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004 이룸공부방 1기 5회차 후기 by.현우

 늦어도 너무 늦은 5회차 공부모임 후기입니다.. 후기를 쓰겠다 해놓고 이사에, 구직에, 이런저런 일에 정신없이 살다 보니 이제야 글을 적게 되었네요. 모임 때는 늦가을 모기를 쫓느라 고생했는데 벌써 완연한 초겨울이라니 시간이 참 빨리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거의 한 달 전 모임을 되새겨 적다 보니 서로 나눈 이야기가 좀체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그 시간의 고민, 열의를 최대한 떠올리면서 적어 보았습니다.

 

 우선 10월 첫 주 목요일에 있었던 이룸공부방 5회차 모임에서는 박정미 선생님의 논문, “성매매의 세계화와 페미니즘 정치-초국적 성매매에 관한 연구, 논쟁, 운동”과 글 하나를 더 읽었습니다. 이하에서는 박정미 선생님의 논문 중 일부를 요약, 소개한 후 그와 연결된 제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보았습니다.

 

성매매의 세계화와 논쟁

 

 논문을 통해 확인되는 성구매자의 국제이동 역사는 그야말로 유구합니다. 특히 근대 유럽의 팽창과 성적 지배의 역사는 겹쳐집니다. 캠파두는 “카리브해 지역의 백인 노예 소유주는 흑인 노예의 노동을 강제로 수탈했을 뿐만 아니라 노예에 대한 완전한 성적 접근권을 향유”했다고 지적합니다. “그 결과 강간과 성적 학대가 만연했고, 축첩과 성매매는 사회제도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성적 지배는 제국주의 팽창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며 “반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성매매 관광은 성매매에 대한 욕망이 이동을 추동한다는 점에서 제국주의 시대와 차이가 있”습니다. 프란츠 파농은 1960년대 “카리브해 지역의 국가들이 독립 후 관광산업에 의존함으로써 ‘유럽의 유곽’으로 기능하는 신식민지적 상황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쯔엉은 동남아시아의 성매매 관광이 “제3세계의 정치적 긴장과 불안정을 봉쇄하기 위한 비군사적인 도구”라는 미국의 정책적 입장과 해당 지역의 정치경제적 상황이 맞물려 있음을 지적합니다. 일례로 태국은 1968년 UN 관광의 해 선포, 1970년 세계은행의 관광기획부 설립 이후 세계은행의 권고에 따라 관광산업을 외국인 투자에 대폭 개방했고 베트남 전쟁 시기 미국 정부와 미군을 위한 휴식과 오락(Rest & Recreation)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리고 종전 후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관광과 성산업을 더욱 긴밀하게 결합하는 전략을 추구했습니다. 그 결과 “호텔에서는 성매매를 위한 대실 요금제가 등장했고, 패키지여행 상품에 성적 서비스가 포함되었으며, 관광안내서에 성적 서비스 가격이 명시되었”습니다. “태국과 마찬가지로 필리핀과 한국도 경제 성장에 대한 열망, 미국 정부와 국제기구의 관광정책, 그리고 미군 주둔의 결과로 성매매 관광이 발전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는 점에서 성구매자의 국제이동을 포함한 성산업의 세계화는 식민통치로부터 시작해 각 지역의 정치경제적 불평등과 더불어 제1세계 거주자들의 성적 환상 등 다양한 배경 위에 복합적으로 구성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성판매자의 이동은 이주 또는 인신매매의 측면이 서로 교차합니다. 2010년 여성 이주자는 1억 483만 명으로 전체 이주자의 4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합법적인 이주와 달리 불법적인 인신매매의 규모를 정확히 측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2015년 국제노동기구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2,100만 가량의 강제노동 및 인신매매의 피해자들이 존재하고, 그 중 약 450만이 성매매 관련 피해자들이라고 집계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확인된 피해자 수는 인신매매 규모의 추청치에 비하면 극히 적은 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 106개국에서 63,251명의 인신매매 피해자가 발견되었고 그 중 성인 여자가 51%, 성인 남자가 21%, 소녀가 20%, 소년이 8%였습니다. 그리고 여성의 72%가 성착취를 20%가 강제노동의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여성의 국제 이동이 증가한 시기는 “자본주의의 장기 불황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윤율 저하에 직면한 자본은 새로운 시장과 값싼 노동력을 찾아 국경을 넘어 이동하고, 사람들 역시 생존의 위기를 타개하고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다른 나라로 향”합니다. “그런데 제3세계 출신 이주자들이 제1세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자국에서의 교육수준이나 숙련과 상관없이 대부분 열악한 노동으로, 특히 여성의 경우 가사노동, 보살핌노동, 성노동에 국한”됩니다. 또한 “제1세계 국가들은 공식적으로는 이주를 제한하고 국경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구하지만, 비공식경제의 상당 부분을 이주자들에게 의존”합니다.

