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룸회원공부방 기획간담회 1차 : 연속과 단절, 청량리에서 강남까지>(2019.05.31)

발간물

190621 이룸공부방 2기 세미나팀 두번째 모임

이룸회원공부방 2기 세미나팀 2차모임 후기

작성자 : 예진
참여자 : 별, 수지, 현우, 수정, 예진, 꼬까새, 혜진

6월 21일에 열렸던 이룸회원공부방 2기 2차모임에 다녀왔어요! 개인적으로는 해야 하는 강의와 써야 하는 논문의 주제와도 아주 맞닿았던 저에게는 유익했던 시간이었답니다. “성형대출의 구조적 책임을 묻다: 성산업-대부업-성형산업의 공모”라는 제목으로 이루어진 회원공부방이었는데요. 이룸에서 준비한 발제문의 핵심은 “외모-몸 관리가 자기관리라는 명목으로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시작한 성형산업, 외모-몸 관리가 자기계발`자기투자라는 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성산업의 ‘초이스’ 구조, 여성의 몸 자체가 담보물로 기능할 수 있는 대부업” 이 세 산업이 서로 유기적 관계 속에서 여성의 ‘몸’을 ‘이용’한 이윤을 지속적으로 창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성산업은 외모적으로 서열화되는 가부장제 속 여성의 몸이 극단적으로 가시화되는 ‘피라미드 구조’를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여성들 간 ‘급’이 있다는 환상을 자아냅니다.

여기에 제가 던졌던 질문들은 세 가지였는데요, (1) 여성 신체는 어떻게 맥락화되는가? (2) 여성 신체는 초역사적으로 어떻게 성적으로 돌출되어 왔는가? (3) 성매매는 하나의 담론(discourse)으로서 어떻게 작용하고 행위자들을 바꾸는가?라는 어려운 질문들이었습니다. (2)와 관련하여 많은 토론이 이루어졌는데요. 여성 신체가 성적으로 돌출되어 온 것이 오히려 초역사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여/남의 구분이나 노동의 분업, 성형산업의 등장처럼 근대화, 산업화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관광,연예,한류산업 등 여러가지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장치들과 함께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역동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물론 성산업의 뿌리에는 분명 초역사적인 부분들이 있습니다. 마치 고대로부터 여성이 교환되었던 것이라든지(이에 대한 구체화도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근대화, 제도화된 역사적 폭력들이 실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채권과 채무 문제가 등장한 것은 근대 이후였으니까요. 그렇다면 어째서 이것은 초역사적인 것으로 은폐/자연화되는 걸까요? 우리는 이런 질문도 던져봤고, 폭력들을 개인화, 사사화하기 위하여라는 나름의 답도 찾아보았습니다. 덧붙여 “이제 더이상 근대적 관계로서의 설명은 끝났다”라는 정희진님의 말도 되새기며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더 해보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얘기했어요.

나아가, 이 자리에서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예컨대 김주희 선생님이 만들어내신 “자유롭지만” “파산불가능한 여성들”이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그리고 (여성들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긴 낙인의 역사를 가진 “성형”과 “대출”을 결부시켜 여성들의 책임을 덜어냈던 것과 같이, 여성들 입장에서 착취적이면서 자발적이기도 한 이 성매매 산업이 보다 더 잘 표현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사례들에 천착하여 알아볼 수는 없을까 하는 의문들이 있었습니다.

이는 제가 제시한 담론 개념과도 연결되는데요, 제가 제시한 담론 개념은 성매매 담론이 직접 하나의 행위자가 되어서 성매매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인간 및 비인간주체들을 어떻게 바꾸어내는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법적인 담론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이루어졌는데요. 이를테면 성매매 특별법은 “인신매매 감금”을 이루어지는 성매매를 특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사례는 이제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죠. 담론으로는 존재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는 없는 그런 많은 담론들이 “이것은(혹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성매매가 아니다”라는 직관들을 우리에게건 여성들에게건 불러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성폭력특별법에서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했는지” 여부를 “강압, 의지, 선택”등의 단어들과 결부하여 중요하게 따지지만 사실상 그로 표현할 수 없는 교묘한 위계와 위력이 실재하는 것처럼요. 관련해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개인이라는 혹은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자유주의적 개념들에 대한 반발, 피해자들에게 “거짓말 하지 말라” 혹은 “제대로 기억해야 한다”는 강압이 삶의 구조들을 희석시키는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 (그와 관련해서 2차가해를 ‘가해자 동일시의 문제’라고 불러야 하는 필요성) 또한 이 담론들은 어떻게 ‘피해자 정체성’의 문제와 연결되는지 등에 대해서도 토론을 해 보았어요. 예컨대 저는 학내에서 ‘우리에게 총여학생회가 필요합니다'(우총필) 운동을 했었는데요, 그에 대항했던 단체의 수장 격인 여성분이 ‘나는 피해자가 아닙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었고 그것은 구조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상태를 정체성으로 착각한 결과라는 것이죠.

‘낙인’의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는데요, 낙인이란 우리의 토론 결과로는 ‘여성의 욕망이라고 현상들을 몰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낙인에 대한 대응은 이를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보기, 여성이 아닌 남성의 욕망으로 이야기해보기 등이 있을 것이겠죠. 낙인은 ‘초이스’라고 성매매를 보편화했을 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고도 의견이 나왔습니다. ‘패자가 아니어야 한다고’ 타겟팅하는 ‘승자남성vs패자남성’ 담론(우에노 치즈코)이 서발턴과 연결되어, 사회가 재구조화되면 새로운 패자가 생길 것이라는 말처럼요.

