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장안동 아웃리치 후기

 

지난 10월 23일 밤 11시가 가까워져 오는 시각, 이루머들은 상쾌환과 홍삼젤리로 구성한 아웃리치 물품을 챙겨 장안동으로 향했습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장안동으로는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가는 날이었고, 지난해 말에 간 뒤로부터는 거진 1년이 다 되어가는 날이기도 했지요. 장안동 지역으로 처음 아웃리치를 나가는 저는 이 곳 장안동의 어떤 모습을 보고 맞닥뜨리게 될지 긴장감이 들었습니다. 다른 이루머들도 1년 만에 가는 장안동인지라 여러 생각들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얼마간 차를 달려 장안동 맛의 거리를 중심으로 한 유흥업소 밀집 지역에 도착하니, 업소가 밀집한 거리 안으로 진입하려는 차들이 도로에서부터 북적거리는 느낌이었고, 대로변 가장자리에 길게 세워져 있는 차들과 거리 안에 보도차량으로 보이는 차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업소들의 가지각색 네온사인과 함께 거리 안팎으로 북적거리는 이 곳 풍경에 뭐라 한 가지로 얘기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밤, 이 시간들에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루머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각각 맛의 거리 주변 업소와 도로 건너편의 업소들에 방문했습니다. 1년 만에 장안동에 온 것이라 그런지 업소들 대부분은 상담소를 경계하여 대기실 진입이 쉽지 않았고, 여성들은 다 테이블 들어갔다고 하는 곳들도 있었습니다. 여성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고, 우리에 앞서 업소로 들어가는 남자들과, 업소의 웨이터, 보안직원 등을 주로 마주쳤을 뿐이었습니다. 시끌시끌한 몇몇 업소들의 분위기와 함께요. 코로나19라는 재난상황 한가운데 번성하는 성산업 현장 안에서 여성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업소 대기실에 진입하지 못하고 카운터에서 가로막혔던 것처럼, 한편으론 성산업 내부를 더 깊게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그 안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도록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들의 몸을 담보로 수익을 창출하고 재생산하는 성산업 시스템이 어떻게 다른 사회적 시스템과 공모하고 있는지, 이 사회적 공모 시스템을 어떻게 타격할 것인지, 이 시스템 안팎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는 여성들의 시선이 담긴 여성들의 이야기, 여성들의 증언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갈 수 있을 겁니다. 여성들의 증언을 어떻게 들을 것인지, 여성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진정 성산업 축소와 ‘성매매 없는 세상’을 위해 무엇에 힘을 쏟을지를 이 사회가 제대로 고민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과 함께 목소리를 모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활동

2020년 10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코로나19로 4개월 여만에 이태원 아웃리치를 다녀왔습니다. 이번달 물품으로는 추석 기념으로 준비한 홍삼을 전달하였고,  이브에서 콘돔과 젤을 후원해주셔서 함께 전달드렸어요. 감사합니다:)

이번달 아웃리치에는 불량언니작업장 운영에 함께하고 있는 판이가  동행하였고, 정성스러운 후기를 남겨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0.10.15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_판이 

 

지난해부터 불량언니작업장을 통해 언니들과 이룸을 가까이 접하고 부대끼며 지낸다. 사실 내게 불량언니작업장 분들은 그저 ‘언니’(또는 참여자)라 부르는 사람으로 만났기에, 어떤 범주화를 할 일도 없다- 고 여겼다. 그런데 함께하는 프로그램 때 필요한 간식이나 물품을 나눠드리다가, 누군가 내 보기에 지나친 요구를 한다 싶었을 때 순간 욱하는 감정이 솟은 순간을 생각하며, 난 범주화하지 않은 게 전혀 아니며 이 태도도 시혜적인 건 아닐까, 검열도 생겼다.

이태원은 친구 따라 소비자로 놀러만 가본 동네다. 클럽 가서 춤추고, 여러 피부색과 성별이 편안히 어울리는 분위기에서 해외여행이라도 온 기분으로 해방감을 누리며 내가 춤추기도 놀기도 좋아하는구나! 흥이 많네- 하며 신나 노는 곳. 화려한 포장으로 다 못 덮는 허름한 오랜 골목이 정감과 운치로 다가오는 곳. 여기에 아웃리치라는 것도, 말로만 듣던 언덕을 속속들이 한 걸음 한 걸음 다녀 보기도 처음이다. 나는 어쩌면 범주화를 않기는커녕 아주 크게 (사실 매우 정교하게) 나뉜 구획에 따라 어떤 세계는 외면만 하고 살아온 것이 아닐까?

 

준비와 출발

사무실에는 아웃리치 며칠 전부터 물품과 제작 완료된 <별별신문>이 속속 도착했고, 우리는 물품을 포장하며 ‘코로나 블루’ 설명과 상담 소개가 담긴 신문을 길벗체의 트랜스젠더 인권 실태 조사 설문과 QR코드가 눈에 잘 띄게 접고 오랜만의 추석 이후 방문이라며 홍삼액, 콘돔, 젤 등을 챙겨 넣었다. 평소 사무실에 가끔 보이던 이런저런 물품 – 비타민, 녹차 캔, 숙취환 등 – 이 이렇게 아웃리치를 다녀온 것들이구나. 물품 포장이 끝나고 짬을 내 첫 아웃리치 오리엔테이션으로 차차가 지도를 보여주며 설명해준다(길치로서 흰 데는 종이요 검은 데는 길인가 하면서도; 나름 열심히 파악하려 해보았다). 저녁을 먹고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여기서 이렇게 언덕을 올라가 돌고, 딴 팀은 저쪽으로 간다. 각자 돌고 여기서 만나 평가회의를 하고 헤어진단다. 나는 기지촌 역사가 묻은 좀 더 오랜 쪽을 택했다. ‘후커힐’ ‘양키바’들이라 했다.

