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4. 성매매여성의 일터에서의 안전을 고민한다는 것은 성매매를 인정하는 것 아닌가요?

그것을 알려주마 / 이룸에게 물어봐 / 성매매 Q&A

 

도대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이 불편한 현장을 한 가지 ‘입장’으로 정리하고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데도, 왜 성매매에 대해서는 계속 같은 종류의 논쟁만 반복되는 것인지 신기할 노릇입니다.

이렇게 크고 무거운 질문들 속에 성매매에 대한 우리의 작은 궁금증들이 가려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서로의 ‘입장’을 점검하는 데만 열중하다가 성매매현장에 대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물음들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질문을 받아보기로 하였습니다.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입장’은 없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지금/여기에 존재하는 ‘성매매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감하면서, 응원해야 하는 일은 함께 응원하고, 분노해야 하는 일에는 함께 분노하고, 바꿀 수 있는 것에 힘을 모아서 조금씩 나아간다면, 함께 만든 그 길이 우리의 ‘입장’이 될 것입니다.

성매매에 대한 궁금증들이 더 구체적인 질문과 관심으로 이어지기를 소박하게 바랍니다.

 


 

Q4. 이룸에서 개최하는 포럼 홍보물을 봤어요. 성매매 자체가 인권침해인데,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 일을 하지 못하게 할 방법을 찾을 생각을 해야지 일터에서의 안전을 고민한다는 것은 성매매를 인정하는 것 아닌가요?

A. 성매매는 단순히 성교행위와 돈이 교환되는 것이 아니지요. ‘성교행위와 돈이 교환되는 순간’을 전후로 벌어지는 다양한 행위자들의 다양한 활동(여성이 업소면접을 보고, 업주는 구매자를 불러 모으고, 구매자는 우쭐대며 ‘서비스’를 받고. 사채업자들은 도망간 여성들을 잡으러 다니고, 손님에게 자꾸 뻰찌맞는 여성들에겐 마담이 성형수술을 권하고… 등등)을 모두 포함하여 ‘성매매’라고 합니다. 성매매는 차별적인 사회적 기반 위에서 약자에 대한 폭력과 착취, 지배가 발생할 가능성을 필연적으로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성매매 자체가 인권침해라는 점에 공감합니다.

이룸 포럼 <성매매여성,안전을 말할 수있는가?> 의 자료집을 보시려면 링크를 클릭하세요.

하지만 저희 포럼은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성매매 행위를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질문하신 분께서 말씀하셨듯이 성매매 자체가 문제 있는 사회적 구조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선지자처럼 성매매 여성들에게 “성매매는 범죄이니 정상적 사회로 나오라”고 강요하는 것 또한 성매매 여성들의 권리나 인권에 대한 얕은 이해에서 나오는 주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매매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사회적 환경과 조건을 문제시하지 않고, 오직 여성들 개인의 ‘성매매’라는 선택에만 초점을 두면 모든 사회적 문제가 개인의 책임으로만 전가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매매 구조 안에 있는 여성들의 사회적 조건과 환경을 문제시하고 더 들여다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성매매 구조 안에서 여성들은 매우 열악하고 취약한 위치에 있어요. 그 열악하고 취약한 상황에서 단순히 “벗어나라”고 주문하기 보다는 그 열악하고 취약한 상황에 대한 공동의 문제제기와 대안 찾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인권’에는 ‘유예기간’도 ‘조건’도 없습니다.
성매매 여성들에게 ‘현재 성산업 구조 속에 일하고 있으니 너의 인권은 유예되었다. 폭력쯤은 알아서 감수하라.’라고 암묵적으로 말해왔던 사회에 화가 납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성매매 여성의 ‘성매매’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여성이 성매매 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인권침해는 방관해 왔지요. 성매매 현장에서 여성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돈을 주고 성관계를 사고파는 성매매’ 그 자체라기보다는 성매매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폭력과 차별, 사회적인 낙인 등입니다. ‘차별/폭력/인권침해’는 성매매 산업이 가진 본질적인 속성이기 때문에 성매매와 분리해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성매매여성의 ‘안전’을 얘기하고 주장함으로써 성매매 현장의 차별적 현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나 동등하게,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고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인권의 보편성을 믿기에, 성매매 여성 또한 생명과 안전에 대한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ps. 인권과 안전을 이야기 하는 것과 성매매를 ‘인정’하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성매매에 대한 입장을 물으시면서 인정이라는 표현을 쓰신 것 같은데, 찬성/반대라면 모를까. 인정 하느냐 마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미 버젓이 존재하는 것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빤히 있는데 없는 척 할 수도 없지요. 사회에 성매매라는 복잡다단한 차별의 구조가 있다는 것을 일단 인정하셔도 괜찮아요. 그래야 그 다음 단계를 밟아 나갈 수 있겠지요. 성매매를 ‘인정’하지 않는, 이런 일은 우리사회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눈감고 귀 닫아버리는 현실이 제일 슬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