마지막으로 이 날 공부방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망라하여 질문들을 나름대로 몇 개 길어보았는데요, 1) 근대적 관계로서의 설명이 끝났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이를 설명해야 할까? 2) 초역사적인 여성 착취의 역사는 분명 실재하는데 이것은 어느 시대부터 어떻게 진행되어 왔을까? 3) 새로운 언어를 사례에 천착해서 길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4) 낙인이 보편화로 인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면 낙인은 어떤 방식으로 접근되어야 할까? 이런 다음 질문들은 다음 이룸 공부방 시간에 더 이야기해보도록 했고, 다음의 이룸회원공부방 3차모임의 후기가 궁금하시다면 이룸의 소식지를 계속해서 받아주세요! 안녕~

 

2019 이룸공부방 기획간담회 첫번째, <연속과 단절 - 청량리에서 강남까지>

2019 이룸회원공부방 기획간담회 첫번째, <연속과 단절 : 청량리에서 강남까지>

국가와 자본에 의한 성산업 형성 및 해체의 조건들을 ‘청량리’와 ‘강남’이라는, 연속적이고도 이질적인 두 공간에서 추적해보는 이룸회원공부방 첫번째 간담회 자리에 초대합니다.

이룸회원공부방은 이룸의 현장활동가-회원-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 사이 네트워크 형성과 담론 형성을 목표 삼는 회원모임입니다. ‘페미니스트지식생산’의 조건으로 공부와 활동, 이론과 실천의 상호의존적 관계맺음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이룸공부방은 “강제/자발” “탈성매매/성노동” 등 몸에 익은 협소한 이분법을 다양한 질문으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도시공간 #커먼즈 #사회안전망 #금융 #상품화 #차별 #섹슈얼리티 등 키워드로 복잡 다단한 구조와 구체적인 목소리들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일시 : 2019.5.31 19:00 – 21:00

장소 : 역사문제연구소 관지헌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왕산로 19라길 13
제기동역 1번출구

참가비 : 이룸 회원 무료 | 비회원 5,000

https://forms.gle/5zZs33YEMqMD4k229
구글폼 신청 및 입금 선착순 50명 마감
*신청인성함+간담회 로 입금 부탁드립니다.
*<청량리 : 체계적 망각, 기억으로 연결한 역사> 책 현장수령을 원하시는 분은 권당 18,000원을 더하여 입금 후 현장수령 설문란에 체크해주시면 됩니다.
KB 국민은행 093401-04-246052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이룸회원가입 https://e-loom.org/cms/

문의 :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별 02-953-6280 eloom2003@naver.com

내용 :

발제 1.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활동가 별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 기록화 작업과 강남 성산업 현장 비껴보기

발제 2. 이룸회원공부방 소윤, 현미
이룸회원공부방과 박정미 선생님의 연구에서 길어올린 질문들

토론. 연구자 박정미(충북대 사회학과 교수)

* <청량리 : 체계적 망각, 기억으로 연결한 역사> 책 소개 및 우편구입

(2018) 책 및 굿즈 신청 안내

이룸공부방

190426 이룸공부방 2기 기획간담회 준비모임

4월 26일 박정미 선생님과의 간담회를 준비하기 위한 모임이 열렸습니다. 소원, 소윤, 레나, 현우, 현미, 혜진, 차차, 별이 함께 하였구요.

3월 세미나에서 소윤의 <청량리>, 현미의 <발전과 섹스> 발제문을 바탕으로 토론하며 나왔던 이야기들을 한번 더 풀어놓고 정리해 보았고 선생님께 드릴 질문들도 구체화 해보았어요. 작년에 <청량리>를 가지고 간담회를 하자는 의견이 처음 나왔고, 올해 2월에 박정미 선생님을 초청하자, 라고 계획을 픽스하고 3월에 선생님의 글로 세미나를 한 것인데.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채워진 역사적 행간, 버닝썬 현안을 겪으며 ‘유흥업소’ 에서 ‘클럽’ 공간으로 확장된 맥락으로 인해 공부방의 시야는 한결 넓어져 있었습니다.

현미가 “연속과 단절” 이라는 키워드를 던졌고 그대로 간담회의 제목이 되었어요. 작년에는 청량리 집결지 그리고 여성들의 삶이 주요 주제였다면 올해는 도시개발로 형성된 성산업의 과거와 97년 이후 재구조화된 성산업의 결과로서 ‘버닝썬’ 사건을 하나로 연결해서 쭉 정리해보고 그 속에서 뭐가 보일지 토론해 보자는데 공부방의 관심사가 모였습니다.

이날은 이사한뒤 처음 열린 공부방이었는데 사람들이 막 케이크랑 막 휴지랑 핸드타올이랑 선물을 사온거에요 ㅠㅠ 딱히 집들이도 아니었는데 약속이라도 한것마냥… 이 상냥한 새럼들…

이 고마움과 따뜻함을 안고 5월을 향해 갔습니다.

190322 이룸공부방 2기 첫모임

3월 22일, 이룸 공부방 2기 첫모임이 열렸습니다.