 

정신이 하나 없는 낯섦, 왜일까

영등포 롯데백화점 뒤쪽에 살던 때, 낮엔 분명 철물점 같은 가게였던 곳들에서 밤에는 하나둘씩 붉은 등을 켜놓고 추운데 나와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언니들을 보고 놀라고 낯설어서 피해 간 적이 있다. 그때는 어쨌든 그뿐이었고, 최근엔 ‘유흥업소가 치킨집보다 많아? 아니 잠깐만?’ 하며 새삼 매번 남 얘기처럼 듣던 게 전부다. 평소 불량언니작업장 언니들과는 하루하루 일상 속에서 뭔가를 만들거나 배우기만도 바빠서, 그들의 말에서 가끔 옛 얘기나 서로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 삶의 다른 영역들을 주워 듣는 정도였을 뿐이다. 성매매라는 영역 자체가 이미 매우 넓은 범위에 미치니, 그 방대한 내용을 모두 될수록 외면하고 피하며 살아온 듯하다. 나를 강제추행한 출판계 선배가 허물없는 지인에게 ‘정말, 취해서 진짜 기억이 안 나. 목격자가 그렇다니 인정한 건데. 아마 어디 룸이라 착각하고 나도 모르게 그랬을진 모르지’라 남 말하듯한 얘길 전해 듣고서도. 그렇게 성매매 사회가 공기, 물, ‘치킨’처럼 내 몸을 들락거리고 피부에 저온화상 입히듯 켜켜이 생채기를 새겨 왔는데도. 자꾸만 나를 돌아보게 되는 건 그만큼 이날의 기억이 강렬하게 낯설었기 때문이다. ‘후커힐’ ‘양키바’를 돌며 겪은 얼떨떨함, 정신이 한 개도 없는 이 낯섦은 성산업 현장에 있는 당사자를 직접 가까이 한꺼번에 만나서였을까, ‘일반인’과 다른 외모 꾸밈 때문인가, 아니면 평소 둘레선 잘 못 보던, 특정 방식으로 드러난 어떤 ‘퀴어함’에 대한 문화적 낯섦이었을까? 그 모두일까? 이 물음이 남아 있다.

낯가림과 긴장에 나도 모르게, 그리고 한편 아무튼 일하고 있는 그들을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에도, 왠지 모를 존경심과 거리감에 정중하게 꾸벅꾸벅 인사만 열심히 하게 되었다. 그러다 마침 정중히 허리를 숙인 대상 중엔 가게 문을 막 나서던 구매자도 있던 듯하지만(또는 웨이터였는지도, 또는 조금 다른 외모, 복장, 꾸밈의 종사자인가?! 당최 누가 무슨 역할(?)인지 전혀 모르겠기도 하다…). ‘언니’들이 우리를 어떻게 여기는진 몰라도 ‘잘돼야 할 텐데- 아무리 나라에서 돈 준대도 그게 뭐 얼마나 나오겠어’ 하시는데, 서로가 서로를 짠하게 여기며 어쩌면 나도 모르게 그들의 구매자에게까지 잘 보이려 한 걸까 싶기도 하다.

처음이니 당연히 낯설겠지만, 왜 이렇게 얼떨떨할지 생각해 보니 아마도 내 머릿속 ‘아웃리치’의 상은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집결지 같은 구조(오피스텔 같은 덴 이런 형태의 아웃리치는 할 수 없을 테니? 무작정 찾아갈 수 있다는 자체가 일종의 집결지 구조라 상상한 듯하다)에서, 업주/포주/삼촌/마담 눈을 피해 ‘이런 데가 있다’(속닥속닥)고 상담소를 소개하거나 몰래 슬슬 친해지는 모양을 상상했나 싶다. 그러고 보면 잠깐만 생각해봐도 이렇게 삼삼오오 모여 선물 짐을 잔뜩 실은 수레를 끌고 다니며 서로 긴밀히 대화하고 한쪽에서 계속 받아 기록하고…; 이런 집단이 더구나 눈치 빤한 업주들의 눈길을 피한다는 상상은 애초 말도 안 됐다. 아무튼 실제 보고 겪은 일은, 작은 가게들은 영세자영업자(1인출판사처럼)로 기껏해야 두엇 고용한 정도고, 중간 작은 덴 동네 사랑방같이 다들 모여 손님 없이도 서로 챙기고 차 마시며 얘기 나누고 쉬는 곳이었고, 아예 큰 곳은 번쩍거리는 외양으로 임대 유지비나 그로 인한 종사자에 대한 압박이 엄청날 것만 같은 곳이었다. 어떤 형태든 누군가의 눈을 피해 상담소 활동가들과 말이나 눈짓이라도 섞는다거나 친해진다는 건 더욱 어려워 보였다. 아니 업주와 종사자 사이의 구분도 점점 더 모호할 것이다(이미 여러 다른 산업의 사업장들이 그렇듯). 결국 활동가들 설명처럼 업주를 통해야 ‘언니’들을 처음 접하고 만날 수 있는 딜레마가 있다는 것이다.

