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628 이룸공부방 1기 2회차 후기 by.소원

이룸 공부방 1기 2회차 후기

 

6월 28일 대망의 두 번째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시간에 논의하기로 했던 글을 미리 읽지 못한 터라, 먼저 도착해서 읽으려고 퇴근하자마자 버스를 타고 이룸으로 향했습니다. 사무실에서 열일하고 있던 이루머들이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두 번째 모임 참석 회원들 모두 비 오는 날인데도 일찍 도착했습니다. 우리 모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루머들이 감사하게도 라면과 김밥을 제공해주어서 세미나 시작 전에 다 같이 저녁을 먹었습니다. 혜진이 라면 여러 개를 한번에 끓이면서 물 조절에 성공하는 솜씨를 발휘해준 덕분에 삼양라면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또 참치김밥, 치즈김밥, 보쌈김치도 맛있었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처음 온 레나, 소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이룸 자료집 <성형대출의 구조적 책임을 묻다: 성산업-대부업-성형산업의 공모>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먼저 ‘대출’에 주목했습니다. 성형대출의 세 가지 축인 성산업-대부업-성형산업은 유기적 관계 속에서 여성의 몸을 통해 지속적인 이윤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대출이라는 합법적 금융관계만 드러날 뿐이며, 이러한 연결고리들은 종래의 선불금과 달리 규제 법망에서조차 빠져나갑니다. 결국 여성을 성산업으로 빨아들이는 구조와 그 책임을 물을 주체들은 증발되고, 빚을 떠안은 여성만이 파산과 개인회생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게 됩니다. 유나는 이룸 상담 중 개인회생과 파산 절차에 대한 설명과 지원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면서, 이 분야를 이렇게 잘 알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학자금, 주택자금 등 요즘 사람들에게 대출은 일반화된 삶의 양식이고, 빚을 지지 않고 살아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미 사람들로 하여금 구조적으로 대출을 유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부업 자체가 너무나도 쉽게 허가된다는 점을 문제로 짚었고 추심 방법에 대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아예 추심을 불법화하고 상환만 가능하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주희의 토론문을 같이 읽으며 역사적으로 신용은 언제나 성별화되어 있었고 여성에게 ‘대출’은 쟁취하고자 하는 권리이기도 했음을 환기하면서, 여성이 신용시스템 안에서 경제적 주체로 인정받는다는 것의 의미와 신용시스템 바깥의 대안적인 삶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소위 ‘신용의 민주화’라던가 ‘정상적인 경제인’ 만들기가 성별화된 자본축적 속에서는 또 다른 여성 약탈로 이어지고 나아가 이를 은폐한다는 점을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례를 살펴보며 알 수 있었습니다. 방글라데시 여성들에게 소액대출을 장려하고 추심율을 극도로 높인 뒤 이를 빈곤 퇴치 성공으로 포장하는 것은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신용시스템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를 경계할 때, 다시 어떻게 생활을 영위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게 됩니다. 혜진은 대출을 매개로 한 억압적 구조의 분쇄를 지향하는 동시에 당장 현실에서 마주하는 채무 해결 지원 역시 놓을 수 없는 이룸의 위치에 대한 고민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우리의 질문은 금융화나 경제적 정상화라는 자유주의적 해법에 동의하지 않고 체제로부터의 탈주 역시 해결책이 아니라면 신용부조와 탈주가 아닌 무엇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까지 뻗어나갔습니다. 현우는 결국 근본적으로 신용산업을 정지시켜야하고 단계적으로는 자본에 대한 공적 통제 수준을 높여가며 직접적인 복지를 늘려가는 방식이 떠오르지만, 이는 대출 일반에 대한 대응이므로 성형대출이나 성매매와 연결된 사채시장은 다른 결의 접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쌩은 사용가치의 측면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상품으로 존재할 수 있고 사용가치로 이해되는 사회가 가부장제인데 어떤 것이 상품이다, 어떤 것이 생존의 유지에 필요하다는 전제 자체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에 대해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복지나 공공부조라는 국가 중심의 접근에 우려가 들기 때문에 자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소규모 모임을 이루고 그 구성원들이 돈을 모아 자금을 융통하는 공동체 은행 빈고가 예시로 소개됐습니다. 우리는 공동체나 공적 해결에 대해 떠올릴 때, 여전히 국가 혹은 국가를 재조직하는 형태 이외에 다른 방식을 상상하는데 어려움에 부딪힌다는 데 생각이 모아졌습니다.