 

 이처럼 1960년대부터 초국적 성매매, 곧 성구매남성과 성판매여성의 국제 이동이 증가했다는 건 대다수가 동의하는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관점의 대립과 논쟁, 특히 국제조약과 국제기구를 둘러싼 갈등과 경쟁은 지금도 현재 중인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을 모두 소개하는 것은 발제를 새로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그보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개인적으로 논문과 다른 글을 읽으면서 고민했던 지점과 기억나는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임금노동의 형해화 앞에서

 

 우선 무엇을 노동으로 볼 것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논의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노동’이라고 생각하는 행위가 과학기술과 사회구조의 변화 속에 확장되고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사실 ‘인간의 합목적적이고 의식적인 활동’이라는 사전적 의미에서의 ‘노동’은 좋든 싫든 자본에 종속된 ‘임금노동’이 일반화된 소위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금노동’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본래 ‘노동’이었는데 자본에 포섭되어 ‘임금’을 대가로 주고받게 된 ‘임금노동’과 ‘임금’을 받음으로써 자본에게 포섭되어 ‘임금노동’이 되는 경우의 구분과 기준점은 자본의 집중이 가속화되고 노동력을 상품으로써 팔지 않고선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양극화되는 과정에서 갈수록 형해화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과 구분이 형해화됨과 동시에 그와 같은 ‘임금노동’을 수행하는 인간의 존재 역시 흩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에게는 그와 같은 형해화 속에서 무엇이 노동이고 무엇이 노동이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만큼이나 노동력을 구매한 것만으로도 이윤을 축적하는 자본의 사회적 위치와 이를 용인, 확대재생산하는 구조가 갖는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나를 어딘가에 팔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인간노동력의 상품교환관계에서 임금을 통한 생존만이 가능한 사회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 다른 의미에서는 인간을 대상화시키는 행위를 유지하는 것만이 상상 가능한 현실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논문에서 서술된 성노동 페미니즘이 다른 임금노동과의 유사성을 강조하는 맥락이 무엇인지 이해하지만 그와 동시에 성산업의 착취와 폭력이 엄연히 존재함을 지적해야 하며, 동시에 폐지주의 페미니즘이 성판매자의 행위성을 폭 넓게 이해하며 성산업을 없애는 데 있어 현실 국가와 법체계 안에서의 문제를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산업을 확대재생산하고 성산업으로의 유입을 가속화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와 성산업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혜롭게 풀어나가기란 이 사회의 복잡성만큼이나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반성매매와 성노동 사이에서

 

 성노동도 폐지주의도 단일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여러 맥락이 존재하고 그 중에는 성산업의 폐지를 지향하면서도 성산업 종사자의 자발성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성착취와 성노동이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지지 않는다는 관점도 존재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성구매자의 처벌과 성판매자의 비범죄화가 성산업을 사회적으로 지양해 나가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곧 성산업 종사자의 자발성을 부정하거나 그들을 무조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렵습니다.

 

 성산업이 폐지되어야 한다면 그러면 성노동에 반대하냐는 물음이 돌아오기도 하고, 반대로 성노동에서 말하는 자발성이 무엇인지 이해된다고 하면 그럼 성매매에 찬성하냐는 반문이 되돌아옵니다. 반성매매를 이야기하면서 폐지주의로 수렴되지 않는 전망은 불가능한 것인지, 성산업에 수렴된 사람들의 주체성을 확인하고 그들의 삶을 가로지르는 사회의 복잡한 단면들을 가시화하면서 성산업을 폐지하는 전망을 함께 고민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지 그와 같은 물음을 던지는 것이 마냥 무의미하거나 또는 회색빛으로만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연대

 

 그렇다고 하여 무기력함을 느꼈냐 하면 오히려 반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5회차의 공부모임 중 네 차례만 참여했지만 계속 공부모임에 함께 하고 싶은 건 성산업에 대해 제가 가진 부족할지 모를 생각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또 그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옳고 그름을 재단하기에 앞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를 폭 넓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한편으로 너무 복잡하고 한편으로는 단칼에 입장이 나뉘는듯한 성산업이란 사회문제에 대해 각자 고민하고 생각할 시간과 지혜를 나누는 공간으로써 이룸 공부모임은 공부 이상으로 제게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연대의 자리입니다.