 

시공간, 문화, 정치 겹겹의 결 어디쯤에 길을 잃은 듯한데, 그래도 함께

활동가들은 직접 만나 대화한 사람, 가게에 있던 인원과 있었던 일을 기록하고, 선물을 드리고, 나는 그 사이 두리번거리며 따닥따닥 붙은 이 가게가 저 가게 같고, 저 언니가 이 언니 같고, 우리를 알아보고 여기도 오라며 부르러 나온 언니가 다른 가게에서 나왔다고 착각하고(우기고;;), 당최 정신을 못 차리겠어서 오늘은 그저 수레나 열심히 끌자 싶었다. 활동가들은 이렇게 만난 언니들 중에서 연결된 경우 이후 상담을 진행하고 의료나 법률 지원을 위해 동행도 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지원받는 데 여러모로 불안하거나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당사자의 걱정과 번복도 그들의 상담 맥락과 함께 얹혀 오는 것이었다. 그날 잠시나마 목격한 그들의 표정, 그 표정들이 움직이는 가게, 그 가게들이 놓인 언덕길 골목, 그 골목이 놓인 이태원, 그 일대가 그렇게 겹겹의 모양들이 쌓인 곳으로 다르게 보였다.

코로나로 영업시간이 짧아진 카페에 둘러앉아 주어진 시간에 급 평가회의로 그날의 일을 나누고 다들 나와 둘러서서 난 얼떨떨한 채 소감을 얘기하고, 남은 이 두엇이 나머지 큰 가게에 들렀는데, 언니들 반응이 폭발적이라 놀랐다. 그 언니들 중에도 ‘막내’ 같은, 이 가게에 온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낯섦이 티 나는 언니가 있고, 자기 공간처럼 편안히 활개 치는 언니가 있다. 언덕 위에서 우리에게 커피 마시고 가라며 불러앉혀 출근 간식 바나나를 건네는 왕언니가 있고, 미세한 끄덕임과 단답형 외엔 한마디도 먼저 입 열어 말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언니가 있었듯이. 저들 사이 관계는 아마도 고용-피고용 아니면 을이 일해 번 돈을 갑이 자리세 또는 관리비로 걷는 관계겠지(그 갑도 또 다른 갑을 위치에선 다를 수 있고).

이 산업을 구조적으로 비판하고 바꾸기 위해 고민하고 공부하고 활동하는 것과 이들이 생계를 위한 노동과 생활 속에서 ‘코로나블루가 그런 거구나, 손님 없어 우울하지 뭐’, ‘손님이 와야 콘돔을 쓰지!’라 하는 말에 공감하는 그 사이 어딘가쯤, 그리고 이 장면이 일어나는 언덕 위의 허름한 가게들과 언덕 아래 화려한 네온사인 빛과 큰 음악소리를 뿜는 가게들, 그리고 내가 불금이라며 친구랑 놀러 갔던 클럽과 커다란 공사장의 가림막과 거기 붙은 ‘클린 이태원’이라는 말과, 검색으로 그 말이 코로나 방역에 관한 얘기라는 걸 알게 되기 직전까지 마치 ‘성매매’나 ‘유해 업소’를 ‘청소’하듯 갈아엎겠다는 뜻은 아닌가 멈칫했던 나(는 유해 업소 지정 골목, 18시 이후 청소년 출입금지 팻말이 붙은 한복판의 중학교를 나왔다). 이 사이 어딘가에서 마음이 떠돌며 길을 잃은 듯한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붕 뜬 채 어디로 갈지 모르겠는 마음을 들여다보려, 사람들과 헤어지고도 삼십 분 넘게 근처를 서성였다. 여전히 어디가 어딘지를 모르겠다. 그 가게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 낯선 우리가 커피 마시고 나가기를 기다리는 듯, 넉살 좋은 마담(왕언니)과 눈 마주치지 않던 ‘언니’의 마음도 그랬을까? 손님도 아닌 것이 돈 벌어다 주지도 않는 것이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이제 막 적응중인 일터에 불쑥 노크해 고용주의 환대와 알은척부터 받으며, 준비되지 않은 ‘낯섦’을 던져놓고 마음을 부대끼거나 귀찮게 하고 나온 역할이 된 것은 아닐까? 이런 것을 감당하면서 꾸준히 지속하는 아웃리치라는 건 그래도 어떤 상황과 시점에서인가는 한번쯤 떠올리고 노크할 수 있는 곳으로 기억되고 이어지는 것이겠지?

당사자가 있는 현장에 찾아가 만난다 함은 그의 세계 – 지리, 역사, 정치, 문화적 맥락 – 속에 놓인 그를 만나는 일이구나. 거기엔 놓을 수 없는 끈 같은 동료, 반려동물, 손님(구매자, 잠재적 구매자), 아주 밀착된 고용주가 함께 있으며, 그들이 함께 엮어 만드는 흐름과 변수들이 있다. 그 흐름의 한 물살을 가르고 들어가 또 다른 흐름과 변수를, 웃으며, 원칙대로 꿋꿋이 하나씩 나눠주고 설명하고 인사하고 잊지 않고 안부 묻고 거듭 당부하고 물음에 답하고 기억하고 기록하며, 의미가 사라지지 않고 다음에 올 때까지 남아 있길 바라며, 맘을 전하고 놓고 오는 일. 그게 처음 한번 함께한 이로서 어렴풋이 느끼는 아웃리치의 의미였던 듯하다.