다음으로 ‘성형’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성형을 부추기는 의료업계와 성형을 해주는 의사에게도 분명 책임을 물어야하지만, 의료법상 브로커에게 수수료 주고 환자를 사오는 것은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수수료를 받았음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것 때문에 규제가 힘든 상황입니다. 또한 미용을 위한 성형은 몸의 어딘가가 아파서 내과나 외과에 가는 것과 달리 일종의 기호성 상품이라는 특수성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끊임없이 미에 대한 욕망을 만들어내는 구조 역시 드러내야합니다. 그러나 성형대출이라는 합법적 금융관계는 이러한 성형산업의 약탈적 속성을 파악하지 못하게 가로막습니다. 소윤은 이에 대한 저항으로 일체의 미용을 외모 꾸밈노동으로 규정하고 긴 머리 자르기, 화장품 버리기, 브라 안 하기 등을 실천하는 탈코르셋 운동이 떠올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대중의 공감을 얻고 있는 탈코르셋 인증이 올바른 페미니스트 되기 경쟁이라는 개인적 실천에 그칠 뿐 성형산업과 같은 구조를 타격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해 아쉽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욕망 자체가 죄가 된 것 같아 불편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레나는 심지어 탈코르셋 화장품까지 등장했다며 자본주의가 탈코르셋 운동마저 상품화했음을 지적했습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하에서 조직화 정치화되지 않고 파편화된 주체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었고 많은 사람들이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라면 구조를 바꾸는 운동은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어서 쌩이 제시한 토론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성매매의 정의와 범위에 대한 반성매매운동의 논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성폭력의 경우 정조에 대한 죄를 깨려고 하지만 형식적으로 남아있고 법적 기본 형태가 강간죄에서 파생되는 형태이며 판례에서만 성적 자기결정권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와 대비해서 성매매특별법 상의 성기삽입 중심적 성매매 규정을 극복하려는 논의에는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우는 일본에서 캬바걸들이 결성한 노동조합인 캬바쿠라 유니온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유흥업소 종사자의 권리 증진의 측면에서 접근한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유나는 활동가마다 성매매란 무엇이고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인식이 다를 것이며 그것을 법으로 새기는 것에 대한 입장도 다를 것이라고 말했고, 혜진은 성매매특별법 역시 성기결합에 관심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성매매의 법적 정의와는 별개로 문제시 삼는 성매매는 무엇인가라고 했을 때는 성상품화라고 생각하며 반성매매는 반성상품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모델 등 연예계와 성산업은 어떤 관계일까이었습니다. 모델 회사가 성형대출과 성매매 유입 통로로서 작동하는 사례가 인상적이었는데, 불법촬영회 사건에서 보듯 성산업과의 연결고리가 있다면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윤은 아이돌 업계도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연습생 때는 데뷔하기 위해서 성형을 포함해 소속사가 시키는 대로 다하고 걸그룹이 되더라도 데뷔 초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길 때까지 수익이 전혀 없기 때문에 회사가 하라는 대로 할 뿐만 아니라 팬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혜진은 모델 에이전시가 직접적으로 성매매를 알선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산업 종사자를 구하는 경로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불법촬영회, 벗방을 방치하는 아프리카TV, 몰카가 주요 수입원인 웹하드 업체 등이 전혀 규제받지 않고 영업하는 점도 문제로 꼬집었습니다. 만약 법으로 규제할 뿐만 아니라 전문수사대가 도입된다면 또 어떤 효과를 낳게 될지도 고민거리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어느덧 풍성한 이야기로 두 시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룸 활동과 회원들의 경험과 지식이 교차하면서 이룸이 벼려온 문제의식이 담긴 글들을 더욱 깊고 넓게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이루머들에게서 활동하는 가운데 만나는 딜레마를 우회하기보다 직면하려는 치열함이 느껴졌습니다. 회사에 다니고 가끔 술을 마시며 살고 있는 저에게는 일상의 쳇바퀴를 잠시 멈추고 평소 생각하지 못했거나 생각하기를 미뤄왔던 질문들과 마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행사, 부스, 집회 등에서 이루머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반갑습니다. 공부모임을 통해 이룸 활동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수록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도 더 커졌습니다. 연말까지 매월 첫째주 목요일을 설레면서 기다릴 것 같습니다.