 

 생각 가는대로 글을 쓰다 보니 그 날 참여하신 분들이 해주신 이야기를 적기보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을 적게 되었는데 이건 아무래도 한 달 만에 후기를 적는 터라 귀중한 이야기가 기억 속에서 많이 사라졌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저 생각이 오로지 저만의 것으로 나온 게 아니듯 그 중에는 다른 분들의 의견과 이야기도 제 것처럼 섞여 들어가 있으리라 위안을 삼아 봅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변화의 가능성을 높이고 풍부하게 만드는 데 제 나름의 몫을 해야겠다는 다짐과 제 때 후기를 쓰자는 반성으로 글을 마무리 합니다.

 

 

180906 이룸공부방 1기 4회차 후기 by.소윤

180906 이룸공부방 1기 4회차 후기 by.소윤


이룸 공부방 네번째 모임의 주제는 ‘소수자 성매매’였다. 나는 이번 주제가 굉장히 기다려졌는데, 그 이유는 지난 7월 서울퀴어문화축제 부스참가 준비를 하며 시작된 고민 때문이었다. 당시 부스참가를 앞두고 주변 친구들한테 “나 이룸 부스 참여하니까 놀러와!”라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긴했으나, ‘성매매문제’와 ‘성소수자인권’이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지 설명하려니 어딘가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참고할만한 자료를 찾아보던 중 오마이뉴스에 이룸이 연속기고했던 기획기사(‘새로고침 F5: 성매매 다시 생각하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총 다섯편의 연재글 중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기사는 MTF 트랜스젠더의 성판매 경험을 중심으로 성판매자이면서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복합차별’의 현실을 다루는 글이었다.

MTF트랜스젠더 성판매여성들이 경험하는 복합차별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었다. 기사에 의하면, “MTF 트랜스젠더의 다수는 주민등록 변경이 되지 않으면 취직 활동이 어렵다. 성전환 수술비 마련과 생계를 위해 대다수의 MTF트랜스젠더가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트랜스젠더바에 취직하는 것도 경쟁이 심하고 취직한다 하더라도 나이가 들면 젊은 MTF에게 밀려나기도 한다.” 실제로 2001년-2006년 사이 성전환수술을 완료한 105명을 대상으로 직업현황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MTF트랜스젠더의 90프로가 유흥업에 종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MTF 트랜스젠더의 경우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매우 제한되어있으며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선택지가 성산업-성매매라는, 강요된 현실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이번에 이룸공부방에서 함께 읽은 자료집(‘소수자 성매매 포럼 자료집(2014)’과 후기)에는 위와 같은 현실의 문제점을 좀더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는 연구결과가 포함되어 있었다. 자료집은 “‘성적소수 자이면서 성판매자인 사람들에게 성매매는 무엇인지, 어떤 맥락과 어떤 감정을 경험하게 하는 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성판매자로서 게이, 레즈비언 그리고 트랜스젠더의 삶에 대한 질적연구결과’를 소개한다. 우리의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제기되었던 쟁점과 질문을 기억나는대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성구매자의 비율 중 ‘여성의 성을 구매하고자하는 시스젠더 이성애자 남성’이 압도적이고, 여성의 몸을 교환-거래대상으로 만들어온 남성중심적 경제 시스템이 뿌리깊게 자리잡은 한국사회에서, ‘소수자 성매매’를 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성구매자가 시스젠더-이성애자 남성이 아닐때, 그들이 구매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의 내용(남성간 성매매에서 삽입이 아닌 사정이 중심이 된다거나, 남성간 성매매에서 판매자는 ‘성적 대상’이 될뿐 대상화 되지는 않는다는 점, 여성간 성매매에서 펨/부치관계가 판매/구매관계와 대응되지 않는다거나, 트랜스젠더 성구매가 여성성을 체현하는 외모+남성 외성기를 동시에 성적 욕망/판타지/페티쉬로 구성한다거나 하는 지점)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한편으로, 성판매자의 성별정체성, 성적지향성에 따라서 ‘일반 성매매/소수자 성매매’라는 경계를 구분짓는 것이라면, 이러한 경계 구분은 은연중에 성판매자로서 성소수자의 삶을 ‘예외적인 것’, ‘특수한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성판매자로서 성소수자 내부에서 발견되는 경험의 차이와 이질성(폭력과 위험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방식,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의미화 하는 방식 등)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일반 성매매/소수자 성매매’라는 이분법으로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는, 복잡하고 모순적인 현실의 어떤 순간들을 우리는 어떻게 기록하고, 또한 ‘정치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토론이 끝나고 나누었던 대화들도 기억에 남는다. 대부분 이론과 삶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중요한건 구체적인 ‘현장’에서 ‘지금, 여기’를 살만한 삶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이론의 권위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실을 이론에 끼워맞추려는 시도야말로 인식론적 폭력이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룸 공부방에 참여할때마다 느끼는 사실이지만, 정말이지 ‘답도 없는 질문’들은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렇게 한 가지 방향으로 결론나지 않는 답변과 불확실한 의문들이 오고가는 상황이 불편하지가 않다.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왜냐하면, 이룸 공부방에는 누구 한명 나서서 논쟁을 ‘종결’하려고 하거나 질문이 벌려놓은 틈을 ‘봉합’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너는 왜 나만큼 이해하지 못했냐’며 답답해하는 사람도 없고, ‘너는 뭐 그런걸 물어봐?’라며 눈치주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마음이 편하다. ‘다음달에 만나요’라는 인사가 ‘말뿐인 말’이 아닐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인 이유다.