 

작은 언덕 골목 아래 거대 공사장 현장에 붙은 지자체 측의 축제 홍보가 눈에 들어온다.

 

 

 

 

 

 

 

 

 

 

 

 

 

 

 

 

‘여기 말하는 어르신에 불량언니작업장 언니들과 같은 사람은 안들어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

 

활동

2020년 4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지난 4월 21일 진행한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입니다.

이번 후기는 아웃리치에 함께하신 백소윤 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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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이태원 아웃리치 활동소식  전합니다.

 

봄이 온 듯 만 듯. 유난히 바람이 찬 밤이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코로나19의 상황도 좋지 않고 문을 닫은 곳이 많아

얼굴 마주하고도 괜히 소곤소곤 얘기하게 되는 분위기였었는데,

4월에는 대다수 곳이 문을 열고 불을 켜고 영업 중이셨어요.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 다른 한 편으로는 괜찮으실까 걱정.

대수롭지 않은 것 같아도 대수롭게 걱정해야 하는 상황들을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3월에는 코로나19 키트를 준비해 손세정제와 함께 핸드크림과 비누 등이 담긴 꾸러미를 건네 드렸는데

이번 방문 때 손세정제가 좋았다며 잘 쓰고 있다고 인사 건네주시는 분도 계셨어요.

4월에는 면역력 키트를 기획해 상쾌환과 발포비타민, 화애락 등을 담아 준비해봤는데

맘에 들어 하셨던 것 같아요(키트 포장과정을 첨 봤는데 다들 꼼꼼히 준비하시더라구요).

 

 

잔뜩 어깨를 움츠리고 길을 나섰습니다.

가게 문을 두드리며 이룸활동가가 인사겸 인기척을 합니다.

“똑똑똑. 계세요~? 상담소에요~”

지난 달 첫(저에게 첫) 동행 때는 암호 같은 이 말에

안에 계신 분들이 문을 열어주시는 게 신기하기도 했어요.

 

이룸에서 왔음을 알리면, 문이 열립니다.

준비한 소식지가 담긴 키트를 인원 수에 맞게 전달하는 동안  오고가는 대화.

길지 않지만 짧은 인사, 짧은 반김, 금방 문을 빠져나옵니다.

가끔 서로 누군가의 생김새를 묘사하며 부재나 안부를 확인합니다.

언니들이 활동가의 생김새를 묘사하기도 하고

활동가들이 얼굴을 익힌 이들의 안부를 묻기도 합니다.

이룸이 지난 몇년 동안 꾸준히 이태원 곳곳의 문을 두드려왔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번 방문 때 문 밖을 기웃거렸던 새로 문 연 가게 앞에선

잠깐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오늘은 들어가볼 수 있을까? 했던 곳에서 오늘은 흔쾌히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면역력 키트를 받아 보고는 이걸 다 주는 거냐며 고맙다며

활동가를 한 번 안아주셨습니다.

그러다 밖에 서 있는 다른 활동가들을 발견하시고는

“평등하게 다 한 번 씩 안아줄게요~ 이리와~” 하셔서 얼떨결에 인사 나눈 분이 기억납니다.

이룸을 오늘 알게 되셨으니, 다음 아웃리치 때도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맡은 구역을 돌아보고 활동가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어요.

돌아보고 온 곳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음 달에는 5월에 어울리는 따뜻한 밤공기 속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마스크를 벗고 다닐 날이  빨리 와야

서로의 생김새를 묘사하며 안부를 물을 수 있게 될텐데요.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를 이렇게 진심을 담아 해 본적이 있나 싶은 요즘입니다.

 

“건강하세요~”

 

 

활동이야기

2020년 3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지난 3월 24일, 이루머+이룸의 든든한 울타리인 고래 님과 백소윤 님이 이태원 아웃리치에 함께했습니다. 사실상 올해 첫 아웃리치였는데요. 2월을 지나며 격화된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이번 아웃리치 물품은 손세정제와 핸드크림, 비누, 서울시의 긴급지원정책 안내물을 담은 ‘코로나19 키트’로 준비해 갔습니다. 사회적 재난 국면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상황도 살펴보고자 했어요.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문을 연 업소는 많지 않았습니다. 한 업소 문에 붙여져 있는 시 당국의 영업중지 권고문도 눈에 띄었고요. 대부분의 업소 문이 닫혀 있어 언니들을 많이 만날 수 없었고, 그러다보니 준비해간 물품의 반절 정도는 전달하지 못했지만, 문을 연 소수 업소의 언니들은 반갑게 물품을 받아주셨어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각 부문별 어려움과 소상공인들이 겪는 타격이 주목받는 한편으로, 성산업 내의 여성들이 겪는 타격과 어려움은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거나 이야기하고 있지 않는 상황을 보면서, 성차별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빈곤한 여성들의 상황을 이용하고 활용하여 성산업을 지속, 팽창시켜온 한국 사회의 이중적이고 모순적이며 뒤틀린 태도를 다시금 발견하게 됩니다.

 

 

이태원 소방서 근처로는 ‘꿀밤포차’라는 가게에 젊은 나이대의 사람들이 길게 입장 줄을 서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꿀밤포차 옆으로 같은 대로변에 접해있는 다른 건물의 업소들은 모두 퇴거된 상황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얼마 전까지 방영되며 큰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원작 웹툰 작가가 운영하는 술집이라고 하네요.