작년부터 신청을 해주신 꼬까새와 수, 신입회원 예진, 유미, 남선, 1기부터 함께한 소원, 현우, 레나, 현미, 소윤, 이루머 별, 혜진, 유나, 차차까지 총  15명이 함께 했습니다.

<청량리>(이룸, 2018) 발제를 맡아준 소윤, 박정미 선생님의 <발전과 섹스>(한국사회학, 2014) 발제를 맡아준 현미, 안건지와 속기록을 정리해준 현우, 반장 역할을 맡아 사람들을 초대하고 안내해준 레나, 용두동 5층까지 발걸음 해주고 밤늦게까지 함께해준 모두모두 수고가 많으셨어요-

이날은 발제를 읽고 토론하였고, 공부방에 발걸음을 하게 한 각자의 맥락들과 관심사들을 두루 펼쳐놓고 이야기하였습니다.

– 노숙인, 이주노동자, 장애인, 퀴어, 난민 공동체 활동과 국가폭력피해자 지원활동,  불량언니 작업장에 이르기까지 당사자/비당사자 현장 활동 기록, 윤리에 관한 이야기

– 남한의 경제 개발 레짐 연구 과정에서 곧바로 연관검색어로 떠오른 “북한 여성 가격” 검색어가 그 검색 빈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얼마나 예상치 못한 것이었는지, 이처럼 디지털 공간 전반에서 실천되고 축적되는 남성성의 비가시화와 ‘여초커뮤니티’ 등 특수한 여성 전용 공간 가시화 간의 비대칭, 이러한 낙차를 드러내는 페미니스트 필드워크의 가능성

– 성판매여성 행위자성 자기기술에 대한 아이디어와 이를 지지하고 끌어올릴 수 있는 연구 및 현장활동 방식

–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에서 발견한 ‘남성 생계 부양자 모델 이데올로기’ 라는 언어, 젠더화된 빈곤 속 합리적인 선택지로 제시되는 성판매와 삭제되는 또는 ‘젠틀함’ ‘착취없는 공정함’ 을 내세우는 알선/구매자들의 존재, 그에 기생하는 낙인.

–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여성이라는 최후의 식민지”에 대한 통치와 이윤배당이 과거의 단일국가 모델이 아닌 정치경제의 신자유주의화와 더불어 개인 주체들로 분화된 남성들의 미시적인 행위의 연결망으로 이루어질 때, 이를 복원하고 고발할 수 있는 방법론

– 집결지가 재개발로 폐쇄되고 있는 시점, 동시에 금융 기술을 통한 부채로의 여성의 몸 집결이 이뤄지고 있는 이 시점, 성산업을 축소하거나 규제하는 정책으로부터 비껴나가 재편되는 성산업을 어떻게 포착할 것인가?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들을 했고, 저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어떻게 회복되어 가는가”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군요.

이룸 전 사무실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린 2기 모임, 앞으로는 새로운 사무실에서 만날 예정이랍니다.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인한 인원 초과로 이야기를 조금 풀어놓았을 뿐인데 시간은 벌써 12시를 향해 갔기 때문에. 간담회 팀과 세미나 팀으로 나누어 세미나 팀은 간담회 참석 이후 6월부터 재개하기로 하였어요.

그럼 우리, 건강히 지내다 곧 다시 만납시다. 안녕!

 

 

2019 이룸공부방 2기 소개

2019년 이 룸 공 부 방 에 함께 할 이룸의 회원을 모집합니다.

ㅇ 목적 :
이룸공부방은 이룸의 현장활동가-회원-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 사이 네트워크 형성과 담론 형성을 목표 삼는 회원모임입니다. ‘페미니스트지식생산’의 조건으로 공부와 활동, 이론과 실천의 상호의존적 관계맺음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이룸공부방은 “강제/자발” “탈성매매/성노동” 등 몸에 익은 협소한 이분법을 다양한 질문으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도시공간 #커먼즈 #사회안전망 #금융 #상품화 #차별 #섹슈얼리티 등 키워드로 복잡 다단한 구조와 구체적인 목소리들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ㅇ 일정 :
월 1회, 4주차 금요일 18시 30분 이룸 사무실에서 모입니다.
2회의 리딩/세미나와 1회의 간담회를 하나의 리듬으로 총 3회의 공개/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송년회를 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입니다(목표는 바뀔 수 있습니다).
올해의 계획은 아래와 같습니다.

3월 22일 : <청량리, 체계적 망각과 기억으로 연결한 역사> & 논문 리딩
4월 26일 : 간담회를 위한 발제/토론문 검토
5월 24일 : 연구자 박정미 선생님 초청 오픈 간담회

‘청량리 588’ 집결지가 만들어지고 없어지기까지 그 공간 내부에서 일어났던 일을 알아봅니다.
집결지라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생산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은폐해온 권력의 메커니즘을 질문합니다.

6월 21일 :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폐쇄 토론회> 등 이룸의 출판물 & 논문 리딩
7월 26일 : 간담회를 위한 발제/토론문 검토
8월 23일 : 연구자 백영경 선생님 초청 내부 간담회

‘커먼즈’ 그리고 ‘재생산권리’ 가 성매매 현장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9 – 11월 미정

12월 20일 송년회

이룸공부방과 함께 할 이룸의 회원
이룸공부방에 기꺼이 놀러와 성매매 현장 이야기를 듣고 본인의 연구와 접목해주실 연구자

모두모두 환영합니다.
eloom2003@naver.com 메일로 연락주세요.