ps. 발제문 쓰느라 고생한 혜진님과 토론내용 정리해준 별님, 모두 감사해요!

이룸공부방

180628 이룸공부방 1기 2회차 후기 by.소원

이룸 공부방 1기 2회차 후기

 

6월 28일 대망의 두 번째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시간에 논의하기로 했던 글을 미리 읽지 못한 터라, 먼저 도착해서 읽으려고 퇴근하자마자 버스를 타고 이룸으로 향했습니다. 사무실에서 열일하고 있던 이루머들이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두 번째 모임 참석 회원들 모두 비 오는 날인데도 일찍 도착했습니다. 우리 모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루머들이 감사하게도 라면과 김밥을 제공해주어서 세미나 시작 전에 다 같이 저녁을 먹었습니다. 혜진이 라면 여러 개를 한번에 끓이면서 물 조절에 성공하는 솜씨를 발휘해준 덕분에 삼양라면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또 참치김밥, 치즈김밥, 보쌈김치도 맛있었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처음 온 레나, 소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이룸 자료집 <성형대출의 구조적 책임을 묻다: 성산업-대부업-성형산업의 공모>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먼저 ‘대출’에 주목했습니다. 성형대출의 세 가지 축인 성산업-대부업-성형산업은 유기적 관계 속에서 여성의 몸을 통해 지속적인 이윤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대출이라는 합법적 금융관계만 드러날 뿐이며, 이러한 연결고리들은 종래의 선불금과 달리 규제 법망에서조차 빠져나갑니다. 결국 여성을 성산업으로 빨아들이는 구조와 그 책임을 물을 주체들은 증발되고, 빚을 떠안은 여성만이 파산과 개인회생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게 됩니다. 유나는 이룸 상담 중 개인회생과 파산 절차에 대한 설명과 지원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면서, 이 분야를 이렇게 잘 알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학자금, 주택자금 등 요즘 사람들에게 대출은 일반화된 삶의 양식이고, 빚을 지지 않고 살아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미 사람들로 하여금 구조적으로 대출을 유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부업 자체가 너무나도 쉽게 허가된다는 점을 문제로 짚었고 추심 방법에 대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아예 추심을 불법화하고 상환만 가능하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주희의 토론문을 같이 읽으며 역사적으로 신용은 언제나 성별화되어 있었고 여성에게 ‘대출’은 쟁취하고자 하는 권리이기도 했음을 환기하면서, 여성이 신용시스템 안에서 경제적 주체로 인정받는다는 것의 의미와 신용시스템 바깥의 대안적인 삶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소위 ‘신용의 민주화’라던가 ‘정상적인 경제인’ 만들기가 성별화된 자본축적 속에서는 또 다른 여성 약탈로 이어지고 나아가 이를 은폐한다는 점을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례를 살펴보며 알 수 있었습니다. 방글라데시 여성들에게 소액대출을 장려하고 추심율을 극도로 높인 뒤 이를 빈곤 퇴치 성공으로 포장하는 것은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신용시스템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를 경계할 때, 다시 어떻게 생활을 영위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게 됩니다. 혜진은 대출을 매개로 한 억압적 구조의 분쇄를 지향하는 동시에 당장 현실에서 마주하는 채무 해결 지원 역시 놓을 수 없는 이룸의 위치에 대한 고민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우리의 질문은 금융화나 경제적 정상화라는 자유주의적 해법에 동의하지 않고 체제로부터의 탈주 역시 해결책이 아니라면 신용부조와 탈주가 아닌 무엇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까지 뻗어나갔습니다. 현우는 결국 근본적으로 신용산업을 정지시켜야하고 단계적으로는 자본에 대한 공적 통제 수준을 높여가며 직접적인 복지를 늘려가는 방식이 떠오르지만, 이는 대출 일반에 대한 대응이므로 성형대출이나 성매매와 연결된 사채시장은 다른 결의 접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쌩은 사용가치의 측면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상품으로 존재할 수 있고 사용가치로 이해되는 사회가 가부장제인데 어떤 것이 상품이다, 어떤 것이 생존의 유지에 필요하다는 전제 자체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에 대해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복지나 공공부조라는 국가 중심의 접근에 우려가 들기 때문에 자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소규모 모임을 이루고 그 구성원들이 돈을 모아 자금을 융통하는 공동체 은행 빈고가 예시로 소개됐습니다. 우리는 공동체나 공적 해결에 대해 떠올릴 때, 여전히 국가 혹은 국가를 재조직하는 형태 이외에 다른 방식을 상상하는데 어려움에 부딪힌다는 데 생각이 모아졌습니다.

