디를 갈수 있냐고 항변을 하고 망연자실한 처지를 한탄해보지만, 그녀들에게 대안은 없다.

 

치안과 안전을 위해서, 청소년의 교육을 위해서, 지역 경제의 부흥을 위해서 성매매 집결지는 없어져야 한다고 사람들은 쉽게들 말한다. 그들의 논리 속에 그녀들은 불결한 사람이 되고, 경제적 이득에 도움이 되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녀들이 이곳을 떠나 어디로 가는지, 그 뒤의 삶은 또 어떠할지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가족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자신의 몸 하나 자신의 손으로 건사하고 싶어 하는 그녀들이다. 일당을 벌어서 병원에 가고, 그 돈으로 밥을 먹고, 한푼 두푼 돈을 모아 월세를 내면서 떳떳하게 삶을 해결하고 싶어 하는 그녀들이다. 누군가는 꼭 성매매를 해서만 가능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질문은 이런 것 아닐까? 왜/무엇이 여성들에게 기본적인 삶을 꾸리기 위해 성매매를 하도록 만드는가. 성매매를 하지 않고도 이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또 과연 얼마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가.

 

청량리 집결지 폐쇄를 바라보면서 참으로 마음이 복잡해진다.

 

‘청량리588’ 재개발…여성들은 어디로든 떠나야한다 (기사읽기 클릭)

활동이야기

[1호]일하고 살던 곳, 청량리 동네가 사라지고 있다!

청량리 개발?


청량리 도시개발에 대한 이야기는 때론 언론에서, 때론 뜬소문으로 나돌았다. 2010년 8월 청량리 민자역사가 준공되면서 개발의 속도가 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그 전부터 도로개설공사니 균형발전촉진개발 지역이니 하며 청량리 개발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된
지 오래다. 각종 신문이나 뉴스에 보도되는 청량리 개발에 대한 이야기는 대체적으로 “서울의 대표적 성매매 거리였던‘청량리588’이 역사속으로 사라진다”거나“민자역사를 중심으로 백화점, 주상복합, 중심적 상권으로서 탈바꿈한다”는 식이다. 마치 여성들이 일하며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었다는 점을 싹 잊은 채 오로지 개발을 통한 상권 조성으로 이익을 얻는 자들에 의해 개발이 부채질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청량리 민자역사계획부터 준공까지 2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2007년에 도로확장 공사로 청량리 거리일부 업소들이 철거되면서도 일부 업소들은 리모델링으로 가게를 단장하는 모습에서, 개발흐름은 생각했던 것처럼 하루아침에 우리가 살던 공간을 확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미 청량리에서 살거나 일하고 있는 이들에게 불안과 초조, 변화의 긴장감을 끊임없이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들만의 도시개발 잔치는 우리를 떠돌게 만든다!


‘청량리 588’거리는 대표적인 성매매 거리인만큼 성매매방지법에 반대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성매매방지법 시행과 더불어 도시재개발로 인해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는 곳이다. 2007년“청량리균형발전촉진지구”개발계획에 답십리-롯데백화점 도로 주변에 몇몇 가게 건물이 철거되기 시작해서 그 열에 가게 건물이 모두 철거된 상태이다. “청량리 588 이미지 벗겨 랜드마크를 세운다”는 도시 기획자들의 계획은 2011년 현재에는 더 구체화되어 고층빌딩 6개동을 세우며, 지상 50층 건물이 들어서고 공원 2개와 광장 1곳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계획도 발표된 바 있다. 재정비 기간이 2012년에서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기존에 철거된 구역 외의 구역도 2012년까지 철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청량리에서 살았던 언니들, 또는 일했던 언니들은 이러한 철거상황에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미 청량리에 있는 언니들도 과거에 마장동 등지가 개발되면서 청량리로 모여든 분들도 있다고 전해지고있다. 도시개발은 언니들의 영업이익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고, 급기야 삶의 둥지를 송두리째 옮겨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겨주기도 한다. 이 곳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개발과 관련한 소식과 소문들 때문에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장안동과 같은 근처 업소 밀집지역에서 돈을 벌기도 하고, 개발로 인해 거처를 옮길 장소를 물색하기도 한다. 또 기존에 업주와 여성들이 6:4 또는 5:5로 나누던 수익분배는 성매매방지법 시행과 청량리 재개발로 인해 장사가 안 되면서 월200-300만원의 월세를 받는 형식으로 바뀌
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여성들의 생활은 더 궁핍해졌고, 이젠 개발까지 본격화되면서 이주 고민과 재취업의 고민까지 떠안게 된 것
이다. 더구나 청량리와 비슷한 성매매 집결지역이면서 더 빠르게 개발이 진행 중인 용산과 영등포에서 일했던 여성들이, 단속과
재개발로 인해 살길이 막막해져 청량리로 몰려들고 있다. 3월, 4월 청량리 몇 구역에 건축심의안이 통과되면서 개발분위기는 한껏 고조되고 있는데, 특히 내년까지 많은 가게건물이 헐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면서 언니들의 우려와 걱정, 두려움이 교차되고 있다. 00아파트가 곧 철거될 거라는 예측 한 가운데 보상계획을 논의하려는 건물주와 업주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그나마 주소등록이라도 되어 있는 세입자들은 이전비 보상이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미등록으로 고용된 상태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은 그저 막막한 미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방지법보다 강력한 도시 재개발
-“ 그래… 국가를 위해서는 여기가 없어져야겠지. 그런데 난 어디로 가야 하나”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청량리에서도‘성노동자’중심의 집회가 있었다.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성노동자들의 요구는 집결지 자활지원사업을 이끌어 내었고, 이에 2006년부터 2009년 3월까지‘이룸’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오롯이 청량리에서 일하는 여성들만을 위한 공간과 시간, 비용이 만들어졌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량리에 있던 언니들간의“관계”, 그리고‘이룸’과 언니들의“관계”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언니들은 이“관계”를 통해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가족 병원비와 생계 때문에 성판매를 해야 했던 언니부터, 20대에 인신매매되어 이 일을 시작했지만, 독한 마음으로 돈을 벌어 재산을 마련한 언니, 너무 많은 빚 때문에 고생하다 파산으로 빚을 정리한 언니, 그날 그날에 만난 진상 손님에 대한 하소연까지… 그“관계”에서 하나둘 발산되는 이야기들은 그 동안 사회로 터져나오지 못했던 여성들의 ‘목소리’였다. 성매매방지법은 분명 청량리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잦은 단속과 언론의 노출로 여성들에게 불편과 분노를 가져다 주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회적으로 성매매라는 특수한 상황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이기도 했다. 도시 재개발은 오랫동안 그곳에서 살아 온 사람들의 미래를 전혀 돌보지 않는다. 또 언론에서는 청량리 588 성매매
집결지를 마치 한시라도 빨리“없어져야 할 공간”으로 그래서 그곳의 사람들을“쫓아내야 할 사람”으로만 묘사한다. 최근 청량리에서 만난 한 여성은 “최근 청량리의 개발과 집창촌에 대한 기사가 크게 실리면서 혹여나 단속이 심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가를 위해서는 여기가 없어져야겠지. 그런데 난 어디로 가야 하나.”라고 말한다. 그 많은 여성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사회의 자원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모두가 개발이라는 핑크빛 전망에 사로잡혀 이들에 대한 대답을 외면하고만 있다.


 


 


 

별별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