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집창촌 화재참사 그후..2004.5.25

군산 집창촌 화재참사 그후

뒷골목 인간시장 ‘돌아가는 사각지대’

전라북도의 자그마한 항구도시 군산이 한국의 성매매 문제와 관련, 뉴스의 중심이 되고 있다. 군산은 대명동 성매매 밀집지역에서 지난 2000년 9월 19일 일어난 화재로 감금된 채 성매매를 강요당한 5명의 여성이 숨진 데 이어 2001년 1월 29일 또다시 개복동에서 14명의 여성이 같은 이유로 숨진 곳.

지난 3월 2일 입법된 성매매방지법(가칭)은 경찰과 업주의 유착, 소방관서의 단속 부재, 지방자치단체의 무관심 속에 19명의 여성들이 희생된 군산의 두 사건을 계기로 탄생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또다시 군산에서 현직 경찰과 노래방 업주가 된 전직 경찰이 10대 소녀들을 성매매하는 사건이 발생해 군산의 성매매 문제는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우리나라 성매매 집결지와 유흥가 대부분이 군산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군산은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제때‘유곽’기원…미군기지 중심 윤락업 발달

군산 성매매 산업은 일제시대 일본 관리들과 지주들을 위한 유곽(공인매음업소)이 뿌리내리면서 시작됐다. 화재가 일어난 대명동과 개복동 등은 유곽 후보지를 두고 이권 다툼이 있을 정도로 크게 번성했으며, 해방 후 미군 기지가 들어서자 ‘양키시장’이라 불리는 기지촌으로 변모했다.

군산의 기지촌인 ‘아메리카 타운’은 국가가 성매매의 실질적인 포주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1961년 사회정화운동을 벌이며 ‘윤락행위등방지법’을 제정한 박정희 정권은 ‘특정지역에 대해 유보한다’는 내용을 법에 삽입했다.

1969년 미군 제8전투비행단이 주둔해 있던 군산은 특정지역으로 분류, 미군들은 성매매를 하고 정부는 미군이 뿌리는 달러를 거둬들였다. 성병이 발생하면 ‘기지촌정화운동’이라는 명목으로 여성들에 대한 강제 진료와 치료가 이어졌다.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상대로 강제 주사를 놓은 것과 다를 바 없는 인권유린이 우리 정부에 의해 전개된 것.

아메리칸 타운은 성매매의 대안으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공창제가 이미 우리ざ璨【?행해졌고, 그 폐해는 인권유린이었음을 증명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지금도 아메리칸 타운에는 이곳에서 늙어버린 여성들이 생활보호대상자로 기지촌 여성 지원단체들의 도움으로 살고 있고 필리핀, 러시아 등에서 온 외국인 여성 200여명이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다.

근대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군산지역의 경제 사정도 성매매 산업이라는 ‘소자본 산업’을 번창하게 한 요소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소규모 어업과 농사 외에 경제기반이 없던 군산에서 소자본을 지닌 사람들은 ‘유곽이 돈벌이가 된다’는 믿음을 갖고 성매매 산업에 뛰어들었다. 두 건의 화재사건을 통해 시민단체의 후원자로 활동하는 지역 유지가 성매매업소의 실질적인 소유주로 밝혀진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도시 근대화 실패…‘소자본 음성산업’대거 유입

유흥업소가 지역의 수입원이 되면서 경찰은 성매매 문제 수사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택시기사들이 소개료를 받고 사람을 모아 유흥업소에 데려다 주는가 하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여성들은 성매매업소로 내몰린다. 최근 ‘신용불량자’로 몰락한 여성, 카드로 빚을 진 여성들이 신체포기각서를 쓰고 국내외 유흥업소로 팔린다는 보도는 ‘성매매가 경제적 약자인 여성이 몰릴 수밖에 없는 낭떠러지’임을 반증한다.

한편 계속된 화재로 전통적인 성매매 밀집지역인 개복동과 대명동은 축소되는 반면 신시가지인 나운동 일대의 카페촌이 새로운 형태의 성매매 지역으로 자리잡고 있어 지역여성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겉보기에는 카페촌이나 성매매업자들은 카페촌 뒤에 형성된 모텔촌을 이용, 필요할 때마다 여성을 부르는 ‘보도방’을 두고 영업을 한다는 것이 지역여성단체들의 주장. 특히 이 지역은 아파트 단지와 이웃하고 성매매 문제가 실생활 곁까지 다가왔음을 보여주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함을 시사하고 있다.
송옥진 기자 soj@iwomantimes.com(우먼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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