웹툰, 그리고 방송 등의 파급력과 이를 둘러싼 문화자본이라고 해야 할지, 그러한 것들이 부동산 자본과 맞물려 이태원이라는 공간에 빚어내는 풍경이 씁쓸함으로 다가왔어요. 이 공간은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해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공간에서 살고 일해 왔던 이들, 불균등하고 차별적인 사회시스템 속에서 활용가능한 자원이 많지 않았던 이들은 다른 삶의 기회, 자리 혹은 공간을 보장받지 못한 채, 개인화되는 사회적 모순을 감내한 채 계속해서 사회의 주변부로, 빈곤한 상황으로 밀려나고 있는데 말이죠. 한국의 역사적, 정치경제적인 단면이 상호 교차하며 응축돼 있는 이태원이라는 공간을 한국 사회는 어떻게 바라보고 성찰할 것인지 화두를 던지고 공론의 장으로 논의를 넓혀 나가는 일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활동이야기

2019년 12월 장안동 아웃리치 후기

12월 장안동 아웃리치 후기

지난 12월 6일, 장안동 업소밀집지역에 네 번째 방문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장안동 아웃리치에서 여성들을 직접 만나는 것이 어려워서, 이번에는 처음으로 금요일 밤11시반의 장안동을 방문해보았어요. 평일 9시반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와 상황을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이룸상담소에 대한 소개와 연락처가 적힌 유인물과 라이터, 상쾌환과 홍삼젤리를 들고 업소 곳곳을 돌아다녔는데요, 4회차 방문이다보니 몇몇 업소에서는 “아 그때 그 상담소구나, 두고가셔요”라고 하더라구요. 상담소에 대한 경계소가 옅어진 틈을 타, 대기실이 있는지 물어보고, 대기실에 직접 물품을 놓고 가겠다고 요청해보았어요.

카운터를 오가는 여성들도 만날 수 있었고, 대기실로 들어갈 수 있었던 업소에서는 대기실에 있던 여성들도 만날 수 있었어요. 거리 곳곳에서 보도차량도 마주칠 수 있었구요. “20대로 보내달라”며 도우미를 부르고 있는 업소 사장, 업소에 들어온 남성들, ‘오랜만에 오셨네요~’라며 남성들을 맞이하는 업소 사장, 거리 곳곳에 업소를 찾아다니는 듯한 남성들. 이런 광경들도 더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까지의 방문으로는, 여성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다보니 ‘산업형 성매매에 오프라인 아웃리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나’ 하는 고민을 하기도 했었는데요. 이번 방문으로 상담소에 대한 홍보가 조금씩 되고 있고, 여성들을 만날 수 있고, 현장에 대한 파악도 조금이나마 할 수 있는 것 같아, 더 다니면서 상담소의 존재를 알려보기로 했습니다. 온라인 상담 경로를 열어서 장안동 지역에 집중적으로 홍보하며, 온&오프라인 아웃리치를 통해 상담소 정보가 닿게 하자는 평가도 했고요.

여성들을 만나고 현장 파악에 의의가 있겠다는 평가를 하며 힘이 나는 동시에, 활성화된 거리와 업소, 많은 남성들과 그들의 분위기를 목격하며 설명하기 어려운 무거운 감각을 안고 가기도 했습니다. 장안동 밀집지역에서 본 유흥업소들은 어디에나 있고, 너무나 자주 보게 되잖아요. 그 많은 유흥업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도우미’라는 이름으로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사연들이 있을까. 그런 걱정이랄지, 한국사회에 대한 절망이랄지, 그런 감각들을 안고 왔습니다. 장안동아웃리치를 하고나면 이루머들은 아무래도 거리 곳곳에 있는 유흥업소들이 더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활동

2019년 8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8월 29일 자원활동가로 이태원 아웃리치에 참여한 현지수입니다. 8월 아웃리치는 두 팀으로 나누어져 시작했습니다. 불량언니 작업장에서 만든 손뜨개 수세미와 라이터, 별별신문을 들고 언니들을 만나러 갔어요. 비싸고 화려한 물건이라기 보다는 구하려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수세미여서 언니들이 잘 받아줄까 걱정했던 게 무색하게 금방 동이 나서 마지막 업소에는 물품을 전달하지 못 했습니다. 정성은, 마음은 통하는 가봐요.

첫 아웃리치인 만큼 민폐가 되지는 않을까 불안과 걱정으로 빠릿빠릿하게 별별신문이 들어있는 가방을 챙기고 신문부수를 세는데 여념이 없어 이태원이라는 공간을 자세히 들여다 보지는 못했지만요. 그런 와중에도 선명하게 보였던 것은 이루머들이 똑똑 노크를 했을 때 ‘누가 문을 열 수 있는지’ 입니다. 문을 연 사람의 옷차림과 매너. 노출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고급진 롱 드레스를 입고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눈짓 혹은 손짓을 하는 사람과. 그리고 그 안에는 미니 기장의 원피스를 입고 몸을 둥글게 말아 어둠 속 쇼파에 기대있거나 목을 길게 빼고 눈이 마주쳤을 때 어색하게 웃는 사람이 있었어요.