다음으로 ‘성형’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성형을 부추기는 의료업계와 성형을 해주는 의사에게도 분명 책임을 물어야하지만, 의료법상 브로커에게 수수료 주고 환자를 사오는 것은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수수료를 받았음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것 때문에 규제가 힘든 상황입니다. 또한 미용을 위한 성형은 몸의 어딘가가 아파서 내과나 외과에 가는 것과 달리 일종의 기호성 상품이라는 특수성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끊임없이 미에 대한 욕망을 만들어내는 구조 역시 드러내야합니다. 그러나 성형대출이라는 합법적 금융관계는 이러한 성형산업의 약탈적 속성을 파악하지 못하게 가로막습니다. 소윤은 이에 대한 저항으로 일체의 미용을 외모 꾸밈노동으로 규정하고 긴 머리 자르기, 화장품 버리기, 브라 안 하기 등을 실천하는 탈코르셋 운동이 떠올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대중의 공감을 얻고 있는 탈코르셋 인증이 올바른 페미니스트 되기 경쟁이라는 개인적 실천에 그칠 뿐 성형산업과 같은 구조를 타격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해 아쉽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욕망 자체가 죄가 된 것 같아 불편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레나는 심지어 탈코르셋 화장품까지 등장했다며 자본주의가 탈코르셋 운동마저 상품화했음을 지적했습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하에서 조직화 정치화되지 않고 파편화된 주체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었고 많은 사람들이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라면 구조를 바꾸는 운동은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어서 쌩이 제시한 토론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성매매의 정의와 범위에 대한 반성매매운동의 논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성폭력의 경우 정조에 대한 죄를 깨려고 하지만 형식적으로 남아있고 법적 기본 형태가 강간죄에서 파생되는 형태이며 판례에서만 성적 자기결정권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와 대비해서 성매매특별법 상의 성기삽입 중심적 성매매 규정을 극복하려는 논의에는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우는 일본에서 캬바걸들이 결성한 노동조합인 캬바쿠라 유니온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유흥업소 종사자의 권리 증진의 측면에서 접근한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유나는 활동가마다 성매매란 무엇이고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인식이 다를 것이며 그것을 법으로 새기는 것에 대한 입장도 다를 것이라고 말했고, 혜진은 성매매특별법 역시 성기결합에 관심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성매매의 법적 정의와는 별개로 문제시 삼는 성매매는 무엇인가라고 했을 때는 성상품화라고 생각하며 반성매매는 반성상품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모델 등 연예계와 성산업은 어떤 관계일까이었습니다. 모델 회사가 성형대출과 성매매 유입 통로로서 작동하는 사례가 인상적이었는데, 불법촬영회 사건에서 보듯 성산업과의 연결고리가 있다면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윤은 아이돌 업계도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연습생 때는 데뷔하기 위해서 성형을 포함해 소속사가 시키는 대로 다하고 걸그룹이 되더라도 데뷔 초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길 때까지 수익이 전혀 없기 때문에 회사가 하라는 대로 할 뿐만 아니라 팬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혜진은 모델 에이전시가 직접적으로 성매매를 알선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산업 종사자를 구하는 경로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불법촬영회, 벗방을 방치하는 아프리카TV, 몰카가 주요 수입원인 웹하드 업체 등이 전혀 규제받지 않고 영업하는 점도 문제로 꼬집었습니다. 만약 법으로 규제할 뿐만 아니라 전문수사대가 도입된다면 또 어떤 효과를 낳게 될지도 고민거리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어느덧 풍성한 이야기로 두 시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룸 활동과 회원들의 경험과 지식이 교차하면서 이룸이 벼려온 문제의식이 담긴 글들을 더욱 깊고 넓게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이루머들에게서 활동하는 가운데 만나는 딜레마를 우회하기보다 직면하려는 치열함이 느껴졌습니다. 회사에 다니고 가끔 술을 마시며 살고 있는 저에게는 일상의 쳇바퀴를 잠시 멈추고 평소 생각하지 못했거나 생각하기를 미뤄왔던 질문들과 마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행사, 부스, 집회 등에서 이루머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반갑습니다. 공부모임을 통해 이룸 활동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수록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도 더 커졌습니다. 연말까지 매월 첫째주 목요일을 설레면서 기다릴 것 같습니다.