이룸공부방

180522 이룸공부방 1기 1회차 후기 ‘당신은 이룸 다락방에 가 본 적 있나요?’ by. 파니

지난 5월 22일, 이룸회원공부방 첫모임이 있었습니다.  첫 모임에서는 다함께 이룸의 청량리집결지관련 자료를 읽고 모였는데요.  발제는 현우님이, 후기는 파니님이 도맡아주셨어요!

8쪽에 다다르는 정성스런 발제문에 이어 사랑이 느껴지는 후기를 받아보니 마음이 따땃-합니다. 이 따뜻함을 같이 나누렵니다.

 

이룸 공부방 1기 1회차 후기

 

당신은 이룸 다락방에 가 본 적 있나요?

 2018. 6. 27. 파니

 

 

모임 장소가 이룸 사무실로 정해졌다는 소식을 듣고, 제가 가장 기대한 건 다락방이었습니다. 제가 이룸에 다락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건 최근의 일인데, 그 후엔 이루머를 만날 때마다 넌지시 그곳의 세목에 대해 물어보곤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별과 차차가 다락에 있던 물건을 옮겨서 빈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사실, 빈 공간에 도달하려면 사다리를 타야 한다는 사실, 그곳을 누가 어떻게 사용할지는 아직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언젠가는 다락의 벽 한 면이 빔 프로젝터 화면으로 변해야 할지도 모르고, 그러려면 벽을 하얗게 칠해둬야 할 텐데 그때 저에게도 페인트 붓을 들 기회가 생길까요?

이룸은 뭘 해도 이룸 같습니다. 해결하지 못한 질문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 위해 성매매 집결지를 주제로 포럼을 열어버리고, 포럼에 갔더니 서로 다른 식감을 가진 비스켓과 사탕을 엮어서 만든 간식주머니를 나눠주고, 사무실에 갔더니 여행자가 선물한 차를 끓여서 처음 보는 사람 앞에 놓아줍니다. 이룸 공부방을 이룸 사무실에서 하게 된 과정도 참 이룸 같았어요. 공부방 참가자들은 이루머들이 공휴일에 추가 노동을 할까봐 염려되어서 다른 곳에서 공부하겠다고 하고, 이루머들은 이미 수없이 보았을 텍스트를 여기서 또 한 번 같이 읽어보자고 하고, 못이기는 척 이룸 사무실에 갔더니 커다란 탁자 위가 이미 여러 나라의 음식으로 꽉 채워져 있어서 조금만 챙겨갔던 마들렌조차 놓을 자리가 부족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인물과 늘 궁금했던 인물과 처음 봤지만 반가운 인물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들이 건네는 예의를 갖춘 친밀함도 제겐 이룸 같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기뻐져서, 평소보다 자주 웃고 안하던 농담도 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이룸 사무실에 갈 때마다 마음이 설레는데, 그건 아마도 이룸이 노동하고 관계 맺고 생활하는 방식이 그 공간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 일겁니다. 실제로 모든 장소에는 그 장소에 깃든 자들의 이해관계, 욕망, 삶이 담겨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장소에 거주한다는 건 그 곳에 묶여있는 감정과 역사를 살아내고 또 자신의 감정과 역사를 그 공간에 놓아두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집결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생각이 자꾸 복잡해지는 이유는 집결지가 구체적인 장소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공간에 거주하는 수많은 관계와 시간의 선들을 촘촘히 헤아리는 작업이 어렵기 때문이고, 그러한 헤아림은 끝이 없기 때문이며,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려야만 그 다음의 실천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할겁니다.

우리는 이룸에서 발간한 자료집인 <청량리 집결지 재개발/폐쇄 토론회> 자료집,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 <천일야화>를 읽고 성매매 집결지, 특히 청량리 집결지 재개발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을 이행하는 국가와 자본은 재개발 대상이 되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사고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이의 역사와 욕구를 고려하지 않고 공간을 관광자원화하거나 경관을 정비하는 방식을 살펴봤습니다. 국가와 자본은 재개발 과정에서 일차원적이고 집계 가능한 이윤을 창출하는데 도움이 되는 추상적인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실제의 공간을 구성해버린다는 생각을 나눴습니다.