이룸공부방

190226 이룸공부방 2기 준비모임

소윤, 현미, 현우, 레나, 별, 혜진이 모여 2기 준비모임을 진행했습니다.

기획안을 검토하였고, 여러 버전 구상 끝에 진행 방식과 홍보 내용까지 검토를 마쳤어요.

3월에 홍보물을 내보내고 새로운 멤버들과 2기 모임을 시작하렵니다.

이 웹자보 속 사진이 이날 찍은 사진이에요

181206 이룸공부방 1기 6회차 후기 by.소윤

지난 5월, 이룸 회원 파니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룸 공부방 1기가 총 6회의 모임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치열하고 따뜻한 시간이었어요.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무렵 여름에는 모기가 겨울에는 추위가 기다리는 이룸 사무실로 모여들어 이룸의 울타리가 되어준 회원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예정된 시간을 넘겨 세미나를 마치고도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워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를 홀짝이며 심란한 세상을 헤쳐나갈 실마리를 찾아보려는 대화를 나누었지요.

우리는 집결지 재개발/폐쇄 현안에 내재한 딜레마를 풀 수 있을, 젠더인 동시에 사회일 모종의 것에 대한 인식욕으로 부풀었습니다.
성형대출상품을 창안하기에 성공한 성산업과 금융, 몸관리산업의 공모 구조를 해부할 땐 써지컬스틸 메스처럼 차갑고 정밀해지고 싶었고요.
성판매여성의 차별과 안전을 의제화하는 과정이 야기하는 쟁점들을 오직 소수자의 입장에서 선언적인 언어로, 못의 머리가 나무를 부숴버리게 망치를 두드리듯 외치고 싶어했을 뿐더러
‘여성’과 ‘남성’의 규범을 자연화하거나 ‘퀴어’를 탈정치화 하지 않는 방식으로  성산업을 굴러가게 하는 성적 권력관계에 도전할 것을 예감하고
구조와 개인을 이분하는 빈 말들을 살아있는 현장의 정치로 압도할 수 있는 힘을 원했습니다.
청량리 불량언니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울고 웃기도 했었지요. 

그렇게 이룸의 글들을 읽었고, 12월 송년회에서는 각자가 왜 공부방에 왔는지 지금은 어떠한지를 담은 글을 낭독했어요.
그 중 한 편의 글을 송년회 후기로 갈음하려 합니다.

우연히 시작된 이룸 공부방이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어요.
올해 계속될 이룸 공부방 2기가 기대됩니다.

 

 

 

2018 이룸 공부방에 오면서 풀고 싶었던 나의 성매매에 대한 질문과 1기를 마친 지금 그 질문에 대해 갖게 된 생각

by. 소윤

 

내 경우, 질문이 먼저 존재해서 이룸에 왔다기보단 이룸에 온게 먼저고, 그 이후에 질문이 계속해서 불어났다. 4월달 청량리 집결지 재개발/폐쇄 토론회때 (어쩌다보니) 후기를 작성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그 이후부터 계속 이룸 공부방에 참여했다. 그동안 공부하면서 해결되지 않았던 나의 질문들을 텍스트별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청량리 집결지 재개발/폐쇄 토론회: 집결지가 언젠가는 사라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해서 당장 없애버리면 언니들의 삶은 누가 책임지나? 언니들이 집결지 내부의 관계들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 곧 ‘집결지 폐쇄 반대’라는 결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집결지가 아닌 공간에서의 언니들의 생존 가능성’이라는 문제는 ‘집결지 폐쇄 찬성/반대’ 중 하나의 입장으로 환원될 수 없는데도 이걸 정치적인 것으로 만드는 과정(ex: 철거민투쟁의 맥락)에서 자꾸만 이분법이 강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니들이 집결지에 대해 말을 할수록 집결지가 아닌 공간으로부터 고립되는 이중억압 혹은 역설적인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집결지라는 공간과 관련된 여성들의 ‘말하기(언어화, 폭로, 고발)’가 임파워먼트로 연결되기 너무나 어려운 모순적인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성산업-성형산업-대부업 공모관계: 성산업의 규모를 어디까지로 봐야 할까? ‘프로듀스101’처럼 성구매자들의 ‘초이스’문화를 ‘문자투표’라는 방식으로 대중화해서 여성들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체계적이고 보다 정교한 방식으로 상품화하는 아이돌 산업의 경우 성산업의 일부 혹은 확장으로 볼 수 있을까? 10대,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탈코르셋 운동’이 개인 단위의 소비자 불매운동을 넘어서 (좀더 성형산업-성산업-대부업의 공모관계로 인해) 여성의 몸 자체가 담보화되는 현실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제기로 전환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즉, ‘외모중심주의’와 ‘성상품화’, ‘꾸밈노동’에 대한 문제제기와 해결방식이 지극히 개인화된 차원의 ‘해방감’으로 귀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 차별-안전포럼: 성매매와 성폭력의 개념을 구분하려는 시도 자체가 성폭력에 대한 통념과 피해자다움을 강화하고자하는 욕망의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가도, 성산업 전반에서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착취형태를 성폭력으로 규정하거나 광의의 성폭력 개념으로 확장해서 말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성매매와 성폭력의 공통원인으로서 강간문화를 없애기 위한 운동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데,이걸 강조할 경우 ‘성판매여성이기 때문에 경험하는 사회적 차별(혹은 낙인)’에 대한 문제를 너무 단순화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고민. 한편으로, 반성폭력운동과 반성매매운동의 공통의 질문으로서 ‘피해자화-당사자성의 정치’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라는 고민이 있는 것 같다. 또한, 페미니스트들 내부에서 ‘성노동/탈성매매’라는 구도가 굉장히 확고한 상황에서 성판매여성의 안전권을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작업이 어떻게 가능할지? (안전권이라는게 성판매여성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만’을 의미하는가? 혹은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지켜지면 해결된다-는 규범적인 주장과 동일한 것인가?)