이룸공부방

180522 이룸공부방 1기 1회차 후기 ‘당신은 이룸 다락방에 가 본 적 있나요?’ by. 파니

지난 5월 22일, 이룸회원공부방 첫모임이 있었습니다.  첫 모임에서는 다함께 이룸의 청량리집결지관련 자료를 읽고 모였는데요.  발제는 현우님이, 후기는 파니님이 도맡아주셨어요!

8쪽에 다다르는 정성스런 발제문에 이어 사랑이 느껴지는 후기를 받아보니 마음이 따땃-합니다. 이 따뜻함을 같이 나누렵니다.

 

이룸 공부방 1기 1회차 후기

 

당신은 이룸 다락방에 가 본 적 있나요?

 2018. 6. 27. 파니

 

 

모임 장소가 이룸 사무실로 정해졌다는 소식을 듣고, 제가 가장 기대한 건 다락방이었습니다. 제가 이룸에 다락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건 최근의 일인데, 그 후엔 이루머를 만날 때마다 넌지시 그곳의 세목에 대해 물어보곤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별과 차차가 다락에 있던 물건을 옮겨서 빈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사실, 빈 공간에 도달하려면 사다리를 타야 한다는 사실, 그곳을 누가 어떻게 사용할지는 아직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언젠가는 다락의 벽 한 면이 빔 프로젝터 화면으로 변해야 할지도 모르고, 그러려면 벽을 하얗게 칠해둬야 할 텐데 그때 저에게도 페인트 붓을 들 기회가 생길까요?

이룸은 뭘 해도 이룸 같습니다. 해결하지 못한 질문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 위해 성매매 집결지를 주제로 포럼을 열어버리고, 포럼에 갔더니 서로 다른 식감을 가진 비스켓과 사탕을 엮어서 만든 간식주머니를 나눠주고, 사무실에 갔더니 여행자가 선물한 차를 끓여서 처음 보는 사람 앞에 놓아줍니다. 이룸 공부방을 이룸 사무실에서 하게 된 과정도 참 이룸 같았어요. 공부방 참가자들은 이루머들이 공휴일에 추가 노동을 할까봐 염려되어서 다른 곳에서 공부하겠다고 하고, 이루머들은 이미 수없이 보았을 텍스트를 여기서 또 한 번 같이 읽어보자고 하고, 못이기는 척 이룸 사무실에 갔더니 커다란 탁자 위가 이미 여러 나라의 음식으로 꽉 채워져 있어서 조금만 챙겨갔던 마들렌조차 놓을 자리가 부족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인물과 늘 궁금했던 인물과 처음 봤지만 반가운 인물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들이 건네는 예의를 갖춘 친밀함도 제겐 이룸 같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기뻐져서, 평소보다 자주 웃고 안하던 농담도 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이룸 사무실에 갈 때마다 마음이 설레는데, 그건 아마도 이룸이 노동하고 관계 맺고 생활하는 방식이 그 공간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 일겁니다. 실제로 모든 장소에는 그 장소에 깃든 자들의 이해관계, 욕망, 삶이 담겨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장소에 거주한다는 건 그 곳에 묶여있는 감정과 역사를 살아내고 또 자신의 감정과 역사를 그 공간에 놓아두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집결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생각이 자꾸 복잡해지는 이유는 집결지가 구체적인 장소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공간에 거주하는 수많은 관계와 시간의 선들을 촘촘히 헤아리는 작업이 어렵기 때문이고, 그러한 헤아림은 끝이 없기 때문이며,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려야만 그 다음의 실천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할겁니다.

