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검경과 독립된 '성매매방지 수사기구'신설해야 ...시민의신문

작성날짜: 2004/06/01
장성순기자

다음은 성남여성의전화(withwoman.or.kr) 6월 소식지에 실릴 글입니다.

1.성매매방지법 절반의 성과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법(이하 성매매방지법)이 지난 3월 2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2002년 9월 조배숙 의원 외 86인이 여성단체 의견을 토대로 성매매처벌법안 및 성매매보호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1년 반만의 일이다. 사실 여성계는 지난해부터 '호주제 폐지', '성매매방지법 제정', '여성정치세력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호주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민법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여성계는 어느 정도 호주제 폐지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총선'이라는 변수로 인해 표심을 의식한 한나라당 의원들과 심지어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호주제 폐지'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모든 여론이 '총선'에 과잉주목하던 시기, 여성계에서 제정을 위해 줄기차게 노력했던 '성매매방지법'이 통과된 것이다. 법안 내용의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당시 2월 말 국회 본회의에 '성매매방지법'이 상정됐을 때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여성단체에서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논평을 내면, 반대 여론이 다시 등장할 수 있으니까, 우리는 일단 조용히 있으면서 성매매방지법이 통과되길 기다린다"고 말한 바 있다.

2.'민관협력'의 교집합과 여집합

제정된 성매매방지법을 집행을 위해 정부와 여성단체는 모두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성매매피해여성의 보호와 자활, 성구매자를 없애고, 성매매알선업자를 비롯한 성매매산업 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매매방지를 위해 민관이 함께 할일과 따로 할일은 무엇일까.

1) 검경과 다른 별도의 '독립적 수사기구' 신설 제안

경찰의 성상납 비리가 폭로돼 세상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과 검찰 개혁이 성매매방지법 집행을 위해서 필수다.

뉴욕의 줄리아니 시장은 뉴욕시정개혁의 첫번째 과제로 경찰개혁을 시행하고, 성매매업소로부터 성상납을 받은 경찰관에 대해 철저하제 조사하고 징계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3월 31일 여성부, 법무부, 경찰청 공동 브리핑 자리에서 최기문 경찰청장은 "성매매를 단속하는 일선 경찰관 중 부적격자 중 70%를 인사조치했으며, 성매매 단속을 하는 경찰관을 선정하기 위해 '보직심사회원회'를 꾸려 단속경찰의 도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선 경찰이 성매매 관련 단속을 했을 때 '강력범'을 처리한 것과 동일한 인사고과 점수를 부여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지난 5월 27일 개최한 '성매매 수사체계 실효성 확보를 위한 긴급토론회'서 김현선 새움터 대표는 "경찰-업소 간 유착비리, 범죄에 직접 가담한 경찰, 성매매여성에 대한 경찰학대, 직무유기와 범죄 묵인 등의 사례를 들며 "경찰이 바로 서야 성매매범죄가 근절된다"고 강조한 뒤, △범죄가담 경찰의 철저한 처벌, △경찰비리 근절을 위한 특별수사팀 구성,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학대행위 방지 지침 등을 제안했다.

또한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검경 수사체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찰*검찰 개혁'은 물론 각 지방경찰청 수준에서 '대여성범죄 전담반'이나 '대아동범죄전담반'을 설치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남에서 올라온 여성단체 한 인사는 성매매 피해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의 성매매 신고를 경찰에 해도 경찰이 '동료눈감아주기'식으로 검찰에 기소를 시키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여성단체와 검경이 함께 '성매매피해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실무적으로 '태스크포스'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성매매 단속주체인 검경이 성매매 사건에 연루된 경우 동료 경찰의 수사가 쉽게 진행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너무나 선명하다.

따라서 최근 부패방지위원회에 공직자 '비리조사처'를 신설한 것 처럼, 한시적으로라도 '성매매방지'를 위한 검경과는 별도로 '독립적 기구 신설'도 함께 제안한다. 이는 경찰이나 검찰의 성매매와 유착고리를 끊고, 나아가 검경 내 성매매에 대한 '내부고발자'로서 역할할 수 있을 것이다.

2) 성매매'민관협력' 고민

서울시와 '한소리회'가 성매매방지를 위해 '다시함께'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성매매방지를 위한 민관협력을 하면서 고민도 생긴다.

서울시 성매매방지정책협의회와 국무조정실의 성매매방지 기획단 위원인 장필화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성매매방지 대책마련을 하는 위원회가 만들어진 것 자체가 역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 위원요청이 들어왔을 때 모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성매매방지를 위한 현장활동가나 전문가, 정부부처의 전문가그룹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민관협력의 문제’보다 민관협력의 역량을 최대한 키우는 것을 우선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장 교수는 "민관이 성매매방지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려 주도면밀한 실행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부에서 '실적위주'의 성매매피해여성 구제, 성매매피해여성에 대한 관료주의적 접근 방식 등은 여성단체서 경계해야할 내용들이다.

3) 여성단체에 필요한 두 대의 감시카메라: '정부'와 '성매매현장'

여성단체는 두대의 감시카메라가 필요하다. 한대는 성매매방지 주무 부서인 법무부, 여성부, 경찰청과 성매매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과 경찰이다.

다른 한 대는 '성매매가 일어나는 현장'이다.

가뜩이나 성매매 관련 여성단체의 인력, 재정적인 능력, 자원 등이 부족한데, 여성단체의 감시카메라를 두대나 작동하려면, 각 지역마다 여성단체의 '네트워크'방식의 정보교환, 운동의 협력 등이 여성단체의 고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4) 성매매피해여성 집단소송

성매매방지법이 통과된 후 성매매피해여성들의 집단소송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때마침 대한변호사협회서 '성매매피해여성 집단소송'을 맡아서 해주기로 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이와는 별도로 서울시 '다시함께' 소속 변호사들도 성매매피해여성 집단소송을 하고 있다.

성매매피해여성을 위한 집단소송을 돕는 변호사들이 한 곳으로 모여서 '단일창구'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성매매피해여성들을 위한 법률구조를 일원화한다면, 성매매여성들이 법률구조상담에 대한 접근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3. 성매매없는 세상을 꿈꾸며

'성매매'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대해 보수 진보를 구분하지 않고 논란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성'을 돈으로 매매하거나 '성매매'를 통해 인신매매, 인권유린, 사기착취가 이루어지는 현실을 방치하지 말자는 데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성매매방지법이 형해화되지 않고, 살아움직이는 법으로 만들기 위해 여성단체는 그동안 달려온 속도만큼 여성운동의 고삐를 죄서 달려야 할 것이다.

장성순 기자 newvoice@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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