 

퀴어+성매매: 성판매자의 거의 대부분은 여성이고 성구매자의 거의 대부분은 (이성애자) 남성인 한국사회에서 성구매자가 시스젠더-이성애자 남성이 아닐때 그들이 구매를 통해 실현하고자하는 욕망의 내용 및 성판매자의 협상력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일반)성매매/소수자성매매’라는 경계가 은연중에 성판매자로서 성소수자의 경험을 ‘특수한 것’, ‘예외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성판매자로서 성소수자 내부에서 발견되는 경험의 차이(ex: 게이 성매매 / MTF트랜스젠더의 성판매)와 이질성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특히 MTF트랜스젠더 성판매자의 서사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복합차별과 취약한 생존조건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개입할 수 있을지? 트랜스젠더 혐오하는 일부 시헤녀들+렏펨+워마드 트랜스젠더들 때문에 여성혐오가 강화된다(트랜스젠더가 여성성을 수행하는 방식이 탈코에 방해되기 때문)는 이상한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지만 과연 성차별을 해결하고 젠더폭력 없애는 일이랑 트랜스젠더 인권을 보장하는 일을 나눠서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인지?

 

젠더폭력으로서 성매매+세계화와 성매매: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다른 종류의 착취-대상화-폭력과 어떤 방식으로 연장선(성역할 -> 성별화된 자원을 기반으로 한 이성애 -> 이성애 관계의 제도화 -> 성매매(거대한 성산업)->성폭력->인신매매)상에 있는지 밝히는 일은 왜 어려울까? 성매매를 이야기할 때 계급을 은폐하지도 않고(중산층 여성중심의 성폭력 담론), 젠더를 삭제하지도 않으려면(남성중심적 노동개념(공적영역에서의 임금노동의 교환가치)을 반복하는 성노동 담론) 어떤식으로 논의를 전환할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볼때 한국사회에서 성판매는 오히려 국가와 법에 의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자본에 의해 대규모로 산업화됨으로써 노동이 아니었던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성판매도 노동이다!’라는 주장을 하거나 ‘성노동에 찬성하느냐?’라고 묻는 것이 도대체 어떤 담론적인 효과가 있는가? (당신이 성노동에 찬성하는지 혹은 반대하는지와 무관하게 언제나 이미 성판매가 노동이었고 모두가 ‘성산업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청량리기록화 작업 북토크: 성판매여성들을 마냥 피해자화하지 않으면서 그들의 삶을 ‘낭만화’하지도 않고 언니들과 온전히 만난다는 것. 머리에 힘을 빡 주지 않고선 도저히 해낼 수 없는 너무 어려운 일 같다. 이룸이 지금까지 지켜온 어떤 섬세한 균형감은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북토크를 들으면서 ‘반성매매’의 의미를 좀더 구체적으로 곱씹으면서 내 나름대로의 잠정적인 정의를 내려보기도 했다. 성매매에 반대한다는 의미는, 언니들의 삶의 선택지를 하나라도 더 늘리기 위한 운동이고 언니들이 한 명의 인간으로서 경험한 세계를 최대한 온전하게 보여주고 기록하는 실천이라는 것. 그 과정에서 (성노동을 주장하는 사람들처럼)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무한긍정(?)으로 현재의 유일하고 강요된 선택지를 낭만화하지도 않으며, (탈성매매를 해야한다는 사람들처럼) ‘지금 당장 관두지 않으면 안 괜찮다’는 말로 언니들에게 자기부정을 통해 ‘정상적인’ 시민이 될 것을 요구하지도 않겠다는 것. 관두고 싶은데 관둘 수 없는 현실, 너무 힘든데 너무 익숙해진 일상, 벗어나려고 했을때는 벗어날 수 없었는데 막상 없어진다니까 어딘가 자꾸 생각나고 말하고 싶어지는 공간으로서 집결지. 이렇게 기가 막히는 모순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지 외면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이룸이 회색지대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고, 내가 이룸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이룸 공부방 2기에서 같이 읽어보고 싶은 텍스트 혹은 천착해보고 싶은 질문

 

현미쌤이 제안하신 영어논문(Overcoming objectification) 읽는거 좋아요!

제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가 구술생애사, 상호교차성, 임파워먼트 이외에도 청소년인권이 있는데요, ‘청소년인권과 성매매-성산업을 과연 떨어뜨려놓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최근에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탈학교청소년들, 그리고 그 중에서 십대여성들의 경우 (십대남성들에 비해 압도적인 비율로) 성산업으로 진입하게 되거나 성매매에 노출된다는 점. 그리고 법에서는 미성년자의 섹슈얼리티를 굉장히 보호해야할 무언가로, (나이듦에 따른 판단)능력의 문제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십대여성들의 몸은 현실에서 이미 온갖 방식으로 과잉성애화 되고 있으며 가정과 학교 밖에서 활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원인 상황.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계속 생각을 하다보니까 성산업-성매매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청소년, 십대여성들의 경험에 대한 연구를 같이 읽어봐도 좋을 것 같았어요.