우리는 이룸에서 발간한 자료집인 <청량리 집결지 재개발/폐쇄 토론회> 자료집,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 <천일야화>를 읽고 성매매 집결지, 특히 청량리 집결지 재개발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을 이행하는 국가와 자본은 재개발 대상이 되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사고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이의 역사와 욕구를 고려하지 않고 공간을 관광자원화하거나 경관을 정비하는 방식을 살펴봤습니다. 국가와 자본은 재개발 과정에서 일차원적이고 집계 가능한 이윤을 창출하는데 도움이 되는 추상적인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실제의 공간을 구성해버린다는 생각을 나눴습니다.

우리는 집결지를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행위자로 등장하는 정부, 토건자본, 성매매 업주, 성매매업소의 건물주, 철거 반대 사회단체들이 모두 성판매 여성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배제하고 이용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성판매 여성은 집결지 부동산 소유자가 아니고, 임대차 계약을 맺지 않았으므로 임차인으로서의 권리 역시 주장하지 못합니다. 성판매 여성은 어쩌면 집결지 공간을 가장 속속들이 파악하는 거주자이고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마주치는 이웃이지만, 그들의 이웃인 성매매 업주들은 성판매 여성을 착취하고 다른 성판매 여성은 낙인, 단속, 빚 독촉에 시달리다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추어 버리기도 합니다. 집결지에서 생활하는 성판매 여성은 집결지라는 장소에 속해있었다는 사실만 밝혀져도 성매매특별법상 범죄자로 위치 지어질 뿐 아니라 도덕적인 낙인까지 받게 되기 때문에 그 공간에 속해있든, 그곳을 떠나든 집결지에서 경험한 것들을 쉽게 드러낼 수 없습니다.

이러한 성매매 집결지는 전국에 여러 곳이 있는데 그 중 많은 곳이 청량리와 같이 이미 재개발되었고, 또 다른 곳은 재개발될 예정입니다. 집결지가 재개발되면 정부는 표를 얻고, 자본은 이윤을 얻고, 업주나 건물주는 보상을 받습니다. 그러나 성판매 여성은 어떤 것도 손에 쥐지 못한 채 그 공간에서 사라집니다. 어떤 장소를 본인의 욕구에 따라 구성할 힘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공간이 사라질 때도 본인이 응당 받아야 할 보상이나 애도의 방식을 부여받지 못한 채 그저 사라져버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마치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면 곧 허물려버리는 벽이나 지붕, 공간 그 자체처럼요.

 

우리는 내내 질문했고, 한 질문은 다른 질문과 이어졌습니다. 성판매여성에 대한 낙인, 특히 성매매특별법을 통한 범죄화 속에서 성판매여성이 어떻게 집결지 재개발 국면의 행위자로 등장하여 본인의 욕구와 지분을 주장할 수 있을까? 성폭력 지원기관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제3자가 상담 등을 통해 어떤 사람이 성폭력 피해생존자임을 확인하면 그에 대해 추가적인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성폭력피해생존자를 지원하기도 하는데, 이처럼 낙인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지원체계를 집결지 재개발의 맥락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까? 국가는 어떠한 지역을 개발대상에서 제외한 다음 그 지역에서 성매매처럼 범죄화된 행위들이 조직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성판매자가 착취당하고 있음을 잘 알면서도 이를 오랫동안 묵인하였다가, 차후에 해당 지역을 재개발하는 방식으로 정치적인 지지를 얻거나 토건자본과 연합하였는데, 이러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적당한 방식은 없을까? 마치 미군 기지촌을 조장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최근 판결에서처럼 집결지를 조장한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 집결지의 성매매 업주 및 건물주가 성매매를 통해 얻은 이윤을 몰수 추징할 수 있다면, 성매매 업주와 건물주를 배제하고 성판매 여성이 재개발 과정의 협상주체로 등장할 수 있다면, 집결지 재개발의 방식과 내용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러한 질문들은 집결지라는 현장과 계속하여 밀착하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질문들은 기존의 재개발 국면에서 철거민 투쟁 등 사회운동 진영에서 논의되는 질문들과는 다른 특유한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러한 질문들은 성매매 현장에 끝없이 머무르며 행위자들이 지닌 현재의 욕구와 미래의 전망 사이에서 무엇 하나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여성주의라는 관점으로 반성매매운동을 하면서 동시에 성판매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고자 하는 이룸의 활동과 닮아있었다고 느껴집니다.