아마 내 앞에 살갑게 서있는 저 긴 옷을 입은 분이 관리자격인 사람인 거겠지? 그리고 저 안에 자신을 숨겨야 하는지 혹은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지 갈팡질팡하는 사람이 고용인 격인 사람인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렇다면 여기 이루머들에게 반갑게 웃으면서 고생한다고 물 챙겨가라고 하는 사람이 문서에서만 보아왔던 ‘마담’인 걸까.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은 걸까. 이 사람은 자신의 아가씨를 책임지기 위해, 성판매자에 대한 낙인이 있는 사회에서 외부와 접촉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을 방어하기 위해 이 공간의 책임자로 나온 걸까. 아니면 외부와의 연결을 끊기 위해 나온 걸까. 여성단체가 아가씨들을 빼앗아가는 걸 막기 위해? 어떤 의도건 간에, 그 사람의 인품과 별개로,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그 역할의 사람은 어떤 위치의 사람인지, 이 역할의 구분 혹은 위치의 구분이 업소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만들고 있는지. 이 권력관계를 봐야하는 거겠죠.

아가씨 일을 하다가 나이 들며 마담이 된다지만 알선하는 사람이 나를 환대할 때 이 부대낌은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나. 이 별별신문은 전달되는 걸까. 전달된다 하더라도 어떤 맥락으로 어떤 언어로 전달될까. 내 앞에 있는 저 사람이 나를 환대해도 문제. 환대하지 않아도 문제. 이 물품들이 전달되어도, 되지 않아도 문제가 아닐 수는 없겠다. 현장과 관계맺는다는 건 이런 모순과 막막함을 끌어안겠다는 걸까. 내가 머리 싸매도 소용없는 질문들로 전문가 선생님들, 이루머들을 옆에 두고 혼자 상상의 나래에 빠졌었네요.

그런데도 아웃리치를 나간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어떤 결의였을까. 질문이 생깁니다.

아웃리치란 단순히 가진 게 없는 사람에게 물품을 전달하는 적선, 시혜의 구호 활동도 아니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적 관계도 아니다. 삶의 자리에 파고들어 연루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데 친구나 동료, 가족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게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다. 울고 싶지 않고 울리고 싶지 않은데 울릴 수 있을만큼 그 사람에게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개입의 여지가 생긴다.  필연적으로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관계인 것 같은데 이태원으로 찾아가는 사람들도 찾아짐을 당하는 사람들도 그런데도 놓지 않겠다. 찾아가겠다. 말을 걸겠다. 문을 열겠다. 응답하겠다. 는 어떤 결의일까.

아웃리치 생각없이 갔는데 갑자기 너무 어려워졌습니다. 아웃리치, 아웃리치 그런데도 왜 해야하지? 스스로한테 질문을 던져보면.. “그렇다고 안 할 건가?” 에 “네” 라고 할 수도 없다…

집결지라는 공간은 규제해봤자 소용없다고 국가가 개입하기를 포기하고 혹은 눈감아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윤을 위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로부터 등 돌린 맥락이 있잖아요. 호랑이 없는 곳에 여우가 왕 노릇한다고 법이 닿지 않는 공간에 법 외에 지배 주체들과 규칙이 만들어져 다방면으로 취약한 사람들을 옭아매었던 공간에 더 이상 그렇게는 안 될 거라고 주시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그 공간이 그대로 닫혀 매듭지어지지 않도록 찾아가 틈을 만들어야 하는 거겠죠? 이전에 그 공간을 지배했던 질서를 깨고 다른 가치로 공간을, 관계를 다시 짜기 위해서.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 잘할 자신, 똑똑하고 싶고 올바르고 싶은 마음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다면 잘 망하고 잘 상처받아보고 싶은 밤입니다.

 

활동이야기

2019년 9월 장안동 아웃리치 후기

9월 3일 밤, 이루머들은 장안동 업소밀집지역을 방문했습니다.

이룸 상담소와 연락처가 적힌 라이터와 명함크기로 접지된 유인물을 들고 나섰어요.
처음 방문하는 데다가 업소 카운터의 관리자들을 직접 만나야 하는 상황이어서 긴장도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물품갯수를 줄여서 나갔어요. 업소 카운터와 대기실에 쉽게 놓을 수 있도록 유인물과 라이터가 비치는 아크릴 박스를 세 가지 크기로 분류하여 그 안에 물품을 담아 갔습니다. 10개 모두 배포되면 아웃리치를 종료하기로 하고 나갔는데…

– 잉? 경계가 없다?
업소 관리자들이 상담소의 방문이 처음이다 보니 어떤 곳인지 잘 모르고 그래서인지 경계심이나 거부감을 잘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특히 보도방을 통해 여성들이 방문하는 곳에는 별도의 대기실이 없기도 하고 손님들이 없는 시간대(화요일 밤 9시 30분~11시)였는지 사람도 안 보였어요. 업소에서 일하는 언니들을 상담 지원하는 상담소인데 라이터 좀 두고 가도 되겠냐는 물음에 처음 방문한 업소들은 그러라며 받아주더군요.
(물론.. 이것들이 정말 여성들에게 전달될지는 알 수 없다는 큰 맹점이 있지만…)

– 헉 거부한다.
반면 규모가 크고 지정 여성들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업소에서는 경계와 거부감이 상당했습니다. 어떤 애들인지 잘 모르니 일단 들어온 애들을 쫓아내지는 않았는데 ‘성매매’가 적혀있는 유인물을 보고 ‘얘네 뭐지?’ 하는 것 같더라고요. 일단 여성들에게 드렸으면 좋겠다, 대기실에 두었으면 좋겠다고 전달은 했지만 역시나 물품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건물에서 3개 정도의 층을 사용하고 여성들의 대기실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규모가 큰 업소 대기실을 접근할 길은 요원해 보입니다. 고민이 무럭무럭..