한편으로는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페미니즘의 주체가 이십대-비장애인-시스젠더 여성으로 과잉대표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나이들고 가난한 여성의 몸과 건강’이라는 주제로 연구/운동을 하고 있거나 임파워먼트를 실천하고 있는 페미니스트들의 사례를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룸에서 노년성판매여성의 삶을 기록화하는 작업과 교차하는 지점도 있을 것 같고, 더 다양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되게 의미있을 것 같아요.

 

내년에 나는 이룸과 무엇을 하고 싶은가

 

영화제 좋아요!

사실 제가 당장 내년에 어떻게 살고 있을지 잘 상상이 안 가서 뭐라고 확실한 계획이나 아이디어를 말하기 어렵지만, 공부방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결과물로 만들 수 있는 작업이라면 뭐든 함께 참여하고 싶어요! (꼭 오프라인형태의 책이나 발간물이 아니더라도, 온라인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을것 같다.)

 

이룸공부방

181004 이룸공부방 1기 5회차 후기 by.현우

 늦어도 너무 늦은 5회차 공부모임 후기입니다.. 후기를 쓰겠다 해놓고 이사에, 구직에, 이런저런 일에 정신없이 살다 보니 이제야 글을 적게 되었네요. 모임 때는 늦가을 모기를 쫓느라 고생했는데 벌써 완연한 초겨울이라니 시간이 참 빨리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거의 한 달 전 모임을 되새겨 적다 보니 서로 나눈 이야기가 좀체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그 시간의 고민, 열의를 최대한 떠올리면서 적어 보았습니다.

 

 우선 10월 첫 주 목요일에 있었던 이룸공부방 5회차 모임에서는 박정미 선생님의 논문, “성매매의 세계화와 페미니즘 정치-초국적 성매매에 관한 연구, 논쟁, 운동”과 글 하나를 더 읽었습니다. 이하에서는 박정미 선생님의 논문 중 일부를 요약, 소개한 후 그와 연결된 제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보았습니다.

 

성매매의 세계화와 논쟁

 

 논문을 통해 확인되는 성구매자의 국제이동 역사는 그야말로 유구합니다. 특히 근대 유럽의 팽창과 성적 지배의 역사는 겹쳐집니다. 캠파두는 “카리브해 지역의 백인 노예 소유주는 흑인 노예의 노동을 강제로 수탈했을 뿐만 아니라 노예에 대한 완전한 성적 접근권을 향유”했다고 지적합니다. “그 결과 강간과 성적 학대가 만연했고, 축첩과 성매매는 사회제도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성적 지배는 제국주의 팽창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며 “반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성매매 관광은 성매매에 대한 욕망이 이동을 추동한다는 점에서 제국주의 시대와 차이가 있”습니다. 프란츠 파농은 1960년대 “카리브해 지역의 국가들이 독립 후 관광산업에 의존함으로써 ‘유럽의 유곽’으로 기능하는 신식민지적 상황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쯔엉은 동남아시아의 성매매 관광이 “제3세계의 정치적 긴장과 불안정을 봉쇄하기 위한 비군사적인 도구”라는 미국의 정책적 입장과 해당 지역의 정치경제적 상황이 맞물려 있음을 지적합니다. 일례로 태국은 1968년 UN 관광의 해 선포, 1970년 세계은행의 관광기획부 설립 이후 세계은행의 권고에 따라 관광산업을 외국인 투자에 대폭 개방했고 베트남 전쟁 시기 미국 정부와 미군을 위한 휴식과 오락(Rest & Recreation)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리고 종전 후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관광과 성산업을 더욱 긴밀하게 결합하는 전략을 추구했습니다. 그 결과 “호텔에서는 성매매를 위한 대실 요금제가 등장했고, 패키지여행 상품에 성적 서비스가 포함되었으며, 관광안내서에 성적 서비스 가격이 명시되었”습니다. “태국과 마찬가지로 필리핀과 한국도 경제 성장에 대한 열망, 미국 정부와 국제기구의 관광정책, 그리고 미군 주둔의 결과로 성매매 관광이 발전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는 점에서 성구매자의 국제이동을 포함한 성산업의 세계화는 식민통치로부터 시작해 각 지역의 정치경제적 불평등과 더불어 제1세계 거주자들의 성적 환상 등 다양한 배경 위에 복합적으로 구성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성판매자의 이동은 이주 또는 인신매매의 측면이 서로 교차합니다. 2010년 여성 이주자는 1억 483만 명으로 전체 이주자의 4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합법적인 이주와 달리 불법적인 인신매매의 규모를 정확히 측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2015년 국제노동기구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2,100만 가량의 강제노동 및 인신매매의 피해자들이 존재하고, 그 중 약 450만이 성매매 관련 피해자들이라고 집계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확인된 피해자 수는 인신매매 규모의 추청치에 비하면 극히 적은 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 106개국에서 63,251명의 인신매매 피해자가 발견되었고 그 중 성인 여자가 51%, 성인 남자가 21%, 소녀가 20%, 소년이 8%였습니다. 그리고 여성의 72%가 성착취를 20%가 강제노동의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여성의 국제 이동이 증가한 시기는 “자본주의의 장기 불황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윤율 저하에 직면한 자본은 새로운 시장과 값싼 노동력을 찾아 국경을 넘어 이동하고, 사람들 역시 생존의 위기를 타개하고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다른 나라로 향”합니다. “그런데 제3세계 출신 이주자들이 제1세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자국에서의 교육수준이나 숙련과 상관없이 대부분 열악한 노동으로, 특히 여성의 경우 가사노동, 보살핌노동, 성노동에 국한”됩니다. 또한 “제1세계 국가들은 공식적으로는 이주를 제한하고 국경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구하지만, 비공식경제의 상당 부분을 이주자들에게 의존”합니다.