우리는 집결지를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행위자로 등장하는 정부, 토건자본, 성매매 업주, 성매매업소의 건물주, 철거 반대 사회단체들이 모두 성판매 여성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배제하고 이용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성판매 여성은 집결지 부동산 소유자가 아니고, 임대차 계약을 맺지 않았으므로 임차인으로서의 권리 역시 주장하지 못합니다. 성판매 여성은 어쩌면 집결지 공간을 가장 속속들이 파악하는 거주자이고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마주치는 이웃이지만, 그들의 이웃인 성매매 업주들은 성판매 여성을 착취하고 다른 성판매 여성은 낙인, 단속, 빚 독촉에 시달리다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추어 버리기도 합니다. 집결지에서 생활하는 성판매 여성은 집결지라는 장소에 속해있었다는 사실만 밝혀져도 성매매특별법상 범죄자로 위치 지어질 뿐 아니라 도덕적인 낙인까지 받게 되기 때문에 그 공간에 속해있든, 그곳을 떠나든 집결지에서 경험한 것들을 쉽게 드러낼 수 없습니다.

이러한 성매매 집결지는 전국에 여러 곳이 있는데 그 중 많은 곳이 청량리와 같이 이미 재개발되었고, 또 다른 곳은 재개발될 예정입니다. 집결지가 재개발되면 정부는 표를 얻고, 자본은 이윤을 얻고, 업주나 건물주는 보상을 받습니다. 그러나 성판매 여성은 어떤 것도 손에 쥐지 못한 채 그 공간에서 사라집니다. 어떤 장소를 본인의 욕구에 따라 구성할 힘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공간이 사라질 때도 본인이 응당 받아야 할 보상이나 애도의 방식을 부여받지 못한 채 그저 사라져버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마치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면 곧 허물려버리는 벽이나 지붕, 공간 그 자체처럼요.

 

우리는 내내 질문했고, 한 질문은 다른 질문과 이어졌습니다. 성판매여성에 대한 낙인, 특히 성매매특별법을 통한 범죄화 속에서 성판매여성이 어떻게 집결지 재개발 국면의 행위자로 등장하여 본인의 욕구와 지분을 주장할 수 있을까? 성폭력 지원기관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제3자가 상담 등을 통해 어떤 사람이 성폭력 피해생존자임을 확인하면 그에 대해 추가적인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성폭력피해생존자를 지원하기도 하는데, 이처럼 낙인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지원체계를 집결지 재개발의 맥락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까? 국가는 어떠한 지역을 개발대상에서 제외한 다음 그 지역에서 성매매처럼 범죄화된 행위들이 조직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성판매자가 착취당하고 있음을 잘 알면서도 이를 오랫동안 묵인하였다가, 차후에 해당 지역을 재개발하는 방식으로 정치적인 지지를 얻거나 토건자본과 연합하였는데, 이러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적당한 방식은 없을까? 마치 미군 기지촌을 조장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최근 판결에서처럼 집결지를 조장한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 집결지의 성매매 업주 및 건물주가 성매매를 통해 얻은 이윤을 몰수 추징할 수 있다면, 성매매 업주와 건물주를 배제하고 성판매 여성이 재개발 과정의 협상주체로 등장할 수 있다면, 집결지 재개발의 방식과 내용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러한 질문들은 집결지라는 현장과 계속하여 밀착하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질문들은 기존의 재개발 국면에서 철거민 투쟁 등 사회운동 진영에서 논의되는 질문들과는 다른 특유한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러한 질문들은 성매매 현장에 끝없이 머무르며 행위자들이 지닌 현재의 욕구와 미래의 전망 사이에서 무엇 하나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여성주의라는 관점으로 반성매매운동을 하면서 동시에 성판매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고자 하는 이룸의 활동과 닮아있었다고 느껴집니다.