 

첫 공부모임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이룸이라는 장소를 심어주었고, 서로가 지고 다니던 장소를 이룸에 풀어놓았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 장소에서 이룸으로 모여들었기 때문에, 평소 본인이 고민하던 주제들-성별화된 빈곤, 성애화, 정당정치, 법, 철거 투쟁-을 이룸에 내려놓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여성의 성애화된 몸이 왜, 어떻게 교환할 수 있는 자원이 되는지, 성애화된 여타 노동과 성매매의 차이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늘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으나 충분히 벼려지지 못했던 질문들이 이룸이라는 울타리를 만나서 좀 더 자신을 밀고나갈 기회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궁금한 게 많은 우리는 그 다음 일정, 그 다음 커리큘럼을 금방 정해버렸고, 우리가 올해를 어떻게 마무리를 할지도 정해버렸습니다. 그 다음 일정, 그 다음 커리큘럼, 한 해의 끝도 서로와 함께. 물론 장소는 이룸입니다.

공부모임을 마치자마자 저는 이룸의 다락방으로 향했습니다. 소문대로 다락 입구를 향해 사다리가 놓여있었고, 사다리의 각도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가팔랐습니다. 다락에 어떤 물건이 놓여있는지, 창문으로 이른 저녁 빛이 들어왔는데 그 빛이 십자모양의 창살로 나뉘면서 어떤 문양을 그려냈는지, 한 개의 다락이 총 몇 개의 구획으로 다시금 나뉠 수 있는지는 비밀로 하고 싶습니다. 딱 하나만 알려드릴게요. 이룸의 다락방에는 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은 바닥으로 뚫려있습니다. 그 문을 열었더니 이룸 현관이 보였고,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셋 보였습니다. 한 사람은 학교 친구이지만 졸업 하고 나서야 친해진 사람, 한 사람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친구가 무척 좋아하지만 저는 처음 보는 사람, 한 사람은 언젠가 이룸 토론회에서 인사만 나눴던 회원입니다. 제가 안녕, 하니까 셋이서 안녕, 합니다. 맥주를 사러 갈 거라면서 무슨 술을 마실 거냐고 묻습니다. 제가 맥주, 하니까 셋이서 활짝 웃습니다. 다락방 천장에 그 미소를 온전히 옮겨둔 다음, 저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우리는 이룸이 청량리 집결지 재개발 과정에서 여성주의 활동가이자 동시에 성판매자의 조력자로서 개입하면서 겪은 딜레마에 대해서 함께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우리로서 어떤 주체가 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어떤 위치에 서서 누구를 적대하고 누구와 협상하는 전선을 그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일은 어려웠지만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성매매 집결지라는 장소에 함께 속하기 때문에 알게 되는 어떤 감정과 역동들, 담론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던 어떤 얼굴과 신체들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구체성 속에서 딜레마를 더욱 깊게 만들고 그처럼 깊은 곳을 현실로 삼아 활동을 펼치려는 힘. 저는 공부모임을 하면서 이러한 이룸의 역량과 방향성을 배우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룸공부방

2018 이룸공부방 1기 소개

2018 이룸공부방 1기 (2018.5.22 ~ 12월 까지)

 

길완 남쌩 레나 별 선영 소원 소윤 예지 유결 유나 정은 파니 현미 현우 혜진

 

  • 목표
    • 이룸의 발간 자료를 중심으로 이룸이 현장에서 느낀 문제의식을 체득하기
    • 이룸의 경험과 사유, 문제의식을 각자의 생활 및 활동공간으로 가져가는 매개자가 되어보기
    • 이룸 회원활동으로서 성매매에 대해 함께 고민함으로써 미처 못발견한 지형을 발견하거나 소식지 등을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함으로써 정치적 행위자가 되기
    • 여성주의로 성매매를 고민하면서 이룸의 울타리 되기
    • 이룸 공부방 1기는 2018년 연말 작은 성과(그동안의 발제문 및 후기를 편집하여 외부에 공개 등)를 내고, 2018년 12월에 송년회를 끝으로 마무리하기

 

  • 일정
    • 매월 첫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이룸사무실 (2시간)
    • 2018년 11월까지 월 1회 진행, 2018년 12월 송년회를 끝으로 1회기 종결
    • 1회기 종결 이후에 휴식기를 가진 다음 차회기 진행 여부 논의

 

  • 발제, 후기 등
    • 매회 참석자가 돌아가면서 발제 및 후기를 작성하기

 

 

 

 

 

    • 5회차 2018.10.     성매매를 둘러싼 페미니즘 담론들(미정)
    • 6회차 2018.11.09 청량리 집결지 기록화 자료집 발간 행사 참여
    • 7회차 2018.12.     송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