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5. 현장조사를 가면 성매매여성이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그것을 알려주마 / 이룸에게 물어봐 / 성매매 Q&A

 

도대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이 불편한 현장을 한 가지 ‘입장’으로 정리하고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데도, 왜 성매매에 대해서는 계속 같은 종류의 논쟁만 반복되는 것인지 신기할 노릇입니다.

이렇게 크고 무거운 질문들 속에 성매매에 대한 우리의 작은 궁금증들이 가려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서로의 ‘입장’을 점검하는 데만 열중하다가 성매매현장에 대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물음들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질문을 받아보기로 하였습니다.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입장’은 없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지금/여기에 존재하는 ‘성매매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감하면서, 응원해야 하는 일은 함께 응원하고, 분노해야 하는 일에는 함께 분노하고, 바꿀 수 있는 것에 힘을 모아서 조금씩 나아간다면, 함께 만든 그 길이 우리의 ‘입장’이 될 것입니다.

성매매에 대한 궁금증들이 더 구체적인 질문과 관심으로 이어지기를 소박하게 바랍니다.

 


 

Q5. 사창가 같은 곳에 현장조사를 하러 가신 적이 있을 텐데. 그런 곳에 가시면 같은 여자로서 성매매 여성이 상담원의 방문을 불쾌하게 여겼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장조사를 가면 성매매 여성이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A. 저는 이 질문이 참 좋습니다. 그냥 ‘현장조사를 가면 성매매 여성이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라고 질문해 오신 것이 아니라, 성매매 현장을 방문한 상담원을 바라보는 성매매 여성이 어떤 이유에서든 불쾌할 것 같다고, 성매매 여성의 입장에서 물어 오신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성매매와 관련 없는 사람으로서의 객관적인 시각보다는 내가 같은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라는 주관적인 시선이 더 많아진다면 세상이 좀 더 따뜻하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룸]도 가끔 성매매 집결지로 현장방문(out-reach)를 갑니다. 예전에 [이룸]이 전농동 성매매집결지에서 현장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을 때는 업소로 여성들을 만나러 자주 나갔지만, 지금은 그때만큼 자주 방문하지는 않아요. 이룸에서 발행하는 별별신문의 신간이 나올 때 마다, 신문을 전달하러 집결지를 방문해요.

 

이룸에서 발행하는 <별별신문>

집결지의 여성들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활동가들이 ‘나는 여성단체에서 나왔다’라고 써 붙이고 다니는 게 아니라서 그냥 잡상인인줄 알고 친절하게 물품이나 소식지를 받아주시는 것 같아요. 귀찮다는 듯이 놓고 가라고 말하기도 하고, 웃으면서 잘 받아주기도 하고, 몇 번 만나서 친해진 여성은 가끔 간식거리를 활동가들에게 나눠 주기도 하고, 붐비는 시간이 아닌 경우엔 잠깐 업소에 들어가 차 한 잔을 얻어 마시기도 했습니다. 업소 문을 열고 한참 일하고 있을 시간에 방문할 때는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조심해야 해요. 여성들이 괜찮다고 할 때도, 업주가 눈치를 주거나 화를 내는 경우도 많고요. 질문자님이 예상하시는 것처럼 불쾌해 하는 분들도 계세요. 현장지원센터 시절에 업소 앞에만 지나가도 ‘여성단체 꺼져!’라며 ‘불쾌’수준을 넘어 분노;; 하는 분이 계셨어요. 보통 불같이 성질내고 화내는 업주들에게 위협을 당하는 것에는 익숙했지만, 현장의 여성들이 직접적으로 화를 낸 적은 없어서 활동가들이 많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욕먹고 무시당하면서 계절을 한두 개 보내고 나서야, 서로 강아지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지요.

화를 내며 표현하지 않더라도, 불쾌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이 계실 거라고 생각을 해요. 꼭 상담원이 아니라도 ‘외부의 시선’, 특히 손님이 될 수 있는 남성들이 아닌 여성들의 시선에 기분 나쁠 때도 있고 상처도 받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의 흘깃 보는 시선에서 비난과 멸시의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예 대놓고 아래위로 훑어보며 혀를 끌끌 차면서 지나가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에요. 성구매 남성, 성매매업소 업주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낙인과 차별을 성매매 여성들은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현실에 대항해서 참고, 피하고, 화내고, 협상하며 어떻게든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여성들이지만 낙인과 차별의 경험은 여성들의 삶의 범위를 축소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나아가 성매매 여성들의 물리적, 심리적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걷어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룸 자료집 ‘성매매 여성이 경험하는 사회적 차별’을 참고하세요~ 이룸 사무실로 요청하시면 보내드립니다!)

너무나도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 남성중심, 가부장제, 자본주의, 권위주의, 도덕주의, 성별이중규범,…… 이상한 편견과 이해할 수 없는 고정관념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가장 손쉽게 비난의 대상이 되는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낙인을 없앨 수 있을까요? 시작은 질문자님이 그랬던 것처럼,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을지 않을까 싶어요. 객관적인 시선 말고, 따뜻하게 주관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혀 간다면 낙인과 차별을 조금이나마 걷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