 

첫 공부모임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이룸이라는 장소를 심어주었고, 서로가 지고 다니던 장소를 이룸에 풀어놓았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 장소에서 이룸으로 모여들었기 때문에, 평소 본인이 고민하던 주제들-성별화된 빈곤, 성애화, 정당정치, 법, 철거 투쟁-을 이룸에 내려놓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여성의 성애화된 몸이 왜, 어떻게 교환할 수 있는 자원이 되는지, 성애화된 여타 노동과 성매매의 차이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늘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으나 충분히 벼려지지 못했던 질문들이 이룸이라는 울타리를 만나서 좀 더 자신을 밀고나갈 기회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궁금한 게 많은 우리는 그 다음 일정, 그 다음 커리큘럼을 금방 정해버렸고, 우리가 올해를 어떻게 마무리를 할지도 정해버렸습니다. 그 다음 일정, 그 다음 커리큘럼, 한 해의 끝도 서로와 함께. 물론 장소는 이룸입니다.

공부모임을 마치자마자 저는 이룸의 다락방으로 향했습니다. 소문대로 다락 입구를 향해 사다리가 놓여있었고, 사다리의 각도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가팔랐습니다. 다락에 어떤 물건이 놓여있는지, 창문으로 이른 저녁 빛이 들어왔는데 그 빛이 십자모양의 창살로 나뉘면서 어떤 문양을 그려냈는지, 한 개의 다락이 총 몇 개의 구획으로 다시금 나뉠 수 있는지는 비밀로 하고 싶습니다. 딱 하나만 알려드릴게요. 이룸의 다락방에는 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은 바닥으로 뚫려있습니다. 그 문을 열었더니 이룸 현관이 보였고,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셋 보였습니다. 한 사람은 학교 친구이지만 졸업 하고 나서야 친해진 사람, 한 사람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친구가 무척 좋아하지만 저는 처음 보는 사람, 한 사람은 언젠가 이룸 토론회에서 인사만 나눴던 회원입니다. 제가 안녕, 하니까 셋이서 안녕, 합니다. 맥주를 사러 갈 거라면서 무슨 술을 마실 거냐고 묻습니다. 제가 맥주, 하니까 셋이서 활짝 웃습니다. 다락방 천장에 그 미소를 온전히 옮겨둔 다음, 저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우리는 이룸이 청량리 집결지 재개발 과정에서 여성주의 활동가이자 동시에 성판매자의 조력자로서 개입하면서 겪은 딜레마에 대해서 함께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우리로서 어떤 주체가 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어떤 위치에 서서 누구를 적대하고 누구와 협상하는 전선을 그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일은 어려웠지만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성매매 집결지라는 장소에 함께 속하기 때문에 알게 되는 어떤 감정과 역동들, 담론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던 어떤 얼굴과 신체들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구체성 속에서 딜레마를 더욱 깊게 만들고 그처럼 깊은 곳을 현실로 삼아 활동을 펼치려는 힘. 저는 공부모임을 하면서 이러한 이룸의 역량과 방향성을 배우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룸공부방

2018 이룸공부방 1기 소개

2018 이룸공부방 1기 (2018.5.22 ~ 12월 까지)

 

길완 남쌩 레나 별 선영 소원 소윤 예지 유결 유나 정은 파니 현미 현우 혜진

 

  • 목표
    • 이룸의 발간 자료를 중심으로 이룸이 현장에서 느낀 문제의식을 체득하기
    • 이룸의 경험과 사유, 문제의식을 각자의 생활 및 활동공간으로 가져가는 매개자가 되어보기
    • 이룸 회원활동으로서 성매매에 대해 함께 고민함으로써 미처 못발견한 지형을 발견하거나 소식지 등을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함으로써 정치적 행위자가 되기
    • 여성주의로 성매매를 고민하면서 이룸의 울타리 되기
    • 이룸 공부방 1기는 2018년 연말 작은 성과(그동안의 발제문 및 후기를 편집하여 외부에 공개 등)를 내고, 2018년 12월에 송년회를 끝으로 마무리하기

 

  • 일정
    • 매월 첫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이룸사무실 (2시간)
    • 2018년 11월까지 월 1회 진행, 2018년 12월 송년회를 끝으로 1회기 종결
    • 1회기 종결 이후에 휴식기를 가진 다음 차회기 진행 여부 논의

 

  • 발제, 후기 등
    • 매회 참석자가 돌아가면서 발제 및 후기를 작성하기

 

 

 

 

 

이룸공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