실제 여성들에게 전달되었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일단 가게들이 라이터를 두고 가라고 해서 하나 둘 놓고 나니 빠르게 열 개의 아크릴 박스는 동이 났습니다.
그래도 여성들을 직접 만나지 못한 찝찝함에 이루머들은 장안동을 배회하기 시작.
물품을 두고 여성들이 쉽게 가져갈만한 근처 미용실, 편의점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11시까지 영업하는 미용실을 한 군데 찾았는데 여성들을 보지는 못했어요. 보도 차량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기 위해 보도방과 연계된 업소들의 뒷골목도 탐방했으나 차량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내담자 분의 조언해 준, 여성들이 자주 방문한다는 까페에 들러보았습니다.
앞으로 업소 카운터 이외에 어디에서 여성분들과 직접 만날 수 있을지, 그 접근성을 어떻게 높일지가 관건이에요. 일단은 다음 달에도 라이터와 더 작아진 유인물을 들고 장안동에 나올 계획입니다. 보다 촘촘한 계획들이 앞으로의 시도와 실패의 반복 속에 세워질 것을 기대하며.. 뾰족한 수가 없더라도 무작정 나가보려 합니다.

활동

5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5월 30일 장안동 라운딩을 마치고 이태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보통 아웃리치를 시작하는 9시보다 늦은 9시 30분 즈음부터 가게를 방문했어요.

그래서인가? 더 많은 분들과 인사하고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아웃리치 물품은 에니멀프린트(호피와 얼룩말!)가 되어있는 가벼운 파우치와 피로한 발을 달래주는 ‘휴족시간’, 그리고 최근 별별신문이었습니다.

별별신문 49호의 주제는 JTBC의 “‘외국인 고용’성매매 현장… 잡고 보니 성전환 태국인들” 보도의 반인권성에 대한 분노(!!)와 비판(!!)을 담았어요. 어휴.. 또 열이 오른다.

 

휴족시간이 무엇인지 묻는 분들께 왜인지 휴족시간 영업사원이 된 것처럼 설명하기도 하고..

언니들은 호피무늬 넘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이번 달 아웃리치는 좀 마음이 따뜻해지고 신이 나고 이해받은 느낌이고 그랬습니다.  에피소드 몇 개를 소개하자면,

#1. “이룸은 계열이 뭐예요? ” 성노동인가 싶었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반성매매’라고 적혀있고 대체 너희의 정체는 무엇이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언니는 원래 sex positive  였던 스스로가 이 일을 하면서 가부장제와 성매매의 연결성을 확인하게 되며 적잖이 고민이 되셨다고 해요.

성매매를 둘러 싼 고민, 이 복잡성에 대한 이야기를 가게 밖에서 수다수다 하다가 다음달에 보자며 인사 나누었습니다.

이룸에 대한 궁금증을 직접 질문해주셔서 힘 받았어요.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의 관계맺기를 ‘지원’에 국한되지 않고 만들어나가고자 이룸은 아웃리치의 형태와 유지에 고민이 있었는데요,

고민을 확장하고 붙들 단초를 쥐어주셨다고 할까요?

 

#2. “신문은요?” 이번 달에는 신문을 파우치 포장지 안에 넣어서 드렸어요. 만날 물품과 함께 건내며 “꼭 읽어보셔요~”당부하던 신문이

안 보이자 등장한 질문입니다. 체감 상 이태원은 청량리 보다 별별신문 구독률이 높은 것 같습니다.  청량리는 유리방의 경우 전면 유리로 비쳐지기도 하고, 의자도 불편했다면 쪽방은 조명이 엄청 어두워서 글 읽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었어요. 이태원은 청량리에 비해 의자가 소파 형태가 많고 조도도 적당해서 상대적으로 실내에서 신문을 편히 펼쳐 읽을 수 있는 환경이어서 일까요?

별별신문 받자마자 펼치는 분들을 종종 봐왔는데 이번에는 이렇게 신문의 존재를 찾아주시니, 매 달 별별신문 주제를 고심하고 발행하는 이루머들은 참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이루머 차차와 혜진이 별별신문을 주로 만드는데요,  내용이 참 조크든요!)

 

#3. “이룸이에요?” 가게 한 군데가 리모델링 중이더라고요. 오픈 일자가 6월로 되어 있어서 계단을 내려갈까 말까 우짜까 하던 중, 가게의 불이 켜지고 물어오셨습니다.

네! 이룸이에요! 가게 새로 하시는 거예요? 신나게 여쭤보았더랬지요. 물품과 가게 안부, 원래 이 가게에 계셨던 언니들의 안부를 나누고 다음 달에 만나요 했습니다.

괜히 서로 화이팅을 외쳤어요.

 

이 외에도 작고 소중한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이태원 아웃리치를 한지 벌써 5년. 기지촌이자 트랜스젠더 성매매 산업의 중심에 위치한 ‘이태원’이라는 공간과 관계를 쌓아왔습니다.

지원체계를 통한 만남에 더해 어떻게 이 공간을 기록하고 여성주의적으로 재조망할 수 있을지 작년부터 이룸 안에서는 복닥복닥 이야기를 하는 중이에요.

6월, 7월, 8월… 앞으로 예정된 만남들이 또 어떤 계기와 전환을 만들지 기대감을 상승시킨 5월의 이태원 아웃리치였습니다.