 

 이처럼 1960년대부터 초국적 성매매, 곧 성구매남성과 성판매여성의 국제 이동이 증가했다는 건 대다수가 동의하는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관점의 대립과 논쟁, 특히 국제조약과 국제기구를 둘러싼 갈등과 경쟁은 지금도 현재 중인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을 모두 소개하는 것은 발제를 새로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그보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개인적으로 논문과 다른 글을 읽으면서 고민했던 지점과 기억나는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임금노동의 형해화 앞에서

 

 우선 무엇을 노동으로 볼 것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논의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노동’이라고 생각하는 행위가 과학기술과 사회구조의 변화 속에 확장되고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사실 ‘인간의 합목적적이고 의식적인 활동’이라는 사전적 의미에서의 ‘노동’은 좋든 싫든 자본에 종속된 ‘임금노동’이 일반화된 소위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금노동’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본래 ‘노동’이었는데 자본에 포섭되어 ‘임금’을 대가로 주고받게 된 ‘임금노동’과 ‘임금’을 받음으로써 자본에게 포섭되어 ‘임금노동’이 되는 경우의 구분과 기준점은 자본의 집중이 가속화되고 노동력을 상품으로써 팔지 않고선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양극화되는 과정에서 갈수록 형해화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과 구분이 형해화됨과 동시에 그와 같은 ‘임금노동’을 수행하는 인간의 존재 역시 흩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에게는 그와 같은 형해화 속에서 무엇이 노동이고 무엇이 노동이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만큼이나 노동력을 구매한 것만으로도 이윤을 축적하는 자본의 사회적 위치와 이를 용인, 확대재생산하는 구조가 갖는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나를 어딘가에 팔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인간노동력의 상품교환관계에서 임금을 통한 생존만이 가능한 사회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 다른 의미에서는 인간을 대상화시키는 행위를 유지하는 것만이 상상 가능한 현실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논문에서 서술된 성노동 페미니즘이 다른 임금노동과의 유사성을 강조하는 맥락이 무엇인지 이해하지만 그와 동시에 성산업의 착취와 폭력이 엄연히 존재함을 지적해야 하며, 동시에 폐지주의 페미니즘이 성판매자의 행위성을 폭 넓게 이해하며 성산업을 없애는 데 있어 현실 국가와 법체계 안에서의 문제를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산업을 확대재생산하고 성산업으로의 유입을 가속화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와 성산업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혜롭게 풀어나가기란 이 사회의 복잡성만큼이나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반성매매와 성노동 사이에서

 

 성노동도 폐지주의도 단일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여러 맥락이 존재하고 그 중에는 성산업의 폐지를 지향하면서도 성산업 종사자의 자발성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성착취와 성노동이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지지 않는다는 관점도 존재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성구매자의 처벌과 성판매자의 비범죄화가 성산업을 사회적으로 지양해 나가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곧 성산업 종사자의 자발성을 부정하거나 그들을 무조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렵습니다.

 

 성산업이 폐지되어야 한다면 그러면 성노동에 반대하냐는 물음이 돌아오기도 하고, 반대로 성노동에서 말하는 자발성이 무엇인지 이해된다고 하면 그럼 성매매에 찬성하냐는 반문이 되돌아옵니다. 반성매매를 이야기하면서 폐지주의로 수렴되지 않는 전망은 불가능한 것인지, 성산업에 수렴된 사람들의 주체성을 확인하고 그들의 삶을 가로지르는 사회의 복잡한 단면들을 가시화하면서 성산업을 폐지하는 전망을 함께 고민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지 그와 같은 물음을 던지는 것이 마냥 무의미하거나 또는 회색빛으로만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연대

 

 그렇다고 하여 무기력함을 느꼈냐 하면 오히려 반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5회차의 공부모임 중 네 차례만 참여했지만 계속 공부모임에 함께 하고 싶은 건 성산업에 대해 제가 가진 부족할지 모를 생각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또 그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옳고 그름을 재단하기에 앞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를 폭 넓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한편으로 너무 복잡하고 한편으로는 단칼에 입장이 나뉘는듯한 성산업이란 사회문제에 대해 각자 고민하고 생각할 시간과 지혜를 나누는 공간으로써 이룸 공부모임은 공부 이상으로 제게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연대의 자리입니다.

 

 생각 가는대로 글을 쓰다 보니 그 날 참여하신 분들이 해주신 이야기를 적기보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을 적게 되었는데 이건 아무래도 한 달 만에 후기를 적는 터라 귀중한 이야기가 기억 속에서 많이 사라졌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저 생각이 오로지 저만의 것으로 나온 게 아니듯 그 중에는 다른 분들의 의견과 이야기도 제 것처럼 섞여 들어가 있으리라 위안을 삼아 봅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변화의 가능성을 높이고 풍부하게 만드는 데 제 나름의 몫을 해야겠다는 다짐과 제 때 후기를 쓰자는 반성으로 글을 마무리 합니다.