 

활동

12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신입이었던… 활동가 혜진이 쓴 12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를 공유합니다. 이번 아웃리치도 함께해주신 강유가람님 감사합니다!

12월 19일, 2018년의 마지막 이태원 아웃리치를 다녀왔습니다. 별별신문에는 우울증에 대한 내용을 담아갔고, 물품으로는 목베개를 준비해갔어요. 언니들이 목베개를 많이 좋아해주셔서 이룸도 기분이 좋았어요. 언니들의 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길, 그렇게 언니들의 생활 속에서 이룸의 이름이 언뜻언뜻 보이길, 그래서 언니들에게 필요한 순간에 이룸이 생각나길 바라요:)

3월 신입활동가로 처음 이태원 집결지를 목격하고, 금새 한 해의 마지막 아웃리치까지 끝났네요. 글자로만 알면서 안다고 생각해왔던 것이 주는 현장감에, 그 새로움과 적나라함에, 그 안에 담겨 있을 짐작할 수도 없는 수많은 삶의 무게에서 오는 무거운 마음을 첫 아웃리치에서 남기고 몇차례의 아웃리치가 지났습니다. 이 무거운 마음이 동력이 되어, 이 복잡한 공간에 대해 사유하고 개입하기 위해서, 공간 속 여성들을 만나러 매달 아웃리치를 향하는 거구나 생각이 듭니다.

5년의 꾸준함이 쌓인 덕에, 처음엔 막막하고 긴장되었을 그 공간에서, 많은 언니들이 이룸을 반가워해주시고 우리의 안부를 물어주십니다. 올 한해에는 이룸과 오래 연을 맺어온 한 언니가 다른 언니들을 여럿 소개시켜주었어요. 덕분에 이룸이 지원하며 지속적으로 만나는 언니가 늘었어요. 열심히 챙겨가는 타로는 이번달엔 한 언니가 두 번째로 타로를 보았어요. 이렇게 조금씩, 점점, 이룸이 언니들과 그 공간과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겠죠?

올해에는 더 가까워지고, 더 적극적으로 사유하고 개입해보고자, 이태원에 대한 공부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미군기지의 ‘기지촌’으로 형성되었던 성매매의 공간, 퀴어한 공간, 트랜스젠더의 퀴어함이 구매자의 욕망에 맞춰 판매되는 성매매의 공간, 외국인들이 많은 이국적이고 힙한 놀이공간, 그러다보니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공간, 이국적인, 이주여성 성매매의 공간. 이 복잡한 공간에서 오는 어려움을, 무거운 마음을 조금씩 풀어내고자 열심히 해보려합니다:)

최근에 새로운 클럽이 생겼는지 전단지가 곳곳에 뿌려져있었어요. ‘죽기전에 한번 가보자. 다국적 룸클럽. 다국적 미녀들 무한 초이스~’라는 전단지를 보면서 착잡함을 느끼며, ‘아마 사진은 도용이겠지…’하는 걱정도 함께 들었네요. 전단지를 보면 이 공간이, 많은 여성과 섹스하고 싶다는 욕망, 성욕충족의 의미가 아닌 여성보다 우위를 점하는 지배욕구 충족이라는 의미에서의 욕망, 많은 여성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국적의 여성을 향한 지배 욕망, 이런 욕망에 기반하여 구성되고 있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활동

9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아웃리치 활동은 직접 성산업 현장으로 찾아가 언니들과 만나는 과정이기에 언니들이 느낄 낯섦과 불편감을 최소화하도록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더불어 계속 접점과 신뢰를 만들기 위하여 매번 신문에 어떤 소식을 담을지, 물품은 어떤 것이 좋을지, 가서 인사는 어떻게 드리면 좋을지도 함께 고민하고 준비하게 된다.

9월 이태원 아웃리치에서는 별별신문에 ‘성산업 망해라’강강술래를 담고, 3단으로 분리되는 신박한 텀블러를 갖고 언니들을 뵙고 돌아왔다. 강유가람 감독님도 함께해주셨다.(늘 감사드려요!) 진행 당일 비가 내려 갠다는 예보를 듣고 갔는데 추적추적 비가 내려 우산을 들고 아웃리치를 진행했다. 비가 와서 문닫는 가게다 더 적을까 싶었는데 지난 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시 한동안 보이지 않던 기지촌 업소 언니들의 자취는 찾을 수 없었고, 무언가 뒤숭숭한 기분이 들었다. 반면, 이룸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지원이 되는지 질문을 받거나, ‘자기야 오늘은 뭐야’라며 먼저 우리에게 인사해주시는 언니들의 모습, 환대의 눈빛을 보면서 이룸이 어떤 곳으로 언니들에게 인지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 같다.

아웃리치 뿐 아니라 올해 4월부터 별별타로를 실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웃리치 물품과 별별신문과 함께 ‘용’하게 봐드린다는 명함을 드리며 홍보를 하고 있다. 바로바로 직접 방문하며 진행해서인지 꾸준하게 참여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타로로 언니들을 만나면서 현재 삶에서의 고민을 나누며 임파워링을 도모하고, 상호간의 소식과 궁금함도 나누며 접점과 신뢰를 천천히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다음 달에도 꼭 뵐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번 달에도 골목의 길냥님을 영접하였다.
*아웃리치에 함께해주신 강유가람 감독님이 사진촬영을 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