 

 

이룸공부방

180906 이룸공부방 1기 4회차 후기 by.소윤

180906 이룸공부방 1기 4회차 후기 by.소윤


이룸 공부방 네번째 모임의 주제는 ‘소수자 성매매’였다. 나는 이번 주제가 굉장히 기다려졌는데, 그 이유는 지난 7월 서울퀴어문화축제 부스참가 준비를 하며 시작된 고민 때문이었다. 당시 부스참가를 앞두고 주변 친구들한테 “나 이룸 부스 참여하니까 놀러와!”라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긴했으나, ‘성매매문제’와 ‘성소수자인권’이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지 설명하려니 어딘가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참고할만한 자료를 찾아보던 중 오마이뉴스에 이룸이 연속기고했던 기획기사(‘새로고침 F5: 성매매 다시 생각하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총 다섯편의 연재글 중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기사는 MTF 트랜스젠더의 성판매 경험을 중심으로 성판매자이면서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복합차별’의 현실을 다루는 글이었다.

MTF트랜스젠더 성판매여성들이 경험하는 복합차별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었다. 기사에 의하면, “MTF 트랜스젠더의 다수는 주민등록 변경이 되지 않으면 취직 활동이 어렵다. 성전환 수술비 마련과 생계를 위해 대다수의 MTF트랜스젠더가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트랜스젠더바에 취직하는 것도 경쟁이 심하고 취직한다 하더라도 나이가 들면 젊은 MTF에게 밀려나기도 한다.” 실제로 2001년-2006년 사이 성전환수술을 완료한 105명을 대상으로 직업현황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MTF트랜스젠더의 90프로가 유흥업에 종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MTF 트랜스젠더의 경우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매우 제한되어있으며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선택지가 성산업-성매매라는, 강요된 현실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이번에 이룸공부방에서 함께 읽은 자료집(‘소수자 성매매 포럼 자료집(2014)’과 후기)에는 위와 같은 현실의 문제점을 좀더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는 연구결과가 포함되어 있었다. 자료집은 “‘성적소수 자이면서 성판매자인 사람들에게 성매매는 무엇인지, 어떤 맥락과 어떤 감정을 경험하게 하는 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성판매자로서 게이, 레즈비언 그리고 트랜스젠더의 삶에 대한 질적연구결과’를 소개한다. 우리의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제기되었던 쟁점과 질문을 기억나는대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성구매자의 비율 중 ‘여성의 성을 구매하고자하는 시스젠더 이성애자 남성’이 압도적이고, 여성의 몸을 교환-거래대상으로 만들어온 남성중심적 경제 시스템이 뿌리깊게 자리잡은 한국사회에서, ‘소수자 성매매’를 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성구매자가 시스젠더-이성애자 남성이 아닐때, 그들이 구매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의 내용(남성간 성매매에서 삽입이 아닌 사정이 중심이 된다거나, 남성간 성매매에서 판매자는 ‘성적 대상’이 될뿐 대상화 되지는 않는다는 점, 여성간 성매매에서 펨/부치관계가 판매/구매관계와 대응되지 않는다거나, 트랜스젠더 성구매가 여성성을 체현하는 외모+남성 외성기를 동시에 성적 욕망/판타지/페티쉬로 구성한다거나 하는 지점)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한편으로, 성판매자의 성별정체성, 성적지향성에 따라서 ‘일반 성매매/소수자 성매매’라는 경계를 구분짓는 것이라면, 이러한 경계 구분은 은연중에 성판매자로서 성소수자의 삶을 ‘예외적인 것’, ‘특수한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성판매자로서 성소수자 내부에서 발견되는 경험의 차이와 이질성(폭력과 위험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방식,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의미화 하는 방식 등)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일반 성매매/소수자 성매매’라는 이분법으로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는, 복잡하고 모순적인 현실의 어떤 순간들을 우리는 어떻게 기록하고, 또한 ‘정치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토론이 끝나고 나누었던 대화들도 기억에 남는다. 대부분 이론과 삶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중요한건 구체적인 ‘현장’에서 ‘지금, 여기’를 살만한 삶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이론의 권위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실을 이론에 끼워맞추려는 시도야말로 인식론적 폭력이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룸 공부방에 참여할때마다 느끼는 사실이지만, 정말이지 ‘답도 없는 질문’들은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렇게 한 가지 방향으로 결론나지 않는 답변과 불확실한 의문들이 오고가는 상황이 불편하지가 않다.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왜냐하면, 이룸 공부방에는 누구 한명 나서서 논쟁을 ‘종결’하려고 하거나 질문이 벌려놓은 틈을 ‘봉합’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너는 왜 나만큼 이해하지 못했냐’며 답답해하는 사람도 없고, ‘너는 뭐 그런걸 물어봐?’라며 눈치주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마음이 편하다. ‘다음달에 만나요’라는 인사가 ‘말뿐인 말’이 아닐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인 이유다.

ps. 발제문 쓰느라 고생한 혜진님과 토론내용 정리해준 별님, 모두 감사해요!

이룸공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